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말
서문(序文)
1_
이 글 ‘수라의 귀환’은 꽤 오래전, 그러니까 무협의 정형성에 지겨움을 느끼고 있었던 십여 년 전에 구상했던 작품입니다. 당시 많은 작가들이 무협의 색다른 흥미와 또 다른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또 직접 글로 써서 세상에 그 변형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쉽게도 나는 구상만 한 상태에서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어느덧 예전과는 전혀 다른 무협 시장에서 이 글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지금 나는 마치 신인 시절, 첫 번째 글을 세상에 내놓는 듯한 두려움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2_
사실 이 글의 원형은 무협 작가 좌백 형의 글에서 비롯됩니다.
원래 작가들은 이런저런 구상을 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쓰고 버리는데, 우연히 좌백 형이 쓰다가 만 30페이지 정도의 도입부를 읽게 되었습니다. 그 짧은 분량 안에는 기존의 무협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과 독특한 구성이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 내가 고민하고 있던 바로 그 부분과 일맥상통하고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 도입부를 폐기하려던 좌백 형을 졸라서 그 글을 얻게 되었고, 그게 ‘수라의 귀환’이라는 거대한 구상의 시발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이 글에서 독특한 재미를 느낀다면 오롯하게 좌백 형의 몫이 되는 셈이고, 만약 기대에 어긋난다면 그 원초적인 즐거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내 잘못일 겁니다.
다시 한 번 좌백 형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3_
이 ‘수라의 귀환’은 기존 무협의 세계관과는 이질적인 공간과 시간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판타지냐 하면 또 쉽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없습니다. 적어도 중세 유럽풍의 배경은 아니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주술도 나오고 괴물도 나오니 판타지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겠습니다.
이 혼란한 시대에서 사실 굳이 경계의 구분을 명확하게 지을 필요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장르와 장르의 간격을 넘나들고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이야기야 이 글 이전에도 무수히 많았으며 또 앞으로도 무수히 나올 것이니까요.
요는 즐거움이고 재미이겠습니다. 글을 읽을 때, 낯선 세계관을 접했을 때, 새로운 이야기를 보게 될 때 느끼는 흥분과 기대감, 그것에 주안점을 두고 읽는 이들을 만족시키고자 열심히 썼습니다.
4_
중언부언 말이 길어 봤자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역시 직접 보고 읽고 느끼는 게 가장 좋을 것입니다. 넋두리는 이 정도에서 끝내고 함께 새로운 시대, 세계를 향해 긴 여행을 떠나죠.
그럼 이제 시작하겠습니다.
백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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