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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님의 서재입니다.

권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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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디
작품등록일 :
2020.05.11 21:07
최근연재일 :
2020.05.13 20: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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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4

작성
20.05.1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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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장 갓-핑거

DUMMY

2장

갓-핑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목소리를 떨지 않으려 애썼지만 그게 의지로만 되는 건 아니었다.


[댁에 무사히 도착하셨나보군요.]


내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이대로 심장이 굳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제 저와 대화할 마음이 생기셨나요?]


생각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 힘겹게 꾀를 짜내야 했다.

일단 집에 가서 다시 전화를 걸겠노라 말해놓고, 그 시간동안 수상한 이 여자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호, 혹시? ···은행원?”


그렇게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다.

백반집에서 봤던 은행 여직원들 중 한 명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갓-핑거」의 안내를 맡고 있는 상담원 ‘012108’ 입니다.]


상담원? ···은행원이 아니고? 것보다「갓-핑거」는 또 뭔데?


넋이 나간 내 표정을 전화기 너머에서 알 리 없던 그녀는, 내가 대꾸가 없자 몰아붙이듯 다시 말을 이어갔다.


[주세존님은 전지전능한 신께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갓-핑거」에 참가하실 소중한 자격을 얻으셨습니다. 그러니 지금 참가여부를 결정해주세요.]


아니, 참가고 나발이고 나한테 그딴 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점차 커지는 불안감에 이 여자의 정체를 어떻게 해서든 당장 알아내야 했다.


“···당신 누구야···?”


아래턱이 부르르 떨렸다.


[참가하시겠습니까?]


“그러니까!! 당신 누구냐고!!”


고함소리가 좁디좁은 고시원 방안을 한참동안 메아리치며 윙윙 울려댔다.


[참가하시겠습니까?]


나와 달리 여자는 여전히 차분하고 한없이 상냥했다.


“···”


가만 생각해보면 불리한건 내 쪽이다. 이 여자는 내 이름마저 알고 있지 않는가? 이미 다 까발려진 상황에서 이 여자가 신고라도 해버린다면? 난 그 길로 영락없이 쇠고랑행이다.


“···당신,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참가하시겠습니까?]


계속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그녀.

지금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안한다면?”


[간단합니다. 계신 곳에 있는 지구대 경찰들에 의해 1시간이내로 검거되실 겁니다. 당장에 도주하셔도 멀리가지는 못합니다. 인근 10km 이내의 모든 도로가 시위 행렬로 인해 1시간동안 통제될 예정인데다 지하철마저 5분전의 사고로 인해 가까운 주변 2개 노선 모두 자정까지 운행을 중지한다고 하니까요.]


역시였다.

이 여자는 내가 사는 곳마저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 내가 참가하지 않는다면 경찰에 모든 걸 불어버릴 생각인 것이다.


“···협박입니까?”


[참가하시겠습니까?]


답은 이미 정해져있으니 난 대답만 하라는 건가?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감방행을 결정지을 바에 이 여자가 말하는 갓핑건지 갓핑큰지에 참가하고, 그 조건으로 오늘 일을 눈감아달라고 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그, 그럼, 참가할 테니 그 대신···”


-빰빠라빰빠!!

갑작스레 전화기 너머에서 팡파르가 울려 퍼지더니 다소 격앙된 그녀의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현 시간부로 주세존님은 명예로운「갓-핑거」의 플레이어가 되셨습니다! 또한 「권능의 토큰」을 사용해 신의 권능을 마음껏 누리실 수 있는 자격 또한 획득하셨습니다!]


플레이어?

신의 권능?

당최 알 수 없는 소리가 날카롭게 날이 선 내 신경을 더욱 거슬리게 만들었다.


“···잠시만! 아까부터 계속 「갓-핑거」라고 하는데···”


[설명 드리죠. 「갓-핑거」는 매 라운드의 미션을 클리어하면서 완주를 목표로 하는, 전지전능한 신께서 만드신 인생게임입니다.]


X랄을 한다.

신을 들먹이고 있지만 불법 종교단체나 다단계 업체일게 불 보듯 뻔한 데 무슨 소릴.


[그리고 미션을 성공하시면 각 라운드의 난이도에 걸맞은 보상으로 「권능의 토큰」을 받게 되실 거예요. 이 토큰만 충분하시다면 신의 권능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든 누리실 수 있게 된답니다.]


진지하게 답하는 여자에게 미안하지만, 내게는 그저 믿기 어려운 수준을 떠나 헛소리로 들릴 뿐이다. 하지만 이 여자의 협박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개소리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호응해 줘야 한다. 눈치 채지 못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어차피 참가는 결정됐으니 말이다.


“···그렇게 대단한 거라면 이번 주 로또번호 쯤은 쉽게 알 수도 있겠군요?”


[물론입니다.]


“당장에 비도 내릴 수 있고?”


[물론입니다. 다만 그건 많은 토큰을 필요로 하겠지만요.]


신의 토큰인지 뭔지를 사라고 하지 않는 걸 보면 다단계업체는 아닌 것 같고, 그냥 듣도 보도 못한 신종 사이비 종교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꽤나 신박한 포교방법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만 무신론자인 나에겐 통할 리 만무하다.


아무튼 감옥행보다 나으니 최대한 관심 있는 척 연기를 하며 여자를 안심시켜야 한다. 내가 원하는 대답을 듣기 전까진 말이다.


“흥미롭네요.”


관심 있는 척하는 그럴싸한 내 연기에 하마터면 헛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흥미를 가져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간략히 「갓-핑거」의 룰에 대해 설명 드릴게요. 매 라운드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실 때마다 받는 「권능의 토큰」은 라운드 중간에 얼마든지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 라운드로 진행하시려면 최소 한 개의 토큰을 가지고 계셔야 계속해서 참여가 가능하십니다.]


“왜 하필 토큰 한 개죠?”


제길! 결국 토큰을 사란 소린가? 다단계란 말인가?


[간단합니다. 죽으면 참가하실 수 없으니까요. 토큰을 다 잃게 되면 사망하거든요.]


사망?

죽는다고?

신도들이 때로 몰려와서 죽인다는 건가? 어릴 적 봤던 광신도가 득실거리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뉴스기사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또한, 진행된 라운드에서 미션을 클리어하지 못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패널티를 받게 되니 주의바랍니다.]


“페널티?? 그게 싫으면 무조건 클리어 하라는 건가?”


[맞습니다. 신께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자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이니까요.]


순간, 이 미친 소리를 언제까지 들어야하나 싶었다.


[그리고 만약, 라운드 진행 중 기권하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응?

그렇다면 쉽게 답이 나왔다.

지금은 여자와 딜을 해야 하니 일단 참가를 한다고 해두고 나중 가서 발을 빼면 될 일이다. 이거 생각보다 간단하잖아?


[다만, 현재 보유한 토큰을 한 개만 남겨두고 모두 다 잃게 되시며, 앞서 사용한 토큰의 무게만큼 그에 상응하는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뭔 놈의 페널티를···”


[신의 권능이란 감히 인간 따위가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것이니까요. 그것을 누린 자에게 응당한 페널티가 될 것입니다. 자! 그럼, 모든 설명은 이제 끝났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황당한 교리에 대한 그녀의 친절한 브리핑이 끝이 났다. 이제 이 여자가 나를 경찰에 넘기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을 차례다!


“저기요. 제가 참가할거라고 약속도 했고 그쪽 설명도 끝까지 들어줬으니, 이제 저랑 한 가지만 약속해줘요.”


솟아난 식은땀이 등줄기에서 주룩하고 흘러내렸다.


[무슨 말씀이시죠?]


여자가 능청을 피우니 결국 내 입으로 어렵사리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경찰, ···경찰에 소, 소매치기한 거 ···신고하지 말라구요.”


[아하! 제가 실수를 했군요.]


화들짝 놀란 그녀의 반응을 보니 이제야 내 말을 알아들은 것 같다.


[제가 깜빡할 뻔 했군요. 플레이어와의 신뢰가 중요한데 말이죠.]


“아시겠죠?”


[주세존님, 오늘 소매치기한 천만 원 때문에 지금 두려우신 건가요?]


너무나 노골적인 대사에 누가 들을까 봐 놀라 심장이 쫄깃해졌다.


“그러니까, 신고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달라구요.”


[저희는 「갓-핑거」에 참가하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권능의 토큰」 100개를 참가비로 지원해드리고 있습니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야?


-지잉

난데없이 문자 메시지 한통이 도착했다.


[지금 확인해보세요.]


『최초 참가자 한정「권능의 토큰」100개 지급 완료 / 현재보유량 100개』


[확인하셨을 겁니다. 토큰을 사용해서 지금 겪고 계신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어떨까요? 「갓-핑거」의 룰을 이해하는데 분명 좋은 경험이 되실 겁니다. 그럼, 신의 권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끝까지 장난질인가.

어차피 미친 여자의 헛소리일 테지만 밑져야 본전이다. 기왕 여기까지 맞춰준 거, 확답을 받기 전까진 나도 갈 때까지 갈 수 밖에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경찰에 붙잡히는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리고 그쪽도 제발 오늘일은 비밀로···”


[처리되셨습니다.]


-지잉

여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권능의 토큰」87개 사용 / 현재보유량 13개』


예상했지만 달라진 건 전혀 없다.

당연하겠지만 눈앞에 돈뭉치도 역시나 그대로다.


[신의 권능으로 오늘의 죄악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셨습니다. 이로서 신께 한걸음 더 가까워지셨습니다.]


이 미친 여자의 장난을 받아주는 것도 이제 슬슬 한계가 온다.


“저기요. 알았으니까요. 신고하지 말아주세요. 네?”


[저희 상담원은 플레이어와의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믿기 어려우실 수 있으니 은행으로 가서 직접 신의 권능을 확인하시는 건 어떨까요? 확인 후 제게 다시 연락바랍니다. 그럼, 이만.]


-뚜뚜뚜뚜

일방적으로 끊어진 전화.

신고를 안 한단 말은 끝내 듣지 못했다.


은행으로 가라니. 나를 수상히 여긴 청경 자식이 이미 나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신고 했을지도 모를 일인데. 그게 아니라면? 혹시 이 여자가 이미 신고를 해둔건가?

아니지.

이 여자는 나를 신고해도 얻을게 없다. 신도 한명을 받아야 하니까. 그러니 최소한 함정은 아닐 터.


그렇게 벽을 보고 멍하니 생각에 잠긴 채로 어느새 한 시간을 훌쩍 흘려보냈다. 아직까지 경찰이 들이닥치지 않은 걸 보면 그녀가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이래서 죄를 짓지 말라는 건가.

1평 남짓한 답답한 고시원 방이 더욱 답답하게만 느껴진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이 거지같은 기분. 보이지 않는 존재가 어서 이곳을 나가라고 등을 떠미는 듯하다.

다시금 그녀의 말이 다시 떠오르자, 눈으로 확인하고픈 내 욕심이 의지와 상관없이 발걸음을 재촉했고, 결국 어느새 나는 은행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허억!”


외마디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이 자리에 있던 은행이···

바로 그 은행이! 지금 눈앞에서 흔적도 없이 완전 자취를 감췄다!


건물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그 자리에 멍하니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믿기 힘든 광경 앞에 현실감조차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나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주변 시선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래! 012108!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 어찌 된 겁니까!!??”


나도 모르게 다짜고짜 소리부터 내질렀다.


[좀 전과 달리 아주 생기 넘치는 목소리로군요. 이제야 저를 신뢰하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니!? 어떻게 은행을, 아니 건물을 없애버렸냐고 묻잖아요!!”


여자는 전화기 너머로 얕은 웃음소리를 냈다.


[후훗, 신은 전지전능 하십니다. 그리고 은행이 없어진 건 지금 그리 중요한 게 아니지요. 신의 권능으로 당신의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여자가 했던 모든 헛소리가 진실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에 이 미친 여자가 말했던, 말도 안 되는 「갓-핑거」라는 게임의 룰을 강제로 기억에서 끄집어내야 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갓-핑거」에 참가하실 준비가 되셨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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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장 012108 20.05.13 27 2 11쪽
» 2장 갓-핑거 20.05.12 35 3 12쪽
2 1장 축하합니다 20.05.11 47 5 12쪽
1 프롤로그 20.05.11 85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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