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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밀리터리 마니아가 이세계의 전쟁영웅이 되기까지 (1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전쟁·밀리터리

카츄샤
작품등록일 :
2020.04.22 04:51
최근연재일 :
2022.03.08 11:44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17,326
추천수 :
200
글자수 :
565,196

작성
21.07.14 07:40
조회
80
추천
1
글자
6쪽

(57)56화.[라냐족](3)

DUMMY

이거 참, 얼마만에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인지.


최근 들어 다들 씻고 나서 늦은 밤에 홀로 어두컴컴한 샤워장에 들어가 찬 물을 끼얹는 불쌍한 생활을 영위하다 보니 이런 좋은 기회는 내게 있어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이벤트란 말이지.


나는 옷을 대충 근처 바위에 던져둔 뒤 곧바로 여러 물웅덩이 중 하나로 풍덩! 하고 뛰어들었다.


"으하아..."


마치 공중목욕탕에 늘 있는 할아버지 같은 목소리를 내며 나는 앞쪽 큰 바위 뒤에 기대앉았다.


"...응?"


저건 뭐지? 뭔가 물안개 너머로 희끄무레한 게...


"...허윽?!"


사, 사람?! 아니면 귀신?!


이, 일단 확실한 건 분명 인형이다. 바위 뒤에 숨어서 빼꼼히 이쪽을 쳐다보던 그 그림자는 내가 자신을 알아채자마자 곧장 도망치려 했다.


"에잇!"


어딜, 어림도 없지. 나는 하반신에 수건을 두른 상태로 곧장 쫒아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 여리여리한 몸을 바로 돌려세웠다.


하다하다 엿보기까지 당하다니, 어디 그 낮짝 구경이나 좀 하자!


"헤윽...죄죄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이상할 정도로 굼뜬 그 여성은 마치 진짜 이야기 속 귀신마냥 금색 머리를 앞으로 길게 늘어뜨린 채, 다크서클이 낀 퀭한 눈으로 안 그래도 구부정한 허리를 연신 굽신거리며 내게 사죄했다.


아니, 이러면 꼭 내가 뭐라도 한 것 같잖아. 그렇게까지 벌벌 떨 필요는...


"죄, 죄송합니다, 저 같은 게 살아서 죄송합니다! 지금 놓아만 주신다면 당장 어디 안 보이는 곳에 가서 바로 콱 목을 메고 죽을테니, 그러니..!"


...얘 좀 어디 하나 나사 빠진 앤가? 내 눈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쳐다보질 못 하고 있는데.


"당신, 이름은?"


"예...예? 아, 저저, 저는... 크레타, 칼로체라고 합니다."


응? 쿠나타랑 성씨가 같네. 혹시 이번에도...


"쿠나타 씨 동생이라던가?"


"네? 아아, 네! 쿠, 쿠나타는 제 딸인데요..."


역시, 전체적인 외형은 언니인 쿠나타를 조금 닮았군. 분위기는 영... 뭐? 잠깐... 방금 뭐라고 했지?


"그러니까, 쿠나타가 언니라는 거죠?"


"네? 아..쿠, 쿠나타는 제...딸인.."


응, 역시 동생이었구나. 하긴, 이런 여리여리한 방구석 히키코모리같아 보이는 여자가, 그것도 외모도 이렇게 앳되어 보이는 여자가 이미 장성한 따님의 어머니일리가...


"쿠, 쿠나타는 제가... 스, 스무살 때, 낳은 아이에요.."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듯 진실을 부정하는 내 반응에 주눅들었는지 점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 나이는?"


스무살 때 아이를 낳았는데 그게 쿠나타라고? 허헣, 그렇다는 건...


"오, 올해로..마흔...입니다. 죄, 죄송해요! 마흔씩이나 먹은 다 늙어빠진 몸이라서..!"


그녀가 창피한지 머리카락으로 몸을 가리며 연신 고개를 꾸벅꾸벅 숙였다.


응, 이젠 현실도피를 그만두고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다. 나는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몇년은 자르지 않은 듯 어수선한 긴 금발, 며칠 밤은 샌 듯 퀭하게 다크서클이 진 눈, 햇빛을 하도 못 받아서 새하얀 피부에 호리호리한 몸.


...그냥 20대 방구석 게임 폐인의 이상적인 모습인데. 아무리 봐도 애엄마로는, 그것도 마흔이 넘어보이진 않는다.


오죽하면 내가 처음에 쿠나타의 칠칠맞은 여동생 정도로 가늠했을까. 중년미 따윈 개나 줘버린 듯한 희한한 여자였다.


"아, 그...그러시군요. 쿠, 쿠나타의 손님이라.. 그, 그런 분에게 어미로써 이런 못 볼 꼴을 보여드리다니, 주주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녀가 납작 엎드렸다.


아니, 몹쓸 결례라니, 오히려 좋아. 아니, 이게 아니라. 이 사람 자존감이 얼마나 낮은 거야?


자기 딸 손님한테 알몸을 보였고, 따지고 보면 먼저 들어온 그녀를 확인도 안 하고 내가 들어온 거나 마찬가지인데 내 눈도 못 마주치고 사과할 정도라니.


"어라, 어머니? 연구실에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 계셨...아."


소리를 듣고 찾아온 쿠나타가 순식간에 여기서 일어난 상황을 이해한 듯 할 말을 잃었다.


웃긴 건 그녀도 씻으려고 했는지 타월 한 장으로 몸을 가린 상태라는 점이었다.


"미안해요. 어머니가 계신 걸 저도 미처 몰랐네요. 워낙 연구실에서만 살다시피 하는 분이라..."


그녀는 멋쩍게 웃으며 탕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라, 댁은 왜 들어오는 건데요?


"친목도 도모할 겸 같이 씻죠. 여자끼린데 뭐 어때요? 어머니도 그러지 말고 들어오세요."


어라, 그러고 보니 이 사람들 내 성별을 모르는구나.


"그...그럴까? 부, 불편하지 않으시다면...저, 저도..헤헤..."


그러자 그녀의 어머니도 거북목을 잔뜩 움츠러뜨리며 내 눈치를 슬슬 살폈다.


결국 내 왼쪽에 쿠나타, 오른쪽에 그녀의 어머니인 크레타가 나란히 앉게 되고 말았다.


어라? 큰일 난 거 아닌가 이거. 아냐, 정신만 똑바로 차리자. 일단 내 경험상 남자인 걸 들켰다간 높은 확률로 골치 아파진다.


심지어 크레타의 외모+ 평소에 연구실에 틀어박혀 지낸다고? 아ㅋㅋ 걸렸다간 100퍼센트 실험실 행이지.


"아, 그나저나 어머니, 새 실험은 잘 진행되고 있으신가요? 뭐라 그랬더라 그거..."


"아...그, 그거? 으응. 이제... 적당한 수컷만... 찾아내면...헤헤."


나는 나도 모르게 다리를 오므렸다.


"어떻게 하시는 거랬죠?"


"으, 으응. 일단 그, 정소를 절개해서..."


"...응? 혹시 어디 불편하신가요? 무슨 땀을..."


쿠나타가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내 이마를 스윽 닦아주었다.


응, 무슨 일이 있어도 들키면 안 된다.


아직 파란 환자복 입고 침대에서 절규하기엔 너무 젊어.


나는 속으로 굳게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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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5)74화.[Last ride of the day](6) +4 21.08.04 81 1 8쪽
75 (74)73화.[Last ride of the day](5) +2 21.08.02 68 1 6쪽
74 (73)72화.[Last ride of the day](4) +2 21.07.31 68 1 5쪽
73 (72)71화.[Last ride of the day](3) +2 21.07.30 68 1 6쪽
72 (71)70화.[Last ride of the day](2) +3 21.07.29 73 1 7쪽
71 (70)69화.[Last ride of the day](1) +2 21.07.28 72 1 5쪽
70 (69)68화.[Waterfall](8) +2 21.07.27 72 1 8쪽
69 (68)67화.[Waterfall](7) +2 21.07.26 68 1 10쪽
68 (67)66화.[Waterfall](6) +4 21.07.25 71 1 9쪽
67 (66)65화.[Waterfall](5) [feat.어느 연구원의 보고서.] +2 21.07.24 79 1 7쪽
66 (65)64화.[Waterfall](4) +2 21.07.23 78 1 7쪽
65 (65)64화.[Waterfall](3) +8 21.07.22 85 1 7쪽
64 (64)63화.[Waterfall](2) +2 21.07.21 75 1 8쪽
63 (63)62화.[Waterfall](1) +2 21.07.20 76 1 10쪽
62 (62)61화.[라냐족](7) +2 21.07.19 77 1 8쪽
61 (61)60화.[라냐족](6) +2 21.07.18 78 1 12쪽
60 (60)59화.[라냐족](5) +4 21.07.17 80 1 8쪽
59 (59)58화.[라냐족](4) +2 21.07.16 83 1 8쪽
58 (58)57화.[라냐족](3) +2 21.07.15 79 1 11쪽
» (57)56화.[라냐족](3) +2 21.07.14 81 1 6쪽
56 (56)55화.[라냐족](2) +2 21.07.13 76 1 8쪽
55 (55)54화.[라냐족](1) +2 21.07.12 86 1 9쪽
54 (54)53화.[기습] +2 21.07.11 78 1 7쪽
53 (53)52화.[호텔 작전](5) +4 21.07.10 79 1 9쪽
52 (52)51화.[호텔 작전](4) +2 21.07.08 79 1 5쪽
51 (51)50화.[호텔 작전](3) +2 21.07.07 79 1 7쪽
50 (50)49화.[호텔 작전](2) +2 21.07.06 79 1 7쪽
49 (49)48화.[호텔 작전](1) +2 21.07.05 87 1 10쪽
48 (48)47화.[정전 회담] +4 21.07.04 86 1 11쪽
47 (47)46화.[일심동체 정비반](2) +2 21.07.03 9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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