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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108

잔잔한 세계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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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108
작품등록일 :
2023.04.03 16:52
최근연재일 :
2023.05.01 22:39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837
추천수 :
47
글자수 :
83,532

작성
23.04.03 18:10
조회
95
추천
4
글자
10쪽

잔잔한 세계로부터 1화

DUMMY

"산이 하나 있어."

"예?"


뜬금없이 아버지가 말을 꺼내셨다.


"네 엄마 명의로 산이 하나 있다고."

"산이요? 아, 들어 본 적은 있어요."


분명히 할아버지가 물려주셨다고 하셨지.

언제였더라.

너무 오래전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근데 그거 막 여러 사람 엮여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그랬지."

"... 과거형이네요?"

"원래는 거기가 재개발되기로 해서 난리가 났었어. 콘도였는지 뭔지."


재개발이라.

그럼 완전 대박이잖아?

그런데 과거형이라는 건.


"잘 안됐나 보네요."

"그래, 그래서 다들 완전히 손 뗐어."


그런 내막이 있었구나.

나는 산이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어쨌든 산에 한 번 가봐."

"엥? 저희는 포기 안 했어요?"

"포기하려고 했는데 네 엄마가 꼭 가져야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난 왜 몰랐을까.

지나가듯 말하신 적은 있었으나 제대로 말한 적은 없었다.


살아계실 적에 얘기 좀 해주시지.

엄마도 참 무심하셔.


그런데 엄마는 왜 산을 포기하지 않으셨을까.


"사연이 있나 봐요?"

"모른다."

"... ..."

"여하튼 산에 가 봐."

"아버지는요?"

"사업하는 사람이 시간이 어디 있어. 백수인 네가 가야지."


갑자기 공격을 하시네.

그럼 내가 할 말이 없는데.


"네네, 산 위치가 어딘데요?"

"강원도."

"... 좀 머네요."

"잘 됐지. 백수 아들이 있어서."

"... ..."


이거 꼽주는 거 맞지?


***


"강원도 홍천군..."


네비를 찍고 엑셀을 밟았다.

예상 시간은 1시간 30분.


하지만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나.


장거리 운전에 휴게소도 들려야 되고.

처음 와보는 곳이라 길 또한 익숙하지 않고.


이래저래 시간이 지체 돼서 3시간이나 지나 겨우 네비가 안내를 마쳤다.


그런데.


"쓰읍... 여기가 맞나."


네비는 맞다고 하는데 확신이 없었다.


누구 산이라고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방이 산이요.

어디가 엄마의 산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대충 차를 주차하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렇다고 해결되는 건 없었으나 답답한 차 안보다는 나았다.


"산에 올라가 볼까?"


마침 사람이 지나다녔던 흔적이 있는 길이 눈에 들어왔다.


"멧돼지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우산을 챙겨야지."


예전에 TV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우산을 펼치면 된다는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장애물로 인식한다고 하더라.


우산을 펼치기 전에 눈을 마주치거나 용감한 멧돼지를 만난다면 소용이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등산화도 신고 가자."


그냥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단화를 신고 산에 오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마침 차 안에 등산화가 있었다.


내건 아니고 아버지 거였는데.

차를 물려받을 때 청소하기 귀찮아서 트렁크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요즘 등산을 다니시나?

엄마가 살아계실 적에는 종종 같이 가셨는데.


"나 아버지 아들 맞네."


신발은 아주 딱 맞았다.


마지막으로 휴게소에서 산 물병을 챙기고 산길을 따라 걸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길인지 잡초가 무성했다.

길이 나있는 게 다행일 정도.


우산으로 길을 방해하는 잡초를 툭툭 쳐내며 걷기를 한 시간.


"어? 집이 있다고?"


생각지도 못한 집을 발견했다.

대략 컨테이너 크기의 한옥 집과 작은 정자.


"집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하긴 아버지도 이곳에 와 본 적이 없다고 하셨지.


참,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만약 자연인이라도 있으면 내쫒아야 되나.

아니면 살게 내버려 둬야 되나.


"젠장, 폰은 왜 안 터지는 거야."


아버지에게 조언을 듣기위해 폰을 꺼냈지만 안테나는 말살되어 있었다.


세상에, 전화가 안 터지는 곳이 있다니.

요즘은 산에서도 다 되지 않나.


"고민 되네."


내려가서 전화하자니 힘들고, 그냥 들어가자니 무섭고.


"그냥 확인해 보자."


그래.

뭐 죽이기야 하겠어?


한쪽 벽에 걸려 있는 호미가 유난히 섬뜩해 보였다.

녹이 슬어 있는 걸 보니 스치면 사망이다.


"... 죽이기야 하겠어?"


꿀꺽.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며 집으로 향했다.


끼익.


소름끼치는 경첩이 날 더 경계하게 만들었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안을 살피자 아무도 없었다.


"먼지가 꽤 많네."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는지 수북하게 쌓여있는 먼지.

구석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사람이 없구나.


덕분에 긴장감을 풀고 문을 완전히 젖혔다.


먼지와 거미줄을 제외하면 꽤 정돈이 잘 된 내부.


웅장한 대들보와 나무로 된 고풍스런 가구를 보아하니 애정이 꽤 깃든 집이었다.


신발을 신고 들어갈까 아니면 벗고 들어갈까.


잠시간의 고민 끝에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그래도 신발은 용서가 안 되지.

양말이야 빨면 그만이다.


구조는 간단했다.

넓은 공간과 조그맣게 딸린 부엌, 작은 방이 한옥의 전부였다.


화장실은 어디 있지?

혹시 밖에 나무로 대충 지어진 게 화장실인가?


"방은... 간단하네."


역시나 나무로 된 서랍장과 위에 쌓여 있는 두꺼운 이불, 작은 나무 좌탁.


대충 둘러보고 나가려고 할 때.

좌탁 위에 예쁘게 접힌 작은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저건 뭘까 하고 살짝 들여다봤는데.


-아들에게-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혹시 이거... 아니야, 확실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건 엄마의 글씨체였다.


덜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조심스럽게 쪽지를 펼쳤다.


[사랑하는 아들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어


많이 놀랐지?

엄마의 서프라이즈 어땠어?


엄마가 종종 주말에 자리를 비웠잖아

너한테는 친구들이랑 놀러간다고 했는데

사실은 여기에 온 거야

그동안 말 안 해줘서 미안해]


"... 그것도 모르고 나는 투정을 부렸구나."


아들 내버려두고 어딜 그렇게 가시냐고.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투정을 부렸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엄마가 같이 가자고 나한테 말했지만.

머리가 커버린 탓인지 귀찮아서 엄마의 부탁을 거절했다.


"바보 같은 놈."


스스로를 자책하며 편지를 마저 읽었다.


평범한 내용.

하지만 그 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마지막에 가서는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최고로 사랑하고 최고로 아끼는 아들

엄마는 항상 아들 편이야

하늘에서도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슬퍼하지 마


그리고 엄마가 또 하나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 했어

받아 줄 거지?]


"당연히 받아야죠."


[사랑해 아들]


눈물을 닦고 지난날을 생각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의 연속이었다.


다시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진정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고.


겨우 진정하고 편지와 같이 접혀 있던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는 약도가 그려져 있었다.


아마 엄마가 준비하셨다는 선물이겠지.


현재 시간 3시.

산은 일찍 해가 지는 걸 생각하면 서둘러야 했다.


조금 남아있던 물을 완전히 마시고 약도를 따라 걸었다.


산이라 찾아가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특징이 잘 표현돼서 그런지 의외로 찾아가기 편했다.


삼십분 쯤 걸었을까.


최종 목적지가 그려진 바위가 보였다.

두 개의 커다란 쌍둥이 바위가 1미터 간격으로 덩그러니 존재했다.


쪽지는 분명 저 바위 사이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슨 선물을 준비하셨다는 거지."


천천히 바위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딱히 보이는 게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눈에 들어온 붉은 색 열매.


"이건... 뭐지?"


처음엔 산삼인 줄 알았다.

톱니모양의 잎과 붉은색 열매는 단번에 산삼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내가 확정짓지 못한 건 열매의 크기가 너무 컸다.


"무슨 열매가 체리만 하지."


TV에서 보던 산삼 열매는 분명히 자그만 했는데.

아무리 실물은 다르다지만 이건 너무 차이가 심했다.


"응? 이건 또 뭐야?"


열매 근처에 낙엽처럼 놓여 있는 쪽지.


[열매, 잎, 뿌리까지 꼭꼭 씹어 먹으렴]


엄마의 글씨체였다.


그렇다면 이게 선물이라는 건데.


"우선은 캐보자."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레 흙을 걷어냈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땀이 시야를 방해할 정도로 주르륵 흘렀다.


땀을 닦고 심호흡하고 흙을 걷어내는 걸 반복하니.

드디어 뿌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심스레 흙을 털자 산삼의 위대한 자태가 드러났다.


"이건... 너무 큰데. 산삼 맞아?"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큰 산삼.

산삼을 처음 보는 거라 가늠이 안 된다지만.

이건 상식적으로 너무 컸다.


100년 넘는 거 아냐?


엄마는 이런 산삼을 어떻게 발견하신 걸까.


그전에.

굳이 왜 나한테 이걸 주신 걸까.


엄마는 삼이 체질에 안 맞으셨으니 안 드신 게 이해가 되는데.

그래도 아버지한테 드리거나 판매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음... 우선 먹자."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엄마는 나보고 먹으라고 했다.

의도는 모르겠지만 분명 엄마도 고민 끝에 이런 결정을 내리셨을 테니까.


엄마는 지혜롭고 현명하셨다.


그런 분이 결정내린걸 어리숙한 내가 판단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와그작 와그작.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입 안에 산삼을 우겨 넣었다.


뭔가 화- 한 느낌과 향긋함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코로 숨을 내뿜으니 어지러울 정도로 향이 강했다.


엄마의 말대로 줄기와, 잎, 열매까지.

산삼의 모든 부위를 먹었다.


꿀꺽.


"... 먹어버렸다."


근데...

이게 맞나?


엄마의 유언이니 따르긴 했는데.

솔직히 아직도 좀 어리둥절했다.


내가 산삼을 먹기엔 좀... 아니, 많이 건강...


"커억!"


혹시나 하고 뭔가 바뀐 게 있나 하고 몸을 더듬거리는 순간.


아랫배가 부글부글 끓었다.

단순히 배가 아픈 게 아니었다.


이어 전신에서 땀이 터졌고 덜덜 떨렸다.


심상치 않다.

이건 착각이 아니야.


쿨럭!


한 움큼 뱉어진 피가 그 증거였다.


나도 엄마 닮아서 삼이 체질에 안 맞는 건가.


"어, 엄마..."


이게... 맞아?


아, 이제 정신을 부여잡기도 힘들다.


나는 엄마의 쪽지를 꼭 쥐고 그대로 쓰러졌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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