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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이거 님의 서재입니다.

7급 별정직 저승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단이거
작품등록일 :
2019.04.01 15:55
최근연재일 :
2019.05.02 22:15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024
추천수 :
384
글자수 :
421,041

작성
19.04.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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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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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6쪽

054. 태자귀 (4)

DUMMY

들썩 들썩


팟!


내 사방을 감싼 땅이 들썩이고, 곧이어 솟구치는 반쯤 썩은 손들.


그리고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땅을 헤치며 나오는 불쾌한 모습의 무수한 사자(死者)들.


흑천 좀비 사건 때 겪었던 그 모습 그대로 좀비들이 마구 솟아나기 시작했다.


"이건...!"


"흑천에서 나왔던 좀비와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런."


김영웅이 장난처럼 말하긴 했지만, 어차피 지금 땅에서 솟아난 좀비들은 흑천 사건과 관계를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좀비 생긴 게 거기서 거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풍기는 기운을 보면 알 수 있다.


MF500으로 처리하기엔 수가 너무 많아 양손검을 꺼내 들고 주변의 좀비를 정리하며 김영웅에게 외쳤다.


"흑천에서, 처리한 두억시니는, 미끼였나, 보군요?"


"후후훗, 그땐 살짝 쇼케이스가 필요해서. 덕분에 성공적이었지."


좀비의 벽 덕분에 하유의 저격 위협에서 벗어난 김영웅은 여유롭게 말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유로운 말과 달리 그는 바닥에 바짝 엎드려 네 발로 이동하고 있었다.


솔직히, 보기에 좀 꼴사나웠다.


"...."


"젠장, 그렇게 보지 마! 내 키가 커서 좀비들 사이에 서 있으면 신하유가 노린단 말이야! 걔 왜 그렇게 끈질겨?!"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좀비들이 김영웅은 공격하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그 이유는 그가 품에 안고 있는 검은 해골 때문인 것 같았다.


"아티팩트?"


"응? 이거? 이건 반(半) 아티팩트라고 할까, 좀 특이한 두억시니라고 할까?"


"두억시니?"


나는 주위에 몰려드는 좀비를 해치우며 유심히 검은 해골을 들여다 보았는데, 두억시니라고 하기엔 너무 아이템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영웅은 친절하게도 내 의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이 녀석은 나와 거래를 해서 내 생명을 일부 받는 대가로 일대에 죽음의 공간을 만들어 주지. 이걸 유지하는 만큼 내 생명이 팍팍 깎여서 그렇지, 꽤 쓸만한 친구야."


퍽! 퍽!


그때, 나와 김영웅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좀비 중 일부가 머리가 터져 나가며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내가 김영웅과 대화하는 것을 보고 김영웅의 위치를 대충 눈치 챈 신하유가 날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틈에 양손검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김영웅에게 돌진했다.


"어이쿠, 너랑 육탄전은 사양할게."


"에잇!"


김영웅은 좀비들을 장애물처럼 이용하며 나에게서 도망쳤다.


그러면서도 신하유의 저격 각도를 계산해서 철저하게 사각으로 다니는 것이, 역시 그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이 느껴졌다.


바퀴벌레처럼 뽈뽈거리며 기어다니는 것이 보기에 좀 별로긴 했지만.


"보기 추한 거, 알아요?!"


"추하더라도 살아 남는 자가 결국엔 승리자인 법!"


도발을 날려 봤지만, 역시나 먹히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김영웅을 놓치게 생겼다.


'아!'


그때, 아까 윤혜성한테 받았다가 미처 쓰지 못했던 수류탄이 생각났다.


"흐압!"


한 번 크게 검을 휘둘러 주변을 정리한 나는 한 손으로 재빨리 수류탄을 꺼냈다.


빠르게 사용하기 위해 안전핀만 제거하고 던지면 되도록 세팅된 수류탄인데, 나는 람보 영화처럼 이로 안전핀을 뽑았다.


물론 영화는 현실과 다르고, 난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으로서 수류탄 투척 방법 정도는 제대로 배웠기 때문에 제대로 원을 그리며 안전핀을 뽑아 던졌다.


"으악!"


도망치면서도 뒤통수를 맞을까 봐 조심히 살펴보고 있던 김영웅이 허겁지겁 몸을 날렸다.


콰앙!


수류탄이 한 박자 늦게 터지고, 흙과 돌멩이 파편이 우수수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한 손으로 머리만 가리고 앞으로 돌진했다.


철컥


흙먼지 사이로 달려드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과 동시에 검을 들어 급소를 가렸다.


탕!


피슉


미처 가리지 못한 귀가 총알에 스치며 터졌지만, 화끈한 감각이 찾아들기 전에 먼지를 헤치며 양손 검을 휘둘렀다.




손에 묵직한 감각이 있었지만, 김영웅은 이미 데굴데굴 굴러 자리에서 벗어난 직후였다. 내 검은 땅에 박혔고, 김영웅은 먼지투성이로 구르며 나를 향해 권총을 조준했다.


나는 검에서 손을 놓고 달려들어 발로 권총을 걷어 찼다.


탕!


"큭!"


허공에 총을 쏜 김영웅은 손가락이 부러지며 권총을 놓쳤고, 내가 품에 있던 리볼버를 꺼내려 하자 김영웅이 몸을 일으키며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검은 해골을 휘둘렀다.


휙!


해골에 큰 위력이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저것도 두억시니고 불길한 기운을 뿌리고 있었기 때문에 피해서 한 발 물러섰다.


그 사이 몸을 일으킨 김영웅은 멀리 떨어진 권총을 한 번 흘긋 보고는 내게 물었다.


"우리 잠깐 휴전할까?"


"상여금이 말을 하네?"


"젠장."


나는 MF500을 뽑았고, 김영웅은 나를 향해 검은 해골을 집어 던졌다. 그걸 맞아 줄 이유는 없었으므로 즉시 리볼버를 쏴 요격했다.


탕!


파삭


이름값하는 MF500의 대구경 탄두에 맞은 검은 해골에 쩌저적 금이 가더니, 엄청나게 불길한 검은 연기가 뭉게뭉게 뿜어내며 허공에 떠올랐다.


-그아아아!


-으워어어어!


동시에 엄청난 수의 좀비가 몸을 일으키며 이쪽을 향해 달려들었다. 검은 연기가 좀비들을 더 강화시키는 듯, 한 마리 한 마리의 압박감이 조금 전과 또 달랐다.


나는 좀비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막고 베고 찌르며 김영웅이 어디 있는지 살폈다.


"헉, 헉, 꼴 좋다, 이 자식아!"


"그러는, 당신은!"


나는 입을 벌리고 달려드는 좀비의 주둥이에 검날을 콱 박고 뒤에서 덮치는 녀석의 인중에는 팔꿈치를 박아 넣으며 외쳤다.


"왜 쫓기고 있는 건데!"


나뿐만 아니라 김영웅도 좀비에 쫓기고 있었다. 아까 안전했던 것은 검은 해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수중에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던진 놈이나 총 쏜 놈이나 공평하게 복수하는 검은 해골이었다.


"젠장, 저 검은 해골이 얼마나 비싸고 유능한데, 더 못 쓰게 됐잖아! 몸으로 갚아라!"


"거절한다!"


날 유혹하고 싶으면 최소한 글래머 미녀는 모셔놓고 말하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악착같이 덤벼드는 좀비 때문에 그런 말을 한 여유도 없었다.


'젠장, 이러다 정말 놓치겠는데?'


김영웅은 정말 놀랍게도 저 많은 좀비들 사이에서 기고 구르며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김영웅보다 좀비 떼의 중심부에 있긴 했지만, 정말 가공할 도주 능력이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 창고에서 한재현 팀장의 기습 공격에도 결국 잡히긴 했지만, 무기도 없이 생각보다 꽤 잘 도망 다녔었지.


"하앗!"


나는 대검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주변의 좀비들을 물리쳤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 남은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저 멀리 김영웅이 도망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이 수류탄으로 저지할 수가 없었다. 당장 내가 칼 한자루로 이 좀비 떼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콰앙!


나는 꽤 가까이 수류탄을 던졌지만, 워낙 좀비의 벽이 두터워 나에겐 피해가 없었다. 오히려 수류탄 덕분에 얇아진 좀비의 벽을 돌파해서 김영웅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김영웅은 용케도 그 난리 속에서 다시 주웠는지, 손에 권총을 들고 있었다.


강체력을 믿고 몇 발은 맞아 줄 생각으로 급소만 가리고 달려드는데, 김영웅은 씨익 웃으며 내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총을 쐈다.


퍽!


"...!"


김영웅이 쏜 것은 바로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던 검은 해골.


안 그래도 금이 가 검은 연기를 풀풀 흘리던 해골이 김영웅의 권총에 맞자 텅 빈 눈에 새빨간 빛까지 뿜어내며 더욱 짙은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아아아!


이젠 땅에서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허공에서 검은 연기가 바로 좀비로 바뀌어 붉은 안광을 피워 올렸다.


다시 채워진 좀비의 벽, 떨어진 무기, 여전히 잽싸게 잘 도망치는 김영웅. 솔직히 이젠 의욕마저 떨어질 정도다.


"음화하핫! 가서 스펙터 젖이나 더 먹고 와라, 애송이!"


"그것 참 솔깃한 발언이네."


나는 주변에 있던 바위를 박차고 뛰어 올라 김영웅을 향해 힘껏 손에 쥔 검을 던졌다.


"엇!"


쐐애액!


투척용으로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워낙 크고 육중한 검이라 내가 던진 양손 검은 살벌한 기세로 김영웅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회피의 달인답게 아슬아슬하게 땅에 누우며 칼날을 피했지만, 조금 늦어 가슴과 배를 길게 베이고 말았다.


"큭, 너 죽고 나 죽자는 거야, 지금? 그런데 혼자 죽게 생겼네?"


안타깝게도 상처가 얕았는지, 김영웅은 멀쩡히 몸을 일으키며 비웃음을 날렸다.




그런데 옷이 찢어진 탓인지, 김영웅의 품에서 하얀 보자기로 감싼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 보자기 사이로 살짝 튀어나온 것은 너무나 작고 바싹 마른 아기의 손.


"앗, 안 돼!"


김영웅이 다시 수습하려 했지만, 하얀 보자기에서 순식간에 코끼리만 한 영체가 폭발하듯 튀어나왔고, 김영웅은 그 기세에 떠밀려 나가떨어졌다.


순식간에 모습을 갖춘 그것은 바로 태자귀였다.


-으아아아앙!


태자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김영웅을 비롯한 주변의 모두가 비틀거렸다. 심지어 검은 해골이 만들어낸 좀비마저 움직임이 버벅거릴 정도였다.


김영웅은 비틀거리면서도 다가가 태자귀를 진정시키려는 모습이었다.


운이 따라줘서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 김영웅이 더 태자귀에 가깝고 나는 무기도 잃고 좀비들 사이에 갇힌 신세.


"이럴 때 쓰는 게 최후의 수단이겠지."


나는 아까 수영 선배에게 받은 작은 나무 상자를 꺼내 들었다.


겉보기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상자는 마치 반지상자처럼 생겼는데, 조심스럽게 열어 보니 안에는 진주 같은 작은 구슬이 고급스러운 안감에 싸여 있었다.


그 구슬을 손에 드니, 힘이 조금 빠지는 느낌이 들면서 강렬한 빛을 뿌리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구슬이 뿜는 빛은 강렬했지만, 이상하게 눈이 부시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나만 그런 듯,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좀비들은 마치 햇빛을 처음 본 동굴 박쥐처럼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끄에에엑!


-캬아아아!


구슬의 빛이 비추는 범위에는 검은 연기가 태양 아래 눈처럼 녹아들었고, 좀비들마저 힘없이 허물어지며 땅으로 돌아갔다.


검은 해골이 마지막으로 발악을 하듯 검은 연기를 뭉클뭉클 뿜어 냈지만, 내가 구슬을 들고 다가가니 검은 연기는 지우개처럼 지워졌다.


퍼석


마침내 검은 해골마저 부서지며 최후를 맞자, 김영웅이 놀라 헐떡이며 외쳤다.


"뭐야 그건?! 완전히 사기잖아!"


나는 즉시 구슬을 들고 태자귀에게 향했고, 태자귀도 불길한 기운을 느낀 듯 전력으로 나를 밀어내려 했다.


-으아아앙!


주변의 지형지물이 들썩이고 겨우 근처까지 다가갔던 김영웅도 나동그라졌지만, 구슬의 빛이 비추는 범위 안에선 밖에 무슨 일이 있냐는 듯 평온하기만 했다.


끝내 빛이 닿자 태자귀는 불에 타는 것처럼 몸부림을 쳤는데, 태자귀가 격렬히 반항할수록 구슬의 크기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더욱 가까이 다가가 태자귀를 완전히 빛의 범위 안에 넣었고, 끝까지 반항하던 태자귀도 빛을 이기지 못하고 천천히 줄어들더니, 결국 소멸하고야 말았다.


파사삭


그리고 자기 소임을 다 마친 구슬은 빛을 잃고 모래처럼 부서졌다.


"타이밍이 환상적이네."


"허, 도대체 그건 뭐야?"


"나도 몰라요. 같이 가서 물어봅시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양손 검을 집어 들고 김영웅에게 말했다.


"아니, 사양할게. 다음에 알게 되면 가르쳐줘."


"사양은 사양합니다."


"에헤이, 넣어 둬, 넣어 둬."


너무 여유로운 김영웅의 태도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고 한마디 하려는 순간, 멀리서 헬기의 로터 음이 다가오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설마...."


투다다다다!


김영웅과 내 사이에 선을 긋는 것처럼 쏟아지는 기관총 세례.


나는 얼른 뛰어 바위 사이로 몸을 숨기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군용 헬기가 떠 있었는데, 문이 열려 있고 누군가 기관총을 잡고 있었다.


"젠장, 나도 맞을 뻔했잖아!"


김영웅은 투덜거리며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도 MF500을 쏴서 방해하려 했지만, 헬기가 내 주변에 총을 쏴대니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너무 멀어서 잘 안 보이지만, 헬기의 기관총 사수가 입은 검은 옷이 사제복처럼 보인다. 혹시 김대영이 최면으로 육군 헬기를 탈취한 건가?


팅! 팅!


뒤늦게 신하유의 지원 사격이 헬기를 쫓아냈다. 하지만 그땐 이미 김영웅이 도망친 후였고, 난 빈손으로 수영 선배와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놓쳤어요."


"신경 쓰지마. 우리도 놓쳤거든!"


들어 보니 미스 김과 이름 모를 부하 하나도 적당히 시간을 끌다 헬기의 지원을 받아 빠져 나갔다고 한다.


시간상 김영웅보다 그녀들이 먼저 빠져나갔다고 하는데, 역시 안티 히어로의 실세는 김영웅이 아니라 미스 김인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히 태자귀가 안티 히어로의 손에 떨어지는 건 막았어요."


"다행이네."


"그리고 김영웅이 쓰던 좀비를 만드는 검은 해골도 완전히 부숴버렸어요. 와, 알고 보니 흑천 사건도 김영웅이 관여한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준 그건 어떻게 됐어?"


"...여기요."


나는 혹시 몰라 상자에 도로 담아온 구슬의 잔여물을 내밀었다. 선배는 상자를 열어 보곤 보란 듯이 한숨을 폭 내쉬며 말했다.


"에휴, 아껴 쓰면 두어 번은 더 쓸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다 써버렸네."


"음, 역시 비싼 건가요?"


"비싸지."


"얼마나...?"


"글쎄, 돈으로 거래가 되는 게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


그런 말이 더 살 떨린다. 나는 혹시 변상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서 떨리는 마음으로 수영 선배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구슬 정체가 뭐예요? 두억시니들이 막 녹아내리던데, 무슨 아티펙트인가요?"


"아티펙트는 아니고... 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나? 어떻게 보면 도깨비가 만든 거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혼자 중얼거리던 수영 선배는 내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그게 사실은 흔히 말하는 부처님, 그러니까 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진신사리(眞身舍利)야."


"...."


도무지 얼만지 짐작도 안 가지만, 이름만 들어도 엄청나게 비싸 보인다.


실용성을 떠나 이름값만으로도 그런데, 실제로 두억시니들을 녹여버리는 힘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더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부처님 사리를 모셨다는 절이 꽤 있긴 하지만, 그게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팔아먹거나, 바꿔치기하거나, 애초에 옛날에 진신사리인 줄 알고 받았던 게 사기일 수도 있고."


"선배 건 진짜 진신사리였단 말이죠?"


"아닐 것 같아?"


"아니요...."


두억시니를 용광로에 들어간 얼음처럼 녹이던 그 위엄. 비록 소모성이긴 하지만, 부처님 사리쯤 돼야 그런 엄청난 위용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 귀한 걸, 아무리 수영 선배가 태자귀를 상대하는데 쓰라고 빌려준 거지만, 내 멋대로 검은 해골까지 상대하면서 다 써버리지 않았던가.


나는 진지한 얼굴로 선배의 눈을 보며 말했다.


"요즘은 콩팥을 얼마나 쳐주죠?"


"아하하! 괜찮아, 변상은 안 해도 돼. 내가 쓰라고 준 건데 뭘. 네 덕분에 얻게 된 정보도 있고."


"아니, 선배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무서운데요. 필요 없어도 변상하라고 할 사람이...."


"정 그렇게 신경 쓰이면 나중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무슨 부탁이요?"


"글쎄, 그건 필요할 때 말하고."


"콜."


뭔가 어마어마한 장난을 꾸미는 눈이었지만, 저지른 짓이 있어서 정말 웬만하면 그냥 받아줘야겠다.


"우후훗... 우후후후훗...."


"...."


진짜 괜찮을까...?


작가의말

김영웅은 원래 말로 싸웁니다. 평소 그 분야의 본좌이신 미스 김에게 혹독하게 단련을 받아서, 어지간한 상대한텐 말로 안 밀립니다. 다만 본인의 행동이 반격의 여지를 만들어 준다는 점이 안습....


오수영의 비밀 무기 중 하나가 나오자 마자 빠이빠이 했습니다. 너무 사기적인 아이템이라, 소모성으로 처리했답니다. 그런데 오수영은 저런 거 많이 가지고 있...을까요?


내일은 볼 일이 있어서 한 편만 올라올 예정입니다.

항상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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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046. 폭우 (2) +1 19.04.24 117 5 17쪽
45 045. 폭우 (1) +2 19.04.23 133 5 17쪽
44 044. 불사교 (5) +2 19.04.22 109 6 19쪽
43 043. 불사교 (4) 19.04.22 121 4 16쪽
42 042. 불사교 (3) 19.04.21 127 2 16쪽
41 041. 불사교 (2) 19.04.21 97 5 16쪽
40 040. 불사교 (1) 19.04.20 111 5 17쪽
39 039. 노크 (2) 19.04.20 98 5 13쪽
38 038. 노크 (1) 19.04.19 119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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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36. 금묘 (2) +1 19.04.17 121 7 16쪽
35 035. 금묘 (1) 19.04.17 134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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