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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108

잔잔한 세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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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108
작품등록일 :
2023.04.03 16:52
최근연재일 :
2023.05.01 22:39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39
추천수 :
47
글자수 :
83,532

작성
23.04.07 19:46
조회
69
추천
4
글자
11쪽

잔잔한 세계로부터 4화

DUMMY

"세상에... 200KG 까지 든다고?"


200KG을 들 때 관장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

후로 진짜 처음이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선수를 해보지 않겠냐는 둥 말을 쏟아냈다.


도망치듯 헬스장을 빠져나왔다.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무리 내가 선천적으로 힘이 셌다고 해도 200KG을 들 정도는 아니었다.


"이것도 산삼의 효능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미치겠네."


그야말로 만능산삼이다.


"어쩌면 산삼이 아닐지도 몰라."


이게 맞을 것이다.

열매부터 체리만하고 크기도 인삼만하지 않았던가.


"달리기도 측정해 봐야겠어."


곧장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둘레가 대략 2000미터인 공원.

평소라면 반을 돌기도 전에 숨이 차야했는데.


"숨도 안 차네. 허허."


힘들긴커녕 다리가 가볍다.

속도를 올리자 지금까지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속도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올림픽 단거리 선수들의 속도가 이 정도이지 않을까.


무서운 건 이게 최대 속도가 아니라는 거다.

좀 더 속력을 내볼까?


"저 사람 좀 봐! 진짜 장난 아니야."

"선수인가?"

"다리가 안 보여."

"잘생겼다."


이런.

아무래도 전속력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해야겠군.

근데 잘생긴 건 또 뭐야.

안과 가보세요.


날 보며 웅성거리는 사람들.

계속 이렇게 뛰었다간 누군가 찍어서 뉴튜브에 올릴 것 같아 속도를 낮췄다.


그러고 보니 뉴튜브를 해볼까?

다른 나라도 아니도 다른 세계다.

요즘 여행 뉴튜브가 인기던데.

어쩌면 대박 나는 거 아닐까.

스마트폰이 작동되니 폰으로 찍어서 올리면 되잖아.


온갖 잡생각을 하며 공원을 계속 돌았다.


1바퀴, 2바퀴, 3바퀴...


뭐지?

6km를 뛰었는데 왜 안 힘들지?

게다가 숨도 거칠어지지 않아.


속도를 늦췄다고 해도 충분히 빠른 속도인데.


이 정도면 무서울 지경이다.


내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10바퀴를 뛰자 그제야 숨이 좀 거칠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힘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은 느낌이랄까.

마음만 먹는다면 몇 십 바퀴도 뛸 수 있을 것 같다.


"저 사람 진짜 오래 뛴다."

"속도도 진짜 빨라."

"아까는 더 빨리 뛰었어."

"뭐? 지금도 엄청 빠른데?"


아무래도 집에 가야겠다.

정확한 체력은 적어도 사람이 없는 곳에서 해야겠어.


어찌됐든 체력은 충분하니 따로 올릴 필요는 없어보였다.


"텐트 챙겼고, 삽 챙겼고, 대용량 보조 배터리 챙겼고... 챙길 게 많네."


가까운 캠핑장을 가도 짐이 한 가득인데 완전 새로운 세계를 가는 것이니.

챙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휴지도 챙겨야겠지? 물티슈도 챙겨야하나."


게다가 문명 수준을 전혀 알 수가 없으니.

챙겨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조차 모호했다.


"우선은 다 챙기고 가자."


강원도 숲속이니 물건 하나 구해오는 것도 일이다.


하나, 둘씩 챙기다보니 짐이 산더미다.

누가 보면 이민 가는 줄 알겠어.


"가볼까. 아, 인사는 드리고 가야지."


띠리리-


-그래.

"아버지, 언제 퇴근하세요?"

-야근.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가야하나.

적어도 인사는 드려야 하니.


-왜.

"애서린으로 가려고요. 가기 전에 인사는 드려야죠."

-가라.

"그래도..."

-가.


참 깔끔, 명료한 인사다.

잠시 고민 끝에 아버지의 말대로 차에 짐을 실고 강원도로 향했다.


평생 다시 안 올 것도 아니고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잖아?


"몬스터가 나온다고 하니 좀 위험하긴 하지만."


좀이 아니라 많이 위험한가.


뭐, 어쩔 수 있나.

조심하면서 다녀야지.


몬스터가 나온다한들 내 결정은 변함이 없다.


부르릉-


한 번 와본 곳이라고 저번보다 일찍 도착했다.

장거리인 건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엄마의 한옥을 잘 이용하면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줄어들겠지.


짐을 옮기려고 트렁크를 열자 가득 담긴 짐들.

트렁크는 물론 뒷좌석과 조수석까지 짐으로 가득 차 있었다.


"... 너무 많이 가져왔나?"


옅은 한숨을 흘렸다.


이걸 다 언제 옮기나.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되돌릴 수도 없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차에서 짐을 뺐다.


아래서부터 무겁고 부피가 큰 것들을 놓고 탑처럼 쌓아올렸다.

짐을 다 내리자 내 키를 넘어가는 3개의 짐 탑이 만들어졌다.


오늘 안에 끝나려나.

적어도 6번 이상 왕복이 필요해 보였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혹시 세 번 만에 끝날 수 있지 않을까?


200KG도 가뿐히 드는 난데.

이것하나 못 들까.


"한 번 해보자."


아니면 조금씩 옮기면 되니까.


3개의 탑 중에 제일 무거워 보이는 탑을 들어올렸다.


"흐읍!... 가벼운데?"


단단히 마음먹고 힘 빡 줘서 들어 올렸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 간단하게 들어버렸다.


짐이 떨어졌나?


그것도 아니었다.

잘 쌓아올린 만큼 짐은 그대로였다.


"허허, 힘이 장사네 장사야."


욕심을 내서 짐을 더 들까도 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들어 올린다 쳐도 나뭇가지에 걸려서 헨젤과 그레텔처럼 짐을 여기저기 떨어트릴 거 같다.


무엇보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완전 날라 다니네."


큰 짐을 들고 다니는 산길임에도 내 두 다리는 거침이 없었다.

마지막 짐을 옮길 때 시간을 제보니 올라오는 데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처음 왔을 때 한 시간이 걸린 걸 생각하면 대폭 시간이 줄었다.


"청소부터 하자."


앞으로 이 한옥을 이용할 테니 청소를 해야 했다.

내가 무덤덤한 성격이긴 한데 거미줄과 같이 지낼 생각은 없다.


엄마가 사용하셨던 방은 최대한 그대로 놔두었다.

굳이 건드려서 엄마의 흔적을 헤치고 싶지 않았다.


"벌써 해가 지네."


청소를 끝내니 노을이 살짝 물들어 있는 하늘.


짐을 마저 정리하고 대충 끼니를 때우니 숲이 어둡게 물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은 9시.

보통 새벽에 자는 터라 말똥말똥한 두 눈.

잠은 오지 않았지만 그대로 누워 억지로 잠을 청했다.


깨있어 봤자 할 일도 없었고 울적해 질 게 뻔했다.


밤 11시, 12시, 새벽 1시가 넘어가는 걸 보며 잠에 들었다.


아쉽게도 꿈에서 엄마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짹짹-

꼬끼오-


참새의 지저귐과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수탉의 울음소리.


새벽에 닭이 우는 건 알고 있었는데 직접 소리를 들으면서 깨는 건 처음이네.

이 맛에 자연인 하는 건가.


"난 못하겠다."


벌써부터 문명의 혜택이 그립다.

샤워 한 번 쫙- 하고 커피 한 잔 하고 싶은데.


샤워는커녕 커피도 없다.

전기도 안 들어와서 냉장고도 없으니 모든 걸 자급자족해야 했다.


"엄마는 여기서 어떻게 지내신 걸까."


이래저래 엄마 생각이 난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최근 엄마의 표정은 밝으셨다.

하루하루 치료의 진도가 없었음에도 말이다.


그중에서도 가끔 외박을 하고 왔을 때 표정이 가장 밝으셨지.


바보 같은 나는 별 생각이 없었고.

그냥 기분이 좋으신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 그만하자."


생각할수록 후회가 쌓여간다.


울컥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밖으로 나갔다.


하아-


4월인데도 입김에 뿜어져 나왔다.


산속의 4월은 춥구나.

하긴 여기가 보통 산인가.


무려 5월에도 눈이 온다는 강원도다.

자면서 입 돌아가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된다.


그렇다.

그래야 하는데.


"왜 안 춥지?"


이상했다.

분명 입김이 나올 정도로 기온이 낮은데.

추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잘 때도 안 추웠어."


아궁이로 온돌 바닥을 지지는 구조의 한옥.

어제는 워낙 할 일이 많아서 아궁이를 지피는 걸 잊고 있었다.


"이것도 산삼의 영향 때문... 이라고 해야겠지?"


어이가 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만능 산삼.


도대체 산삼의 효능은 어디까지인가.


***


"이제 가볼까."


문제의 쌍둥이 바위로 이동했다.

오늘은 간단하게 캠핑 장비만 챙겼는데 아무래도 처음이라서 그런지 짐이 산더미였다.


다행이라면 힘과 체력이 강해져서 옮기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후, 이거 떨리는 걸."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들어가서 아무렇지 않았는데.

몬스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저절로 긴장이 됐다.


몬스터는 뭐가 있을까.

고블린? 오크?

뭐가 됐든 쉽진 않겠지.


소설에서 주인공의 밥인 고블린조차 실제로 만나면 무섭겠지.


간단히 몸을 풀고 활을 들었다.

바로 들어가려는 건 아니었다.


아직 활을 연습하지 못했다.


"활 당기는 게 그렇게 어렵다고 하던데."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갔을 때.

국궁체험을 한 적이 있었다.


당연히 활시위를 당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상상과 다르게 활시위를 당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으로 억지로 당겨 날린 화살은 역시나 제멋대로 날아갔다.

10발 날려서 과녁을 맞춘 화살은 겨우 3발.

3발도 10점 근처에 가지 못한 건 당연했다.


그래도 이번엔 뭔가 기대가 됐다.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모든 면에서 좋았으니까.


으드득.


그 증거로 활시위가 너무나 쉽게 당겨졌다.

분명히 고등학교 때 쐈던 활보다 훨씬 더 힘들어 보이는 활인데도 말이다.


"처음엔 가볍게 쏴볼까."


목표물을 30미터 떨어져 있는 나무로 정했다.


뉴튜브에서 보고 온 자세를 잡고 목표를 조준했다.


쏴악-


별 기대 없이 날린 화살.

그러나 내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퍽!


화살은 정확히 목표물에 꽂혔다.


"허..."


이게... 맞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우연일 수도 있어. 다시 해 보자."


첫끗발이 개끗발이라고.

초심자의 행운을 실력이라고 할 순 없지.


퍽! 퍽! 퍽!


... 근데 이게 다 맞으면 실력인가?


3발, 전까지 합해서 4발이 전부 나무에 박혔다.


마지막 의심을 담아 쏜 화살도 정확히 명중했다.


"내가 활의 재능이 있나?"


그럴 리 없었다.

만약 재능이 있었다면 고등학교 때 활을 그따위로 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의문이었다.

단순히 몸이 좋아졌다고 활을 잘 쏘는 건 불가능한 일이지 않은가.


더 쉽게 활을 쏠 순 있지만 잘 쏘는 건 다른 영역이었다.


하지만 머리를 굴린다고 한들 답이 나오진 않았다.


결국에 이번에도 원인은 만능 산삼으로 귀결됐다.


"진짜 무섭다. 엄마, 도대체 무엇을 저한테 먹이신 겁니까."


나중에는 날아다니는 거 아니야?

애서린에 마법도 있다니까 불, 얼음 막 쏘고.


"그럴 리가 없지."


마법은 머리 좋은 사람들이 쓰는 것이니 나랑은 거리가 멀었다.

내 수능 등급은... 잊어버리자.


잡념을 뒤로하고.

이번엔 더 멀리 떨어진 나무를 목표물로 삼았다.


거리는 대략 200미터.


쏴악-

퍽!


"... ..."


이것도 우연인가?


퍽! 퍽!


명중이다.

이어 연속으로 쏜 300미터 떨어진 나무도 단번에 명중했다.


이제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겐 재능이 있었다.


"혹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할까?


마침 나무를 타고 있는 지네 한 마리가 보였다.


거리는 대략 100미터.

전보다 훨씬 가까웠지만 움직이는 물체는 다른 얘기.


집중했다.

지네가 움직이는 경로를 예상하면서, 화살의 속도를 예상하면서.


신중하게 활을 당기고.

느낌이 왔을 때 본능적으로 활시위를 놨다.


쏴악-


퍽!


정확히 2등분으로 갈라지는 지네의 몸통.


"... 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불가능한 일을 이뤄내는 것이 이렇게 소름 끼치는 거구나.


"도끼질은 어떨까."


삭-

와르르.


대충 도끼질을 하자 종이 잘리듯 깔끔하게 잘리는 나무.


"어... 음..."


적어도 고블린은 잡겠는데?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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