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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 님의 서재입니다.

공간을 거스르는 자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prinsilk
작품등록일 :
2019.04.01 23:44
최근연재일 :
2019.04.10 01:05
연재수 :
4 회
조회수 :
957
추천수 :
3
글자수 :
21,339

작성
19.04.08 17:30
조회
118
추천
1
글자
12쪽

지구.

DUMMY

이런 혼란속에서 사람을 만난것 만으로도 기뻐해야 하나?

라는 생각과, 이사람을 어찌믿으란 말이야? 라는 생각이 한꺼번에 머리속을 헤집고 다녔다.


만화속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왼쪽귀와 오른쪽 귀에서 서로 이야기를 하던데..

경험상 그런것 보다는 한꺼번에 머리속에서 울려퍼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남자는 좀 여유로운 표정으로 나무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직 난 오금이 저려 아래를 제대로 내려다 보지도 못하고 있는데.. 한편으론 부럽기 까지한 능력이었다.


잠시의 시간차를 두고 남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고, 나의 놀라운 말에 대한 대답을 하려는듯 입을 열었다.


"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구요? "

" 네.. "

" 그것참.. "


엥? 그것참 이라니? 내가 잘못들은 것인가? 자신의 이름도 기억 못하는 사람에 대한 감상치고는 너무 저렴한 것이 아닌가?


" 네? "

" 뭐 할수 없죠. 그럴수도 있으니까요.. 그래도 그냥 저기.. 그 이렇게 부를순 없으니.. "

" ...... "

"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다면 그럴듯한 걸로 지어봐요. "


남자의 긴장감 없는 말에 머리가 다 아파왔다.


"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그거 큰일인거 아닌가요? "

" 가끔 기억 못하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

" 네? "

" 몇몇 사람들은 기억못해요. 그리고 당신도 그 사람들중 한명일 뿐이죠. "

" 헛.. 참.. "


어이 없어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난 재빨리 머리속으로 그럴듯한 이름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이름으로 할까? 훔.. 그러면 외국 배우가 좋을까? 아니면 국내 배우가 좋을까?

이런... 긴장감 없이 엉뚱한 거에 매달리고 말았다.


난 혀를 차며 곤란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 그럼 앞으로는 절 정우성 이라고 불러주세요. "

" 정우성요? 헉.. 나이가 상당히 있으신가봐요. "

" 내 나이가.. 이런.. "


나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것이 어디까지인지 스스로도 알수가 없었다.


" 어쨌건 정우성은 안됩니다. "

" 왜요? "

" 이미 마을에 정우성1 부터 정우성 5 까지 있어요. "

" 잉? 그 이름 골랐다고 나이가 많다면서요. "

" 네. 공통적으로 그 이름을 고르신 분들이 대부분 마을의 원로분 이십니다. "


젠장! 왠지 웹게임을 할때 이름을 먼저 정해야 하는 상황과 비슷한것 같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많단 말인가?


" 빨리 고르셔야 해요.. 마을에 가서 등록을 하고 나면 정우성6 이 되실꺼에요. "

" 그럼 안돼죠. 설마... 장동건.. 조인성.? 강동원? "

" 장동건도 3 까지 있구요. 조인성은 4 까지 있구요. "

" 아니에요.. 됐어요.. 상쳐는 그만 받을래요. "

"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


여러 이름들을 떠올리고 있을무렵 남자의 일행들이 도착하였다.

모두들 나무를 타고 오는것이 아슬아슬해 보였다.


" 저기 그런데.. 저분들 만나고 나서 구해지는곳 까지 저분들 처럼 나무를 타고 가야 하나요? "

" 아.. 그거 걱정하셨군요. "

" 제가.. 팔도 부러지고.. 고소공포증도 있는데다가.. 도시에서만 커 놔서.. 나무를 타거나 하는건 못하거든요. "

" 걱정 마세요. 형님은 날아가실 겁니다. "

" 네? "


남자가 하늘을 가리키자 난 기대에 찬 눈빛으로 올려다 보았다.

그곳에는 거대한 비행선... 은 아니고..기구 하나가 덩그러니 떠 있었다.


" 저기 저 기구? "

" 네. 일행이 오면 밧줄로 형님을 묶어서 올려보낼꺼에요. "

" 안전한 거겠죠? "

" 네.. 지금까지 기구에서 떨어진 사람은 없어요. "

" 다행이네요. "

" 기구는 두번정도 떨어졌었어요. "

" 히익 "


나는 남자를 최대한 확장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일까? 농담일까?

아니 젠장. 어느쪽이건 간에 도착하고 말해주던지..


" 농담이에요. "


남자는 빙그레 웃엇고, 이내 일행들이 도착하였다.


" 이번에 살아남으신 분이셔.. "

" 온전하신 편이신가? "

" 팔이 부러지셨다는군. "

" 이런.. 어쩔수 없이 기구로 가야 겠군. "

" 그래. "


나를 두고 몇명의 사내들이 떠드는 것을 보는것은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나는 최대한 비굴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봐 주기로 하였다.


" 그럼 얼른 출발하자구. "


남자 한명이 기구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이내 기구에서 밧줄이 주르륵 내려왔다.




" 밧줄로 끌어올려 주는거 아닌가요? "

" 저 위까지 올려드릴수는 없구요. 여기 발을 넣으시고 줄을 한번 허리에 감으신 다음.. 다른 손으로 꼭 잡고 계세요. "

" 안전 한거죠? "


난 거의 울상이 되어 내려온 밧줄을 바라보았다.

한참동안을 헤맨끝에 난 밧줄에 걸려 하늘위로 올라갔다.


중력을 벗어나 올라가는 느낌이란 이런것일까?

발이 바닥에서 뜨는가 싶더니 몸이 쑤욱 하늘로 끌어올려졌다.


기구는 나를 묶은채 조금 고도를 높여 날 그대로 끌어올린것이었다.


" 흐읍... 후... "


바닥을 내려다볼 용기가 나지 않아 눈을 질끈 감았지만 이내 바랍소리를 제외하고는

주변이 완전히 조용해 졌다는것을 눈치채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 히익 "


발가락을 최대한 접어 신발 속에 압력을 높였다. 잘못했다가는 신고 있던 신발이 그대로 떨어질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었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푸른 하늘...


정말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아래로는 말그대로 녹색으로 가득찬 나무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멀리 푸르른 바다가 수평선을 들어내고 있었다.


" 휴우우우우우 "


천천히 숨을 내쉬고 나자 마음이 한결 편안해 졌다.

어딘가 있을 적도지역 쯤의 휴가지 를 온 느낌이었다.

같은듯 다른 느낌의 하늘 비슷하지만 다른 자연환경..


천천히.. 정말 천천히 기구는 이동해 가고 있었다.

절벽의 어딘가 부터 해안의 어딘가 까지 길게 매어져 있는 줄을 따라 기구가 이동하는 것이 보였다.


" 저런 원리로 가고 있군.. "


뭔가 보완을 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마침내 마을에 도착하였다. 그리 높지 않은 절벽을 지나자 더 큰 산 사이에 상당한 너비의 분지가 있었다.

그곳에는 눈에 익은 형태의 작은 움막들이 여기저기 있었고,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다.


적당한 위치에 내려지자 마을의 청년들이 달려와 내 몸에 묶인 밧줄을 풀어주었다.


" 고맙습니다. "

" 별말씀을요.. 생존자 이시죠? 촌장님께 얼른 가시죠. "

" 네.. "


걸음을 옮기던 도중 담벼락에 서서 날 지켜보고 있는 한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저 여자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었다. 최지은 씨..


" 지은씨? "

" 아.. 그때 그분.. "

" 네. 살아계셨군요. "


반갑게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만.. 이내 의문에 휩쌓였다.


내가 정신을 차리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이 마을에 도착해 있다니.

난 또다시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밖에 없었다.


아마도 시공간의 오류로 잘못된 행성에 도착한것이라면.. 공간의 오차 외에도 시간의 오차도 발생하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저 여자와 나의 도착시간이 일부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닐까?


스스로 만들어낸 가설에 고개를 끄덕이며 난 걸음을 옮겼다.


마을의 중심에 있는 다른 집들에 비해 상당히 현대화 된 집 안에 걸어들어갔다.

희미한 빛 안에서 한명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 어서오십시오. AP500 에.. "

" 아.. 역시.. AP411 에 도착하진 못했군요. "

" 네.. 그리고 AP500 이란것도 우리끼리 부르고 있는 명칭일 뿐입니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수가 없습니다. "

" 휴.. 그럴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 네.. 대부분 초공간 이동을 하신분들이 공학자 나 기술자들이라서 여기까지는 추측을 하고 도착하시죠. "

" 그럼 돌아갈수 있는 방법은 없는건가요? "

" 공간 뿐만 아니라 시간에서도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것 같습니다. 모두가 같은 시간에 도착하진 않는것 같아요. 다만.. "

" 네? "

" 이정도 인원이 사라졌다면 지구에서도 뭔가 대책을 세울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고위직들도 상당히 있는 편 이니까요 "

" 그렇군요.. "

" 그럼 분류를 해야하니.. 성함과 전문분야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아차.. 이름..

시간이 상당히 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런저런 잡생각 때문에 이름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 제.. 이름은.. 지구... 지구 입니다. 전문분야는 건축 부분 입니다. "


아.. 어이없는 이름을 발음하고는 얼른 다시 이야기 할까 하였지만 이내 포기했다.

남자는 책을 펼쳐 뭔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이름뒤에 숫자가 붙는다는 생각에 긴장한채 난 남자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 네. 지구님. 환영합니다. 건축분야 라니 다행이군요. 쓸만한 인재가 살아남아 주셔서.. "

" 뒤에 숫자가 붙진 않죠? "

" 네? 숫자가 왜 붙습니까? "

" 헉... 그럼 정우성이 5 까지 있다던가.. 그런건? "

" 당연히 아니죠.. 뭐 여기선 흔한 이름이니.. 스스로는 그렇게 부를지도 모르지만.. 누가 숫자를 붙입니까? "

" 이런... 이름 바꿔도 되나요? "


아마도 남자의 표정이 조금만 부드러웠다면 징징대며 이름을 바꾸자고 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이 워낙에 굳어 있었기에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한채 건물을 나왔다.


안내를 맡기로 한 남자가 먼저 건물을 벗어나자 마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반갑습니다. 전 최수환 입니다. 전문분야는 천체 물리학 입니다. "

" 와 인재시군요. "

" 여기서는 그냥 잉여인력이죠. "

" 네? "

" 컴퓨터도.. 초정밀한 어떠한 것도 없는 상황에서 수학자나.. 물리학자 등은 사실상 잉여 인력 입니다. "

" 헉... "

" 제일 쓸만한 인력은 군인과 건축 쪽이죠. "

" 네.... "

" 그래서 지구 님은 쓸만한 인재 라는 겁니다. "

" 그럼 군인도 있으신가요? "

" 아마도 있었을텐데.. 살아서 오진 못했습니다. "


나는 고개를 끄덕일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잠시 침울해 져 있던 남자는 이내 밝은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 언젠가 살아돌아 갈테니까요. 지금은 편안하게 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실에 처박혀 있지 않아도 되고.. 뜬구름 잡는것 같은 논문에도 시달리지 않아도 되죠. "

" 그.. 그렇군요. "

" 여기서 쓸모 있는 인재라는 건 여기서도 쉴사이가 없다는 거니까요. 전 만족합니다. "

" 네. "


남자의 표정을 잠시 바라보던 나는 구해질때 들었던 이름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고

이내 주변과 상관없이 남자가 터트린 폭소 때문에 이리저리 둘러봐야 할 상황에 처하였다.


" 크크크큭.. 그랬단 말이죠? 그리고 그걸 믿었구요? "

" 그럼 안믿을수가 있나요? 전 오늘이 첫날이라구요. "

" 그럴수도 있겠네요.. 크크큭.. 그래서 지구님이 되신거군요. "

" 네.. "


내 볼맨소리에 남자는 거의 뒤집어 지며 호흡곤란을 표시하고 있었다.


" 그래도 멋진 이름이네요.. 지구라니.. "

" 네.. 맘에 드는 이름이네요.. 급히 지었지만.. 좋은 이름이에요. "

" 묵으실수 있는 집으로 가시죠. 얼마나 오래 있어야 할지 모르지만.. 여기 어느정도 정을 붙이시려면.. 잠잘곳은 있으셔야겠죠. "


남자는 유쾌하게 앞장서서 걸어갔고. 난 히죽 웃고는 남자를 따라 걸음을 걸었다.

기억이 완전하지 않아서 일까?

극도의 불안감과 공포 는 없었다.


그저 약간의 흥분상태만이 있을뿐이었다.


그래.. AP411 이건 AP500 이건 지구를 떠나 어디론가 가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워프 에서 충분히 보상해 주겠지?

잘 살아남는것이 문제일 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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