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일단이거 님의 서재입니다.

7급 별정직 저승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단이거
작품등록일 :
2019.04.01 15:55
최근연재일 :
2019.05.02 22:15
연재수 :
58 회
조회수 :
9,042
추천수 :
384
글자수 :
421,041

작성
19.04.23 21:00
조회
134
추천
5
글자
17쪽

045. 폭우 (1)

DUMMY

청담동의 한 일식집은 모든 테이블이 각각 룸으로 되어있고, 손님이 먼저 부르기 전엔 직원이 룸에 함부로 드나들지 않으며, 음식을 내올 때도 먼저 노크를 하고 들어온다.


덕분에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일식집을 자주 찾는 편이었고, 흔히 접대 장소로 이용되곤 했다.


"...."


"...."


그런 접대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마주 앉은 두 남성의 분위기는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중년에서 이제 노년으로 접어드는 비슷한 연배의 두 사람은, 앞에 차려진 화려한 식사에도 일절 눈을 주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며 기 싸움을 펼치는 것이다.


그러던 중, 먼저 딱딱한 인상의 남자가 유려한 인상의 남자를 향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번 일은 유 선생님께 실망이 많았습니다."


"크흠, 벌써 실망이라니, 너무 성급한 말 아니오?"


"그 '심장'을 별다른 성과 없이 통으로 날려 먹었습니다. 애초에 이번 작전은 유 선생님답지 않게 너무 러프하다고 제가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내 작전은 무엇 하나 실패하지 않고 딱 맞아 들어갔소. 지금 꼴이 이상하게 된 건 이경우라는 그 인간이 특이한 이레귤러라서 그럴 뿐."


유 선생이란 자는 어이 없다는 듯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마 그 심장을 그냥 소화시킬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소?"


그들이 세운 계획은 두 가지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었다. 이경우가 심장을 흡수해 힐링 팩터를 얻을 것, 그리고 흡혈 욕구에 지배당해 미쳐 날뛸 것.


이 두 가지 예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들의 힘으로 이경우를 제압하고 실험실로 보내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에도, 이경우를 사살해 꼭두각시 육체의 전이를 지켜 본다는 복안도 있었다. 그들이 예상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다른 꼭두각시 이용자들과 분명한 차이를 보일 테니까.


"아무튼, 실패는 실패입니다. 그는 아무 손해 없이 힐링 팩터만 얻었어요."


"김 비서님은 오늘따라 조금 성급해 보이오. 아직 실패라고 단정짓긴 이르지 않겠소?"


유들유들한 유 선생의 말에 김 비서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야기했다.


"처음부터 그 작전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 심장에 들어간 정성과 노력이 얼마나 큰지, 유 선생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알다 마다."


정성과 노력은 곧 시간과 돈으로 치환된다. 그 심장을 구하고, 일개 사이비 교주를 하나 만들어 여러가지 시험을 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돈은 건실한 중견 업체 한둘 정도는 일굴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 선생은 냉철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봤자 실패작이오. 그리고 우리 주인님은 이미 들어간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고 실패작이나 품고 있을 분이 아니시지. 그런 건 그분에게 어울리지 않소."


"그건 동의합니다만, 제 말은 애초에 더욱더 요긴하게 쓸 곳이 있었을 거란 말입니다. 이번 일만 해도, 만약 이경우가 아니라 한재현이 심장을 뒤집어썼으면 어떡하려고 하셨습니까?"


"글쎄, 심장을 뒤집어쓰고도 멀쩡한 것은 이경우가 특이한 케이스기 때문이오. 만약 한재현이 뒤집어 썼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 그리고...."


유 선생의 입꼬리가 차가운 미소를 그렸다.


"난 개인적으로 한재현이 뒤집어썼어도 재미있었을 거라고 생각하오. 안 그렇소?"


"...인정하겠습니다. 저도 그 작자가 예전부터 마음에 들진 않았습니다."


둘 사이에 공감대가 이루어진 덕분인지 날 선 분위기는 조금씩 누그러들었다.


사실 둘이 기 싸움을 하는 이유도 절대적인 일인자 밑에서 조금이라도 더 큰 총애를 받고 싶은 충성 경쟁일 뿐, 어차피 같은 조직에서 같은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되고 나도 황당해서 개인적으로 손을 써 이경우란 자에 대해 심도 깊이 알아보았소. 그러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지."


"무슨...?"


"그자에 대한 정보는 조작되어 있소. 나조차 심혈을 기울여 직접 일일이 대조하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정도로 말이오."


유 선생은 이경우를 조사하며 몇 가지 수상한 사실을 눈치챘다.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이경우의 진짜 육신은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이라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렇게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사람이 끝내 사망해서 장례식을 치른 사건이 벌어졌다.


꼭두각시의 단점 중 하나가 원래 육신이 죽으면 그 순간 꼭두각시도 아무 소용없이 사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경우는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바로 이경우의 '진짜 육신'을 비슷한 조건의 다른 사람으로 조작한 것이오. 발빠르고 치밀한 대처였지만, 다행히 증거가 완전히 은폐되기 전에 내가 발견할 수 있었소."


아마 시간이 조금만 더 흘렀어도, 그리고 이경우에 대한 의문을 느끼고 자신이 직접 살펴보지 않았다면 절대로 알아차리지 못했을 만큼 치밀한 조작이었다고 유 선생은 말했다.


유 선생의 이야기를 들은 김 비서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 말씀은... 사실 이경우에겐 '진짜 육신'이라는 것이 없고, 스펙터처럼 꼭두각시 육체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말씀이십니까?"


"그럴 확률이 높지. 짐작하고 있던 바가 아니오? 비록 심장을 이용해 이경우를 손에 넣는다는 계획은 실패했으나, 덕분에 그런 정보를 얻었으니 실패라고만 볼 수는 없소."


"흐음... 스펙터는 천하에 오직 하나 뿐이었는데, 왜 이제 와서야 또...."


"원래 하나가 있으면 둘도 셋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 아니겠소. 어쨌든, 스페어로 활용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자라는 걸 알게 됐으니 다행이라 생각합시다."


"그렇군요. 이번에도 유 선생님께서 멋진 그림을 그려 주실 거라 믿겠습니다."


"하하, 당연한 말씀을. 자, 이야기도 잘 끝났으니 한잔합시다."


"이런, 음식이 다 식었군요. 새로 한 상 올려라 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손도 안 대고 음식물 쓰레기 취급을 받게 된 상 위의 음식값만 어지간한 아르바이트생의 한 달 월급이 넘었지만, 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힐링 팩터? 헐, 우리 경우 많이 컸네?"


"제가 원래 키는 선배보다 컸다 아닙니까."


"그래, 어련하시겠어. 엑스칼리버를 상시 휴대하고 계신 분인데."


"윽...!"


며칠 잠입 작전을 나갔다 온다고 하더니, 갑자기 웬 아티팩트로 능력을 얻어 온 것은 천하의 수영 선배도 놀라운 사건이었나 보다.


수영 선배마저 질린다는 얼굴로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그 눈에, 강체력에, 재생력까지... 이거 아직 노란 견장도 제대로 못 때고 있을 병아리가 갈수록 괴물이 되어가네? 너 그러다 내년 쯤 되면 혼자서 막 날아다니겠다?"


"눈으로 빔을 쏠 수 있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농담처럼 말하긴 했지만, 나 스스로도 점차 괴수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다른 선배 저승사자들에 비해 영능력에 대한 지식이나 응용력, 경험 등등 부족한 면이 많지만, 확실히 싸울 수 있는 무기는 갖춰 졌으니까.


나는 분명히 아직 미숙하지만, 무기의 강력함은 미숙함을 덮을 수 있다.


"뛰어난 검객이라면 목검으로 진검을 이길 순 있지만, 아무리 뛰어난 검객이라도 목검으로 기관총을 상대할 순 없는 거니까."


무기의 개념이 다르다. 기관총을 상대하려면, 적어도 권총 정도는 손에 있어야 기술이나 전술로 무기의 불리함을 상쇄할 수 있다.


물론 초딩처럼 소방관이랑 경찰관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도 아니고, 전투에서 내가 다른 사람보다 크게 활약할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선배 저승사자들보다 내가 강하다고 말할 순 없다.


서로의 쓸모가 다르니까. 일반 보병보다 탱크가 강력하다고 건물 내부 진압에 탱크를 투입할 순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사실은, 혜성이가 잠을 좀 잤으면 좋겠네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 며칠 전 내가 부대에 복귀한 직후 있었던 두억시니 사냥에서부터 시작된 일이다.



*



"모델 하우스는 왠지 오랜만에 오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 평소에도 자주 순찰하고 있잖아."


"잠입에 검사에 일주일 넘게 빠져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거 아니야?"


우리는 여느 때처럼 근무하고 있었고, 마침 어장으로 쓰이는 흉가 중 하나에 두억시니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곳으로 출동하며 수영 선배는 다른 조원들에게 미리 공지했다.


"경우가 재생력이 생겼으니까, 전보다 조금 더 과감하게 움직여 볼 거야. 일단 테스트를 해봐야 할 테니, 오늘은 경우 위주로 가보자."


"네."


그렇게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도착한 현장에는 두억시니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오연하게 서 있었다.


보통 두억시니는 파편의 모임으로 비틀린 관념과 기괴한 인식 때문에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번엔 특이하게도 어떤 동물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저것이 두억시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동물의 크기가 세상에 현존하면 안 되는 크기였기 때문이다.


"... 오늘은 경우 위주로 하기로 했었죠?"


"다행이다."


끄덕


"화, 화이팅!"


조원들의 애매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동물은 바로 거미.


그 흉악한 외모 때문에 거미를 해충 비슷하게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거미는 대표적인 익충이며, 사실 곤충도 아니고 절지동물이다.


물론 8개의 다리 하나하나가 내 키와 맞먹는 길이를 가진 거미를 두고 익충이니 동물이니 따질 생각은 없다만.


"...징그러워."


평소 자기가 먼저 이야기를 하는 일이 잘 없는 고유경도 감탄 아닌 감탄을 토하게 만들 만큼, 거대 거미의 위용은 놀라웠다.


8개의 다리와 8개의 눈, 검은 몸체에 짧고 빽빽한 털이 나 있는 모습은 비틀리거나 왜곡되지 않고 크기만 훨씬 크게 키웠음에도 오히려 다른 두억시니를 압도하는 비주얼이었다.


"저놈 이름은 아라고그로 할까."


"그 이름 써도 돼요?!"


참고로 아라고그는 유명한 마법학교에 다니는 마법사들 소설 원작 영화에 몇 번 출연한 적 있는 식인 거미의 이름이다.


백스테이지에서 그 이름을 쓰면서 저작권 문제를 걱정할 건 아니지만, 왜 하필 이름을 붙여도 불길하게 식인 거미 이름을 붙인단 말인가!


"화끈하게 시작하자고."


투다다다다!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연 것은 만재 형님이었다. 만재 형님은 지난 번 흑천 좀비 사태 이후로 화력의 부족을 느끼고 수영 선배와 상의한 결과, 주무장을 K2에서 K12 기관총으로 교체했다.


가벼운 무장으로 대응력을 늘리기 위해 평소 K2를 사용했지만, 영안을 가진 수영 선배에 나도 전위조로 추가된 후, 방어에서 만재 형님의 부담이 많이 덜어진 덕분이다.


물론 K3 같은 경기관총도 아니고, K12 정도 되면 들고 쏘라고 만든 물건은 아니지만, 람보 뺨치는 머슬맨 만재 형님에겐 해당 사항 없음이다.


퍽 퍽 퍽 퍽 퍽


"끼에에에엑!"


"거미는 그렇게 울지 않아!"


만재 형님의 기관총 사격에 외골격이 박살 나며 분노한 아라고그가 8개의 다리로 현란한 기동을 선보이며 돌격해왔다.


오늘 메인 탱커 역할을 맡은 내가 앞으로 나서 막았는데, 나도 오늘 처음 실전 배치된 신무기를 꺼내 들었다.


K12로 진화한 만재 형님과 달리 냉병기로 퇴보한 내 신무기는 바로 츠바이핸더. 서브컬처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가진 독일제 양손 대검이다.


"합!"


서걱


힘차게 휘두른 양손검에 걸린 아라고그의 다리가 짚단처럼 썰려 나갔다.


"어떠냐, 160만원의 맛이!"


의외로 비싸더라... 사실 나는 전투용 장비라고 제0사단에서 50% 보조를 받아서 80만원 정도에 살 수 있었지만, 그래도 비싸다는 생각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처음 이 검의 가격표를 받아 들고 깜짝 놀랐다.


'제철소에서 나온 철판이나 잘라서 만든 주제에 엄청 비싸...!'


물론 현대의 제강 능력은 엄청나게 발전해서 과거의 장인이랍시고 울끈불끈한 아저씨가 대장간에서 망치로 뚱땅거리는 것보다 확연하게 우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말 그대로 제철소에서 나온 철판을 잘라 그라인더로 날만 세워도, 그걸 과거로 들고 가면 절세신검이 나타났다고 전국에 소문이 날 정도.


'현실은 미국의 배 나온 아저씨가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제품이다만....'


츠바이핸더는 칼자루 위에 또 칼자루가 있는 것처럼 생긴 특이한 형태의 대검으로, 내건 칼자루 윗부분인 리카소에 가죽을 감아 진짜 손잡이처럼 쓸 수 있게 만든 물건이다.


내 키보다 조금 더 긴 길인데, 전체 길이중 손잡이 길이만 40%에 육박할 정도고, 무게는 5kg으로 실제 대검보다 조금 더 무거운 편.


"확실히 공격 옵션이 다양해지니 이런 점은 좋네.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상대해!"


"넵!"


만재 형님이 중기관총을 장비한 덕분에 다시 나도 화력에 대한 부담이 줄었고, 강체력과 재생력의 콤보를 갖추게 되면서 근접전 능력은 더 향상되었다.


총과 칼만 놓고 보면 당연히 총의 화력이 우수하겠지만, 아무리 강력해도 점의 공격인 총에 비하여 선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칼의 유리함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 있다.


방금처럼 거대한 거미의 다리를 잘라버리려면 총으론 엄청난 집중 사격을 가해야 하지만, 대검을 쓰니 이미 보여줬던 것처럼 칼질 한 방으로 썰어버리지 않았던가.


서걱 서걱




난 멈추지 않고 아르고그의 주변을 돌며 주로 다리를 노렸다. 왼쪽 다리들을 집중적으로 노린 덕분에 남은 다리로 거대한 몸을 지탱할 수 없었던 아르고그가 땅바닥을 굴렀다.


물론 아르고그가 일방적으로 공격만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게 잘린 다리 말고도 아르고그에겐 많은 다리가 있었고, 피한다고 피했지만 완벽히 피할 순 없어 몇 대다 그 다리에 얻어맞아야 했다.


아르고그의 발끝은 뾰족해 마치 몸에 8개의 창을 달고 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요. 회복했어요. 다시 해 볼게요."


전투에서 착용하는 방검복은 거의 몸통만 보호하는 조끼 형태다. 팔까지 커버되는 것도 있지만, 그런 건 너무 불편해서 움직이면서 싸우는 것에 방해가 된다.


손과 팔을 따로 보호하는 장비도 있지만, 이것 역시 아무래도 활동성과 방어력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키긴 어렵다.


하지만 나는 강체력이 있었고, 아라고그의 공격은 방어구와 내 강체력에 막혀서 생채기 수준의 상처밖에 낼 수 없었다.


"하앗!"


서걱


다시 집요하게 왼쪽 다리만 노리며 아라고그의 뒤쪽으로 돌아 들어갔다. 아라고그 역시 빠르게 상처를 회복하긴 하지만, 다리가 완전히 잘려나간 상처마저 순식간에 회복하긴 힘들었다.


우리가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리도 없었고. 나는 아라고그가 편안하게 회복하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다리를 노렸다.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놓고 기관총으로 데미지를 넣으니 제아무리 두억시니라도 견딜 재간이 없었다.


중간에 아라고그가 최후의 발악으로 거미줄을 뿜어내 잠깐 위기가 있었지만, 고유경이 화염 방사로 거미줄을 불태워버리며 아라고그 사냥은 비교적 싱겁게 끝났다.


"와, 육탄전이 되니까, 사냥이 이렇게 간단하네?"


"반성할 점이야 차고 넘치지만, 앞으로 차차 고쳐나가면 되겠지."


아라고그와 상성이 좋았던 탓도 있지만, 확실히 공격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우리 조 전체의 파괴력이 한층 강력해진 느낌은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예전에 육탄전을 극도로 회피했던 것은, 육탄전이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장비를 착용하고 영안으로 적의 공격을 최대한 회피하며, 강체력까지 사용했는데도 몇 번이나 상처를 입지 않았던가.


"애초에 근거리에서 적의 모든 공격을 피하는 건 일본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지."


생채기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작게라도 상처를 낼 수 있다는 말은 어쨌든 내 방어를 뚫을 힘과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상처가 쌓이거나 자칫 잘못해서 급소를 당하면 전투 불능에 빠질 수도 있다.


내가 이번에 그동안 수영 선배에게 훈련만 받았던 날붙이를 들고 실전에 투입될 수 있었던 것은, 어지간히 다치더라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영안, 강체력, 거기에 재생력까지 있으니 웬만해선 안 죽을 것 같아서 수영 선배가 내 육탄전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 부대에서 냉병기를 실전용 주무장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한재현 팀장을 포함해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다.


"이로써 적의 시선을 끌면서도 자체 생존이 가능한 완벽한 고기 방패가 완성되었군."


"만재의 무장을 기관총으로 바꿔서 화력도 올라갔는데, 경우가 앞에서 시선을 잡아 주니 안정성도 떨어지지 않았어. 느낌이 좋은데?"


"그, 그런가요...?"


각자 오늘 사냥에 대해 즐거운 느낌으로 떠드는데, 그중 유일하게 표정이 어색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오늘 폭탄 한 번 던져 본 적이 없는 윤혜성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글은 예약을 걸어 놓은 글인데, 오늘 안으로 한 편을 더 올릴 수 있을진 아직 모르겠습니다. 저희 문중의 문장 어르신이 돌아가셨는데, 외지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근처에 있으니 한 번 들려야 할 것 같아서요.

 생각보다 빨리 오면 쓰던 것 마무리해서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 텐데, 늦게 오면 그냥 내일 올릴 테니 혹시 기다리시진 마세요.


 비축분이 없으니 이렇게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루에 한 편은 날아가는데, 제가 셀프 깡통을 하던지 연재 방법을 조정하던지 뭔가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항상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7급 별정직 저승사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 예정이 많이 늦어져 사과 말씀 드립니다 +7 19.05.24 279 0 -
공지 리메이크에 들어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1 19.05.03 118 0 -
공지 인사 & 연재주기 +1 19.04.01 197 0 -
58 058. 특무대 (2) +1 19.05.02 149 6 15쪽
57 057. 특무대 (1) +1 19.05.01 99 4 15쪽
56 056. 귀수산 (2) 19.04.30 88 6 15쪽
55 055. 귀수산 (1) +1 19.04.29 129 5 16쪽
54 054. 태자귀 (4) +1 19.04.28 111 5 16쪽
53 053. 태자귀 (3) 19.04.28 115 2 15쪽
52 052. 태자귀 (2) +1 19.04.27 168 5 14쪽
51 051. 태자귀 (1) 19.04.27 125 5 16쪽
50 050. 정리 (2) +1 19.04.26 118 7 16쪽
49 049. 정리 (1) +1 19.04.26 104 6 16쪽
48 048. 폭우 (4) +1 19.04.25 119 4 16쪽
47 047. 폭우 (3) +1 19.04.24 119 4 15쪽
46 046. 폭우 (2) +1 19.04.24 119 5 17쪽
» 045. 폭우 (1) +2 19.04.23 135 5 17쪽
44 044. 불사교 (5) +2 19.04.22 110 6 19쪽
43 043. 불사교 (4) 19.04.22 122 4 16쪽
42 042. 불사교 (3) 19.04.21 128 2 16쪽
41 041. 불사교 (2) 19.04.21 98 5 16쪽
40 040. 불사교 (1) 19.04.20 112 5 17쪽
39 039. 노크 (2) 19.04.20 99 5 13쪽
38 038. 노크 (1) 19.04.19 120 6 16쪽
37 037. 금묘 (3) +3 19.04.18 131 8 20쪽
36 036. 금묘 (2) +1 19.04.17 122 7 16쪽
35 035. 금묘 (1) 19.04.17 135 7 16쪽
34 034. 손말명 (4) +1 19.04.16 119 8 15쪽
33 033. 손말명 (3) +1 19.04.16 115 7 17쪽
32 032. 손말명 (2) 19.04.15 111 6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