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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이거 님의 서재입니다.

7급 별정직 저승사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일단이거
작품등록일 :
2019.04.01 15:55
최근연재일 :
2019.05.02 22:15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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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5
추천수 :
384
글자수 :
421,041

작성
19.04.2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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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046. 폭우 (2)

DUMMY

기본적으로 저승사자들의 전술은 히트 앤 런이다.


현대의 화기는 우수한 사거리와 파괴력을 자랑하고, 반대로 인간의 몸은 두억시니의 괴력 앞에선 촛농처럼 무르다.


당연히 기본적으로 두억시니와 거리를 두는 전투 스타일을 사용할 수밖에 없고, 가끔 두억시니가 돌격해서 맞붙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전위조가 막아내고 다시 거리를 벌린다.


"이런 형태에선 윤혜성의 폭탄을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 윤혜성의 폭탄은 아군을 가리지 않지만, 어차피 아군은 최대한 두억시니와 거리를 두는 것이 기본적인 움직임이니까."


"그런데 제가 칼을 들고 앞에서 설치니, 혜성이가 활약할 공간이 줄어들었단 말이죠."


윤혜성의 폭탄은 강력한 만큼 아군도 휘말리기가 쉽다. 더군다나 원래 혜성이는 고유경과 포지션이 겹치는 부분이 있었고, 만재 형님의 화력 업그레이드로 데미지 딜링 비율까지 줄어들게 생겼다.


그렇다고 전투가 애들 소꿉놀이도 아니고, 혜성이 지분을 챙겨주겠다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을 봉인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덕분에 내가 앞으로 나서는 진형 훈련이 진행될수록 혜성이 위치가 어정쩡해지는 것이다.


"혜성이가 아무리 어려 보인다고 해도 진짜 어린애도 아니고, 우리가 그런 것까지 일일이 챙겨줄 필요는 없겠지만...."


"또 신경을 안 쓸 수는 없단 말이지."


윤혜성, 이 녀석은 기본적으로 너무 착하고 성실하다.


본인의 재능이 부족해 필사적인 노력으로 지금에 이르렀고, 그것도 모자라 비슷한 포지션의 천부적인 재능을 소유한 고유경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며 항상 정진하는 녀석이다.


그런데 포지션은 다르지만, 후배라고 할 수 있는 내가 갑자기 기연을 만나 급성장하면서 자기 설 곳을 밀어내고 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솔직히... 제가 훈련을 불성실하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엄청나게 필사적으로 수련하고 그런 건 또 아니란 말이죠."


"너도 따지자면 베짱이과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개미과라고 보기에도 애매한 건 사실이긴 하지."


그리고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윤혜성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개미과의 대표로 항상 개인 기량 향상에 힘쓰며 연구하고 고민하는 윤혜성이, 연습 같은 건 대충 하는데 재능빨(윤혜성의 시각에서)로 강체력을 깨우치고, 운빨로 재생력을 얻는 걸 봤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일까?


"나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다음 달 카드 값이 걱정인데, 아버지 빽으로 취직해 대충 일하던 친구는 심심풀이로 산 로또가 1등에 당첨돼서 스포츠카 몰고 다니는 걸 보는 기분?"


"쓸데없이 디테일하네요."


아무튼, 안 그래도 자신의 재능에 열등감이 있고 동시에 천재들에 대한 도전 의식이 있는 윤혜성이 봤을 때 나 같은 인간을 보면 당연히 질투가 폭발할 수밖에 없다.


운밖에 없는 인간이라 비아냥거려도 나조차 고개를 끄덕일 상황.


하지만 이 쓸데없이 착한 놈은, 비록 첫 만남은 조금 삐걱거렸지만, 이미 친구가 된 악우의 행운에 질투나 불태우고 있을 놈이 아니었다.


'더 연구하고, 더 노력해서 나 자신의 능력을 끌어올려야 해!'


이것이 눈에 빤히 보이는 윤혜성의 다짐이었고, 동시에 나와 다른 조원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윤혜성을 바라보는 이유였다.


이미 평소에도 개인 기량 발전에 가장 힘을 쏟는 인간 중 하나가 윤혜성이다. 그런 그가 더욱 노력하려면, 더욱더 많은 시간을 연구에 쏟아야 한다면, 무슨 시간을 끌어 써야겠는가?


"야, 괜찮냐? 잠은 좀 자고 있어?"


"응... 잠깐 눈 좀 붙이고 왔어."


순찰을 돌 때도 꾸벅꾸벅 졸다가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뭔가 연구를 하듯 노트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리고, 다시 졸다가 깨서 중얼거리길 반복하는 윤혜성.


아직 전투 중에 졸거나 하는 사건은 없었지만, 조만간 무슨 일이 하나 터져도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견딜 수가 없었다.


덧붙여 그런 꼴을 지켜보는 고유경의 시선 압박도 장난이 아니었다.


"......"


"아니, 솔직히 윤혜성이 어린애도 아니고...."


"......"


"내가 뭐 할 수 있는 일이 있나? 본인이 해결할 문제인 것 같은데?"


"......"


"...수영 선배랑 이야기를 해 볼게."


끄덕


아무런 말도 없이 지그시 시선으로 압박하는 고유경은,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그래서 결국, 나는 수영 선배와 윤혜성 구제 회의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윤혜성이 잠을 좀 잤으면 좋겠어요. 그녀석, 조만간 무슨 사고를 쳐도 한번 칠 것 같은데."


"눈밑에 다크 서클이 장난 아니긴 하더라."


단순히 잠을 잤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당장 시급한 것은 녀석의 컨디션 회복이었다.


"푹 재우면 그걸로 OK? 그렇다면 방법이 있긴 한데."


"...일반적으로 기절은 수면의 범주에 들지 않아요."


"어머, 유감."


진짜 기절시킬 생각이었나... 뭐, 아무리 방구석 폐인인 윤혜성이라도 수영 선배라면 어떻게든 꾀어서 매트 위에 올릴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설사 그런 방법을 쓰더라도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의외의 손님이 찾아왔다.


"제 손님이라면서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혜성이 손님 같은데요?"


"네 손님 맞아. 혜성일 통해서 너한테 접촉하려 하는 중이거든."


"누가요?"


"있어, 용이 되지 못하고 늙어버린 이무기 같은 영감."


나는 선배의 아리송한 말 대신 휴게실에서 마주 앉아 있는 두 남자에게 집중했다.


한 명은 윤혜성이고, 다른 한 명은 윤혜성이 나이를 스무살 쯤더 먹으면 저런 외모가 되지 않을까 싶은 훤칠한 키의 청년이었다.


거의 삼촌뻘로 보이지만, 윤혜성의 어려 보이는 얼굴을 감안하면 나이 차는 열 살 내외 정도. 하지만 윤혜성은 집안의 어려운 어른을 만나는 것 같은 태도를 하고 있었다.


"듣자 하니 그 소문의 신예가 너와 동갑인 모양이더구나."


"예...."


"같은 조원이고 나이도 같으니, 제법 친하겠지?"


"네."


"훗, 핏줄은 못 속인다고 하더니, 유망한 사람한테 알랑거려 호감을 얻어내는 건 네 어미를 쏙 빼닮았구나."


"...."


"동갑인 네 친구도 슬슬 사방에서 이름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너는 어찌 저승사자가 되고 난 후에는 별다른 소식이 없느냐."


"...제가 부족해서...."


"부족하고 부족하지. 윤 씨 성을 받았으면,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할 텐데, 후... 아버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녀석에게...."


얼핏 들리는 대화만으로도 상황이 대충 짐작은 간다. 아마 가정사가 좀 복잡한 모양인데, 외부인이 끼어들기엔 애매한 상황이 아닐까.


일단 수영 선배에게 먼저 물어보았다.


"혹시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대해야 할 거물인가요?"


"그냥 예의를 갖춰서 정중하게 대해야 할 거물이 되고 싶은 철부지."


난 예전에 윤혜성이 그의 집안에 대해 이야기했던 걸 떠올리며 물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까, 그 잘난 윤가의 자손 같은데, 저 정도로 재수 없으려면 후계자 정도의 위치에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후계자 중 하나긴 해. 그리고 경쟁자들을 제치려고 주변의 인맥을 두텁게 다지고 다니는 모양인데, 불쌍하네."


"왜요?"


"후계자고 뭐고, 진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놈이면 윤가의 늙은이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줄 짐작은 할 수 있을 텐데, 저러고 돌아다니는 걸 보면 아무 것도 모르나 봐."


"아무튼, 제가 알아서 길 필요는 없는 사람이라 이거지요?"


"뭐, 그렇지? 아, 참고로 쟨 나 여기 없는 줄 알고 온 거니까, 있다고 말해주면 안 돼?"


나는 선배에게 들어야 할 정보는 다 들은 후 이제 막 도착한 척을 하며 휴게실에 있는 두 사람에게 향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절 찾으셨다고요?"


"갑자기 찾아 왔으니 내가 이해하지. 거기 앉게."


초면에 반말은 둘째치고, 말투 자체가 거만하기 짝이 없다. 전형적인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는 타입의 인간이었다.


나는 그의 맞은 편에 앉으며 윤혜성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 분은 누구셔?"


"그게, 형님...."


"이복 형이다."


윤혜성이 자신을 형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그는 턱짓으로 윤혜성을 가리키며 굳이 어머니가 다름을 강조하듯 말했다.


초면에 그런 복잡한 가정사는 왜 자랑하나 싶었지만, 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대답했다.


"만나서 반가워요, 복형 씨. 이름이 조금 독특하시네요."


"...윤대성이다. 그 녀석과 같은 아버지를 두고 있지."


"아, 실례. 제가 말귀가 좀 어두워서... 그런데 무슨 일로 절 보자고 하셨는지?"


잠깐 미간을 찌푸렸던 윤대성이지만, 이내 별일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원래대로 표정을 돌리며 말했다.


"요즘 들리는 이야기가 많아서 확인차 들렀다. 듣자 하니 외부인 출신이라고?"


"네. 덕분에 동생 분에겐 신세를 많이 지고 있지요. 신기하고 궁금한 게 너무 많더라고요."


"흠, 마침 잘 됐군. 곧 내 숙부의 회갑연이 있을 예정인데, 너도 와서 밥이나 먹고 가거라. 그 자리엔 많은 선배와 동료 저승사자들이 참석할 테니,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을 거다."


윤가의 잔치에 와서 자기 병풍 겸 이야깃거리가 되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내 숙부'라니, 웬만하면 관성적으로 '우리 숙부'라고 할 만도 한데, 절대로 윤혜성과 한 데 묶이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마저 느껴지는 어휘 선택이다.


"아, 그렇군요. 제 가장 친한 친구인 혜성이의 형님이 하시는 말씀이니,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꼭 참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동생의 인맥 덕을 보러 온 주제에 자꾸 동생을 무시하지 말라는 가시를 박아서 던진 말이었다.


윤대성도 그걸 느꼈는지 눈썹이 살짝 꿈틀하더니, 그래도 자존심 때문에 부탁조로 말하는 건 싫었던지 별거 아니란 투로 말했다.


"일이 너무 바쁘면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네 손해지, 내가 손해 보는 일은 아니니까."


그리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선 윤대성은 시계를 흘끗 보며 말했다.


"그만 가봐야겠군. 그리고 너, 네게 했던 제안은 다시는 못 올 기회니, 너도 머리가 있다면 현명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내가 오기 전 혜성이에게 뭔가 제안을 한 것이 있었던 모양인지, 그걸 상기키며 끝까지 차갑게 말하고 돌아서는 윤대성이었다.


"어머, 이게 누구야? 우리 울보 대성이 아니야?"


그렇게 차가운 모습으로 사라지려 했던 윤대성이었지만, 나가는 길에 여전히 매복하고 있던 수영 선배에게 걸리니 당황하는 모습을 감출 수 없었다.


"스, 스펙터? 부대에 계셨습니까?"


"여기까지 와서 나도 안 보고 그냥 가려고 했어? 내가 어렸을 때 널 얼마나 예뻐해줬는데."


"크흠, 저도 이제 다 큰 성인이니...."


"아직도 그때 생각이 나네. 날 처음 본 날 네가 무섭다고 너무 울어가지고 다음에 갈 때는 예쁜 여자 몸으로 갔더니, 그때 네가 뭐라고 했더라?"


"어린 시절의 일을 자꾸 그렇게...."


"누나랑 커서 결혼하고 싶다고 그랬던가?"


"...."


"그런데 요즘은 왜 이렇게 쌀쌀맞은지, 크면서 이상형이 변했나? 아니면 네가 저승사자 일을 할 때 합동 작전에서...."


"제, 제가 오늘은 좀 바빠서!!"


"에이, 오랜만에 왔는데 이야기나 좀 나누고 가. 아, 맞다. 그때 너도 본 적 있는 다른 동료들도 여기 몇 명 있거든! 우리 같이 추억의 이야기를 꽃피워 보자꾸나!"


윤대성은 수영 선배의 손에 질질 끌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치 자신의 운명을 알고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발걸음이었다.


역시 수영 선배... 자신의 어린 시절 흑역사를 모두 알고 있는 인물에 의한 강제 흑역사 앨범 오픈 이벤트라니, 생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감히 우리 조의 마스코트인 혜성일 건드리니 그런 꼴을 당하는 거다.


"음, 좀 예의 바르게 대하는 편이 좋았으려나?"


"아니야, 고마워...."


"고맙긴. 친구 형 앞에서 싸가지만 부렸는데."


그리 사이가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가정사는 역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문제다. 겉으로 보이는 단락만 놓고 윤혜성에게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윤혜성은 뭔가 홀가분해진 얼굴로 살짝 웃으며 내게 말했다.


"그래서 더 고마워. 고민할 필요도 없어졌거든."


"뭐가?"


"그런게 있어."


피식 웃으며 더 이상 말해주지 않고 자기 연구실로 향하는 윤혜성.


요즘 왜이렇게 의미심장하게 말을 줄이는 사람들이 많은 거지? 부대 내에서 '화법 : 의미심장하게 말하기 편' 같은 책이 유행하기라도 하는 건가?


하지만 내 궁금증은 금방 수영 선배에 의해 해결되었다.


"혜성이 어머니는 예전에 돌아가셨는데, 짐작하는 것처럼 윤대성의 아버지의 첩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현재 윤가의 가주는 윤대성의 할아버지로, 제0사단에서 윤가가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해 보면 윤대성은 재벌 3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니 그렇게 거만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고. 내가 예전에 윤혜성이 그 윤가 소속이란 걸 알고 재벌 2세니 어쩌니 한 적이 있었는데, 따지고 보면 그 말이 그리 틀린 말도 아니었던 것이다.


아무튼, 조선시대도 아니고 현대에 무슨 첩이냐 할 수도 있지만, 윤대성과 혜성의 아버지는 재벌 2세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니, 첩 같은 게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원래 혜성이 어머니가 윤대성 어머니랑 친구 사이였거든? 윤대성 엄마의 입장에선 황당한 거지. 친구가 갑자기 남편 아들을 낳아 왔으니."


"글쎄요, 자세한 사정은 당사자들이 아니면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아버지란 남자가 제일 쓰레기 같은데요."


"맞아. 걔가 원래 바람기가 심했어. 아무튼, 그냥 첩을 데려와도 빡칠 텐데 친구라고 생각했던 애가 남편이랑 바람을 피웠으니, 얼마나 화가 나겠어? 그런데 남편은 화풀이하기에 만만한 상대가 아니거든?"


"...애꿎은 혜성이네만 죽어났겠네요."


"불행하게도 혜성이 아버지란 작자가 그리 책임감이 강한 인간은 아니었거든. 그래서 혜성이네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혼자 남을 혜성이가 걱정돼서 윤가에 입적을 부탁한 거야."


"그리 좋은 대접을 받을 것 같진 않은데요."


"그렇긴 한데, 그래도 윤가가 이쪽에선 이름난 명가거든. 거기 영감 프라이드가 장난이 아니라서, 일단 윤 씨 성을 받으면 함부로 손을 대지도 못하고 교육도 높은 수준으로 받을 수 있어. 말로 쪼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어머니의 입장에선 궁여지책이었겠네요."


"그런데 혜성이가 봤을 땐, 자기가 윤가에서 인정받는 것이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란 말이야. 그렇게 볼 수도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항상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연구하는 거였군요."


혜성이의 속사정을 알게 된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영 선배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런 혜성이의 개인사를 저한테 다 말해줘도 괜찮아요?"


"지도 궁금해서 들을 건 다 들어놓고 책임 전가하는 것 좀 봐? 뭐, 어차피 개인사긴 한데, 이게 또 너랑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 안 할 수가 있어야지."


"저랑 관련이 있다고요?"


"아까 윤대성이 다녀갔을 때, 혜성이한테 뭔가 제안을 했거든? 그게 무슨 내용일 것 같아?"


"글쎄요."


"혜성이가 그쪽 집에 바라는 건 하나밖에 없어. 자신과 어머니가 정식으로 인정 받는 것. 그걸 질색할 윤대성이 직접 와서 혜성이에게 제안을 건넸다는 건, 그만큼 큰 이권이 걸린 이야기란 말이야."


"그 큰 이권이 저란 말인가요?"


"네가 힐링 팩터 능력을 주는 아티팩트를 얻고, 그 직후에 윤대성이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던 '이경우의 가장 친한 친구 윤혜성'이 혹할 수 밖에 없는 제안을 하는데, 이게 과연 그냥 우연일까?"


선배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원래 흡혈귀의 심장은 하자가 있는 물건이고, 그나마도 이미 여의주가 다 소화해버렸지만, 외부에서 보면 내가 유용한 아티팩트의 소유자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아티팩트는 아무리 콧대 높은 가문이라도 이 벡스테이지의 인물이라면 욕심내지 않을 수가 없는 물건이다.


"그러니까 조심하란 말이야. 친구라고 무작정 믿을 순 없다는 사실, 너도 알고 있겠지?"


"음...알았어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이상하게도 별로 걱정 되진 않았다.


작가의말

왠지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뒷배경을 가진 윤혜성이었습니다.

본문 중에 화술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제 친형이 그런 자기개발서 종류를 많이 읽어서 화법 책도 사 온 적이 있습니다.

 전 판타지만 보기에도 바빠서 그런 건 안 읽었는데, 그날 형이 저에게 어떻게 말을 하는지만 봐도 아, 오늘은 ‘상대의 말에 공감을 표하기’를 읽엇구나, 오늘은 ‘부드러운 설득의 방법’을 읽었구나, 이런 생각을 속으로 할 정도로 티가 다 났습니다.

 솔직히 티가 나긴 하는데, 듣고 있는 게 재밌어서 말해주진 않았습니다. 형제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한 시간 정도 있다가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그동안 낮과 밤에 나눠서 올렸는데, 당분간 2편을 올리더라도 그냥 한 시간 간격으로 몰아서 올릴 생각입니다.


 항상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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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7. 폭우 (3) +1 19.04.24 119 4 15쪽
» 046. 폭우 (2) +1 19.04.24 118 5 17쪽
45 045. 폭우 (1) +2 19.04.23 133 5 17쪽
44 044. 불사교 (5) +2 19.04.22 109 6 19쪽
43 043. 불사교 (4) 19.04.22 121 4 16쪽
42 042. 불사교 (3) 19.04.21 127 2 16쪽
41 041. 불사교 (2) 19.04.21 97 5 16쪽
40 040. 불사교 (1) 19.04.20 111 5 17쪽
39 039. 노크 (2) 19.04.20 9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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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035. 금묘 (1) 19.04.17 134 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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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2. 손말명 (2) 19.04.15 110 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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