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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간

아케인 펑크의 마나 먹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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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짜
작품등록일 :
2022.10.26 10:03
최근연재일 :
2022.11.30 20:16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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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232

작성
22.11.2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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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5화. 테스트

DUMMY

심부의 경계선에 놓인 10번 구획. 거대한 건물 앞에 선 이든은 고개를 위로 들어 올렸다.

건물 중심에 박힌 상호와 그것을 휘감은 뱀모양 물결이 상당한 위압감을 내뿜고 있었다.


“파에톤이라고 했었지.”


킴벨이 주선해준 용병 사무소 파에톤.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도시 규모의 전쟁사업에 발을 뻗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었다.

사전에 알아본 바론, 오래전 퇴역한 장성에서부터 종군 마법사까지 다채로운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듯하니.

지금의 자격으론 본래 입구조차 들어서기 힘들 곳이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기에 원래라면 킴벨의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연락이 도착한 다음 날, 사무소 대리인이 개인 연락을 보내오는 통에 거절하기도 껄끄러워져 버렸다.


“뭐, 들어가 보면 알겠지.”


지잉


구둣발 소리가 현관문 앞에 울리자 생체 스캐너가 자동으로 그를 식별해 냈다.

동시에 투명한 스크린 너머로 그의 개인 정보가 떠올랐다.

카메라 렌즈가 쉴 틈 없이 내역을 읽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입구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서 오십시오. 베레타 테넌님.”


자그마한 틈이 벌어짐과 동시에 감미로운 육성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들어 응시한 곳엔 허리를 숙인 적발 여성이 있었다.


“마법사님의 안내를 맡은 엔 하우저라고 합니다.”

“예. 베레타 테넌. 8계위 공인 마법사입니다.”


이든이 따라 고개를 숙이자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위층으로 가시죠. 각 과의 팀장님들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든은 그녀의 말에 눈썹을 씰룩였다.

분명 몇몇 마법사를 소개받는 걸로 얘기가 됐을 것인데, 아무래도 이야기가 상당히 변질된 모양이었다.


“킴벨 소대장이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았던가요? 분명 마법사분들을 뵙는 걸로 알았는데 말이죠.”

“아, 이젠 소대장으로 불리는 중입니까? 그와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 사항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렇군요.”


이든은 엔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마법사와 용병 사무소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했던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올 일은 없을 테니까.


보아하니 제 발로 찾아온 떡밥을 건드려 보고 싶은 심산인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선 피차일반일 것이니 조금 정도는 어울려줄 용의가 있었다.


“서류 제출이라도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설마요. 마법사 분들은 워낙 희귀하시다 보니, 간단한 사전 면담 후 내부 테스트를 조금 거치시면 됩니다.”

“내부 테스트라..”


분명 간단한 절차 한두 개로 들여보낼 생각은 아니겠지.

과도하게 거품이 끼었는지를 따져 보려면 조금은 열의를 보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자세한 사항은 상층에서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지요.”


이든이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자 두 번째 스크린이 그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걸었던 흔적을 따라 회백색의 입자들이 흩뿌려졌다.

겉표면에 미약한 마나를 덧씌운 물건들은 일사분란하게 주변을 잠식해 나갔다.


“계약자님의 정보 보호를 위한 데이터 교체 작업입니다. 어소시에이션에서도 승인하는 일이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군요. 이렇게까지 신경 쓰진 않으셔도 될 건데 말이죠.”

“함께 일하실 분께 문제의 소지가 생겨선 안 될 테니까요.”


의도적인 말실수에도 이든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시정부의 감시벽을 임의로 훼손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적어도 자신을 실망시키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나름의 대답을 준비한 채 그는 그녀를 따라 승강기에 올랐다.


*


그녀를 따라 3층으로 올라서자 확 넓어진 로비가 눈에 들어왔다.

내부엔 꽤 많은 용병단이 포진해 있었는데, 대부분 잔뼈가 굵다는 말이 어울릴 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엔과 함께 이든의 모습을 발견하고선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추잡함을 보이던 토벌대의 용병단들과는 확실히 느낌부터가 달랐다.


“저희 회사의 파견 인력들입니다. 주로 대 전쟁사업에 투입되곤 하죠.”

“확실히.. 나쁘지 않군요.”

“생각보다 감상평이 짧으시군요.”


엔은 빙긋 웃으며 그들 사이를 가로질러 갔다.

그리고 인파가 끝나는 지점에 있는 작은 문 앞에 멈춰섰다.


“이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녀가 열어준 문으로 들어서자 불이 모두 꺼진 내실이 보였다.


‘이곳이 사전 면담 장소인가?’


이든이 몇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자 눈앞에서 세 명의 홀로그램 인영들이 솟아올랐다.

넓은 일자 테이블을 끼고 앉은 그들은 이든을 보자마자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베레타 테넌, 8계위 마법사입니다. 어소시에이션 소속의 킴벨 소대장의 소개를 받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벡터 칼이다. 번잡한 자기소개는 그쯤하고, 일 처리나 하도록 하지.”


중앙에 앉은 칼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답하자, 옆에 앉은 인영들이 그를 곁눈질 했다.

그럼에도 칼은 인상을 굳힌 채 다리를 꼬아대기까지 했다.


이든은 대답을 하기에 앞서 그들이 품은 마나와 마나 패턴을 훑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팀장들 모두가 꽤 실력 있는 마법사들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가장 분위가 낮아 보이는 자 조차 최소 7계위에 근접할 실력.

거기다 중앙에 앉은 벡터라는 남자는 그들과는 한 단계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자신을 평가하기엔 나쁘지 않은 구성이었다.


입꼬리를 슬쩍 올린 그는 고개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그러도록 하죠.”


가까이에 있던 의자 하나를 꺼내 들고서 자리에 앉자, 또 다른 홀로그램이 위로 떠 올랐다.

커다란 스크린을 형성한 창은 고블린 토벌 당시의 영상을 재생했다.


유혈이 낭자하고 괴성과 함께 뒤흔들리는 캠을 보면서 팀장들은 상당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첫 진입 과정에서 이든이 보여 주었던 제압 능력과 더불어 퍼져나가는 아지랑이를 통제하는 재능까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깔끔함에 그들은 저도 모르게 탄성까지 내질렀다.


“흠..”


허나, 다른 팀장들과는 다르게 벡터만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얼굴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영상 재생이 끝나자마자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이 정도는 사실, 7계위 정도만 되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의 한 마디에 팀장진의 얼굴에 미묘한 변화가 일었다.

솔직히 말도 안 되는 평가라고 따지고 들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채 입을 꾹 닫아버렸다.

다른 평가가 더 나오지는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 이든이 입을 열었다.


“상당히 평가가 박하시군요.”

“오히려 객관적이라 할 수 있지. 이곳에 있는 모두가 마법사니까 말이야.”

“그렇군요.”


이든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벡터가 다시 말했다.


“애초에, 이런 특별 대우를 해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지. 겨우 8계위.. 그래 좋게 잡아서 7계위 따위를 평가하는 데 팀장을 모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 건가?”

“베..벡터님.”

“대체 위에선 뭘 믿고 이런 판단을 내리신 건지 원.. 우리 시간을 함부로 잡아먹다니 제대로 따지고 들어야겠군.”


거침없이 말을 내뱉는 벡터를 보며 옆에 있던 두 마법사가 조용히 간언했다.


“그래도 홀로 두 마리의 벤시를 토벌한 자입니다.”

“하, 그래. 그 벤시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다만. 애초에 증거가 있긴 한가?”

“증거 말입니까?”

“그래. 토벌한 영상 말일세. 고블린은 쉽게 제출했으면서 왜 그건 따로 녹화하지 않은 거지?”

“마력 간섭에 장비가 먹통이 되었습니다.”

“허튼소리. 자신을 과대평가하는데도 정도가 있어.”


벡터의 속사포 세례에 두 마법사가 이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든은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벤시의 사체 일부를 제출했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이보게 젊은 친구. 벤시의 사체는 암시장 어귀에만 가도 널려 있는 것이라네.”


벡터의 말을 차분히 들은 마법사들은 손가락으로 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흠, 확실히. 어느 정도 노력만 한다면야 구하는 데 문제는 없겠지요.”

“그러고 보면 현장의 용병단 증언 정도야, 보상금을 노리고 다 같이 입을 맞춘다면..”

“그것 보게나. 겨우 그 정도 수작으로 벤시를 토벌했다고 떠들어 대다니. 어소시에이션도 마법사에게 너무 무른 경향이 있어.”


벡터는 건수를 잡았다는 듯, 신명 나게 떠들어 댔고.

당장에라도 시간 비용을 청구해야겠다며 홀로그램을 꺼트리려고까지 했다.

다른 두 마법사 또한 방금까지 본 것을 잊고 동조하기까지 하는 상황.


이든은 그런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킴벨의 체면이 있으니 적당한 선 정도는 지켜야 하는 데 말이야.’


개인적으로 꽤 실망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구닥다리 트집 정도야 어느 곳에서 볼 수 있는 일이었으니.

다만, 그 방식이 한참은 잘못된 것이었다.


자고로 자신을 마법사라고 주장하는 자라면,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은 따로 있을 것인데. 그들은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마나를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다지 큰 영양가가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의견이 맞지는 않겠군요.”


이든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후 조용히 등을 돌렸다.

그러자 뒤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허락도 없이 어딜 나가려는 건가!”


힘찬 고함 소리와 함께 홀로그램 너머로 마력 실이 뻗어져 나왔다.

현장을 뒤덮는 벡터의 마나는 곧장 이든의 전신을 칭칭 휘감았다.


“...”

“제멋대로 로비질이나 하고 말이야. 기본이 안 되어 있군. 내가 제대로 교육을..”

“후..”


벡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든은 마력 실을 향해 손을 뻗어냈다.

그러자 입자들 사이의 결합이 단숨에 느슨해지며 그를 조이던 실의 형태가 일그러졌다.


“...? 방금 그건 뭐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벡터를 보며 이든은 손가락을 살짝 튕겼다.


“마법사답게 행동하면 좋겠군요.”


짧은 마찰 소리와 함께 그의 손가락에 불길이 일었다.

손가락 능선을 타고 오른 두 개의 나선이 사방으로 뻗쳐 나가고.

현장을 가득 채운 짙은 농도의 마나를 모조리 불사지르기 시작했다.


“이건 뭐냐! 감히 내 마력 결계를 멋대로! 자..자네들 뭐 하고 있나, 가세하지 않고.”

“아.. 알겠습니다.”


두 명의 마법사가 타오르는 불길을 걷어내기 위해 허공에 물방울을 띄워 올렸으나.

정순한 불꽃이 그 작은 티끌마저 제물삼아 솟구쳤다.


“이건.. 7계위 따위가..”

“결계라고 하기엔 조금 미숙한 것 같군요.”


그의 심상을 타고 현실에 빚어진 불길은 모든 마력을 게걸스레 먹어 치운 뒤 사그라들었다.

아주 옅은 형상밖에 남지 않은 벡터와 마법사들을 보며, 이든은 고개를 살짝 숙여 보였다.

밖으로 나온 그는 내부 상황을 관찰하던 엔을 향해 말했다.


“테스트는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엔은 그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했다.


“아무래도 저희가 결례를 범한 모양이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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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화. 계약 22.11.25 53 1 11쪽
» 25화. 테스트 22.11.24 65 2 11쪽
24 24화. 제안 +1 22.11.23 67 3 12쪽
23 23화. 탐독 22.11.22 60 4 11쪽
22 22화. 약진 22.11.21 53 2 11쪽
21 21화. 전진 22.11.19 55 3 12쪽
20 20화. 진화 22.11.18 59 3 11쪽
19 19화. 결전 22.11.17 56 3 12쪽
18 18화. 전초전 22.11.16 60 4 11쪽
17 17화. 심부 +1 22.11.15 6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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