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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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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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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5,429

작성
18.03.06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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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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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조사 16

DUMMY

"너도 들리냐?"

"그래."


서이현의 물음에 조용히 대답한 이강호는 귀를 곤두세우고 이 학생회실에 다가오는 것이 없는지 집중했다.


이준형 서이현 이강호 이유나. 우수학생 네 명은 교실로 가지 않고 학생회장실로 피신해 있었다.


교실로 간 다른 애들은 그저 교실이 익숙하고 다른 이들도 다 가니 그곳으로 간 것 뿐이며 교실이 안전하단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밖에 결계가 쳐져 있지만 코뿔소를 닮은 커튼과 날아다니는 커튼, 두 마리의 위험성을 충분히 목격한데다 무엇보다 교문에 있던 그 불길한 검은 힘을 뿜던 그 괴물. 아무리 조심해도 모자라다는 판단 하에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학생회장실로 온 것이다.


이 방은 학생회장이 직접 디자인했고 평소 그녀의 지나치리다 싶을만큼 대비를 해두는 성격을 아는 이들은 이곳이 제일 안전하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불길한 생각은 맞았다.

교내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진 것이다.


"쳇. 무기라도 가지러 갈 걸 그랬나."

"가지러 간 애들 있잖아? 걔네들이 그대로 쓰진 않을테고 가져오면 우리가 쓰지 뭐."


서이현의 투덜거림에 이유나가 달래듯이 말한 뒤 아까부터 생각에 잠긴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준형을 쳐다보았다. 학생회장실로 이동할 때부터 계속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조금 안전해진 참에 물어보기로 했다.


"무슨 생각 하는 거야?"


어쩌면 무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이준형은 선선히 대답했다.


"학교에 침입한 커튼들이 있다면, 어떻게 사냥할지에 대해서다."

"사냥한다고?"


벙찐 얼굴로 반문한 이유나가 잘못 말한 게 아니냐는 듯 쳐다보았지만 이준형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유나는 자신이 잘못 들었겠거니 넘겨버렸다.

그가 떠올리고 있는 것은 강당에서의 싸움이었다.

여기에 있는 셋을 포함한 우수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자신도 예외없이 잔혹한 괴물에 얼어붙었는데 그 녀석, 이가온만은 상황을 파악하고 싸웠다. 그것도 상당히 선전했다. 새 커튼이 조금이라도 늦게 왔다면 코뿔소 커튼을 무력화 시켰을지도 몰랐다.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는데. 그 녀석은 그걸 아득히 넘었다. 그 사실이 어째선지 너무나 참기 힘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걔...죽었으려나."


그리고 그런 생각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이 이유나가 이가온에 대한 화제를 꺼냈다.

걔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 자리의 누구도 누굴 말하는 건지 잘 알아들었다.


"죽었겠지......? 일반 커튼의 완력이 코끼리와 비슷하다는데 상급이잖아. 거기다가 그 중에서도 완력이 강할 것 같은 개체였고."


서이현이 어쩐지 우물대며 말하자 이강호가 그걸 부정했다.


"모르겠어. 마지막에 방어 자세를 취하는 걸 봤었어. 하지만 위력이 위력이었으니......"


그런 그들의 생각을 종식시키듯 이준형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에 팔에만 주술을 집중해 가드했어. 틀림없이 살아있겠지."

"아, 그래?"

"그게 보였어?"


역시 대단하다는 눈길로 두 친구가 자신을 바라보았지만 그게 어쩐지 그 순간 굳어있었던 자신을 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짜증이 났다.


물론 이건 과한 생각이며 둘은 진심으로 감탄한 거겠지만 고작 그 한순간의 공방을 파악해낸 게 뭐 대수란 말인가? 그 괴물과 맞서싸우고 그도 모자라 두 마리를 없애버리기까지 한 녀석이 있는데.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이가온의 주가는 훨씬 상승하겠지. 그 나이에 커튼 사냥 경력이 있다는 건 대단한 거니까.'


대체 그 녀석은 어떻게 인간에게 악의를 가진. 인간을 해치는 괴물을 보고도 태연자약하게 싸울 수 있는 걸까.


'아 그래! 그 녀석은 여왕 사냥떄의 경험이 있지? 어쩐지 너무 침착하다 했어.'


입꼬리를 올려 쿡쿡 웃던 이준형은 순식간에 자기 혐오에 빠졌다.


'병신인가 나는! 그 경험으로 인해 커튼과 아무 거리낌없이 싸울 수 있었다고 한다면 나보다 뛰어난 게 확실한거잖아?'


게다가 여왕사냥때는 미증유의 위기였다고 나중에 되서야 들었다. 전세계가 두려움에 떨었던 사건이 지금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할리가 없는데 녀석은 거기서도 어떤 방식으로 활약했다고 들었다.


'커튼 사냥은 내 꿈과는 거리가 멀어. 먼데...제기랄. 어떻게 해도 이 불쾌감이 지워지지 않아. 녀석을 깎아내려봤자 내 자신이 납득하지 못해.'


이준형은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섰다.


'그렇다면 나도 실적을 내면 된다. 그뿐인 이야기야.'


갑자기 벌떡 일어선 이준형에게 왜 그러냐는 듯 시선이 모였고 이준형은 그 시선에 대답해주었다.


"커튼을 사냥하러 간다.'


짧은 한 마디의 내용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무슨!!"


제일 먼저 서이현이 반박하려 일어섰으나 이준형은 이미 문으로 이동한 뒤였다. 그런 그를 말리려는 듯이 이강호가 그의 이름을 외쳤으나 그는 돌아보지 않고 문을 열었다.


"딱히 너희보고 도와달라는 게 아니야. 나 혼자 한다. 지금쯤이면 무기를 가지러 갔던 후배들이 올 때가 됐으니까."


그 말만 남기고 문을 탁 닫아버린 이준형을 보고 세 사람은 망연자실한 표정에 빠졌다.

당장에라도 쫒아 나갈 것 같았던 이유나는 또 다시 울려퍼지는 커다란 비명소리에 흠칫 몸을 떨더니 두 손을 가슴께에 모으고 공포어린 표정을 지었다.


"제기랄. 저 자식 쿨해보이게 행동하면 왜 저러는지 모를 줄 아나."


짜증난다는 듯이 내뱉은 서이현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도 이가온 때문에 저러는 걸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강호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존심 강한 이준형이 강당에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는데 이가온만. 자신에게 굴욕을 준 이만 활약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테니까.


서이현은 확신했다. 왜냐면 자신도 그랬으니까.


"혼자 보낼수도 없고. 난 갈 건데 너희는?"

"윽...가, 갈래."


이유나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고 이강호는 대답할 것도 없다는 듯 이미 문으로 쿵쿵 걸어가고 있었다.


"좋아. 이 나이에 커튼사냥 같은 이색 경력이 있는거. 취업에 좋겠지. 암."


스스로를 그렇게 다독이며 떨리는 몸을 추스르고 서이현도 방을 나가려고 발걸음을 옮겼다.


문 너머로 나간 세 명은 이준형이 복도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한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자존심 강한 성격상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그 의문에 답하듯 이준형은 웃더니 말했다.


"너희도 싸울 건가 보군. 타이밍이 아주 좋아."


그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엔 창백한 얼굴로 고급스러운 케이스에 담긴 무기를 가져오는 후배들이 있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던 서이현은 그 중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쩌적 굳어버렸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그 상대는 바로 가온과 친구가 된 그 소녀였다.

서이현이 먼저 어색하게 고개를 돌려 둘의 대치상태는 끝났지만 이준형의 볼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준형 선배님. 방금 전에 뭐라고 하셨죠?"


그 중에서 그나마 침착한 후배 한 명이 앞으로 나서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해주지. 그 무기를 나에게 양도해달라고 말했어."


'그 짧은 시간 그런 대화가 오고갔던 건가. 근데 뭐야? 이 묘한 대치.'


이유나가 불안한듯이 이준형과 후배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녀도 후배들이 무기를 가져오면 그걸 사용하자고 했던 만큼 이 학교에서 무기를 써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자신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후배들은 무기를 넘기는 것에 거부감이 있어 보였다.


"왜 그러지? 무기를 못 주는 이유가 있는 건가?"

"네. 그게 가은양이 따로 쓸 데가 있다고 해서 저희 판단으로 함부로 드리거나 할 수는....."


말꼬리를 흐린 그가 이준형의 기분을 살피듯 보았지만 이준형은 이미 기분이 상해있었다. 평소라면 그런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일인데 이가은의 이름이 나오자 불쾌해졌다.


'그래. 이가은도 이가온처럼 곧바로 움직여 활약했었지.'


재능이 넘치는, 언젠가 한국 커튼 사냥꾼 업계에 확실한 인재가 될 소녀라지만 지금까지는 자신의 우위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방금 전 강당에서의 일을 떠올리자니 그 믿음이 뒤흔들렸다.


'남매가 쌍으로 짜증나게 하고 있어.'


속으로 혀를 찬 이준형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손을 내밀었다.


"그럼 내가 커튼 사냥을 하기 위해 가져갔다고 말해줘. 그러면 그 아이도 납득할 거야."

"이준형 선배님이 커튼 사냥을......?"


어리둥절해하던 후배의 표정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평소 후배들에게 엄하긴 해도 못하지 않았던 그의 태도와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을 뛰어난 실력이 다른 학생이 담았다간 웃어넘길 커튼 사냥이란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까 전 가은의 침착하고 정확한 현장지휘 실력을 본 그는 갈등했다.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던 것도 전부 그녀의 덕이다. 뭔가 생각이 있다면 그것에 따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그는 눈치를 보면서도 말했다.


"저기. 그러면 일단 같이 가서 의견을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그러면....."

"그녀가 교사라도 되나? 그리고 넌 지금 교내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나?"


이준형이 드디어 짜증을 숨기지 않자 후배가 순식간에 주눅이 들었다. 무기를 가져오면서 커튼과 조우하지 않았지만 복도를 거닐고 있었던 만큼 비명도 확실하게 들었기에 비명소리를 언급하자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성큼다가간 이준형이 빼앗듯 케이스를 낚아챘다.


"아앗."


허무하게 손을 뻗었지만 이내 소용없다고 체념한 후배가 손을 거두었고 이준형은 케이스에서 검을 꺼냈다.

학교에도 몇 없는. 교사만 사용이 허락된 커튼용 무기지만 커튼사냥꾼이 실제로 쓰는 무기보단 떨어지는 무기다.


'그런걸 가지고 이 학교에 침입한 커튼을 모조리 사냥해 보이겠다.'


잠자코 지켜보던 이준형 그룹도 미안하다는 듯 후배들에게 다가가 하나씩 케이스를 들었다. 이미 이준형이 하나 뺏어간 뒤라 더 이상 반항할 이유도 없다는 듯 순순히 넘겼다.


"너희들도 이가은에게 보고는 해야겠지. 그 녀석은 어디에 있지?"

"방송실에 있습니다."


후배의 말에 이준형이 씨익 웃었다.


"그럼 방송실까지 가는 길목에 있는 놈들부터 처리해 볼까......"


그렇게 이준형은 무기를 들었다. 들고 말았다. 그게 불행이 될 것인지 행복이 될 것인지도 알지 못한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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