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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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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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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8.03.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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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조사 15

DUMMY

"제기라알......"


벽에 데롱데롱 매달려서 아래를 내려다본 가온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날아가는 순간 팔에 주술을 집중시킨 게 정말 좋은 수였다. 집중된 주술에 강화된 팔로 콘크리트 벽에 손이 꽂혀 떨어지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충격으로 인해 잠깐 몸을 가누지 못할 때 상당히 떨어져서 강당으로 다시 올라가기 위해선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역시 무기도 없이 상급 두 놈을 상대한다는 건 힘들었나.'


그 빌어먹을 코뿔소놈 다음번엔 반드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하며 아래를 내려다보고 다시 위를 쳐다보았다.

대략 20M는 넘어 보이는 빛이 내려오는 천장을 보며 가온은 어떤 사실을 확신했다.



[마스터.]


잠자코 있었던 안내 시스템의 말에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래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어떤 강력한 힘이 작용하고 있네."


정부공인 순위권자들이 왜 바로 올라오지 않나 했더니 저것 때문이었다.

결계에 관련덴 주술에는 아직 깊은 이해도를 갖지 못한 가온이 보기에도 저건 상당히 강력한 것이다.


'그럼에도 아래 내려간 사람들이라면 금방 부술 수 있겠지만...아마 공격받고 있겠지.'


같이 떨어진 귀빈들을 지키며 싸우느라 시간이 걸리는 걸 거다.

이쯤되면 그냥 확신범이다. 그야 이렇게 깊은 구덩이나 높은 수준의 결계를 만드려면 인간의 협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렇다. 대체 어찌된 일인지 몰라도. 커튼들을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적어도 이런 구덩이를 만들 자본을 가진 이가 모든 일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하지만, 목적이 뭐지?'


학생들을 죽이는 게 목적인가? 하지만 그러면 뭐가 좋지? 가령 이번 일을 벌인 작자가 커튼이 너무 좋다는 미친놈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렇기에 미래에 커튼들을 죽일 사악한 종자들을 절멸시키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


그럴 리가 없다. 고작 학생들을 없애기 위해서는 너무 큰 수고가 들었다. 이런 규모로 일을 벌였으니 어딘가에서 꼬리가 잡힐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이 구덩이 아래에 떨어진 귀빈들이 목적인가? 그것도 아니다. 그런 것 치고는 전력이 허술하다.


저 밖에 좀 위험한 느낌이 하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저 아래의 인간들을 없앨 수 없다.


'뭐 생각해봤자 지금 당장은 소용도 없으니......그리고 누가 했는지는 대충 알 것 같고.'


그렇게 생각한 가온은 팔에 주술을 집중에 벽이 손을 꽂으며 위로 올라갔다.

지금까지 맞았던 충격에 팔이 저려 움직일 수가 없어 간신히 매달려 있는 상태였으나 겨우 회복되었다. 그렇게 위로 올라간 가온은 강당의 참상에 절로 눈을 찌푸렸다.


여기저기에 흩어진 피투성이의 고깃조각. 죽은 커튼들과 여기저기에 날아다니는 의자. 평소의 깔끔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주위의 참상을 보던 가온은 발치에 있는 시체를 보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 시체는

교사의 것이다. 머리는 없었지만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이 항상 비슷해 알 수 있었다.

좋은 선생님이었는데...애도하던 가온은 뭔가를 발견하고 절로 목소리를 냈다.


"엇."


그건 검이었다. 커튼용 무기치고는 살짝 빈약하지만. 보통의 무기보다는 훨씬 강력하며

끊임없이 재생하는 커튼을 죽일 수 있는 어엿한 커튼용 무기.


희희낙락하며 검을 집어든 가온이 중얼거렸다.


"복수해 드릴게요. 선생님."


그리고 강당을 나서려던 가온은 멈칫하더니 뒤에 구덩이를 내려다보았다.















가은은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후우."


방송을 하며 몇몇은 무기를 가지러 가게 하고 결계를 유지할 수 있게 주술을 불어넣는 인원을 로테이션 시키며 상황을 지시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결계를 부술수 있는 최상급 개체를 예의주시한다.


그 모든 지휘를 하던 가은은 이제야 한숨 돌리며 식은땀을 훝어냈다.

다행히도 최상급 개체는 결계 가까이에만 다가와 한번 공격한 게 전부고 그 뒤엔 딱히 결계를 부수려거나 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그게 다행인가?'


어쩐지 모를 불길함에 가은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이번 커튼들의 행동은 너무나 이상하다. 얼마전에 일어났던 여왕의 부화에서도 커튼들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였지만 그건 여왕의 영향을 받아 그랬던 거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여왕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도 없는데 평소와는 너무 다른 행동양상을 보였다. 의문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도시를 둘러싼 방비시스템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으며 설령 뚫고 들어왔다 해도 어떻게 아직까지 그 존재를 들키지 않아 도시 중심부에 있는 이 학교까지 침입했고 그리고 왜 굳이 이 학교를 노리는가?


학교보다는 학교밖에 있는 도시가 녀석들에겐 훨씬 먹음직스러운 연회장일 것이다.

인간들의 반항이 거센 이 학교와는 달리 도시에 있는 인간들은 반항도 못하며 약하다. 만일의 사태때 도망갈 수 있는 확률도 높다.


커튼들은 본능을 우선시하는 짐승들이지만 생각할 줄 안다. 사람들을 속인다거나 하는 작전은 짜지 못하지만 어떤 방법이 더 생존률이 높고 더 효과적으로 포식할 수 있는지는 알고있다.


그런데도 어째서 학교를 둘러싸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은 행동을 취할까? 상위개체에게 그렇게 명령받았나? 하지만 무슨 이유로? 아니 애초에 상위개체라도 그런 명령을 할 이유가 있나?


제일 큰 위화감은 강당에서였다.

어딘가 부셔지는 소리나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바퀴벌레나 생쥐가 어느샌가 멋대로 집에 침입한것 마냥 강당에 들어와있었다. 게다가 귀빈석 아래에 뚫린 그 깊은 구덩이.

이래서야 마치...


"누군가가......사람이 계획하고 학생들을 죽이려는 것 같잖아."


그리고 그 순간. 복도에서 믿을 수 없는 기척을 감지한 가은은 두 눈을 크게 뜨고 경악했다. 커튼의 기척이었다. 그것도 족히 열마리는 넘는 숫자가.


"말도 안 돼. 결계는 멀쩡히 작동하고 있는데......!!"



이변은 금방 알려졌다.

학교 곳곳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던 것이다.

교실에서 떨거나 안심하거나 하던 학생들은 그 불길한 비명에 공포에 떨었다.


"야...무슨 소리야? 지금?"

"몰라......"


서로 눈치를 살피던 아이들. 그러던 중 한 여학생이 남학생의 등을 떠밀었다.


"야, 뭐, 뭐야?"

"나가서 확인해 봐......"

"내가 왜?"

"남자잖아? 하여튼 어서!"


화를 내려고 했으나 주위의 여급우들은 물론이고 남급우들까지 네가 보라고 노려보고 있었으므로 그는 하는 수 없이 조심스럽게 교실문으로 다가갔다.


문을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복도를 보던 남학생은 혹시 뭐가 없는지 잠깐 더 두리번거리더니 고개를 쏙 집어넣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그럼 이 비명은 뭐야?"

"내가 어찌 아냐. 설마 나보고 복도밖으로 나가서 다른 반 확인하고 오라는 거 아니지? 난 할만큼 했다. 다음엔 네가 가."


자신을 지목한 여학생을 지목하자 그녀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내,내가 왜?"

"네가 시켜서 봤잖아. 가기 싫음 가지 말던가. 아무튼 난 안......"


그러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남학생이 뭔가에 당겨진듯 문너머로 사라졌다.


"어, 잠깐 뭐야. 으, 아아!......"


비명을 지르려 했던 남학생의 목소리는 더 들려오지 않았고 교실 안에 있던 학생들은 쩌적 굳어졌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뭔가 찢어지며 바닥에 떨어지는 물같은 소리를 들으며 공포에 떨고 있을 뿐.

그리거 어느 순간, 소리가 멈췄다.

쿵. 쿵. 쿵.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무거운 발소리가 들린 뒤 잠시 정적.

그 정적은 공포심을 더욱 가미시켰다. 청각으로만 들리던 공포는. 곧 현실이 되었다.


텁.


문틀을 잡은, 피투성이의 초록색 손을 보고 그제야 남학생 몇명이 튀어나가 문을 잡고 닫으려고 있는 힘껏 밀었다.

허나 손이 끼인 초록색 손은 고통스러워 하는 기색도 없이 문틀안 손가락으로 잡아채더니 반대로 밀어내려 들었다.


"뭐하고 있어 이 새끼들아! 어서 밀어!!"


그 말에 가만히 있던 아이들이 불에 덴 듯 화들짝 놀라서 빠르게 다가와 문을 밀었다.

떨고있던 여학생들중 힘이 약한 몇명은 그들을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남학생들의 등을 밀거나 개중 뛰어난 몇명은 주술을 불어넣어 힘을 주었다.


과연 아직 미숙하다 해도 주술을 쓸줄 아는 십수명의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는지 초록색의 손이 끼긱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문틀을 긁으면서 쏙 빠졌다.


"허억. 허억."


학생들은 숨을 몰아쉬며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커튼을 물러가게 했다며. 조그만 기쁨을 가진 채.

그리고 문밖의 기척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알고는 깨달았다.

녀석은 굳이 문을 열고 들어올 필요가 없다는 것을.


콰아아앙!!


"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문이 터져나가듯 떨어져나가고 그것을 우습다는 듯 짓밟으며 교실안으로 성큼 들어온 초록색 커튼은 먹음직스러운 먹잇감들을 보고 히죽 웃었다.


문 바로 옆에 섰다가 날아온 문에 얻어맞아 바닥에 엎어진 친구를 보고 멍하니 서 있던 남학생은 초록색 커튼을 올려다보았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아니면 뉴스에서나 보던 괴물.

인간보다도 훨씬 커다란 키에 온몸에 혐오스러운 가시가 돋아있는 초록색 피부를 가진 녀석. 그 모든 것이 소름끼치도록 위험해 보였다.


'이런 놈들을 사냥하는 인간들이......있어?'


이 순간. 엉뚱하게도 커튼 사냥꾼들에 대한 존경심이 들었다.

그리고 놈과 눈이 마주쳤다. 마주쳐 버리고 말았다.

남학생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반신에 뜨뜻한 감각이 들었지만 그것에 신경이 가지 않을 정도로 눈앞의 존재는 압도적이었다.


히죽 히죽 웃으며 죽음을 부르는 팔을 내미는 초록색 괴물.

주위에서는 작은 비명을 내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지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았다.

그것을 마음껏 원망한다. 자신이었어도 그랬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도와줘. 누가


'누가 제발 좀 도와줘. 죽기 싫어 싫어 싫어. 엄마 엄마. 신님 하느님 부처님. 제발 누구라도......'



그리고. 신은 그 기도를 들어주었다.


꽈광!!


폭발하는 것 같은 굉음이 울리고 초록색 커튼은 날려가 벽에 처박혔다.

남학생의 발치에 초록색 커튼을 날린 것이 뗑그렁 소리를 내며 굴러떨어졌다. 그건 검이었다.


"어라. 방금걸로 죽일 셈이었는데. 초록놈이라 그런지 좀 단단한데?"


여긴 3층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목소리가 들린 창가를 바라보자. 그곳엔 그와 같은 남학생 한 명이 서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은. 그 얼굴에 공포는 조금도 없었다. 있는 것은 그저 환희뿐.


"그럼 그 갑옷이 깨지고 죽을 때까지 베어 주마."


이가온이 창가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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