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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간

아케인 펑크의 마나 먹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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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10.26 10:03
최근연재일 :
2022.11.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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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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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탐독

DUMMY

다음 날 아침. 익숙한 거리를 빠져나온 이든은 중앙 소재지 쪽으로 향하는 차에 탔다.

킴벨이 연락을 취할 때까진 당분간 일이 없는 처지였기에 한동안 방문을 미뤄뒀던 장소에 들러볼 생각이었다.


아인 시티 내부에 있는 시립 도서관. 양질의 정보를 얻기엔 제일 적합한 곳이었다.


‘아무래도 웹에서 구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많으니까.’


대체로 정보망에 섞인 것들은 출처를 알기 힘든 것들이 많고 신뢰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세상의 소식을 접하기엔 가장 빠를지 몰라도 깊이 면에선 부족한 것들이 많았다.

때문에 이런 부분에선 고리타분한 종이 매체의 힘이 여실히 남아있는 상태였다.


띠디디


심부로 향하는 와중, 시간을 아끼기 위해 꺼내든 단말기로 북킹을 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도서들은 중앙에 보관되며 각 분할 도시로 복사판을 넘겨주는 방식을 쓰기 때문에, 웬만큼 심도 있는 것들도 쉽게 찾아보는 것이 가능했다.


‘나머지는 가서 직접 살펴봐야겠군.’


필요한 것들은 선점한 후엔 메인 포털 기사 항목을 살폈다.

이번에도 화면을 꽉 채우는 기사들이 그를 반겨 왔지만 유독 한 가지 기사가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정부의 공인 보도 자료 사이트. 다양한 항목이 분포되어 있지만 이번엔 유독 몬스터 토벌에 관한 사항을 많이 다루고 있었다.


[어소시에이션이 공인한 토벌 항목에 이변이 발생했다. 처리 난이도 하위에 속하는 고블린 토벌에서 예정보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몬스터 토벌은 시정부 공인 사업인 만큼 항상 그 실적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곤 한다.

겉으로는 도시 자금을 받쳐주는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안으로는 내부의 권위에 의존하게 만드는 의도를 담고 있으니.

어찌 보면 도시 유지와 발전을 위한 선전 정책의 일종이기도 했다.


때문에 각 도시들은 토벌 할당량을 얼마나 빨리 달성했느냐, 혹은 얼마만큼 대단한 업적을 이뤄냈느냐로 항상 경쟁을 한다.


그에 따라 도시 간 유동 인구가 큰 폭으로 변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거대 공룡 기업의 인프라와 투자 자금 유치까지 가능하니,

안정성이란 그만큼 도시의 값어치를 올리는 장점이기도 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핵심 구획에 사는 이들을 위한 것일 뿐.

정작 버림받은 구획에 이런 입김이 닿을 리는 없었으니.

전부 가진 자들을 위한 행정 처리에 불과한 일이기도 했다.

일례로 지금 이 채널에 입장하는 것조차 시민 코드에 제한이 걸려있을 정도였으니 말을 다 한 셈이었다.


‘뭐, 어디든 이런 일이야 비일비재하겠지.’


이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쓸 만큼 한가한 처지는 아니었다.

그는 세세한 항목을 넘기고서 공식 발표 자료들만 따로 추려냈다.


거기엔 벤시의 출몰과 더불어 그것을 퇴치한 마법사의 업적이 걸려있었다.

이름은 익명 처리를 해 두었으나 의뢰서를 조금만 뒤지면 이름 정도야 금방 알아낼 수 있을 터.

의도하지 않은 업적 덕에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겠지.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감내하고서라도 올라갈 가치는 충분했다.

언제까지고 바닥을 기며 연명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개선을 위한 진전도 전보다 빨라질 것이니 마다할 여지는 없었다.


끼릭


심부 구획 3번에 도착한 이든은 단말기의 지도를 통해 5층짜리 시립 도서관 건물로 향했다.

안쪽에 들어선 후엔 데이터 센터를 넘어가 서적 보관소의 수납장을 뒤적였다.


공통 마법학, 마나 학개론, 4원소설 등 그럴듯한 제목을 가진 마법 서적. 거기에 추가로 몬스터 도감이라 적힌 두꺼운 판본을 챙겨 들었다.


‘확실히 알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진 않네.’


이미 수차례의 실전을 통해 마나의 기본적인 틀과 구조 회로에 관한 사항은 익혀두었다.

거기에 기본 술식의 도해 또한 대체로 머릿속에 남아있으니.

마법에 관한 사항이라면, 이미 거대한 방주나 다름없는 자신으로선 새로운 부분을 찾아볼 게 없었다.

공통 항목에서 눈을 돌리고 곧바로 고유 마법 항목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고유 마법 체계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같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애초에 개인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마나로 빚어내어 환상향에 달하는 것이 고유마법이다.

단순한 일언반구 같은 것으로 그 세상에 진입하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


결국 개인의 극한값을 찾아내기 위해선 혼을 담은 개인의 고행이 필요하니.

만약 진정한 고유 마법을 얻고자 한다면 그것을 달성한 이를 찾아가 생사를 함께하거나.

아니면,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고역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마나의 가능성을 품었던 자신 또한, 저 고유 마법에 관해선 도저히 접근하지 못했었다. 고유 마법은 단지 마나에 비롯되는 것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책장을 스르륵 넘기며 전체적인 아웃라인을 훑고서 곧장 책을 덮어 버렸다.

더 이상 이 책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은 없어 보였다.

다음으로 꺼내 든 것은, 대륙에 퍼져 있는 종족들의 심층 문화와 독특한 특질이었다.


이 세상의 마법은 비단 4대 원소뿐만 아니라, 각각의 이형 종족들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들만이 공유하는 특질은 세간에 알려지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함에 따라 기초적인 부분에 관해선 어느 정도의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이 부분은 좀 다르네.’


몬스터의 진화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이종족은 저마다의 개별적인 문화를 이룩했다.

그 방향성은 곧 이전에는 없던 기형적인 마법으로 진화하기 마련.

웹에선 찾지 못한 정보들을 얻어내기 위해 이든은 개론서의 첫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점이 되어서야 이든은 마지막 책장을 덮어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기초적인 지식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소득을 올렸다.

현시점에 대륙과 대치하고 있는 마경의 상태라든지, 드루이드들의 소재, 신성한 광채를 섬기는 교단의 구조 같은 것들은 유의미한 정보를 담고 있었으니까.


허나, 정작 중요한 심화 부분이 아쉽게도 기대에 미치지를 못했다.

역사의 공백. 이 항목이 발목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디 다채로운 문화는, 그 토대를 제대로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중간 부분이 붕 떠버린 상태이니.

대체 이 변천이 어떤 중간 과정을 거친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파편적인 지식이 많다. 모아진 정보의 순서도 뒤죽박죽이고.’


특별 형질에 관해선 그다지 얻어낼 만한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지금 읽고 있는 것도 말 그대로 기본적인 사항에 관해 기술하고 있을 뿐.

도저히 실용적인 부분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역시 잘 알고 있는 종족을 찾아가는 수밖엔 없겠어.’


서면상의 자료가 아닌 현지에 녹아들어 직접 그들의 것을 보고 듣고 배워야만 했다.

그렇게 해야만 마나를 얻어도 완벽한 적응을 이루어 낼 수 있으리라.


‘역시 이런 작은 도시에 국한되어 움직이기만 해선 안될 것 같다.’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어느 정도 이 도시에 적응하고 나선 거점을 옮길 필요도 있어 보였다.

아인 시티는 어디까지나 변방의 소국만도 못한 작은 도시에 불과하니까.


‘이건 여기까지 해둘까.’


이든은 가져온 책들을 죄다 밀어내고서 마지막 남은 한 권에 눈을 돌렸다.

몬스터 도감. 다른 책들에 비해 종류가 가장 많은 축에 속했는데.

안쪽을 펼쳐보니 두께가 아깝지 않을 만큼 깔끔하고 세세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도시 전체에 위험을 끼칠 요소이다 보니, 정보를 취급하는 정도가 남다른 것도 있었으리라.


‘대체로 보완의 느낌이긴 하네.’


이 부분은 예상했던 부분이 그대로 들어맞은 느낌이었다.

고블린과 벤시의 사례에서도 그랬지만 기본적인 형질이 뒤바뀐 경우가 많았다.

약점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메꾸는 것들 말이다.

몬스터들 마저도 변혁의 순간에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이겠지.


‘그래도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야.’


어찌 됐든, 몬스터의 소체를 통해 심장을 강화하고자 하는 입장에선 득이 되는 정보들이었다.

놈들의 정보를 잘 꿰고만 있다면,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소체를 찾아내는 것도 용이할 테니까.


거기다 그걸 통해 다른 전장에서 상성의 우위를 취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당장 벤시의 소체만 해도 마나 분산과 유체화라는 이점을 챙길 수도 있을 테니.

차후, 신수(神獸)들처럼 고대종의 소체를 얻게 된다면.. 필시 전능함이 실감날 정도의 일도 가능할 테지.


“이제 곧 폐문 해야 될 시간입니다. 슬슬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한참을 몰두하던 와중 도서관 관리자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이든은 그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서 펼쳐 놨던 책들을 모두 반납했다.


‘역시 오길 잘했어. 화면 너머로만 보던 것보다 꽤 자세히 알 수 있었으니까.’


사람 하나 없는 계단을 내려가며 이든은 카운터를 확인했다.

잠시 잊고 있던 것치곤 꽤 여유로운 수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법을 따로 구사할 일이 없다보니 일상적인 부분에선 그나마 지속력이 좋아진 편이었다.


‘우선 오늘은 배운 것들도 복기해야 할 테고, 수거는 나중에 하도록 할까.’


찌뿌둥한 어깨를 피고 건물 입구를 나서자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부랑촌, 거주 구획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또 새롭긴 했으나 사사로운 감상에 젖을 틈 따윈 없었다.

차량을 구하려면 꽤 멀리 나아가야 할 테니, 조금은 서둘러야겠다 싶은 마음에 발을 내달리려는데.


“꽤 심취했던 모양이네.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다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의 발길을 붙잡았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린 곳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금발을 가리는 캡모자, 검은 크롭티와 청바지 그리고 단 한 자루의 소태도.

호수같이 푸른 안구는 답지 않은 심연을 품고 있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매를 굴리며 이든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마음에라도 든 것인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하다는 인상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심부 구획엔 어울리지 않을 법한 짙은 피 냄새가 배어 있었기에.


‘보통 여자는 아닌 모양인데.’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리며 그녀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무방비하게 팔을 벌려 보였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분명 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보임에도, 손잡이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너무 그렇게 날 세우지 마. 기껏 찾아온 사람 무안해지게.”

“날을 세운 건 내가 아닌 것 같은데. 용건이 뭐지?”


여자는 허리춤의 태도를 잠깐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의외의 대답을 그에게 건네었다.


“만나서 반가워. 그쪽 소식을 듣고 스카우트 제의를 하로 온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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