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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관리자로 취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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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9.12.19 03:48
최근연재일 :
2019.12.26 14:2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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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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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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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STAGE1. 게임 혹은 현실

DUMMY

***

'성장치가 예상보다 훨씬 빨라.‘


타하무트는 지은의 보고서를 읽으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갈 길은 멀었지만, 적어도 좋은 출발인 건 맞으니까.


사실 신계의 사람이 아닌 사현을 부관리자로 채용한 건 그에게도 큰 모험이었다.


사현은 차원관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인간이다.


자칫 잘못해 일이 틀어지면 사현을 채용한 자신에게도 불똥이 떨어질 것이 명확한 일.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사현에게 배팅했다.


'지금까지는 성공한 베팅이지.‘


신계 공무원 그 누구를 앉혀 놓아도 사현처럼 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틀에 갇힌 인간이란 쓸모없는 때가 많은 법이니까.


"참 신기한 세상이야.“


사현의 파일을 읽어보며 그는 생각했다.


자신이 언뜻 살펴보아도 사현이란 인간은 가진 장점이 많은 특별한 인간이었다.

눈썰미도 좋고, 분석하고 파고들 줄도 안다. 게다가 적절한 모험을 할 줄 아는 건 덤이다.


'그런데도 취직을 하지 못한 다라.‘


지구에서 사람의 가치라는 건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자기들 나름의 기준들이 있겠지만 타하무트의 눈에는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그는 가끔 생각했다.


지구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어서 사람들이 그 진짜 가치를 찾는 일을 포기한 게 아닐까 하고.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가지고 그 진짜 가치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냥 포기하고 겉모습으로만 그 사람을 평가하는 건 쉬우니까.


'안타까운 녀석들이야.‘


타하무트는 혀를 찼다.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고 평화로운 세계라지만 어찌 보면 저 세상은 더 썩어있다.


사실 저 세계에도 버그가 있다면 그건 인간의 마음속에 있지 않겠냐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자신의 부관인 지은에게 말을 걸었다.


"아직 녀석이 눈치챈 건 아니지?“

"적어도 지금까지는 게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위화감 같은 건 딱히 느끼고 있는 것 같지 않으니까요.“

"확실히 해둬야 해. 저 녀석이 성장하면 맡길 차원들이 한두 개가 아니니까 말이야.“


지금 인원들을 급하게 투입할 곳만 해도 수십 차원이 넘는다.


가장 급한 차원에 사현을 시범적으로 투입했지만, 이차원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다른 차원으로 넘겨야 한다.


적어도 사현이 성장할 때까지만은 게임이라고 믿고 있어야 한다.

게임이라고 믿고 있을 때의 과감성.


그것이 사라진 사현이 지금까지와 같은 인간이 될 것으로 생각하긴 어려우니까. 무엇보다 감정에 흔들릴 일이 훨씬 많아지겠지.


"그건 특별히 주의하고 있습니다. 저도 옆에서 계속 관찰하고 있으니까요.“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녀석이야. 지금 당장 상급 부관리자에 앉혀 놓아도 위화감이 없게 일 처리를 하고 있으니.“


30명이 넘는 부관리자들 후보 중 버그의 성장 속도를 유일하게 앞지른 건 사현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현이 목표를 잃어버린다거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이쪽에서도 곤란해진다. 최고의 유망주를 잃는 셈이니까.


'새 근무 평가도 다가오고 말이야.‘


일단 사현이 최대한 빨리 성장해주어 조금이라도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안그러면 자신도 자신의 전임자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새파란 놈으로 교체되리라.


"그래서 말인데, 녀석에게 동기 부여는 어떻게 해야할 생각이야? 단순히 재밌는 게임만 시켜준다고 더 열심히 하진 않을 거 아냐?“

"그 부분에 대해선 좀 고민 중입니다.“

"제일 걱정되는 게 그 부분이라고. 이 녀석, 지금 일자리 구하고 있다며? 어떤 놈이 일자리 주겠다고 채가면 우리 쪽에선 난리 나는 거 알지?“

"그래도 당분간은 안전할 겁니다. 워낙 한국 쪽에 취업 시장이 안 좋아서······.“

"하, 진짜 이런 놈도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발버둥을 치는 나라라면 진짜 잘난 놈들이 널려 있겠군. 아~주 대단한 나라야. 그래도 확률이 낮다는 얘기지 불가능하단 얘기는 아니잖아?“


방해 공작이라도 넣어야 하는 거 아냐?


타하무트는 서류를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사현이 이런 대화를 듣고 있지 않은 건 행운이라 할만했다. 만약 그랬다면 벌써 목덜미를 잡고 쓰러졌을지도 모르니까.

불행 중 다행인지 지은의 의견은 타하무트의 것과 완전히 달랐다.


"그러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겠죠. 제가 아는 양사현은 적어도 채찍보단 당근에 더 반응하는 타입이었으니까요.“


무표정하게 말을 내뱉었지만 속으로 올라오는 욕을 간신히 참았다.


'와, 저 인간 진짜 그렇게 안 봤는데.‘


타하무트가 얼마나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인지 똑똑히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뛰는 사람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방해를 할 생각을 하다니.

자신도 잘못하면 저 꼴이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지은은 금방 서글퍼졌다.


"그래서 어쩔 생각인데? 세상 어느 놈이 아르바이트 자리에 만족하고 오는 취직자리를 거부하겠냐고. 취직하는 순간 당장 손 털고 게임 따위는 잊어버릴걸?“

"그래서 저희 쪽에서 먼저 제안하려고 합니다.“


지은은 미리 준비해 놓았던 서류를 타하무트 앞에 펼쳐 놓았다.


사현의 이력과 자신의 계획이 적힌 보고서. 그중에는 자신이 사현에게 할 제안이 적혀 있었다.


"TP 소프트에서 양사현에게 먼저 취업제의를 하는 겁니다. 잠깐의 테스터 자리가 아닌 정식 직원으로 말이죠. TP 소프트는 꽤 괜찮은 대기업이니 그쪽에서도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테스터부로 넣겠다?“

"일단은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지은의 말에 타하무트는 턱을 쥐고 고민했다.


다른 놈이 채가기 전에 먼저 일자리를 제안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돈 몇푼에 동기 부여면 싸게 먹히는 거지.‘


사실 별로 반대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기도 했다. 이쪽에서도 크게 손해는 볼 일이 없으니까.


"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 거로 하지.“

"감사합니다.“

"너무 눈에 띄게 일을 진행하지는 마. 우리야 그놈이 잘난 걸 알지만, 밖에서 보기엔 그놈은 별 볼 일 없는 실업자 아냐? 괜히 띄워주다가 그 눈치 빠른 놈이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곤란해.“

"알겠습니다.“


사현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사현은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위험한 길을 뚫으며 올라왔다. 그 짠순이 타하무트가 인정할 정도면 말 다 했지.

그런 사람에게 필요한 건 상이지 방해 공작이 아니다. 적어도 그럴 정도의 공은 세운 사람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지은은 이런 제안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평범한 취준생에게 좋은 일자리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아니까. 사현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TP 소프트의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만큼은.


"그럼 그 건은 해결됐고. 그 외에 뭐 걸리는 점은 없어?“

"스킬의 적용에 관한 문제입니다. 너무 많은 차원 무관 스킬이 양사현에게 지급됐습니다. 벌써 적지 않은 부분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요.“

"집중력과 전시안이었나? 적어도 지구에서 사기라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닌데.“

"지금까진 그렇겠지요.“


집중력까지는 괜찮다.


솔직히 처음에 사현이 현실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집중력 스킬을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지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매회 차원을 넘을 때마다 스킬의 사용법에 관한 기억을 머리에서 계속 지웠으니까. 현실에서 그 능력을 사용할 방법은 없었다.


그런데도 사현은 마치 현실에서 배운 스킬처럼 집중력 스킬을 사용했다.


아직까진 인간이 낼 수 있는 수준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수준이지만, 스킬이 계속 올라가면서 그 리미트는 언젠가 깨질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고도의 집중력을 가진 인간.


책을 붙잡고 공부하는 수준의 집중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집중력은 자신의 능력을 한계를 넘어 끌어내게 될 것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지적 능력체.‘


그게 현실 세계에 강림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그걸 억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는 있지만, 사현은 지금까지 자신의 예상을 계속 뛰어넘어 왔으니.


그 뿐만 아니라 전시안도, 또 다른 스킬도 현실로 넘어오면 무시무시한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건 사현이 다른 차원의 버그를 때려잡는 것이지, 지구에서 새로운 인류를 강림시키는 게 아니니까.

사현을 위해 이런 의견까진 굳이 적진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렇다고 차원 무관 스킬을 안 주게 되면 나중에 다른 차원관리를 할 때 문제가 생기겠죠. 다른 차원에선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확실히 그렇군.“

"현시점에서는 차원 싱크를 늦추는 방법으로 컨트롤 하고 있습니다. 차후에는 다른 방안을 찾아보아야겠죠."

"골치 아픈 문제로군.“


현실에서 영향을 미치는 성장.


기억을 조절하는 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사현은 그걸 눈치 챌 정도로 눈치가 빠른 사람이니까.

더군다나 사현은 이미 게임 속에서 차원 무관 스킬의 중요성을 알아 버렸다.


범용성.


그걸 계속 주시하고 있다면 앞으로 그의 스킬은 계속 빠른 속도로 오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스킬의 사용법을 알게 되겠지.

지금까지는 무의식 속에 묻혀 있지만.


'그걸 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사현의 성장에 온 지구가 영향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하나의 다국적 기업이 세계를 쥐고 흔드는 게 지구다.


그런 상황에서 사현의 성장한 지적 능력과 감각은 지구에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게 분명하다.

아마 그때의 사현은 한 사람이 아닌 한 국가 단위의 능력과 비견될 만한 사람이 되겠지.


'이게 현실에서의 보상이 될 줄이야.‘


지은은 사현의 파일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과 타하무트는 어떻게 사현을 컨트롤 해야 할까? 그냥 지금같이 사현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최소한의 간섭을 하는 게 옳을까?


그도 아니라면······.


'아직까진 괜찮아.‘


지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미리 호들갑을 떠는 자신에게 진정하려는 듯.


'내가 잘하면 돼.‘


사현의 현실에서 능력 발현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일. 그게 자신이 할 일이 아니었던가?


'적어도 현실에서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지은은 생각했다.

사현에게 취업을 제의하게 된다면 그만큼 지은이 사현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렇게 되면 현실에서 사현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에도 수월해지겠지.


'현실과 게임을 분리하는 일도.‘


다행히 사현은 누구보다 그것에 관한 확고한 주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걸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은 자신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이 될 것이다.


게임의 것은 게임 속에서만.

그게 사현에게 자신이 원하는 전부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다른 당근을 드리죠.‘


신계는 당연히 그럴 능력이 있었다.

사현이라면 그럴 자격도 충분히 있다고 지은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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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TAGE1. 게임 혹은 현실 19.12.19 114 1 11쪽
1 프롤로그. 차원 관리자의 탈모에 관하여 19.12.19 155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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