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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님의 서재입니다.

공간을 거스르는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prinsilk
작품등록일 :
2019.04.01 23:44
최근연재일 :
2019.04.10 01:05
연재수 :
4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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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21,339

작성
19.04.10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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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활을 만들다

DUMMY

자연만을 놓고 본다면 더 없이 환상적인 공간 이었다.

그동안 머리를 어지럽히던 것은 지긋지긋한 환경문제 였던가 싶도록 아침에 일어나자 머릿속이 더없이 맑았다.


딴지 걸지말자.. 고민꺼리가 사라져서 인거 나도 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 좋은 아침 이네요. ”

“ ...... ”


까탈스럽기는.. 나의 밝은 아침인사에 냉랭한 분위기라니.

나는 출근하지 않는 아침이 이렇게나 아름다울수 있는가에 대하여 만족하며 걸음을 옮겼다.

콧노래가 절로나오고 그에 맞춰 걸음은 건들거렸지만 남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았다.


“ 좋은 아침이에요. ”

“ ... 네? 좋은.. 아침... 이죠.. ”


다음 마주친 사람은 아마도 최수환 이라는 이름을 가진 천체물리학자 였다.

그는 나의 인사에 우물쭈물 하더니 쓴웃음과 함께 다가왔다.


“ 지금까지 주무셨나 보네요. 여긴 딱히 밤이란 것이 없어요. ”

“ 이런이런.. 직장 상사도.. 출근도 없는 천국에 밤이 없다니.. 정말 안타깝군요. ”

“ 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

“ 그럼 날짜는 어떻게 계산하죠? ”

“ 다행스럽게도 저기 보이시는 중간쯤 밝은 항성이 대략 24시간 기준으로 돌고 있습니다. ”

“ 아.. 그럼 저 별이 시계군요. ”

“ 네.. 그렇죠. ”


6개의 태양중 하나가 시계라는 말에 다시한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6개의 태양이 뭐하나 다를 것 없이 비슷비슷해 보였다.


“ 그런데.. 태양은 원래 하나 아니에요? 어떻게 여러개가 떠 있을수 있죠? ”

“ 훔.. 그게.. 우리 태양계에서 목성이 조금만 컸다면 또다른 항성이 되었을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신적 있죠? ”

“ 아~ 그 이야기요? ”


당연히 들어본적이 없었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겠는가?


“ 그것과 비슷한 것입니다. 여긴 중간크기의 항성이 몇 개나 있는데다가 바로 근쳐에 또다른 천체가 있어 간섭이 생기는 거죠 ”

“ 네 알겠습니다. ”


더 이상 복잡한 이야기를 듣고 싶진 않았다.

여긴 천국인데.. 저런 시끄러운 이과가 내 머릿속을 헤집을 필요는 없었다.


“ 지금 시간이.. 지구로는 대략... 오후 8시 정도 되었군요. ”

“ 아.. 그럼 저녁시간 이군요. ”

“ 네.. 그럼 좋은 아침이란 인사는 좀 자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

“ 하하하핫 ”


농담이 아니었던가? 이 삭막한 이과놈은 나의 유쾌한 웃음에 함께하기 보다는 인사만 꾸벅하고는 걸어가 버렸다.


뭐 상관없었다. 나의 관심사는 저런 삭막하고 우락부락한 남자놈은 아니었으니까.


나는 곧장 기억을 더듬어 최지은 씨를 보았던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겨갔다.

푹신한 바닥을 밟고 걸어가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금방 그녀를 발견했었던 장소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리고 작은 밭을 일구고 있는 지은씨를 볼수 있었다.


“ 좋은 아치.... 은 아니고.. 안녕하세요. 지은씨. ”

“ 아... 안녕하세요. ”


지은씨의 눈부신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휴~ 하얀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있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숙이고 있던 몸을 일으키고는 심어놓은 농작물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서 걸어나왔다.


“ 다치신 곳은 괜찮으세요? ”

“ 괜찮아요. 말씀 안하셨으면 다친것도 모를뻔 했네요. 하하하핫 ”

“ 그럴리가요.. ”


지은씨는 빙그레 웃으며 약간 고개를 갸웃하며 내 부러진 왼손을 쳐다보았다.

그래 내 왼손.. 부목을 잘 대어 놓은 것 외에도 마을의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이 효과가 좋았다.

어쩌면 그냥 진통제 일수도 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 식사는 하셨어요? 여기 있다보니까 시간을 모르겠더라구요. ”

“ 저도 처음에는 그랬어요. 언제나 낮이니까요. ”

“ 그러게요. 그런 밝음 속에서도 지은씨는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시네요. ”

“ 네?? ”


으.. 내가 무슨말을 한거지? 눈이 커다랗게 커져서 나를 쳐다보는 지은씨의 모습에 정신이 들었는지 부끄러움이 앞섰다.

아니아니..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말을 하겠는가?

난 두 번사는거니까.. 상관없다. 나 아는 사람도 없구 말야.


나는 용기를 내어 살인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하면 미소에 매력을 더할까? 입을 살짝벌리고 윗니를 들어냈다.


지은씨의 얼굴이 굳어가는 것을 보고는 금방 김이 빠지긴 했지만..


“ 약 처방을 너무 많이 받으셨나봐요. ”

“ 네? ”

“ 진통제 계열에 마약성분이 좀 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

“ 아... 네 ”


나의 용기가 어렇게 어이없이 헛소리로 묻혀 버리는 건가?

우울해 지려는데 지은씨가 살짝 웃으며 쳐다봐 주었다.


“ 어쨌건 고마워요. 화장도 못해서 엉망일텐데 그렇게 봐주셔서. ”

“ 히히힛 ”


나는 웃으며 지은씨의 미소에 화답하였다.


“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

“ 지구...입니다. ”

“ 정말요? ”

“ 실은 제 진짜 이름이 기억이 안나서요. 임시로 지구로 지었어요. ”

“ 아... 그러시구나.. 지구.. 좋은 이름이네요. ”

“ 네 감사합니다. ”


나는 지은씨와 대화가 이어져 가는것에 대하여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밭에서 하기에는 참 여러모로 좀 그랬지만..

여기 차를 한잔 할 만한 곳이 있을리도 만무하니...

분위기 있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옛적의 어르신들이 물래방아간을 이용한것이군..


“ 지구씨!! ”


아.. 이 눈치없는 목소리는.. 박인현 이라고 했던가.. 그 처음보았던 사람 이었다.

날 살려주었던 남자.


“ 아.. 예.. 인현씨.. ”

“ 일어나셨군요. 건축 계열 이시라구요? ”

“ 네.. 일단은.. ”

“ 혹시 활 같은것도 만드실수 있으세요? ”

“ 그건... 건축이 아닌데요. ”


남자는 이내 실망이라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이것봐.. 내가 실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위기 나쁘지 않았는데...

이런이런.. 지은씨가 날 보잖아.. 능력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젠장


“ 리커브를 말하는 거죠? ”

“ 리.. 뭐요? ”

“ 리커브 보우요. ”

“ 그게 뭐에요? ”

“ 그것도 모르면서 활을 만들어 달라고 하신거에요? ”

“ 하하핫... ”

“ 만들수는 있어요. 하지만 팔이 이래놔서.. 다 나으면 만들어 볼께요. ”

“ 그냥 활 말고.. 그 도르레로 돌아가는.. 활은 만들 수 있어요? ”

“ 엥? 컴파운드 보우요? ”

“ 컴파운드 뭔가 하는거로 부르나 보죠.. 그거요. ”

“ 만들수야.. 있죠.. ”

“ 오! 만드실수 있는거에요? ”


남자는 밝게 웃으며 신이나 있었다.

난 지은씨의 표정을 얼른 살폈다. 그래그래.. 그거야 뭔가 존경스러움을 표시하는 듯한 저 표정

지은씨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을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상당한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그사이에 팔이부러진 잉여 인간으로서 마을에 대하여 알아보게 되었다.


대략 살아남은 사람들은 50 여명 정도 되었고, 며칠을 간격으로 적게는 한명 많게는 서너명 씩 사람들이 곳곳에 나타났다.

그들은 어딘가 얼이 빠져있거나 일부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들 이었고,

모두들 초공간 이동에 문제가 발생하여 도착한 이들이었다.


모두를 이끄는 촌장은 테드 라고 불렀다. 진짜 이름인지.. 아니면 나와 같이 기억을 잃고 만들어낸 이름인지는 몰랐다.


다만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그가 이 마을을 만들었다는 것만이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몇 명의 친위대 와 같은 사람들과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유일한 권력자 와 같은 이 였다.


다만 그 권력을 마구 휘두르진 않고 있었기에 그냥 편하게 촌장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았다.

사람들이 도착하면 그 사람들의 신상명세를 적어서 공표 하고

그들이 맡은 임무를 정해주는 등의 일을 행하였고.

사냥이 성공하면 그것을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역할도 하였다.


초보적인 창 과 덧 등으로 사냥을 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된 발사형태의 무기는 갖추고 있지 않았고, 그래서 젊은 남자들은 활을 원했다.


야생동물들은 인간을 겁내지 않았고, 덩치가 어느정도 되는 동물들은 인간을 좀 특이한 먹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면 잡아먹히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어딘가 문명이 있을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모두에게는 있었다.


이 마을이 인간이 온전히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소문으로 듣고나니 더욱더 그러하였다.


다른 문명을 가진 존재가 있다면 우리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것은 알수가 없었다.


불안감 속에서 나의 팔은 다 나았고,


나는 제일 먼저 활을 만들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상당히 진척되어 있는 활들이 창고에는 쌓여 있었다.


“ 이거 잘 만들었는데요. 왜 안쓰시는 거에요? ”

“ 발사 거리가 길지 않은데다가.. 시위가 손을 때려서.. ”

“ 아... ”


마침 여기 모인 사람들중에 밀덕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활 시위를 놓으면 손등을 친다는 것은 매우 초보적인 실수였다.


“ 흠흠.. 롱보우를 만드는 데에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수 있죠. 그래서 일본놈들은 활을 시위를 놓으면서 반대방향으로 돌리는 기술을 쓰기도 해요. ”

“ ....... ”

“ 훔.. 먼저 이 활들을 손봐서 쏠수 있도록 해볼께요. 그리고 나서 컴파운드 보우를 만들어 보죠. ”

“ 그럼 손을 때리지 않게 되는건가요? ”

“ 활을 쏠줄 아시는 분이 있으신가요? ”

“ 없죠. ”


쳇 갈길이 멀군..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긴 활줄이 손을때리니 연습을 해볼 엄두도 못내었을 것이다.

그래도 손재주 있는 사람들이 그럴듯한 소재를 구해서 활의 모양을 만들어 놓았고,

더불어 화살도 만들어 놓았으니 일은 훨씬 줄어들었다.


조수를 자청하는 몇 명의 사람들과 일을 시작하였다.

조잡한 도구들을 가지고 하는 일이지만 사람손이 많으니 일은 금방 진척을 보였다.


하긴 남는 것이 시간이 아닌가.


“ 프로토타입 1입니다. ”

“ 오 이제 쏴 보는 건가요? ”

“ 참나.. 난 건축이라구요. 활을 만들고 있으니.. 원.. ”

“ 하하하핫 ”


어느새 친해진 남자들과 함께 나는 여기저기 줄로 기워 만든 활을 들고 나무가 우거진 공터로 향했다.


뿌드드득


화살을 매긴 활이 당겨지자 활시위 와 활몸체가 비명을 질렀다.

톱으로 잘 켜서 만든 것이 아니었기에 당김에 따라 잘못하면 소재가 뒤틀려 한방향으로 휘지 않을수도 있었다.

다행히 활은 완곡하게 잘 휘어들어갔다.


핑!


시위를 놓자 화살은 순식간에 눈에서 사라졌고 멀리 나무에 박혀들었다.


퍽!


화살깃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 우와! ”


모두는 환호성을 올렸다. 나는 히죽 웃으며 활을 내려다 보았다.


고칠곳이 상당히 보였지만 우선은 성공적으로 쏘아졌다는 것에 만족했다. 이렇게 잘 쏘아질줄 알았다면 지은씨를 보르는 건데..


지은씨의 밝은 미소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다.


얼른 활을 줘버리고 지은씨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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