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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공간

아케인 펑크의 마나 먹는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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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짜
작품등록일 :
2022.10.26 10:03
최근연재일 :
2022.11.30 20:16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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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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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글자수 :
156,232

작성
22.11.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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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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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1화. 전진

DUMMY

“크..크흠.”


평소보다 바짝 긴장한 메디는 떨리는 손을 책상 아래로 감추고서 애써 마음을 다스렸다.

전달받은 내용을 읽어본 뒤론 다시 펼쳐보지도 않았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온갖 안정제란 안정제는 다 입에 쑤셔박았다. 그럼에도 도저히 떨림이 진정되지 않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감당하기 힘들겠는데.’


고블린이 잔뜩 깔린 것이야 이미 예상한 바였다. 용병대의 피해도 막심할 것까지 계산에 넣은 상태였다. 그런데 벤시라니? 그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변수야 항상 있는 것이라 여겼지만 이건 정도를 넘어섰다. 사전 관측팀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하, 그냥 떠나버리고 싶네.’


사람들을 지옥에 떠밀었으니 이쪽 정보력에 대한 신뢰 감소는 기본일 것이고. 앞으로 계약하려는 이들은 당연히 다른 도시로 갈 생각만 해대겠지.

거기다 사전에 기재하지 않은 변수로 인해 목숨값 청구서가 해일처럼 밀려올 테니, 손해를 메꾸려면 이쪽에서 몇 명이 옷을 벗어야 할지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거기에 아직 최종 보고가 올라오지 않았으니 앞으로 전해질 비보는 무궁무진한 상태. 유야무야 넘어가기엔 사태가 너무 커져 버리고 만 것이었다.


삐비빅


“!!”


갑작스레 울린 벨 소리에 심장이 떨어질 뻔했다. 메디는 죽고 싶다는 심정으로 받을지 말지를 고민하다가 간신히 수화기를 들었다.


“응, 현장 상황은?”

“현장 파견 인력 50명. 총 생환자 2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뭐? 그만큼이나 살아났다고? 전멸이 아니라?”

“예. 그리고 현장에 난입한 벤시 2체는 소멸 확인. 증표로 타다 남은 벤시의 신체 부위와 현장 용병단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고블린 소굴 제거 작업도 제대로 완수됐구요.”


20명이나 살아남았다. 예측 수치를 넘긴 했어도 피해자가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빈손을 내미는 것보다야 그래도 뭐라도 쥐고 있는 편이 나으니까.

거기에 임무를 내버리지도 않았고 변수까지 제거해 버렸으니. 희생을 포장한다면 이쪽에 대한 비난도 분명히 줄어들 것이다.


빠르게 셈을 마친 메디는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프라임은?”

“프라임 이라면 멀쩡합니다. 곧바로 이쪽으로 건너오실 거라고 전해달라더군요.”

“하.. 우선 알겠다.”

“넵!”


한층 밝아진 서기의 대답에도 메디는 애써 평정을 유지했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야 힘이 풀린 듯 의자에 쓰러지고서 생각했다.


‘잘 됐군. 이러면 벤시가 출현한 것도 예상 범주에 넣었다고 해도 되겠어. 그에 걸맞는 마법사를 불렀다고 둘러대면 될 테니까.’


그녀는 잠시 고정된 전등을 바라보다가 이내 두 손을 꾹 쥐었다. 그리고 몸을 빳빳하게 피고 마음을 다졌다.


‘아주 대단해. 변방에서 썩히긴 아까울 정도로.. 그러니 최대한 더 오래 붙잡아야만 해.’


메디는 잠시 수화기를 만지작거리다가 내선 번호를 다시 연결했다.

몇 번의 수신음이 가는 듯하더니 중후한 목소리의 누군가가 전화를 받았다.


“예. 과장님, 이전에 예산 관련해서 보고서 올렸던 거, 수정해서 올려도 되겠습니까? 네.. 네.. 최소 3배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추가로.. 예. 알겠습니다.”


잠시 뒤, 통화가 종료되고 메디는 만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곧 다가올 남자를 기다리며 완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아직 약효가 가시지 않았는지 나른함이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꿰뚫린 손 사이가 엉성하게 들러붙으면서 이도 저도 아닌 불편함을 안겨주었다.


‘이번엔 진짜로 청구서를 받을지도 모르겠군.’


이든은 붉게 물든 붕대를 풀어내고서 굽이진 통로를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밝아 보이는 슬라이드 도어 앞에 섰다.


“고생하셨습니다. 마법사님.”


여느 때와 같은 멘트로 그를 반기는 이가 있었으나, 분위기는 이전보다 더 격정적이었다.


“예, 이번엔 좀 힘들었군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죠. 무려 그 벤시였으니까요.”


메디는 이든의 왼손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스케빈저 소굴에서도 지친 기색 하나없이 돌아왔던 남자가 부상을 입다니.

자신의 생각보다도 임무가 어려웠던 것이리라.


“손은 좀 괜찮으십니까? 병원에 먼저 들렀다 오셔야 하는 것이..”

“아뇨. 그건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그런가요? 그럼 이쪽에 앉으시죠.”


메디는 이든이 자리에 앉고 나서야 마주 앉으며 서류철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책상 위에 얹고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의 말씀부터 전하겠습니다. 부실한 사전 관측과 현장 지휘관의 임무 포기라는 미온한 태도에 대해서도 사죄드리죠. 모든 잘잘못은 어디까지나 저희 측에 있으니 마법사님께서 원하신다면 책임을 지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현장의 불확실한 요소야 사전에 이미 인지를 하고 들어간 상태였으니까요. 벤시들이 마나 파장을 흩트리다 보니 스캐너로 찾아내기도 어려웠을 테죠.”


이든은 목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고서 말을 이었다.


“거기에 현지 담당자 킴벨씨는 생존자 수색이라는 큰 역할을 부담해줬습니다. 따로 징계 같은 걸 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넓은 이해심에 감사드립니다. 다만, 저희도 책임 지분이 워낙 크다 보니 어떻게든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다면 말씀만 해주십시오.”


필요한 것이라. 지금 얘기한다면 웬만한 것들은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군요. 그럼 이전에 썼던 장비들을 새로 지급받고 싶습니다만.”

“아, 제식 장비가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군요. 물론이죠, 얼마든지 새 제품으로 가져다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내 보급품 형식이 아니라 민간 사업체를 경유해서 주시면 좋겠군요.”

“예?”


이런 고급 장비들은 시중에서도 쉽게 구하지 못하기에, 사적인 목적으로 쉽게 이용하지 못하도록 출납에 제한을 두곤 한다.

이든은 시정부의 계약자가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도 관용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는 뜻을 제대로 전한 것이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는 메디는 잠시 고민에 잠긴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건 제 역량을 벗어나는 일이라.. 상부와 의논을 거쳐야만 하는 사항입니다.”

“그러시겠죠.”


이든은 왼손을 책상 위에 툭 얹으면서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덜 여문 손에 묻은 피가 책상 위에 진득한 자욱을 남겼다.

메디는 그것을 보며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행이군요. 저는 시정부를 신뢰하는 사람이니 더 이상 말은 않겠습니다.”

“다만, 너무 티가 나는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보증해주셔야 합니다. 어소시에이션의 조항엔..”

“걱정 마시죠. 연방 물자 밀반입 건수야 저번에도 있었지 않습니까. 그것의 연장선일 뿐입니다.”


스케빈저들도 엑소슈트를 빼돌려 쓰는 마당에, 나노 슈트와 제식 권총을 쓰는 방랑 마법사 하나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겠는가.

시정부의 입장에서야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겠지만 손이 꿰뚫린 마당에 이 정도 분풀이는 하고 싶은 심정이기도 했다.


“하.. 그렇군요. 의견은 꼭 반영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것 외에 다른 것은 없습니까?”

“나머지는 직접 준비해주신 부분대로 따라야겠죠.”


선을 넘는 것도 일정 수위라는 게 있으니까. 괜히 욕심을 부릴 생각은 없으니 나머진 흘러가는 대로 맡길 생각이었다. 심심찮게 준비를 한 것이 보이기도 했고.


“알겠습니다. 그럼 가타부타는 다 생략하고 바로 정산금 얘기로 넘어가 보도록 하죠.”

“그거 괜찮군요.”


메디는 그제야 표정을 조금 풀고서 얇은 서류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책상 위를 스르륵 미끄러져 온 종이를 받아들자 놀란 기색을 숨길 수가 없었다.


“액수가 예상 이상으로 많군요.”

“저희 성의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천만. 시의원과 대척한 특별 임무도 400만에 그쳤는데 그것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었다.

이든은 정산서를 잠시 내려놓고서 물었다.


“이 서류에 뭐가 포함되어 있는 거죠?”

“별 건 없습니다. 그저 이름을 좀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벤시라는 변수를 퇴치한 유능한 요원 정도로만 쓰겠습니다.”

“아, 그런 뜻이군요.”


시정부는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비해 훌륭한 마법사를 고용한 상태였다.

용병단의 피해가 막심한 것은 유감이나 시정부의 노력을 잊지는 말아 달라.

대신, 마법사와 함께 용병단의 이름을 추켜세워 주겠다.


이든은 대략적인 스토리를 머릿속에 그려냄과 동시에 자신에게 어떤 일들이 닥쳐올지 생각했다.


‘나쁠 건 없나? 어차피 활동 하다 보면 자연스레 격이 올라가는 건 피할 수 없기도 하고 주목도가 올라가면 그만한 것들이 따라올 테니 말이지.’


이든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생각보다 조금 더 빨리 올라가는 느낌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겠지요.”

“우선적으로 1단계 상승은 기본적으로 이뤄질 겁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2단계 진급도 가능하겠죠. 그럼 필요한 사안은 전부 전달해 드린 것 같으니 지급서에 사인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보유한 금액과 합친다면 앞으로 볼텍스 조각까지 한두 걸음밖에 안 남은 셈이었다.


“만족하신 것 같아 다행이군요.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메디는 자연스럽게 서류철을 뒤적이며 예비 의뢰서들을 꺼내 들려 했다. 그 모습을 본 이든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뇨, 이번엔 괜찮습니다.”

“네? 설마 당분한 휴식하시려는 건가요?”

“예. 아무래도 회복에 전념하고 싶군요. 거기다 이번 헌팅에서 제 미숙함을 발견했습니다. 당분간 그 부분을 개선할 때까진 연구에 전념하고 싶군요.”


‘이래서 골방 학자들이란.. 기껏 상승세를 탔는데 이걸 차버린단 말이야?’


이든의 성과가 곧 자신의 성패와도 연관이 있었기에, 메디는 남모르게 혀를 차면서 다시금 이든을 설득하려 들었다. 하지만 이든은 결심한 바를 굳히지 않았다.


‘설마, 다른 걸 노리고 있나?’


이제까지 위험한 일을 하며 돈을 쫓던 남자가 갑자기 휴식이라니. 메디는 이런 경우를 많이 겪어 왔던 사람이었기에 앞으로 일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번 이름을 날린 자들은 그 명성을 이용해 외부에 차출되곤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는 이든의 눈을 바라보다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마법사님 신분이 외부에 등록될 경우 상당히 곤란한 경우가 생길 겁니다. 그 부분은 확실히 인지해주시길 바랍니다.”

허나 이든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단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일도 없었다.


“걱정 마십시오.”

“흠.. 예. 뭐 저는 마법사님에 대한 신뢰가 높은 사람이니까요. 그럼, 쾌유를 바라겠습니다.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신다면 언제라도 연락 주십시오. 마법사님을 위한 의뢰서는 항상 이 안에 들어 있으니까요.”


서류철을 흔드는 메디를 보며 이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녀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주고서 좁은 방을 빠져나갔다.


‘그럼 이제 돌아갈까.’


해가 살짝 저물어 가는 저녁 무렵. 이든은 자신이 머무는 30번 구획이 아닌 38번 구획으로 향할 차 위에 올랐다. 그는 벤시의 심장이 든 상자를 들어 올리고서 생각했다.


‘이 소체로 뭘 할 수 있을지 들어보도록 할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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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이변 22.11.28 47 1 9쪽
27 27화. 진입 22.11.26 49 1 11쪽
26 26화. 계약 22.11.25 51 1 11쪽
25 25화. 테스트 22.11.24 63 2 11쪽
24 24화. 제안 +1 22.11.23 65 3 12쪽
23 23화. 탐독 22.11.22 58 4 11쪽
22 22화. 약진 22.11.21 52 2 11쪽
» 21화. 전진 22.11.19 54 3 12쪽
20 20화. 진화 22.11.18 58 3 11쪽
19 19화. 결전 22.11.17 55 3 12쪽
18 18화. 전초전 22.11.16 59 4 11쪽
17 17화. 심부 +1 22.11.15 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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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새 의뢰 22.11.11 60 4 13쪽
12 12화. 정돈 22.11.10 66 6 12쪽
11 11화. 수령 22.11.09 75 5 13쪽
10 10화. 완료 22.11.08 75 4 11쪽
9 9화. 수행 22.11.07 81 4 13쪽
8 8화. 의뢰 22.11.06 81 4 11쪽
7 7화. 개선 22.11.05 83 5 13쪽
6 6화. 서클 22.11.04 98 4 12쪽
5 5화. 조각 22.11.03 116 4 12쪽
4 4화. 상처 치료 22.11.02 119 6 13쪽
3 3화.마족 +2 22.11.01 185 42 11쪽
2 2화. 마나 +2 22.11.01 207 4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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