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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님의 서재입니다.

자연술사 소년의 봉인 여행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카운슬러
작품등록일 :
2023.06.01 08:50
최근연재일 :
2023.06.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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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097

작성
23.06.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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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 잠식

DUMMY

“안개가 엄청 짙은 것 같아...”

“... 더 갔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붉게 물든 안개가 선명하게 보이는 광경에 유키르와 메리는 경계심을 곤두세운 채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수상하고도 위험하게 보이는 붉은 안개를 바라보는 두 소년, 소녀의 시선에는 망설임이 자리 잡는다.


"들어가지 않으면 마계의 균열을 닫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들어갔다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 건데...“

"... 그리고 저택으로 언제 또 마물이 들어올지 모르기도 하구...“


냉정함을 유지하며 말하는 유키르와 달리 메리는 걱정을 한가득 품은 채 중얼거린다. 그리고 마음을 굳힌 채, 자신이 먼저 붉은 안개 속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한다.


"야, 메리.“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이 숲속의 마물을 전부 처리하지 않으면 언제 또 마물이 저택으로 들어올지 몰라. 그러니까 가야만 해.“


먼저 붉은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메리를 보고 만류하려던 유키르는 지금 자신이 들은 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것에 수긍하고, 함께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붉디붉은 안개 속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동안, 먼저 걸어가던 메리가 천천히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서기 시작한다.


"? 메리?“

"아... 아... 아아...“

"너 눈이..."


전신을 덜덜 떨며 뒤로 돌아선 메리의 두 눈이 새빨갛게 변해있는 것을 보고 즉시 뒤로 물러선다. 자신이 처치한 야수들과 똑같은 색의 눈으로 변해있는 것을 보자마자 떠올린 것은 '마물의 기운에 잠식당했군.'이라는 생각이기에 자신을 적대해 올 것이 분명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일단은 이 기운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위치로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이 안개를 벗어나기로 결정한다.


"으아아아!!“

"... 힘으로 네가 날 이길 수 있겠냐?“


약 10분 가량 숲 밖을 향해 뛰던 유키르는 충분히 붉은 안개에 잠식된 지역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주먹을 쥔 채 달려들어 오는 메리에게 시선을 주시한다. 그리고 달려 들어오는 메리의 머리를 꽉 쥔 주먹으로 내리친다.


"...“


단 한 번의 공격을 맞고 지면에 쓰러져버린 메리를 보며 유키르는 '일단 인간인 이상, 저 안개 안에서 멀쩡하게 버티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건가...'라고 생각하며 짧게 한숨을 내쉰 채 쓰러져있는 메리를 들춰 메고 저택의 위치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


"... 에?“

"일어났냐?“

"어? 어... 나, 어떻게 됐던 거야?"


메리가 정신을 차린 시각은 태양의 빛이 매우 강하게 내리쬐는 오후의 시각이다. 그리고 메리는 유키르가 자신을 한심하다는 듯이 보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며 질문한다.


"마물의 기운에 잠식되었었어. 다만, 잠식되자마자 곧바로 빠져나온 덕분인지 금방 깨어난 것 같긴 하지만."

"아하... 뭔가 갑자기 어지러워진다 싶더니, 정신을 잃었었는데, 그 안개가 짙은 곳에 들어가면 마물의 기운에 잠식되어 버리나 보네...“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던 메리는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정화의 나무가 말라붙어있는 것을 보고 시선을 집중한다.


"저 나무-“

"원래 임시로 피워낸 정화의 나무는 오래 못 버텨.“

"아... 응. ... 아! 그러면 저 나무를 방금 그 숲에 피워내면, 짙어진 안개로 전부 빨아들일 수 있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대답해버리는 유키르에게 잠시 할 말을 잃었던 메리는 정화의 나무로 짙어진 마물의 기운을 흡수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극히 일차원적인 질문을 전하지만, 유키르의 반응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신된다.


"빨아는 들이겠지. 하지만, 정화의 나무 하나를 피워내는 것만 해도 자연력이 상당히 소모돼. 여러 번을 연속으로 피워냈다간 내가 말라 버릴 거야.“

"아항...“


긍정의 의미를 담았지만, 다른 요인으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유키르의 대답에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인 메리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유키르는 그 안개 안에 오래 있어도 괜찮아?“

"일단 방금 상황으로 보자면, 난 괜찮은 것 같았어. 카트리스 왕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비교적 멀쩡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아마 마물의 기운에 대해 내성이 있는 것 같아.“


'확실한 건 아니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대답을 마친 유키르를 보며 메리는 입을 삐죽이 내민다. '왜 나만 정신을 잃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정신을 잃는 것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을 떠올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다.


"일단 그 붉은 안개는 인간이 들이마시면 점점 마물의 기운에 잠식당하는 것 같아.“

"그건 직접 봤으니 의심할 필요가 없지... 다만 어떻게 방지하느냐가 중요할 뿐.“

"그러니까...“


자신이 떠올린 확실한 사실을 말하는 메리지만, '그건 나도 알아.'라고 말하는 듯한 유키르의 반응에 더 할 말을 떠올리지 못한다.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며 해결책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어떤 말을 해도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


그리고 유키르가 어떤 말도 하지 않는 동안, 메리는 자신의 침대의 이불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는 것을 떠올린다. 검붉은 피에 물들어있던 이불이 아닌, 짙은 파란색과 하늘색이 어우러져있는 이불로 바뀌어있는 것을 바라본다.


"이불...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사 온 거야?“

"어. 딱히 할 것도 없길래.“

"... 그렇구나.“


무뚝뚝하고 냉정한 투로 대답하는 유키르를 보며 메리는 '역시 겉으로는 저래도 속은 따뜻하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키르는 메리의 생각은 전혀 모른 채, 현재 상황에 대한 대책 수립에 여념이 없다.


#


"즉, 조건을 정해 보자면 첫째로, 정화의 나무로 그 짙은 마물의 기운을 정화하는 것은 무조건 사용해야 해. 둘째로, 마계의 균열의 위치를 최대한 빨리 찾아내야 하고. 셋째로 마계의 균열을 유지하는 마물을 처치하는 그 순간 일단 숲에서는 벗어나는 것이 좋아.“

"...“


저택 밖. 다시 숲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하는 메리의 말에 유키르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 역시 알고 있기에 부정할 생각은 없고, 메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도 결국 서로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한 의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계의 균열의 위치를 알기 위해 나 혼자서 들어갈 테니, 넌 무슨 일이 있어도 안개 속으로 들어오지 마.“

"응... 야수가 공격해 온다면 차라리 저택 쪽으로 도망칠게.“

"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시 어떻게 대처할지 확실하게 결정을 마친 두 소년, 소녀는 서서히 숲의 심층부에 들어선다. 그리고 짙은 붉은색의 안개가 보이는 위치에 도달하자 유키르는 거침없이 짙은 붉은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


주변을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던 유키르는 어떤 야수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주위의 나무 중 가장 높에 솟은 채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음...“


나무 앞에 다다른 후 오른손을 뻗어 나무의 정중앙에 접촉시킨 유키르는 시야를 나뭇가지의 끝부분으로 옮겨 주변을 살핀다. 높은 위치에서 주변을 둘러보는 것으로 순식간에 넓은 범위를 바라보기 시작한 유키르는 1시 방향에서 공간이 갈라진 듯한 형체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다.


"저쪽인 건가...“


최대한 먼 거리로 자신의 시야를 뻗어보았음에도 마계의 균열로 의심되는 형체가 있는 위치를 명확히 볼 수 없었던 유키르는 조금 더 전진해야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더 들어가게?“

"1시 방향에 마계의 균열이 있는 것 같았어. 하지만 균열 주변의 상황이 어떤지 알 수가 없어서 조금 더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


크게 소리 내어서 묻는 메리의 말에 비슷한 성량으로 대답을 마친 유키르는 천천히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며 이동하기 시작한다. 나뭇가지로 시야를 옮긴 덕분에 주변이 안전하다는 것은 파악했지만, 자신이 잠시 못 본 사이 상황이 변해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고 있는 유키르를, 메리는 부러움을 가득 담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신이었다면 이미 정신을 잃고 마물의 기운에 잠식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


15분 정도 흐른 후, 메리가 기다리고 있던 위치로 무사히 돌아온 유키르는 자신이 알게 된 사실을 메리에게 전달한다.


"음... 송곳니와 뻐드렁니가 툭 튀어나와 있는 자그마한 붉은 악마가 있었다라...“

"주변에는 늑대와 작은 곰 같은 야수가 돌아다닐 뿐이었지만, 유달리 그 붉은 악마가 눈에 띄었어. 분명 그 악마만 처치하면 마계의 균열은 닫힐 거라고 봐.“


나뭇가지로 시야를 옮겨 원거리에서 본 것이긴 해도 자신이 직접 본 것이기에 확신을 품고 있는 유키르의 말에 메리는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인다. 지나치게 확신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주변에 보이는 것은 대부분 야수인데 그 사이에서 단 한 마리의 악마가 보인다면,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혼자서 하기에는 어려울 텐데...“

"이번에는 정화의 나무를 적당한 위치에 피워내면서 갈 거야. 거리를 계산해 보면 두 그루 정도면 그 악마가 위치한 장소까지 닿을 수 있을 테니까.“

"아항~“


정화의 나무를 통해 짙은 붉은 안개를 제거하며 가겠다는 유키르의 말에 메리는 즉시 화색을 띄우며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함께 간다면 그 붉은 악마를 처치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붉은 악마 주변에는 야수들이 자리 잡고 있어. 일단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나무 덩굴을 보내서 대부분 속박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마비의 저주를 준비해 줘.“

"응... 알겠는데... 어디 쯤에? 그 붉은 악마 주변에 마법진을 만들고 준비하면 돼?“


유키르의 지시에 메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조금 더 상세히 알아두기 위한 질문을 꺼낸다. 그 질문에 유키르는 '그것도 정해둘 필요가 있군.'이라고 생각하며 두 눈을 감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 아니. 혹시 모르는 상황에서 도주하기 위한 거니까 붉은 악마보다는, 정화의 나무 근처에 준비해 둬. 이번 공격의 목표는 붉은 악마를 처치하는 것이지, 모든 야수를 처치하는 것은 아니야."“

"알았어.“


공격의 목표를 설명한 후, 유키르는 다시 한번 앞장서서 숲속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그 뒤를 따라서 걸어가는 메리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걸음을 옮기면서도 주위를 둘러보지만, 다행스럽게도 어떠한 야수도 그녀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을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붉은 단발머리의 소녀는 녹색 머리의 소년의 뒤를 따라 계속 걸음을 옮겨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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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 어둠을 몰아내다 - 1 23.06.14 8 0 12쪽
25 25화 - 약속 23.06.14 8 0 12쪽
24 24화 – 마법사의 탑 23.06.13 7 0 13쪽
23 23화 – 어둠의 구덩이 23.06.13 6 0 12쪽
22 22화 - 목욕 23.06.11 8 0 12쪽
21 21화 - 보옥찾기 23.06.11 8 0 12쪽
20 20화 – 텐테와의 재회 23.06.10 10 0 12쪽
19 19화 – 악마의 처단 23.06.10 9 0 12쪽
» 18화 – 잠식 23.06.09 11 0 11쪽
17 17화 – 야수 학살 23.06.09 7 0 12쪽
16 16화 – 헛소문의 진실 23.06.08 9 0 12쪽
15 15화 – 혈법사 소녀 23.06.08 9 0 12쪽
14 14화 – 숲 속의 저택 23.06.07 12 0 12쪽
13 13화 – 뜻하지 않은 임무 23.06.07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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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 사막이란 무엇일까? 23.06.06 1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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