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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108

잔잔한 세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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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108
작품등록일 :
2023.04.03 16:52
최근연재일 :
2023.05.01 22:39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36
추천수 :
47
글자수 :
83,532

작성
23.04.25 22:10
조회
34
추천
1
글자
11쪽

잔잔한 세계로부터 14화

DUMMY

-제발... 더 구할 수 없을까요?

-몇 잔 더 마시면 완전히 나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응? 완치가 안 된 건가?"


좋은 소식에 즐거운 마음으로 오픈준비를 하려던 중.


이민아 씨한테 추가로 문자가 왔다.


"아무래도 과일을 섞어서 효능이 떨어지나 보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시너지가 일어나 효과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시련의 강물 쓴 맛을 없애주는 게 어디인가.


"그래도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야."


조금 아쉽긴 하다만.

이민아 씨 말대로 몇 번 더 복용하는 완치가 될 수 있다는 확률이 있었다.

아니면 주기적으로 복용해 줘야 한다든지.


뭐가됐든 긍정적이기에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의 고민의 해결되지 다른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걸 어떤 식으로 팔아야 하는 거야."


대놓고 건강 주스라고 하면 성분을 물을 게 분명하고.

그렇다고 성분을 속일 수도 없고.

성분만 어떻게 해결하면 대박을 칠 텐데.


"아쉽지만 차선책으로 돌려야지."


뭐가 있을까.

계획을 바꾸는 건 좋았으나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


"끄응... 뭐 하나 쉬운 게 없네."


애서린의 정체를 밝힐 수가 없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시원하게 성분 검사라도 받고 싶지만 그건 너무 리스크가 컸다.


"그냥... 어른 주스라고 할까?"


대충 연한 녹즙 비슷해 보이고.

녹즙이라기엔 색이 너무 연하긴 한데... 노란색이나 파란색보다는 낫지.


"그래, 어른 주스라고 하자."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면 그때 또 고치면 되지.


가격은... 10,000원으로 하자.

근데 사람들이 이 가격을 주고 사먹을까?

5,000원도 비싸다고 느껴지는데.


에라, 모르겠다.

안 팔리면 안 팔리는 거고, 팔리면 팔리는 거고.


사실 효과를 생각하면 만원은 터무니없이 저렴한 금액이다.

병을 고쳐주는데 고작 만원이라니.

약값만 해도 달에 십 만원은 우습게 넘어갈 정도인데 만원이면 완전 거저인 셈.


하지만 나는 폭리를 취할 생각은 없었다.

병에 걸리면 그 고통은 끔찍하다.

그런 지옥 속에서 구원해 줄 수 있는 주스를 가격으로 또 한 번 절망을 맛보게 할 수는 없다.


"강원도까지 와서 사람들이 마셔야 한다는 게 문제지만."


정작 인근의 사람들도 비싸다고 안 먹을 판이고.

이건 지금 당장 떠오르는 묘수가 없기에 어쩔 수 없다.

입소문이 나면 알아서들 찾아오시겠지.


산속 깊은 곳에 박혀있는 용한 한의원도 잘들 찾아가지 않는가.


메뉴판을 고치고 오픈 준비를 마치니 30분 정도가 남았다.


어떻게 할까.

오늘은 좀 일찍 열어야 하나.

뭐, 늦게 여는 것도 아니고 일찍 여는 거니 상관은 없겠지.


하지만 빨리 여나 늦게 여나 손님이 없는 건 똑같았다.


부동산 사장님.

오늘 오신다면서요.

약속 했잖아요.

나쁜 사람.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개미 한 마리도 안 보인다.


마음을 접고 새로 마련한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냈다.

며칠 하루 종일 서 있어보니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딱히 몸이 힘들다기보다는 멘탈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하루 종일 입 꾹 닫고 서 있는 건 고문이나 다를 바 없었다.


슥슥-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만큼 휙휙- 내려가는 스크롤.

스포츠, 경제, IT, 시사...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기사.


[진용희 회장, 병세 악화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으로 불리는 성진 그룹.

한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그룹의 회장이 아프다니.


기사를 터치하니 휠체어에 타고 있는 초췌한 진용희 회장의 사진이 떴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정정한 모습이었는데.


아무리 몇 조를 가지고 있는 재벌이라고 해도 세월은 이길 수 없나보다.


"내 주스 몇 잔만 마시면 뚝딱인데."


활력도 올려주고, 병도 고쳐주고, 면역력도 올려주고.

그야말로 환자에게 필요한 모든 것들이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어른 주스.


생각할수록 만원은 진짜 저렴하네.

효능을 생각하면 기부나 다름없다.


"근데 뭔가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갑자기 간질거리는 머리.

마치 중요한 사실을 잊은 느낌이다.


그게 뭘까.


그러다 문득 시선을 내려 기사를 바라봤다.


[... 진용희 회장은 평소 기부 재단에 많은 공을...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


기부 재단.

희망.


"아! 맞다!"


내가 왜 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지?


어렸을 때, 그러니까 8, 9살 쯤.

집이 힘들었던 시절.

엄마가 병에 걸리시면서 집안은 더더욱 힘들어졌다.


차를 팔고 얼마 안 돼서 집도 팔아야 하나 아버지가 고민하고 있을 때.

진용희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재단에서 엄마를 지원해 준 적이 있었다.


그야말로 한 줄기 빛.

아니, 태양과 같은 희망이었다.


다행히 그 후부터 엄마가 기운을 조금 차리셨고 아버지의 사업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맞아. 그랬었지. 그때 도움을 주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장사도 못하고 있었겠지."


장사는커녕 빚에 허덕였을지도.


"이런 분이 아프시다니. 이제 막 70이 되신 거 같은데."


100세 시대.

나이 70은 젊진 않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논하기엔 이른 나이.


그런 나이인데 기사 속의 진용희 회장의 얼굴은 80은 넘은 듯 보였다.


"내 주스를 마시면 도움이 될 텐데."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가게를 빙빙 돌면서 방법을 모색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택배를 보내봤자 의심할 게 분명했다.

재벌 회장이 아무거나 먹진 않을 테니까.


직접 가봤자 문전 박대나 당하겠지.


"끄응..."


은혜를 갚고 싶다.

갚을 수 있는 묘수도 가지고 있다.


헌데 전달할 방법이 업다.


"강제로 마시게 할 수도 없고..."


툭툭.


그때 어깨를 두드리는 예리.


"예리야, 불렀어?"

끄덕.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가리키는 예리.

퀴즈쇼 시작이군.


자신을 가리키던 예리가 이번에는 어른 주스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주위를 붕붕 날아다닌다.


음...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어른 주스 마시고 싶다고?"

도리도리!

"아, 예리는 어른이라고?"

끄더... 도리도리!


고개를 끄덕이다 말고 가로로 젓는다.

겉모습은 소녀인데 속은 어른이라고 인정받고 싶은 건가.

하긴, 엄마와 계약했던 정령이니 적어도 나보단 나이가 많겠지.


아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나라고 불러달라는 거야?"

도리도리!


진짜 모르겠다.

이번 퀴즈는 난이도가 좀 높네.


척. 척. 척.


이번엔 자신과 주스, 스마트폰을 가리키는 예리.


"... ..."


더 모르겠는데.


예리, 어른 주스, 스마트폰.

설마...


"예리야, 스마트폰에 주스를 부으면 안 돼. 고장 나요."

도리도리도리!


물 튄다.


거세게 고개를 젓는 예리.

많이 답답한 듯 스팀까지 뿜어대고 있었다.


툭툭!


예리가 다시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정확히는 화면 속 사진의 진용진 회장을.


응? 진용진 회장?

무슨 말을...

설마? 아니겠지.

그래도 한 번 말해볼까.


"그러니까 네가 이 사람한테 주스를 먹이겠다고?"

끄덕끄덕!

"엥?"


이게 정답이었다니.

상상도 못했다.


잠깐만.

생각해보니 불가능한 일이 아니잖아.

예리는 다른 사람 눈에 안 보이게 할 수도 있으니.

기사에 입원한 병원 이름도 기재되어 있다.

문제는.


"주스를 어떻게 옮기려고?"


말을 끝내자마자 예리가 주스를 흡수했다.


저러면...


"가능... 하겠는데?"

끄덕.


자신감 넘치는 예리의 끄덕임.


그렇다면.


"한 번 해볼까?"


은혜는 갚아야지.


***


서울의 한 병원.


"회장님, 시간이 늦었습니다."


비서의 말에 진용희 회장은 시계를 바라봤다.


밤 11시.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미안하군, 책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아닙니다."

"그래, 어서 퇴근해 봐. 내일 보자고."

"그럼, 평안한 밤 되십시오."


고개를 숙인 비서가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병실에서 나갔다.


비서가 나가자 회장은 옅게 한숨을 쉬었다.


"병이 나을 기색이 없구나..."


철인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정정했는데.

한 순간에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나도 늙은 건가. 허허..."


적어도 80세 까지는 현역으로 뛸 줄 알았건만.


진용희 회장은 창밖을 바라봤다.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어제 비가 와서 다 떨어진 벚꽃만이 보일 뿐이었다.


"피었으면 질 때도 있는 법이지..."


씁쓸한 마음을 안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수면을 취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1시간 후.


간병인이 의자에 앉아 졸고 있는 병실.


슝-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진용희 회장에게 날아왔다.


예리였다.

예리는 잠들어 있는 진용희 회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어디가 불편한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회장.


예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회장의 식은땀을 부드럽게 닦아줬다.

그리고.


쑤욱-


회장 입에 손가락을 조심스레 넣는 예리.


톡- 톡- 톡-


손가락 끝에서 나온 주스가 회장의 입으로 들어갔다.

한꺼번에 넣으면 혹시나 놀랄까봐 마치 링거 같이 정성스레 주스를 흘렸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예리가 손가락을 뺐다.


회장의 표정은 전과는 다르게 매우 편안해보였다.

식은땀은커녕 고른 숨소리가 병실을 메웠다.


히히-


다행이다.


예리는 회장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은은하게 빛나는 신비스런 푸른빛.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예리도 병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


"음?"


아침이 되고.

진용희 회장이 눈을 떴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상하게도 다른 날과 달랐다.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온 듯 상쾌한 아침.


원래 같으면 통증으로 시작할 아침이었는데.

통증은커녕 개운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그 꿈은 도대체..."


나무의 수액을 한 방울 씩 마신 기이한 꿈.

얼마나 달콤했던지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꿈에서 맛이 느껴진다니.

허무맹랑한 말일 수 있겠으나 그는 진짜로 맛이 느껴졌다.

아직도 입을 다시면 달콤한 맛이 느껴지니.


"허허..."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이런 꿈이라면 매일 꾸고 싶다.


"일어나셨어요?"

"그래요. 좋은 아침입니다."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는 진용희 회장.

이때 회장은 다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몸이 이렇게 가벼웠나?

항상 끙끙대면서 일어났는데.


"잠시만요."

"예? 왜 그러세요?"


간병인의 손길을 제지하고 침대를 벗어나는 진용희 회장.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그는 침대에서 벗어났다.


착각이 아니다.

진짜로 몸이 가벼웠다.


후웁-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가슴이 부풀었다.

몸이 안 좋아진 이후로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지금은 너무나 편안했다.


"허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좋아졌다?


나한테 기적이 일어났다는 말인가.


"그런데..."

[애서린 과일 주스]


꿈에서 봤던 글자는 뭐였지?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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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잔잔한 세계로부터 5화 23.04.08 60 4 11쪽
4 잔잔한 세계로부터 4화 23.04.07 69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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