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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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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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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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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20.07.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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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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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소년의 땅 (2)

DUMMY

도착한 소년의 땅에 대한 감상은 이랬다.


"...예쁘네.


전에 보았던 여왕개체가 만들어낸 커튼의 땅처럼 보랏빛 액체가 아니었다.

닿기만 해도, 보기만 해도 몸이 썩어 문드러져 갈 것 같았던 그 대지와는 달리 이곳은 적막했고 아름다웠다.

우거졌지만 결코 더러워보이지 않고 각양각색의 색상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는 숲과 내리쬐는 태양.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다...

정말 커튼의 땅인가 싶을 정도의 고요함과 아름다움에 모두 의구심을 가졌다.


"어이 대장님. 여기가 맞는 거야?"


술과의 싸움 이후로 어째서인지 가온을 대장이라고 칭하는 호운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저번 원정에 배는 되는 병력을 가지고 왔는데...이거 좀 기운이 빠지는데?"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

이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싸움으로 훼손하는 것도 탐탁치 않을 터다.

가온은 눈살을 찌푸렸다.

좌표는 이곳이 분명하다. 아니면 혹시...함정인가?

순간 함정이라는 단어가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으나 곧 고개를 저었다.

가온 측에는 천리안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점점 감지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이자견이 있었다.

그녀가 있는 한 몰래 병력을 숨겨두거나 하는 일은 분명했다.


"이자견 씨. 여기 어딘가에 커튼이 있습니까?"

"네. 어마어마한 수예요. 하지만 사전에 파악했던 것과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단지..."

"단지?"

"그 모든 개체가 한 곳에 응집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


가온은 각양각색의 숲을 보았다.

머나먼 숲.

에메라는 소년의 영역을 그렇게 불렀다.

저 아름다운 숲이 머나먼 숲이라는 곳일까?

대답은 금방 나왔다.


"머나먼 숲은 안쪽에 있어요."


어느새 가온 옆에 선 에메라. 이자견이 입을 샐쭉 내밀었다.


"안쪽이라니...숲속에 또 숲이 있다는 거야? 헌데 그럴만한 규모로 보이진 않는데..."


숲의 크기는 그리 넓지 않았다. 고지대에서 내려다 본 것만으로 전부 파악이 될 정도다.

에메라가 고개를 저었다.


"숨겨진 장소에 있습니다."

"숨겨진 장소..."

"소년 말고도 가장 오래된 자들이 있지요. 그들 중에는 공간을 왜곡하는 힘을 가진 커튼도 있습니다."

"흐음."


에메라의 말에 모두 납득하는 듯 했다.

저번 십이지신전 이후로 에메라는 가온이 숨겨둔 비밀명기 쯤으로 인식되어 그녀의 말이라면 모두 인정하는 눈치였다.


"함정은...있을까?"

"있겠죠. 문제는 소년이 우리들의 침입을 눈치챘느냐. 이거지만요."


눈치챘다면 지금쯤 더욱 활발하게 함정을 설치하고 있을 것이고, 눈치채지 못했다면 평소 그대로 놔뒀으리라는 게 에메라의 말이었다.


"빨리 돌입할수록 좋다는 이야긴가."

[지금은 특수한 능력을 지닌 이들도 많으니 그걸 추천드립니다.]


갑자기 안내시스템이 끼어들었고 에메라가 놀란 눈을 했다.

가온은 꺼림칙했다.

아직 이 둘이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기 떄문이다.

에메라의 반응을 보면, 그녀에게 있어 안내 시스템이 원래 육체를 되찾는다는 것은 그다지 좋지 못한 일임에 분명해 보였다.

불안요소를 놔둔채로 전투에 임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했다.


"이동합니다. 습격을 대비하고 긴장을 늦추지 마세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곳은 그 날 파티장에 나타났던 그 괴물. 그 중에서도 특출난 놈입니다."


꿀꺽 침을 삼키고 뒤따르는 사냥꾼들.

예전 세계대회떄 알게 되었던 각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도 대거 참여한 역대급으로 강력한 전력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숲은 멀리서 보았던 대로 아름다웠다.

딱히 위험한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으며 고요했다.

이동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대략 20분 남짓.

비전투인원들을 독려하며 커튼 사냥꾼들이 손수 커튼용 무기들을 끌고 왔다는 것을 감안해도 빠르 속도다.

하지만 도착한 장소에는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야?"


의아한 목소리로 말해온 것은 호운이었다.

이번에도 모두 그의 말에 공감했는데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곤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 하나밖에 없었다.


"몇 년이나 묵은 나무일려나."


탐욕스럽게 눈을 빛내는 호운. 이 정도 나무라면 얼마나 값이 나갈지 눈이 번쩍번쩍했다. 가온은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았고,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무 주변이 일렁거리는 것 같은데요?"

"응? 그래?"


잘 모르겠다는 듯이 답한 호운. 다른 이들도 그건 마찬가지였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가온에게 답을 준 건 에메라였다.


"이곳이 맞아요."

"맞다고?"


에메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자견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맞아요. 여기서 커튼들이 기색이 느껴져요."

"으음..."


이 나무 안에 낑겨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의문은 금새 풀렸다.

에메라가 다가가 나무를 쓰다듬자 은은한 바람이 불더니 저 위에 초록빛과 함께 갑자기 커다란 부적 하나가 나타난 것이다.


"저건?"

"아까 말씀드렸던. 가장 오래된 자 '공간'의 능력입니다."

"그럼 이 나무가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기라도 한 거야?"

"거의 정답입니다."

"거의?"


그녀의 고운 손이 나무에서 떼졌다.


"원래 존재하던 공간을 이 신성한 나무의 특이성을 이용하여 우겨넣어 위장하고 있었을 뿐..."

"...그래서, 이걸 해제할 방법이나 녀석의 땅인 머나먼 숲에 갈 방법은 있고?"

"간단합니다. 당신이 태워버리면 커튼의 능력인 이상 속절없이 해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이걸 해제하면 소년은 이변을 알아차릴 수밖에 없습니다."


더 준비할 게 있다면 지금은 해제하지 말란 소리였지만 가온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 기회야."

"알겠습니다. 당신의 힘으로 해제해도 되지만...지금은 제가 하지요. 올려주세요. 가온 씨."

"어...음?"


부적을 가리키는 에메라를 보고 떨떠름하게 신음한 가온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목말을 태우거나 할 수도 없으므로 하는 수 없이 한쪽 팔에 안는 형태가 되었다.

누군가가 휘익 휘파람을 불었고 이자견의 얼굴이 구겨졌다.


커튼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난감함을 느끼면서 살짝 도약해 나무 중앙으로 오른다.

100M

사람의 키보다도 아득히 거대한 현실감 없는 크기의 나무.

그 중앙에 올라 주술을 이용해 나무에 붙어 있는다. 에메라는 가온에게 안긴 채로 나무와 부적을 차례로 쓰다듬었다.


"이제...해방되기를."


하얀 기운이 부적에 스멀스멀 기어들어간다.

가온은 왜 굳이 힘을 쓰는 것이 원활하지 않을 그녀가 나섰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에메라는 가온이 나서면 이 나무를 상처입힐 거라고 생각했던 게 분명하다. 딱히 틀린 생각은 아니었기에 가온은 괜히 멋쩍었다.

부적은 녹아들듯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진 직후.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이제 곧입니다. 내려가서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시죠."

"주의?"

"억지로 비틀었던 공간이 원래대로 되돌아옵니다. 돌아오는 공간의 물질과 부딪혀 부상을 입을 수도 있어요."

"그런 건 진작 말해."


나무에서 내려가 에메라의 이야기를 전하자 모두가 긴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쿠궁...


소리는 조용했지만 대지 전체가 떨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콰르르르!


"엇!"

"뭐야!"


풍경이 빠르게 뒤바뀌어간다.

각양각생의 색깔로 물들어 있던 풀들이 멀어지고 저 멀리서 괴상하게 생긴, 나무 비슷한 것이 쏜살같이 다가온다.


"피해!"

"제길...!"


누군가가 피하기 힘들었는지 날아오는 물체에 무기를 날린다. 결과는 깡 소리를 내며 무기를 놓치고 남자는 비틀거리며 쓰러져 가온이 끌어당겨 구출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풍경.

아름답고 조용했던 분위기는 사리지고. 어딘가 인공적이고 허무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으로 뒤바뀌었다. 초록 빨강 노랑...기운을 주는 색들은 사라지고 음침한 기운을 풍기는 하얀 장소로 바뀐 숲.


아직 초록색의 나무는 군데군데 남아있었지만 이런 풍경에 있으니 오히려 기괴함을 증폭시켰다.


가온과 원정대가 있던 자리의 변화는 끝났는지 저 멀리서 소리가 들릴 뿐 더는 위험에 처할 일은 없어 보였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사람들이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건 가온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이에 있던 하얀 나무에 손을 뻗어본다. 차가웠다.

나무가 아니라, 나무의 모양을 한 금속.

하나같이 50M이상을 넘으며 너비도 10m는 되는 거대한 인공 나무들의 군집.


이게 바로...


"머나먼 숲..."


가온의 중얼거림을 들은 에메라가 대답했다.


"네. 이게 머나먼 숲...여왕 개체로 만들 수 있는 커튼의 대지를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실험하고, 그것조차 들키기 싫어 다른 차원속에서 실험을 자행했던 소년의 망집의 결정체."


그녀는 어쩐지 애수에 찬 눈으로 머나먼 숲을 보고 있었다.

가온은 문득 에메라가 봉인된 상태로 이곳에 오래 있었을 거라는 당연한 사실이 떠올랐다.


"가온씨. 사방에 커튼들이 있습니다!"


이자견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고 그와 거의 동시에 커튼 사냥꾼들이 각자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인공 금속 나무에 커튼들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눈을 빛내고 침을 흘리며 아래의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센 것들이구만."

"블랙 옐로우 그린...다 균등히 섞여 있네 밸런스가 좋아서 무너뜨리기 어렵겠어."


모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지만 입가엔 자신만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지금 이 원정대는 역대에서도 손꼽히는 전력. 전 세계의 정부공인 순위권자가 수십이 모였으며 커튼용 살상 무기들도 가득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가온의 존재가 있다.

이가온은 이미 오른손엔 거대한 화염구를, 왼손엔 찬란히 빛나는 주술을 휘감고 무표정하게 커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자견씨. 에메라. 소년의 위치를 파악해주세요."

"네! 맡겨만 주세요!"

"저기입니다."


의욕적으로 말한 이자견이 자기도 모르게 에메라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진짜? 거짓말 아냐? 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에메라는 마주보기가 부담스러웠느니 가온에게만 시선을 고정했다.

헌데 어쩐지 그 표정에는 자부심이 깃든 것 같았다.


"...대략적인 방향은 에메라가 알려주면 고맙겠고, 세부적인 지도는 이자견 씨꼐 부탁드립니다. 두 분이 협력하시면 좋겠군요."


뜨악한 이자견과 무표정하지만 어딘가 책망하는 듯한 에메라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며 가온이 말했다.


"사냥 시작입니다."



폭염을 비롯해 온갖 힘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 자리에만 수십이 넘게 있든 커튼들이었지만 1분이 지난 후, 살아남은 커튼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


중년의 미남자는 잠에서 깼다.

이변이 일어났다고 느꼈다.


"...뭐지."


저번에 소년의 말을 어기고 붉은 커튼에게 덤벼들려고 발악한 결과 벌이라는 명목으로 잠시 잠들게 된 그였다.

적어도 한 달은 머리를 식히라고 했는데 벌써 한 달이 지난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왜? 소년은 그에게는 관대했으나 한 번 말한 걸 쉽게 물리는 자도 아니었다.

뭔가 시킬일이 있는 건가...?


하지만 그의 본능이, 쿵쿵 뛰는 심장이 말하고 있었다.

이변이 일어났다고.



그리고 그걸 증명하듯 신경질 적인 쾅 소리가 저 위에서 울려퍼졌다.

무감정하게 위를 올려다보는 중년의 미남자.


가장 상층부에서 옥좌에 앉은 앳된 남자아이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대체...어떻게...! 이곳에?!"


이를 갈던 남자아이가. 소년이 악에받혀 외쳤다.


"이가온...그리고...이...인간 자식들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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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3 파멸의 징조 20.08.06 79 2 12쪽
352 정적의 분노 20.08.05 69 3 17쪽
351 손을 잡다. (3) 20.08.04 68 2 18쪽
350 손을 잡다. (2) 20.08.03 68 2 22쪽
349 손을 잡다. (1) 20.08.03 66 3 15쪽
348 믿기 힘든 감정 (4) 20.08.01 70 3 17쪽
347 믿기 힘든 감정 (3) 20.07.31 65 3 15쪽
346 믿기 힘든 감정 (2) 20.07.30 67 2 12쪽
345 믿기 힘든 감정 (1) 20.07.29 66 4 12쪽
344 원숭이(猿) (2) 20.07.28 61 3 21쪽
343 원숭이(猿) (1) 20.07.27 58 3 13쪽
342 달의 기운. 20.07.26 56 3 15쪽
341 더 진화해야 한다. 20.07.25 56 3 12쪽
340 대회의 (2) 20.07.24 59 3 14쪽
339 대회의 20.07.24 63 2 14쪽
338 고대의 유적 20.07.22 67 3 19쪽
337 머나먼 숲 20.07.21 64 4 15쪽
336 소년의 땅 (4) 20.07.20 54 1 12쪽
335 소년의 땅 (3) 20.07.19 54 3 14쪽
» 소년의 땅 (2) 20.07.18 58 3 12쪽
333 소년의 땅 (1) 20.07.17 57 4 14쪽
332 파벌 20.07.16 76 4 20쪽
331 개(犬) (8) 20.07.14 69 4 16쪽
330 개(犬) (7) 20.07.14 66 4 22쪽
329 개(犬) (6) 20.07.13 64 3 20쪽
328 개(犬) (5) 20.07.12 60 4 20쪽
327 개(犬) (4) 20.07.11 61 3 19쪽
326 개(犬) (3) +1 20.07.11 74 4 13쪽
325 개(犬) (2) 20.07.09 56 2 13쪽
324 개(犬) (1) 20.07.08 6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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