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게임에서의 생활! (4)
" 이런 x발! 못 해먹겠네!! "
나는 지금 난동을 피우고 있다. 왜냐고? 그건 너무나도 화가나기 때문이지.
사건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리자면 나는 최근 지친 몸을 달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웬일인지 리나가 그날따라 밖을 빨리 나갔고 난 그저 집이 조용함에 감사를 보내며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꿀맛 같은 휴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 야 야! 동정! 일어나! "
" 하암... 또 뭐야 "
" 내가 널 도와줬으니 이번엔 날 좀 도와줘야겠어 "
" 뭔데? "
" 무대에 서기로 했어 "
" 뭐? 그렇지만 너 안 한다고 했잖아 "
" 생각이 바뀌었어. 무엇보다 지금 돈이 없잖아! "
" 그건 그래 "
" 넌 현실에서도 거지여서 익숙한지는 몰라도 난 아니야! 나는 돈이 없는 걸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
" 아, 네 네 그러시겠죠. "
" 그러니까 날 도와 "
" 근데 내가 뭘 할 게 있어? "
" 간단해 그냥 내 매니저가 되는 거야 "
" 매니저? "
" 그래~ 아이돌이 매니저 없이 혼자 일을 할 순 없잖아? "
" 왜 못해? "
" 아무튼 난 못해! "
" 알았다 알았어 대신 일주일간이야 "
" 뭐? 매니저가 일주일만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 그것도 많은 거야 망치 한번 휘두른 게 다면서 뭘 더 바라는 거야? "
" 이봐요, 제가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평생 이런 낡은 창고에서 매일 주먹밥을 먹으며
현실로 돌아가긴커녕 모험도 떠나지 못한다고요 알겠어요? "
" 음... 좋아 그러면 한 달! "
" 한 달? "
" 한 달이면 그래도 어느 정도 돈은 벌테고 슬슬 모험도 떠나야하니까 "
" 어쩔 수 없지 뭐 "
" 오케이 "
그렇게 리나의 매니저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덜컥 승낙해선 안됐었다.
리나에게선 매니저는 노예와 같다는 것을..
" 매니저! "
" 네~ "
" 뭐 해! 빨리빨리 안 와?! "
" 죄송합니다. "
" 죄송하면 다야? 나 목말라 마실 거 좀 줘 "
" 저기.. 바로 앞에 주스 있잖아요. "
" 싫어. 다른 거 갖다 줘 "
" 으으... "
" 뭐, 불만 있어? "
" 아, 아뇨 없습니다.. "
" 뭐 해! 빨리 갖다 달라니까? 조금 있으면 공연 시작 한단 말이야! "
" 네! 여기 있습니다~ "
" 맛없어! 이거 뭐야! "
" 야채 주스... "
" 미쳤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채소야! "
" 그걸 내가 어떻게 알.. "
" 생각하면 모르겠어? 머리는 왜 가지고 다니는 거야? 됐고, 어깨나 주물러 봐 "
" 하아... "
" 지금 한숨 쉰 거야? 한숨은 내가 쉬어야지 공연도 내가 하고 돈도 내가 벌고 어? 네가 하는 게 뭐야? 없지? "
" 네... "
" 그럼 어깨라도 주물러야지 "
" 네 그렇게 하죠. "
보다시피 나는 리나가 노예가 되어 버렸다. 리나는 나를 아주 여러 곳에 사용했다.
" 매니저~ 발 아파 주물러 줘~ "
" 네! "
" 매니저~ 조금 더운데 부채질~ "
" 네! "
" 매니저~ 팔 아파 먹여줘~ "
" 네! "
" 매니저~ 다리 아파 업어줘~ "
" 네! "
" 매니저~ "
" 네! "
" 매니저~ "
" 네! "
" 매니저~ 매니저~ "
" 네!! "
" 매니저! "
" x발!! "
" 갑자기 왜 욕을 하고 난리야! 미쳤어? "
" 그래! 미쳤다! 미칠 것 같아 아주! "
" 왜 이래? 약 먹었냐? "
" 에이 x발! 안 해 "
그동안 참고 있던 화가 화산이 폭발하듯 터져 버렸다. 그 자리에 더 있으면
리나를 정말 어떻게 할지도 몰라 뛰쳐나갔다.
곧바로 술집으로 향했다.
" 아저씨! 여기 제일 독한 걸로 한 병요! "
" 형씨 괜찮겠어? "
" 네! 빨리 주세요! "
" 자, 여깄네! "
" 감사합니다! "
꿀떡꿀떡 한잔을 가득 따라 원샷을 해버린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아니 타오른다.
마치 불꽃을 먹은 것 같다. 그리곤 불꽃이 꺼지듯이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독한 술을 마셔본 것도 처음인 것 같다.
" 형씨 무슨 일 있는가? 그렇게 독한 술을 마시고 "
" 아, 예 뭐.. "
" 하긴 살다 보면 이런 일 저런 일 있기 마련이지~ "
" 아저씨, 여자를 때리는 건 나쁜 일이겠죠? "
" 그럼 그럼~ 남자는 여자를 때리지 않는 법이지! "
" 근데 너무 때리고 싶어요. "
" 여자든 남자든 미워할 수 있네. 싫어할 수도 있고 하지만 결국 이기는 건 착한 사람이라네 "
" 그런가요? "
" 언젠가 그들은 후회를 하기 때문이지 "
" 그 여자를 만난 게 후회가 되네요. "
" 자자, 오늘은 거 하게 취하고 다 잊어보세! 모두들 형씨를 위해 건배하자고! "
" 건배! "
" 마시자! "
" 건배! "
" 가-자!! "
눈을 뜨니 집이었다.
" 으윽... "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어제 얼마나 마신 걸까 중간부터 기억이 없다.
아무래도 필름이 끊긴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집으론 온 것 같기는 하다.
어떻게 온 건지 기억에는 없지만..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옆을 보니 약 한 봉지가 놓여 있다. 그리고 쪽지도 함께 놓여 있었다. 쪽지에는 ( 약 먹고 쉬어. 난 공연 때문에 아침 일찍 나갈 거야. ) 라고 쓰여져 있다.
" 뭐야.. 리나 녀석.. "
쪽지를 보고 나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어제는 너무 심했나.. 그래 욕은 좀 심했지 나중에 사과해야겠다. '
아픈 머리를 식히러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조금 나아진 기분이다.
미안한 것도 있고 오늘은 고기를 먹어야겠다.
" 아저씨~ 고기 좀 주세요~ "
농장 주인이신 레터 아저씨께 고기를 구입하면 싸게 얻을 수 있다.
머물 곳과 최상급 품질의 고기를 싸게 주시는 아저씨는 이 세계에서 은인 같은 분이시다.
" 오호~ 오늘 무슨 날이야? "
" 아니요. 하하 어제 리나랑 좀 싸워서요. "
" 또 또 싸웠구먼~ "
" 하하.. 저희가 안 싸우는 날이 없긴 하죠. "
" 서로 좋은 말만 해도 힘든데 그래서 쓰나 "
" 네... "
" 그래, 고기라고? "
" 네! "
" 그래 좋은 놈으로 하나 주마 "
" 감사합니다! "
아저씨께 고기를 받고 리나가 돌아 오기를 기다린다. 어느덧 해가 지고 밤이 되어 간다.
리나의 발소리가 들린다.
" 으아~ 힘들어~ "
리나는 피곤 한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들어왔다.
" 뭐야 너 "
" 뭐가? "
" 왜 안 자고 있어 "
" 잠은 많이 잤어 "
" 그래? "
" 응 "
" 밥은? "
" 아직 너는? "
" 밥 먹을 시간도 없었어~ "
" 배고프겠다 내가 고기 사놨으니까 나가서 바비큐 해먹자 "
" 어쩐 일이야? "
" 뭐, 그냥 "
" 그럼 일단 나 씻고 올게 "
" 그럼 난 밖에 나가서 준비하고 있을게 "
리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난 밖으로 나가 바비큐 준비를 한다.
달궈진 그릴에 고기를 굽는다. 취이익하는 고기의 소리.
' 으아... 이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얼마 만이 던가.. '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인다.
" 뭐야 왜 또 울어? "
리나가 샤워를 끝내고 한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 본다.
" 아니, 그냥 감격스러워서 "
" 바보 같긴 "
" 이것 봐 이 황홀한 육질을 "
" 아저씨께 달라고 했어? "
" 맞아 "
" 역시~ 고기가 다르긴 달라 "
" 그렇지? "
맛있게 익어가는 고기를 둘은 한참을 바라본다.
" 야 야! 타겠어! "
" 아! "
너무 바라보다가 조금 태워 버렸다. 그래도 맛있게 익은 고기를
입에 넣는다.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 맛... 맛있다! "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살 그리고 쫀득한 비계까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다.
이렇게 맛있는 고기는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먹어 본 적이 없다.
"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
" 그러니까... 이건 정말 혁명이야 "
" 솔직히 이 게임 요리 게임으로 만들었어야 해 "
" 동감이야 "
우리는 2kg 정도의 고기를 전부 먹어 치워 버렸다. 오랜만에 폭식으로
둘은 누워서 꼼짝도 하지 못한다.
" 아.. 배불러 "
" 배가 터질 것 같아 "
" 저기.. 고마워 "
" 뭐가 "
" 어제 "
" 어제 뭐 "
" 데려다줘서 고맙다고 "
" 술도 못 마시는 주제에 무슨 술이야 너 앞으로 술 마시면 죽을 줄 알아! "
" 그리고 어제 심한 말 해서 미안 "
" 알았으면 됐어. 그리고 나도 잘한건 없지 "
" 알았으면 됐어 "
" 근데 너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
" 모르겠어. 기억이 나질 않아 "
" 그러시겠지~ "
" 무슨 일 저지른 건 아니지? "
" 글쎄~ "
" 뭐야 말해줘! "
" 앞으로 하는거 봐서~ "
" 뭐야 진짜야?! "
" 글쎄~ "
리나는 절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아니. 없는데 만들어서 날 또 곤란하게 만들지 모른다.
게임 세계에서 생활이 벌써 한달이 다 되어 간다. 하지만 아직 제자리걸음.
이제부터 앞으로 나아가 이 게임을 끝내기로 마음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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