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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간

아케인 펑크의 마나 먹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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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10.26 10:03
최근연재일 :
2022.11.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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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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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38
글자수 :
156,232

작성
22.11.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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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9화. T

DUMMY

T의 전신이 보랏빛으로 물든 순간, 이든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상당히 이질적인 감각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




그럴 상황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우선은 간단한 전략 체크가 필요했다.

아까 전, 벡터에게 얻었던 불의 주문.


[트윈 볼케이노]


두 개의 화염차륜이 바닥을 패며 그녀를 향해 질주했다.

위력은 상당히 줄인 터라 그다지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선을 끌기엔 충분할 터.


“재밌게 생겼네.”


T는 싱긋 웃으며 소태도를 옆으로 잡아 쥐고서, 고리 안쪽에 검을 걸어냈다.


쿠콰콰


마치 서커스의 한 장면처럼 검이 뱅글뱅글 돌며 잔상을 남기고.

화염 차륜이 그대로 따라가며 일순, 소멸해버렸다.

그녀는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이며 이든을 바라보았다.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직까진 여유가 넘치는 듯했다. 이든은 손에 든 피스톨을 꾹 쥐고서 그녀를 겨눴다.

이전의 벤시 때와 마찬가지로, 우선은 간단한 물리력 테스트를 할 시간이었다.


탕탕!


“그거, 저쪽 제품이네?”


T는 여유롭게 궤적을 피하며 이든의 총구를 훑었다.

마치 감상을 하는 듯한 태도는 어떤 긴장감도 담겨있지 않았다.

오히려 이 순간을 즐기는 것만 같아 약간 불편할 정도.


이든은 그녀의 여유가 어디까지일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총구를 들었다.

그리고 대량의 마나를 휘감아 탄환 하나하나에 코팅을 입혔다.


감싸이는 것은 바람. 그 결을 따르는 것은 불꽃이니.

두 개의 마법이 하나로 합쳐지며 위력이 배가되었다.


[버닝 블로우]


후악!


불꽃이 총알의 굴곡을 타고 사방으로 갈라지며, 동시에 바람이 그 방향을 조절한다.

수십 개의 화염 채찍이 자유자재로 T를 후려치려 하고.

동시에 뻗어져 나온 탄환은 그녀를 꿰뚫으려 직진한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궤적 속에서 T는 휘파람을 살짝 불었다.


“재주가 너무 좋은 거 아니야?”


이번엔 꽤 유효타가 들어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적지 않은 마나를 투여했으니까 말이다.

웬만한 마법사들조차 이런 공격을 파훼하기 쉽지 않을 터.


‘쯧.’


허나, 물리력과 환상력이 동시에 T를 덮친 순간.

이든은 그녀의 움직임을 정확히 관측할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뱀의 모습 같았는데, 검이 살아 있는 것처럼 굽어진 것이었다.

그뿐인가. 갈라진 공격에 맞춰 검격을 복사하기까지 했다.


허나, 무엇보다도 이든을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검이 띤 빛이었다.

보랏빛의 잔영은 다가오는 불꽃을 갈아내고 다시 금빛으로 변하며 총알을 분쇄했다.


“벤시? 아니.. 그 이상인가.”

“뭐? 감상평이 겨우 그 정도야?”


정확히는 다른 개념이겠지만, 그녀는 마법과 물리력 모두에 간섭할 수 있었다.

벤시처럼 단순히 흩어지게만 하는 것이 아닌.. 의지를 가지고 소멸시켜 버린 것이다.


‘스케빈저 놈들이나 브록의 팔도 같은 원리로 사라진 건가.’


마법사들의 의념과 마찬가지로, 전사들이 가진 의식.

형태의 다변화는 마법사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빚어내는 위력은 전적으로 사용자에 따른 것이니.

그녀는 지금 확실하게 자신보다 우위에 선 것이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간단했다. 저 검에 닿는 순간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라는 걸.

거기다 범위도 형태도 자유자재. 상응하는 힘이 없다면 난적일 수밖에 없었다.


“...”


이든의 공세가 잠깐 줄어들자 이번엔 반대편에서 움직임이 있었다.

느긋하게 앞으로 걸어오던 T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가 싶더니.

순간적으로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


뒤늦게 마력시에 온 신경을 집중할까 싶었으나, 단련된 전사의 움직임을 마법사가 따라잡기란 쉬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온몸에 아주 옅은 마나 장벽을 쳤다.


촤악!


그리고 동시에 칼날이 한 지점을 때리는 것을 느꼈다.

반응 속도는 분명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인지 능력에 한해선 마법사가 더 우위이다.

그는 사전에 계산된 패턴 아래 마나 장벽을 한 곳에 집중시켰다.

면이 아닌 점. 상쇄를 위한 하나의 변화식이었다.


쩌저적


말 그대로 마나의 벽이 소실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수천 겹을 덧댔음에도 허무하게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며 이든은 어처구니가 없음을 느꼈다.

이대로 무리한 대치를 반복한다면, 먼저 고꾸라지는 것은 자신일 터.


그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이전에 글라이드를 짧은 간격으로 사용한 것처럼. 마나를 같은 방식으로 응용했다.


“괜찮은데?”


T의 검격이 하나의 장벽에 닿으며 마나를 잠식하려 할 때마다, 그가 먼저 마나를 허공에 흩트린다.

검에 닿은 면이 적어질 때마다 동시에 소실되는 마나의 양이 감소했다.


그는 그 잔여량을 다시 아래쪽에 덧대며 최대한 위력을 감소시키고.

동시에 발에 마나를 휘감아 한 발자국 옆으로 뛰었다.


캉!


위력이 줄어든 T의 소태도가 바닥을 때리며, 정확히 검의 길이만큼 바닥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그녀가 검을 빼내자 마치 바람에 흩어지기라도 하듯, 바닥의 콘크리트가 먼지처럼 사라져버렸다.


이든은 그녀를 응시하며 가슴팍에 남은 마나를 체크했다.

총량 30. 방금까지 날뛰던 가슴의 더부룩함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쯧.”


짧게 혀를 찬 그는 짧은 글라이드를 통해 T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T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를 관찰하고서 다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벌써 몇 번의 마법이 막혔었지?’


회심의 일격이라 생각한 이중 마법조차 무위로 돌아갔다.

그것뿐일까. 그녀는 아직 전력을 낸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


이든은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 감각은 분명, 처음 쓰레기 산에 떨어졌을 때와 같은 것이었으리라.

생이 경각에 달했던 순간. 그가 처음으로 긴장감을 느꼈던 때였다.


이 세계에 온 이래로 처음으로 위기에 달한 그가 이마의 땀을 훔쳐냈다.

그녀의 발걸음이 좁혀져 올 때마다 신기하게도 전생의 강자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마의 제국과 맞섰을 때, 성전사들과 겨뤘을 때..

여러 잡념들이 그를 사로잡던 와중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그를 강하게 잠식했다.

방심하면 이 자리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런 기분을 얼마 만에 느끼는 거지?’


지금까지의 적들은 정말 단순했다. 그저 힘을 가하면 부러지는 정도의 수준이었으니.

하지만 눈앞의 적은 정말로 다채로웠다.

단순한 힘의 논리라기 보단, 이런 상황 자체를 만드는 변화가 마음에 들었다.




다시금 손가락이 튕겨졌다. 지금까지 이 정도의 힘을 끌어낸 적은 없었다.

방금 흡수한 마법사의 정순한 마나. 그리고 자신의 늘어난 한계를 점차적으로 끌어냈다.


“... 뭐야. 재밌는 게 더 있어?”


T는 입꼬리를 위로 그으며 거리를 좁혔다.

이번엔 캐스팅의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했다.


“으으아!!”


하지만 아주 잠깐의 순간. 그녀는 간과하던 것이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거한이 어느세 몸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와, 그 상태로 일어나네.”


T는 싱긋 웃으며 브록의 남은 사지를 절단했다.

단숨에 목숨을 끊지 않은 것은, 저 근육 덩어리가 모든 힘을 다해 즉사를 피해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 짧은 순간에 발목이 잡히고 싶지 않았기에. T는 그런 선택을 했고.

덕분에 그녀의 의식은 잠깐 정도의 빈공간을 허용했다.


“캐스팅 마저 끝내십쇼!”


푸른 머리의 게슴츠레한 남자. 에시드가 그녀를 향해 강한 의념을 발했다.

마법사의 개념 마법과는 다른 초상능력이 T를 구속했다.


사방에서 무형의 일그러짐이 그녀를 억누르고, T는 나아가려던 움직임을 잠시 멈춰야만 했다.


“...”


정말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하지만 T는 확실히 멈춰 있었고.

이든은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이그나이트],[벤투스]


끌어 올린 마력은 두 개의 마법로를 향해 뻗어져갔다.

푸른색의 그 물결은 각각 붉은색과 녹색의 마나에 어우러지고.

동시에 머릿속에 각각의 마법이 발현될 길이 떠올랐다.


마법사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심상이었다.

허나, 그가 그려내는 심상은 이전의 것과는 달랐다.

하나의 화지에 펼쳐지는 두 개의 이미지를 그리려 했으니.


일렁이는 불꽃의 능선에 바람이 물결처럼 타고 흘러가는 모습은,

서로가 간섭할 수 없는 불침범의 영역.


이든의 의념은 그 사이에 작은 물꼬를 틀고.

서로를 범람하는 모습을 끌어와 한데 엮어낸다.


감싸는 것은 끌어오르는 불꽃이요, 타오르는 제물은 격렬한 폭풍이다.




손가락의 마찰 소리와 함께 격변이 일어났다.


[화람요천(火嵐曜天)]


“...”


T는 태도를 맞대고 다가오는 불꽃을 지켜보았다.

그것은 거대한 열의 번짐이었다.


일렁이는 아지랑이 하나하나가 불을 번지게 할, 하나의 연료와 같았다.

무형의 공간을 잠식하는 불꽃은 또 다른 열기를 낳고.

끝 없이 번져가는 화망이 그녀를 덮쳐왔다.


“이건, 꽤 재밌네.”


T는 웃으며 검을 역수로 들었다.

그 순간, 그녀의 검에 또 다른 빛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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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T 22.11.29 40 1 9쪽
28 28화. 이변 22.11.28 47 1 9쪽
27 27화. 진입 22.11.26 49 1 11쪽
26 26화. 계약 22.11.25 51 1 11쪽
25 25화. 테스트 22.11.24 63 2 11쪽
24 24화. 제안 +1 22.11.23 65 3 12쪽
23 23화. 탐독 22.11.22 58 4 11쪽
22 22화. 약진 22.11.21 52 2 11쪽
21 21화. 전진 22.11.19 53 3 12쪽
20 20화. 진화 22.11.18 58 3 11쪽
19 19화. 결전 22.11.17 55 3 12쪽
18 18화. 전초전 22.11.16 59 4 11쪽
17 17화. 심부 +1 22.11.15 60 2 11쪽
16 16화. 소탕 22.11.14 55 4 12쪽
15 15화. 진입 22.11.13 59 5 12쪽
14 14화. 보급 +1 22.11.12 60 5 13쪽
13 13화. 새 의뢰 22.11.11 60 4 13쪽
12 12화. 정돈 22.11.10 66 6 12쪽
11 11화. 수령 22.11.09 75 5 13쪽
10 10화. 완료 22.11.08 75 4 11쪽
9 9화. 수행 22.11.07 81 4 13쪽
8 8화. 의뢰 22.11.06 81 4 11쪽
7 7화. 개선 22.11.05 83 5 13쪽
6 6화. 서클 22.11.04 98 4 12쪽
5 5화. 조각 22.11.03 116 4 12쪽
4 4화. 상처 치료 22.11.02 119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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