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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이다

아공간 지도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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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폴풀
작품등록일 :
2023.08.07 15:17
최근연재일 :
2024.08.07 20:00
연재수 :
1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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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0,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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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1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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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밀 지도 (1)

DUMMY

이서준이 길잡이에서 일한 지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도의 값을 갚기 위함이었다.


그것을 갚을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김윤은 그가 돈으로 지불하기보다 직원으로 일하는 것을 요구했다.

때문에 그는 이곳 길잡이에서 유일한 일반인 직원이 되었다.

어차피 이제 돈이 들어올 곳도 없어졌기에 수입원이 필요한 참, 때문에 이서준은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택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길잡이의 직원인 최현민과 함께 창고 정리에 힘썼다.

또한 적응도 어느 정도 마친 상태였다.

그에게 장난도 걸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서준은 자신의 옆에서 함께 물건을 정리하는 최현민을 힐끔 바라보았다.

새하얀 반곱슬의 머리칼과 푸른 눈동자.

그것을 가리는 안경과 빼빼 마른 몸.


창고 정리를 하는 중인데도 최현민의 시선은 물품에 가 있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창고 바깥, 주은서가 있는 곳이었다.


“형.”

“······응?”


이서준의 부름에 최현민이 시선을 옮겼다.


“은서 누나 좋아하죠?”

“뭐, 뭣··· 뭐?”


최현민이 당황해하며 들고 있던 상자를 쏟았다.


“아, 아, 아니야.”


그리고 격하게 고개를 돌리며 이서준의 질문에 대한 격한 부정을 표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렷다.

이서준은 최현민의 표정을 바라보며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이, 일이나 하자. 저, 정리할 게 산더미니까.”


최현민이 말을 더듬으며 자신이 쏟은 물건들을 도로 주워 담았다.

이서준은 그를 놀리고 최현민은 당황해하며 물품의 정리를 이어갈 때였다.


딸랑.


오랜만에 들리는 방울 소리.


“어서 오세요.”


이어 들려오는 주은서의 목소리.


가게에 손님이 찾아온 것이었다.


이서준이 가게에서 일한 뒤 처음으로 찾아온 손님이었다.

그는 궁금한지 가게 창고 바깥으로 고개를 빼꼼 빼보았다.

그러자 손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깔끔한 정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정부의 리, 리터너네.”


그 모습을 함께 바라보던 최현민이 말한 것이었다.


“정부요?”

“으, 응. 가, 가끔 특수 지도를 사러 오거든.”


그 리터너는 가게 내부를 슬쩍 살피고는 주은서가 있는 카운터로 다가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아름의 비밀 지도를 사러 왔습니다.”



***



아름 도시 바깥, 그곳은 그저 새하얗게만 한 공간.

그러나 그러한 곳의 지도를 만드는 이가 있었다.


김윤, 아름 내에 있는 길잡이라는 가게에 주인이자 마력 랭크 A에 달하는 남자였다.


그는 오늘도 평소와 같이 아름을 빠져나와 새하얀 공간을 배회하고 있었다.


나침반조차 작용하지 않는 곳.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마력을 마치 조약돌처럼 흩뿌리며 방향을 다잡았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는 새하얀 공간을 나아가며 새하얀 종이에 무언가를 그려나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도였다.


온통 새하얗기만 한 공간, 그렇기에 마땅히 그릴 것은 존재하지 않으나 그는 무언가를 그려나갔다.

마치 이곳에 무언가가 존재하는 듯이 말이다.


“흐음······.”


김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닥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곳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새하얀 바닥, 그곳에 푸른 마력이 흘러 들어가며 그 구조를 읽어냈다.

특이한 바닥이었다.

강도는 지구에 있던 아스팔트 정도 수준.

그러나 이 바닥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깊이는 가늠할 수 없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능력을 이용했다.

그가 가진 고유 스킬, 기억 추출.

그것은 인간에게만 적용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마력이 새하얀 대지를 뚫고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무언가를 읽어냈다.


‘이번에도 다른 기억이군.’


그것을 통해 읽어낸 기억은 노이즈가 낀 듯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저번에 읽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또한 그 기억은 이 공간과 달리 색채를 담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이 공간은 대체 뭐지.’


그리고 왜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김윤은 좀 더 마력을 쏟아 넣으며 기억을 헤집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읽을 수 있는 것도, 꺼낼 수 있는 것도 단 하나뿐이었다.


김윤은 어쩔 수 없이 방금 읽은 기억을 뽑아낸 후, 지도에 담았다.

새하얀 종이 위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담겼다.

지도가 하나 만들어진 것이었다.


평소 그가 만드는 특수 지도와는 다른 형태였다.

그야 생명의 것이 아닌 공간이 담은 기억이다.

또한 그 기억의 주인은 그저 새하얀 공간.

그렇기에 지도에 그림이 새겨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저 마력의 잔재만이 그것에 남아 아른거렸다.


김윤은 익숙하다는 듯 지도를 잠시 살피다 돌돌 말고 끈을 묶었다.

새하얀 지도와 정반대인 새까만 끈이었다.


이어 정리된 지도를 또 다른 아공간을 열며 집어넣었다.

인간들이 마력을 각성하며 얻게 된 것 중 하나였다.


흔히 인벤토리라고 불리는 그것은 자신의 마력을 통해 구현하는 작은 아공간이었다.

지금 그들이 있는 아공간이랑은 다른 종류였다.


대상에게 귀속되며 대상만 열 수 있는 공간.

하지만 그 공간에 물건을 넣으면 그 무게에 따라 공간 유지를 위한 마력을 지속적으로 소모, 그렇기에 리터너가 아니면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기도 했다.

일반인은 사용한다고 쳐도 귀중품이나 넣어두는 용도로 사용했다.


인벤토리에 지도를 집어넣은 김윤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이 일대의 기억은 동일할 것이니 오늘은 더 머물 필요가 없었다.


“슬슬 돌아갔다 와볼까.”


아름을 빠져나와 아공간을 돌아다닌 지도 벌써 일주일.

슬슬 아름에 들려 물자를 보충할 시기이긴 했다.


그는 다시 인벤토리를 열어 육포를 꺼내 씹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 목적지는 그가 머무는 도시, 아름을 향해서였다.


마력으로 강화된 몸으로도 하루를 꼬박 움직여 도착한 아름의 입구.

그곳에는 평소처럼 문지기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다.


김윤은 늘 하던 대로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 건넸고, 문지기들 역시 평소처럼 혀를 차며 그를 들여보냈다.

이어 김윤에게 다 들리게 하는 한 마디 또한 잊지 않았다.


“저 새하얗기만 한 곳에 대체 뭐가 있다고 그리 돌아다니는지······. 에잉 쯔쯧.”


김윤은 무시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손목에 달린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공간 내에는 해가 존재하지 않았다.


김윤은 슬쩍 고개를 들어 하늘을 살폈다.

새하얀 하늘이었다.

하지만 방금보다 조금 어두운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도 미약하나 낮과 밤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었다.

아공간도 점점 밤에 물들고 있었다.


김윤은 발걸음을 옮겨 길잡이로 향했다.


주변에선 평소처럼 시민들이 그를 향해 비난을 쏟아부었다.

여전히 익숙했기에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덧 가게에 도착한 그는 가게의 문을 벌컥 열며 내부로 들어섰다.


“아, 사, 사장님.”


그러자 카운터에 있는 최현민이 그를 맞이했다.


“은서는?”

“안쪽에서 서준이한테 물품 발주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그렇구나. 그나저나 퇴근들 안 해?”

“아, 그, 그게······.”


최현민이 우물쭈물 가게 안쪽을 바라보았다가 김윤을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자신이 말해도 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었다.


“트, 특수 지도 중 비밀 지도 의뢰가 있었어요.”


그러다 결국 입을 열었다.

주은서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밀 지도?”


그 이름을 듣자 김윤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네, 네.”

“요구한 인원은?”

“수호와 암살, 혹은 기억을 요구했어요.”

“수호와 암살, 아니면 기억이라······.”


심각한 표정이 된 김윤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비밀 지도, 그것은 길잡이에서 판매하는 특수 지도 중 한 종류였다.

길잡이에서 판매하는 특수 지도는 모두 세 종류.


대상의 기억을 지우거나 하나의 기억을 강조해주는 '기억의 지도'.

기억 속에 있는 물건을 형상화 시킬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형상의 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밀 지도'가 존재했다.


앞선 지도보다 상당히 비싼 가격을 지닌 비밀 지도.

그야 그것은 이름만 지도이지 실제로 지도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밀 지도는 주로 길드나 정부의 이들이 길잡이에게 하는 의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상이 멸망하고 과거와 달리 거대한 힘들을 지니게 된 인간.

그런 힘을 모두가 곱게 사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러니 그런 이들을 막기 위해 치안을 유지할 이들이 필요한 것이었다.

확실한 방지, 죽음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리터너들은 한 도시의 버팀목들이자 영웅들.

그렇기에 대부분 얼굴이 알려져 있기에 이러한 일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때문에 존재를 숨기며 인간의 피난처인 아공간의 도시에서 날뛰는 이들을 조용히 처리할 이들.

또한 그것을 처리할 힘을 가진 이들.

그것에 적합한 것이 바로 길잡이였던 것이었다.


또한 이것은 일종의 계약이었다.

길잡이에 있는 이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리터너를 택하지 않은 이들.

그것에 대해 정부와 다른 길드에서 건들지 않는 것을 대가로 그들은 비밀 지도를 판매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암살 의뢰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앞서 말한 대로 그저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실력자가 필요한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우진씨는 아직 지난 의뢰가 끝나지 않았을 텐데.”

“마, 맞아요.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어요.”

“그럼 수호와 기억이겠군.”


수호, 암살, 기억 등.

그것은 비밀 지도를 수행할 이들의 코드명을 뜻했다.

각자 지닌 고유 스킬과 의뢰에 맞게 지어진 이름들이었다.


“의뢰 내용은 간단해요.”


주은서가 이서준과 함께 가게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정부 측 호위 의뢰에요.”

“호위 의뢰라 누구를?”

“박태현, 아름시장이죠.”

“시장의 호위라······. 그래서 수호를 요구했군. 그럼 암살이나 기억을 왜 필요한 거지?”


주은서가 카운터에서 편지를 하나 꺼내 들었다.


“요구 사항이 하나 더 있거든요.”


김윤은 그것을 받고 곧바로 뜯어보았다.


“최근 도시에서 설치고 있는 리터너 출신 범죄자가 있나 봐요.”

“리터너?”

“네, A급 출신이에요.”


마력 랭크 A, 김윤과 동급의 랭크이다.

또한 그것은 현재로서 가장 높은 랭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자가 시장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건가······.”

“다른 길드한테 의뢰를 받은 걸 수도 있죠.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돈이 많이 드니까요. 뭐, 길드가 정부를 계속 압박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요. 여하튼 그래서 수호만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고, 가능하면 그자를 잡아달라는 추가 요구에요.”


김윤은 편지의 내용을 확인하며 주은서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

편지와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그렇군.”

“그래서 승낙 하실 거죠?”


주은서가 싱긋 웃었다.


“응?”

“이번 기회에 최대한 돈을 당겨 둬야죠. 특수 지도가 자주 나가는 상품도 아니고.”

“그래도 월급 밀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가다 언제 망할지 알고요. 그리고 어차피 정부 의뢰는 거부하기도 어렵잖아요?”

“······알았어. 현민아, 이번 의뢰 승낙한다고 말해.”


김윤이 편지를 도로 접으며 가게 안쪽으로 향했다.


“수호와 기억이 나간다고.”


비밀 지도를 판매하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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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비밀 지도 (2) 23.08.16 276 6 12쪽
» 비밀 지도 (1) 23.08.15 319 5 12쪽
6 소년 (2) 23.08.14 37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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