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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네프 님의 서재입니다.

검의 연대기 - 마법과 검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크네프
작품등록일 :
2019.08.27 22:56
최근연재일 :
2020.06.26 23:10
연재수 :
7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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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1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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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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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54. 정령 납치 사건?

DUMMY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두 사람과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작고 귀여운 무엇인가들. 그리고 그 뒤로 거대하면서도 딱딱한 형체를 지닌 성난 무엇인가가 열심히 두 사람을 잡으려고 했다.


“하아... 하아...”


“이샤나... 괜찮아?”


“괜찮아요....... 다만, 마력이 조금 모자랄 뿐이에요.”


원래라면 마력을 못 쓰는 체질. 그러나 용케도 많은 마법을 사용하며 녀석의 공격을 버티고 있는 그녀였다. 물론 계약한 정령으로부터 마력을 빌리기는 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그녀의 마력이 떨어지니 리엔에게 걸렸던 마법들 역시 사라져가는 게 느껴졌다.


“크오오오!”


“여기까진가?”


그래도 녀석을 상대로 맨몸으로 꽤 오래 버티긴 했다. 저 무식한 공격을 상대로 반격까지 해나갔으니 저 작은 모습과 달리 리엔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다만, 이것도 슬슬 한계라는 게 문제지만.


“슬슬 마지막 공격이 날아 올려나?”


“그러겠죠?”


마법사들은 함부로 마력을 쓰면 안 된다. 마탑에서 기초로 가르치는 강의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만약 마력을 모두 다 써버린다면 이샤나처럼 체력을 모조리 잃고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나, 그대로 기력을 잃게 되어버려 기절 할 수도 있다.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데, 아직 그런 사람은 없는 듯했다.


녀석은 지쳐서 움직이지 못하는 두 사람을 보며 잠시 망설이는 것 같아보였지만, 다시 한 번 팔을 쭉 뒤로 뺐다.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 위해 최대한 팔을 뒤로 빼는 것이었다.


“날아온다.”


“날아오네요.”


녀석의 주먹을 바라보며, 리엔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이샤나를 데리고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모양이다. 녀석의 주먹은 빠르게 그녀의 코앞까지 날아와, 그대로 그녀들을 날릴 준비를 했다. 그 모습에 리엔은 눈을 질끈 감으며 최대한 이샤나를 감싸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앞에 자욱한 먼지가 생기며 그녀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우으.....”


리엔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아직 자욱한 먼지가 그녀들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지만.


“통... 통증이 없어?”


분명 거대한 주먹이 자신을 그대로 쳤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멀쩡한 자신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샤나도 고개를 천천히 들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 이건....”


먼지가 거치며 이샤나와 리엔 머리 위에 펼쳐져있는 거대한 빛의 장막. 두터운 방벽에 녀석의 주먹은 그대로 튕겨져 날아가 반대편 화단에 처박혀 있었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니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었네.”


케일은 난장판이 된 뒤뜰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곳곳이 파여 있고, 집 벽에 흠집이 가있는 것이 보기 안 좋았다. 그녀의 등장에 정령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녀 주변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에 눌려버린 것이었다. 케일은 그런 정령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래서 이 꼴을 만든 장본인은 누구지? 아, 저놈이군?! 제일 덩치가 커 보이니 말이야.”


“크으으으오오오!”


자신의 공격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 자신을 반대편에 처박게 만든 그녀를 바라보며 녀석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케일은 녀석의 모습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볍게 목을 풀고, 손을 털었다. 녀석은 주먹에 돌기까지 만들어내어 그녀를 위협하며 한 번 더 소리를 질렀다. 마치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크오오오! 크오오!”


“흐음? 그게 다야? 내가 아는 녀석은 그것보다 더 크게 소리 지를 줄 안다고.”


“크.. 크오? 크오아아아아!”


쾅! 바위로 이뤄진 거대한 철퇴가 그녀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하지만


“크오?!”


텁. 한손으로 가볍게 주먹을 붙잡은 케일. 녀석은 당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케일은 그런 녀석을 노려보며 잠시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녀석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하아.... 하지만 말이야. 남의 뒤뜰에서 날뛸 정도로 화날 일이 있는 거냐? 엉? 변명 한번 제대로 해보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널 가만히 두질 않을 것 같으니까!”


그녀의 주변에서 검은색 오라가 퍼져나갔다. 이샤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케.. 케일씨는 마법사 아니었나요?”


“아하하하, 제 누나가 조금 특별해서요. 투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운용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죠.”


“아앗! 언제 오셨어요?”


언제 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들 곁에 에노가 다가와 있었다. 체력과 기력을 잃은 그녀들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박살난 화단을 보며 눈물을 흘리곤 있었지만 말이다.


“가볍게 공간 전이로 왔죠. 물론 이제 이 마법은 한 달 간 못 쓸 테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누나가 굉장히 화난 것 같네요. 저대로 간다면........”


그녀의 손이 앞으로 굽어지자, 녀석은 그대로 땅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크오?! 크오!!”


“발버둥 치지 말라고. 그러면 더 아플 테니까.”


케일의 얇은 손이 녀석의 굵은 팔을 점점 꺾어 들어갔다. 완전히 짓눌려버린 녀석은 마지막 발악을 해보려고 최대한 몸에서 돌기를 짜내려고 했다. 녀석을 지켜보던 케일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그거 또 쓰려고? 내가 너보다 더 대단한 놈과 싸워봐서 아는데, 그거 안 쓰는 게 좋다?”


케일의 몸에서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녀는 반대 손을 꽉 움켜쥐고는 그대로 냅다 녀석의 머리통을 세게 쥐어박았다. 콰앙! 가볍게 때린 것 같은 주먹은 거대한 충격파를 일으키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리엔은 순간 균형을 잃고 뒤로 자빠질 뻔했다. 에노의 도움으로 체력을 되찾은 이샤나 역시 지팡이로 간신히 버티며 서 있었다. 그나저나 이런 충격에도 밖은 멀쩡한게 더 신기했지만 말이다.


“크으.. 크오옥!!”


“음... 뭐더라, ‘레오시카’였나? 너희들 이름이. 근데 너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는 데?”


“앗! 그건 제가 그만 몹쓸 짓을......”


케일의 말에 순간 아까 전에 벌였던 일이 떠오른 이샤나는 급히 그녀에게 말을 했다. 하지만 케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거 말고. 얘들 엉덩이에 뭘 꼽든 간에 그건 한순간의 고통일 뿐이니까 상관없어. 것보다 얘들 자체에 지금 문제가 있는 것 같거든?”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얘들 자체라뇨?”


리엔은 케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일은 그녀의 말에 가볍게 손가락을 들어 무엇인가를 그리며 말했다.


“정령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있거든. 특히 같은 종류일수록 더욱 더 깊게 연결이 되어있단 말이야. 근데 이렇게까지 화나 있는 걸 보면.......”


케일은 땅에 머리를 쳐 박고 있는 녀석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곤 천천히 녀석에게 손을 대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녀석은 케일의 말에 순간 고개를 번쩍 들었다.


“크... 크오?”


“그래, 그래. 진정하라고.”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그들. 아까 그린 그림은 녀석들과 대화하기 위한 마법진인 모양이었다. 뭐, 어쨌든 녀석과 대화를 마친 케일은 피식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갑자기 녀석이 땅에 머리를 박으며 연신 그녀에게 절을 했다. 그 모습에 케일은 다시 한 번 웃으며 말했다.


“이봐, 절 두 번 하면 죽은 거라고. 그리고 내가 한 부탁 들어줬으면 하고.”


“무슨 얘기를 나눈 건가요?”


이샤나가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흠, 정령들이 최근 ‘납치’당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납치요?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소환을 하면 말이야. 소환된 문으로 녀석이 자발로 들어가거나, 강제로 밀어넣어야 하는 건 알고 있지?”


“아... 네! 공간 전이는 함부로 쓰질 못하니까요.”


“그걸 악용해서, 특수한 공간으로 녀석들을 묶어두고 난 다음에 그 문을 부셔버리는 녀석들이 있단 말이지. 그럼 갈 곳 없는 정령들은 거기에 갇히게 되는 거고.”


“그.. 그런 짓을 저지른다고요?”


이샤나의 말에 케일은 인상을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정령은 마력이 많으니까, 마력을 뽑아내기 위해 그런 짓을 벌이는 녀석들이 종종 있거든. 아마...... 놈들 짓일게 분명하단 말이야.”


케일은 예전에 있던, 공국에 있는 미친 과학자 집단이 떠올랐었다. 사도들 밑에 있는 녀석들로, 오직 그들의 연구 성과를 위해서라면 비윤리적인 짓도 서슴지 않는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녀석들이 쓰는 기계들이 죄다 마력으로 움직이니까, 마력을 다 쓴 놈은 키메라로 만들면 되는 거고.”


“그... 그럴 수가! 이 귀여운 애들을 가지고 말이에요?!”


리엔은 자신 품 안에 있는 작은 정령들을 꼭 안았다. 정령들이 바동거리기는 했지만, 리엔의 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지친 정령들은 그녀의 품안에 축 늘어졌다.


“뭐, 어쨌든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이 녀석이 이 정도로 화가 나 있다는 건, 그만큼의 자극을 다른 아이들이 받고 있다는 것이니까. 물론.”


케일은 다시 돌아서서 녀석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케일의 모습에 녀석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케일은 그런 녀석에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 화단을 이 꼴로 만든 건 용서 할 수는 없어. 그러니까 네 힘으로 재주껏 원상태로 돌려놓으려무나. 알.았.지?”


“크... 오.....”


그녀의 말에 녀석은 겁을 먹고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그 사이에 뒷문을 열어 재끼며, 아멜이 집 뒤뜰로 나왔다.


“다들 괜찮나요? 집안은 문제가 없는...... 어라?”


그가 열심히 가꿔놓은 화단과 정원수들이 모조리 다 뒤집어엎어져 있었다. 그녀는 순간 에노의 표정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몸속에서 끌어 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참는 것 같아보였다. 미소 짓는 얼굴과 달리 꽉 쥔 손이 부르르 떨리는 게 보였으니까.


‘에노씨도 화를 내긴 내는구나.’


슬픈 표정을 짓거나, 웃는 모습은 봤지만 이렇게까지 화나 있는 모습은 처음 봤다. 케일도 그런 그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이때 만큼은 그녀도 피하려는 것 같아보였다. 그래,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 화났을때가 가장 무서운 법이니까.



망가진 화단을 고치고, 벽에 간 금을 말끔히 지워내기 시작했다. 간단한 연금술을 할 줄 아는 에노 덕분에 부서진 벽돌이나 금 간 벽들을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가 있었다.


“우와, 이게 연금술인거야?”


리엔은 신기하단 눈으로 에노 옆에서 벽들이 고쳐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에노는 그런 그녀를 보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연금술중 하나이긴 하죠. 이게 있으면 심한 정도가 아닌 이상 목수를 부를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그.. 그러면 돌을 금으로 바꾼다던가, 막 없던 걸 만들거나 할 수 있어?”


호기심이 가득한 눈망울 속에 약간의 욕망이 들어있는 게 보였다. 에노는 그런 그녀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돌을 금으로 바꿀 수는 있어요.”


“오! 정말로?”


그녀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는 것 같아보였다. 역시 마법은 신기하고 대단한 것이구나!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에노는 작은 돌 하나를 주워들며 말을 했다.


“하지만 이 주먹만 한 돌을 금으로 바꾸면...... 아마 손톱보다 작은 정도로 밖에 안 나올 거예요.”


그의 손에 들려있던 돌이 반짝하고 빛났다. 그러자 주먹만 한 돌은 작은 손톱조각 만큼의 금으로 바뀌어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에 리엔은 실망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에? 정말 이렇게 밖에 안 된다고?”


그녀는 에노가 쥐어주는 금을 만졌다. 바로 그 순간 금이 다시 돌로 변해버렸다. 그 모습에 리엔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에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마력은 마력대로 많이 들고, 효율도 안 좋고. 무엇보다 마력공급이 끊기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요. 그래서 돌을 금으로 바꾸는 것은 그냥 사치나 보여주기 용도일 뿐이죠.”


“치이..... 그럼 아까 저건 어떻게 한 거야? 막 금간 게 다시 붙거나 하는 거.”


“그건 그냥 주변의 재료를 다시 재조합 시킨 것뿐이에요. 부서진 재료를 다시 활용한 거죠.”


에노는 천천히 돌을 바닥에 내려두었다. 에노와 리엔이 얘기를 나누는 사이, 뒤뜰은 어느 정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열심히 뒤뜰을 고치고 있는 정령들에게 이샤나는 그들을 쓰다듬어주며 빙그레 웃어줬다.


『이제 다 됐다!』


마침 아멜도 한쪽에 뽑힌 정원수들을 마저 심고, 정령 ‘레오시카’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장장 2시간에 걸친 대공사가 마무리 된 것이었다. 벌써 달도 한참 뜰 때였다. 저녁시간도 한참 넘긴 그런 시간이 말이다.


“그래, 정말 다 됐네.”


말끔히 정리가 된 뒤뜰을 보며 케일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뒤뜰 한쪽에서 의자와 탁자들이 날아왔다.


“다들 수고 했어. 이제 저녁이나 먹자고.”


에노는 어느새 대형 화로를 가져와 설치하고 있었다. 그의 옆에는 갖갖이의 고기와 채소들이 담긴 봉투가 있었다.


“오! 오늘 저녁은 꼬치구이야?”


“역시 리엔씨네요. 재료를 보고 단번에 맞추시다니.”


에노는 능숙하게 고기와 채소들을 차례로 꼬치에 꽂기 시작했다. 레오시카가 잠시 고개를 돌리며 눈을 찔끔 감는 게 보이긴 했지만, 꼬치가 화로의 석쇠위에 얹혀 지자 풍겨오는 냄새에 마치 홀린 듯 하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참. 너희들도 이참에 저녁 먹을래? 에노의 요리는 꽤나 맛있다고.”


케일은 방금 구워진 꼬치를 들어 보였다. 하지만 정령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정령들 사이에서 무엇인가를 받는 다라는 것은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뭐, 대가를 바라고 주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진 마. 그저 너희들이 이샤나를 도와줘서 그런 거니까.”


뭐, 그렇게 말해도 케일의 모습에 잔뜩 겁먹은 녀석들은 한쪽에 몰려있었지만 말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는 케일이라 더 그럴 지도 몰랐다. 결국 그들은 에노가 손을 내밀고, 이샤나가 손을 내밀어서야 꼬치구이를 받아들 수 있었다.


“그럼 맛있게 먹겠습니다!”


“아앗! 치사하게! 그거 제가 먹으려고 나둔 거라고요!”


케일은 순식간에 꼬치 세 개를 집어 들고는 입에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 리엔은 자신이 야심차게 꽂아놓았던 소고기꼬치를 빼앗겨버려서, 옆에 굽고 있던 다른 꼬치를 재빠르게 낚아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버렸다. 이것 역시 아멜이 미리 꽂아놓은 꼬치였기에, 순식간에 꼬치 전쟁으로 번져버리게 되었다.


에노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꼬치 쟁탈전을 보며 그저 한숨을 내쉬며 꼬치를 구웠다. 이샤나는 그런 그의 옆에서, 남들과 달리 천천히 구워진 꼬치를 집어 들어 먹었다.


“에노씨. 계속 굽지만 말고 먹어요.”


아멜은 몇 개 미리 빼둔 꼬치를 들고 와 에노에게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꼬치는 괜찮나요?”


“네, 정말 맛있는 걸요! 특히 그 고기에 발라진 소스가 맛있더라고요.”


“리엔씨가 소스 만드는 법을 알려줬어요. 그쪽에서 맛있게 먹던 것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먹고 싶다고 하셔서요.”


“아, 왠지 익숙한 맛이 난다고 했더니......”


아멜과 에노는 꼬치구이를 먹으며 앞에서 즐겁게 떠들고 있는 리엔과 케일을..... 이 아니라 술이 들어간 케일과 리엔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뜬금없이 팔씨름을 하고 농담을 주고받으며(정확히는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어보였다.) 재밌게 웃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와! 케일씨도 그렇지만, 리엔씨도 팔씨름 하나는 엄청나네요?”


“앗, 이샤나씨도 술 드셨어요?”


“맛있는 게 있다면 먹는 게 도리 아닌가요? 여기에 데르봉 10년산이 있을 줄은 몰랐지만요.”


평소와 다른 이샤나의 모습에 당황한 아멜과 에노는 술병을 들고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이샤나를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참! 그러고 보니 서로 너무 존칭만 쓰는 거, 너무 어색한 것 같아. 이샤나라고 불러. 편하게. 나두 아멜이랑 에노라고 부를 테니까.”


“하하하, 전 그냥 이게 편해서 그래요. 에노라고 불러도 상관은 없지만요.”


“이 자식! 끝까지 그러는 거야?”


“이샤나씨.... 아니 이샤나?”


“오! 바로 그거야 바로 그거! 역시 아멜이야!”


즐겁게 웃고 있는 이샤나는 술잔에 술을 따른 다음 아멜에게 건네주었다.


“오늘 다 같이 마셔보는 거라고!”


“하하하. 그거 좋은 기세라고! 뭘 좀 잘 아는 친구구만!”


어느새 리엔과 케일이 옆에 다가와 있었다. 순간 에노는 몰래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케일에게 목덜미가 잡혀서 강제로 착석하게 되었다. 케일은 에노의 귀에다 대고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도망가면 못쓴다고.”


“히.... 히이....”



시간이 흐르고, 정령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세 사람과 그 세 사람을 바라보며 뒷정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아..... 여기 한잔 더 줘......”


“누나, 이제 그만 자러 가자.”


제일 많이 마신 사람은 케일. 언제나 그렇듯 그는 천천히 일어나 그녀를 업었다. 그때 그의 손목을 리엔이 붙잡으며 말을 했다.


“후아아아. 어디 가는 거야...... 같이 가.......”


결국 한손에는 리엔과 손을 꼭 잡고, 등에 케일을 업은 채로 집안으로 들어가는 에노는 문득 이샤나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 그렇게 많이 마시고도 알아서 들어가는 걸 누나가 본받아줬으면 하는데 말이야.’


두 사람을 방에 눕혀두고 다시 내려온 에노는 곤히 잠들어있는 아멜을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정리까지 해주고는 이렇게 푹 잠이 든 것이다. 마치 그녀를 보고 있으면 마치 그 사람을.........


“으.. 아니지, 아멜씨. 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요.”


그는 아멜을 조심히 들어 올려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가게에서 일도, 이곳 화단을 정리하고 저녁식사 후 뒷정리와 슬슬 올라오는 술기운이 올라와서 조금 어지럽긴 말이다.


조금... 아주 조..... 으윽....


작가의말

후... 다음주면 벌써 4월 마지막 주네요..... ㅠㅠ 시간... 빨리가... 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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