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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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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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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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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작성
23.08.2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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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다른 도시 (2)

DUMMY

“우진 씨가 왔다고?”

“네, 네.”

“의뢰에서 돌아온 거 아니야? 돌아왔으면 쉬러 가시지 나는 왜 부른데?”


김윤이 뺨을 긁적였다.

그리고 주은서가 심드렁하게 답했다.


“글쎄요. 의뢰 도중에 일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요.”

“그런가? 흐음······ 일단은 알았어.”


김윤은 곧바로 창고로 향했다.

길잡이 내에는 두 개의 창고가 존재한다.


하나는 가게 내부에 일반적인 상품을 넣어두는 창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가 특수 지도를 판매할 때 나온 것들을 보관하는 창고였다.


지금 김윤이 향하는 창고는 후자였다.

보통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할 때 사용하는 곳이기도 했다.


직업 특성상 비밀을 엄수해야 하는 만큼 이 창고에는 각종 스킬이 걸려 보호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지도 보호는 물론 이곳에서 나누는 이야기는 결단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


특수 지도를 쌓아두는 거대한 창고.

그는 가게의 뒷문을 통해 그곳에 도착했다.

창고 외부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역시 내부인가. 확실히 무슨일이 있나보네.’


김윤은 창고의 문을 따고 내부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새카만 옷차림의 한 남성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깥에서의 잠금장치가 잠겨있었음에도 말이다.


길잡이에서 일하는 마지막 직원.

그러나 주로 어둠 속에서 일하는 직원.

암살이라는 길잡이에서의 이명을 지닌 그.


지금 저 앞에 있는 남자의 정체였다.

허우진, 과거 A랭크 리터너였으나 모종의 사유로 리터너를 은퇴하고 길잡이에 들어온 직원이었다.

김윤은 그가 맞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깔끔하게 정돈해 쓸어넘긴 새카만 머리칼.

새하얀 피부와 긴 속눈썹.

그리고 서로 다른 빛깔을 품은 눈동자.

왼쪽은 짙은 보라색으로 오른쪽은 검은빛으로 소용돌이쳤다.


“잘 다녀오셨나요?”


김윤이 허우진의 앞에 멈춰섰다.


“사장님.”


그런 그를 발견하자 허우진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의뢰는 잘 마쳤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었나요?”


김윤의 질문에 허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도시로부터 추가 의뢰입니다.”

“추가 의뢰······?”

“그렇습니다.”


허우진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이번에 받은 의뢰가 무엇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네, 알고 있죠. 다른 도시의 정확한 위치 파악.”


아공간 내에는 여러 도시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도시의 위치는 서로 알지 못했다.

그저 마력을 통해 만들어진 통신 도구로 통신하고, 물품만을 물품 운송 스킬을 통해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이유는 두 종류가 있었다.

첫째, 운송 스킬의 한계.

몬스터들의 부산물과 인간이 가진 마력을 통해 일으키는 스킬인 운송은 생명체의 전송이 불가능했다.

때문에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어 둘째, 아공간 그 자체.

아공간은 온통 새하얗다.

방향을 잡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더군다나 길을 잡기 위해 바닥에 상처를 입혀도 시간이 지나면 아물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길을 잡아야 하는가.

나침반?

그것은 이곳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고장 난 것처럼 무한히 회전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은 김윤이 했던 것처럼 마력으로 흔적을 남기거나 물건을 떨어뜨려 흔적을 남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마력 역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짐은 물론, 인간의 마력은 무한하지 않다.


그나마 후자의 경우가 가능성이 있으나, 다른 도시까지의 거리를 알지 못하는 이상 물건이 얼마나 들지 모른다.

물건을 다 써도 목표를 찾지 못하고 돌아와야 하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아공간 생활 초창기에 활발하게 일어나던 개척은 모두 중단되었다.

길은 찾지 못하나 안 그래도 부족한 물자와 사람만 죽어 나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시민의 죽음을 막기 위해 겉으로는 개척은 중단시켰으나, 뒤로는 길잡이를 통해 도시를 찾고 있던 것이었다.

김윤이 지도를 그리고, 허우진이 의뢰를 나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래서 사장님의 지도를 토대로 다른 도시를 찾았습니다. 서쪽으로 일직선, 강화된 육체로 나흘을 쉬지 않고 가면 있더군요.”

“강화로 나흘이라······.”


걷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마력을 통해 강화한 육체.

그것의 뜀걸음은 과거 지구를 가득 채우던 차보다도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속도의 지속성은 떨어지지만 말이다.


“상당한 거리네요.”


허우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의뢰가 온 건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걸 승낙하는 게 옳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확실히 옳지 않군요.”


허우진이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마저 이었다.


“그들은 과거 인천에 살던 이들로 최근까지는 도시를 세우고 평범하게 잘 지내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한 리터너의 반란이 일어났더군요.”

“반란······?”

“그렇습니다. 한 길드와 손을 잡고 그 도시의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빼앗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것이 힘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며 우대받는 도시, 섬광입니다.”


김윤이 도시의 이름을 듣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시 이름이 섬광······?”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그 리터너가 직접 지은 듯하더군요. 아, 과거 이름은 신인천이었습니다.”

“그 이름은 아는 이름이네요. 그래서 의뢰 내용은 뭔가요?”

“지도. 아름의 지도와 이곳까지 향하는 길을 요구했습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아주 단순했다.


“침략.”

“그렇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서 지구나 되찾아도 모자랄 판에······.”


김윤이 자신의 머리를 헝클었다.


“이 의뢰는 당연히 거부입니다.”

“그리고 정부에 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복귀했다고는 하나······. 분명 추격했을 겁니다.”

“제가 연락을 넣어둘게요.”

“아, 그리고 가게에 웬 아이가 있던데 그 아이는 뭡니까?”


그가 없는 사이에 가게에 고용된 아이, 이서준을 가리키는 질문이었다.


“새 직원이에요. 안 그래도 일손이 부족했는데 돈도 필요해 보이길래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가서 쉬세요.”


김윤이 미소를 지었다.

허우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재빠르게 모습을 감추었다.


“아, 그러고 보니 풍신에 대해 물어볼 걸 그랬네.”


허우진 역시 리터너 출신, 그중에서도 무려 A랭크의 마력을 지닌 리터너였다.

그렇다면 필시 원정에 참여한 적이 있을 터.

풍신이나 그날의 사건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나중에 물어보면 되겠지.”


김윤은 곧장 가게에 딸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그의 집은 가게 그 자체였기에 그는 도시 바깥에 나가는 것이 아니면 이곳에서 잠을 해결했다.


그는 자신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빛 구체를 꺼내 들었다.

그의 주먹만 한 크기의 구체였다.


김윤은 그것에 마력을 불어넣고는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다.

마력 통신구라 불리는 물건으로, 전화가 없어진 지금 세상에서 그것을 대신하는 물건이었다.


물론 김윤은 자주 이용하지 않았다.

과거 집 전화와 비슷한 종류의 것이기에 도시를 벗어나면 사용할 수 없는 물건.

하지만 그는 보통 도시 바깥에 있었으니 말이다.


신호음이 몇 번 가더니 딸깍 소리와 함께 구슬에 누군가의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 신민우였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됐다만 무슨 일이지?”

“알려드릴 게 있어서요.”

“능력에 대해 무언가 알아냈나?”

“아뇨, 그건 아니고 암살이 의뢰를 나갔다가 복귀했습니다.”

“다른 도시에 대해 알아 온 건가?”


김윤은 그대로 허우진에게 들었던 사실들을 전달했다.


“섬광과 침략이라······. 요새 신인천이 연락이 안 된다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나. 알겠다. 그대로 전달하고 확인하도록 하지. 그리고 당분간은 아까 말한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있어라.”

“알겠습니다.”


김윤은 간단한 통화를 마친 후, 다시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대로 가게를 향했다.


“아, 사장님.”


가게 로비로 향하자 주은서가 그를 발견하고는 곁에 다가왔다.


“손님이에요?”

“또?”

“또라뇨. 원래 다른 가게라면 이것보다 많이 올걸요? 우리가 사장님 악명 때문에 안 오는 거지.”

“그건 그렇긴 한데······.”


최근 들어 사건은 물론 특수 지도에 대한 손님이 늘어난 듯한 느낌이었다.


“접객실로 가보세요.”


그녀의 말에 김윤은 곧장 접객실로 향했다.

문고리를 돌리고 방에 들어서자 한 남성이 그를 맞이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깔끔한 정장 차림과 그 겉으로도 알 수 있는 단련된 몸.

왁스로 깔끔하게 고정한 머리와 인자함이 느껴지는 두 눈.


“하하하, 그쪽이 그 유명한 김윤이로군.”


아름에 있는 길드 중 가장 거대한 세 개의 길드 중 하나, 미르의 길드장 박건영이었다.


“미르의······.”

“하하, 맞다네.”

“하하하, 이런 거물이 이런 누추한 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답니까?”


김윤이 그의 웃음에 맞춰 호탕하게 웃으며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사이 최현민이 타온 차를 받아든 후, 그것을 박건영에게 건넸다.


“음, 차 고맙네.”

“그래서 이곳에는 무슨 일이십니까?”


박건영이 차를 홀짝인 후 답했다.


“지도 가게에 무슨 일로 찾아오겠나? 지도를 사러 왔지. 하하.”

“특수 지도 말인가요?”

“그렇지.”


박건영이 찻잔을 테이블에 달그락 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다만. 자네는 어디까지 알고 있나?”


그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어떤 질문일까요?”


김윤 역시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


“자네가 정부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은 알고 있네. 최근에 풍신과 마주쳤다는 것도 알고 있지.”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군요.”

“괜히 3대 길드겠나? 아무리 무구 제작으로 유명해졌다고는 하나 우리도 리터너들을 데리고 있는 길드라네. 아, 참 그것도 알고 있지. 다른 도시가 이곳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말이야.”


박건영의 마지막 한 마디가 귀에 꽂히자 김윤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들어 올리던 찻잔을 멈춘 후, 도로 내려두었다.


“······그건 어떻게 알고 계실까요?”


이내 미소를 지었으나 그것은 평소의 미소와는 달랐다.

그야 지금 그가 내뱉은 내용은 그와 신민우, 그리고 허우진이 아니면 알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허우진이 그를 배신한 것일까.

아니면 정부 측?

아니, 둘 다 길드와는 사이가 좋지 못하다.

그렇다면 이 자는 대체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김윤은 머리를 최대한 빠르게 굴렸다.


“하하,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걱정할 필요 없네. 그 누구도 자네를 배신하지 않았으니. 자네가 아끼는 길잡이에는 영향이 가지 않을 걸세.”


박건영이 다시금 차를 한 모금 음미했다.


“그저 자네들이 사용하는 마력 통신구를 우리가 만들었다. 그게 힌트가 되려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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