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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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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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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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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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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헌터

DUMMY


*


헌터(Hunter).

그들은 문자 그대로 사냥꾼들이었다.

보통의 사냥꾼들과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짐승이 아닌 어비씨언들을 사냥했다.


먼저 어비씨언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어비씨언들은 이제껏 세상에 보여진 바 없는 기괴한 별종이었다.

동물도, 식물도, 미생물도, 심지어 기계마저도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해부학도, 생리학도, 병리학도, 그 어떤 개념도 적용되지 않았다.


어비씨언들의 형태와 습성과 행태와 능력은 헬게이트마다 천차만별이었다.


그 모양에는 일정한 패턴이나 분류법마저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모양새는 온갖 흉측하고 발칙하고 상식밖인 모습을 띠었다.

머리가 백 개 달린 아메바처럼 생긴 존재,

촉수 수천 개에서 나뭇가지처럼 생긴 무언가가 뻗어나오는 존재들,

질컹거리는 슬라임 재질의 육체가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존재들,

심지어 사람처럼 생긴 진흙 덩어리가 짐승들의 머리를 뻗어내는 것들도 있었다.

그나마도 위 묘사도 어디까지나 이런저런 대상물과 ‘약간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이지 정확하게 그 형태를 띤 것은 아니었다.


어비씨언의 능력의 기괴성과 다양성에 대해 논하려면?

아마 지면이 모자랄 듯 하니 여기서 그치도록 하겠다.


그들은 과연 헬게이트에서 올라온 기괴생명체라서 그런지 형질 또한 특이했다.

그들은 오로지 자신이 나온 헬게이트로부터 일정 반경까지만 움직일 수 있었다.

헬게이트에서 나오는 흑색 파동은 그들의 힘과 공격성을 더욱 증폭해 주었다.

만약 그들에게 시공간적 제한마저 없었더라면 인류는 멸종했으리라.


어비씨언의 가장 무시무시한 점은 물리력에 대한 면역성이었다.

그들에게는 인간의 모든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이는 위력의 크기와는 무관하게 무조건적으로 성립하는 특징이었다.

설령 핵폭탄을 직격한다 해도 어비씨언 한 마리에게 손상을 줄 수는 없었다.


반대로 어비씨언은 인간계에 물리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시공간적 제약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약간의 제약은 있었다.

그들도 만능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모든 물체를 부수거나 베지는 못했고 화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시공간적 혹은 물리적 환경에 따라 위력이 들쭉날쭉 변하기도 했다.

허나 이런 제한들이 어떤 규칙을 띠는지는 이론적으로 규명해낼 수 없었다.


어쨌건 이 같은 ‘물리적 상호 불평등’ 조건은 대단히 치명적이었다.

실상 상호확증파괴 병기인 핵무기 이상의 반칙이요 비대칭 전력이었다.

인류는 도무지 잡아낼 수 없는 이 악마적 존재들 앞에 절망하였다.


그런 절망을 반전시킬 유일한 희망의 열쇠, 곧 반전의 힘이 헌터들에게 있었다.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탁월한 신체 능력과 지적 능력을 갖춘 인간.

그러나 인간계의 입장에서 볼 때는 딱 거기까지였다.

초인이나 초능력자라고까지 칭송할 수는 없는, 그저 ‘우월한 인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특별했던 이유의 본질은 단 하나였다.

그것은 바로 ‘안티-게이팅(anti-gating) 파워’였다.


헌터들에게는 헬게이트와 거기서 파생되는 존재들을 상쇄, 붕괴, 무마시키는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헬게이트의 파워, 검은 파동, 그 중심점, 그리고 전염 경로 및 전파 경로.

이 모두에 헌터들의 안티-게이팅 능력이 투사될 수 있었다.

이때 나타나는 효과는 기본적으로는 헬게이트 영향력의 상쇄나 퇴치.

그러나 그 현상이 구현되는 경로와 기전은 헌터마다 각양각색이었다.


아울러 헌터들의 힘은 헬게이트 몬스터인 어비씨안들의 사냥에도 유용했다.

어비씨안의 육체와 정신을 이루는 재질은 물리계의 물질이 아니었다.

헬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한 힘과 물리법칙 변동이 그 근원이었다.

그러므로 안티-게이팅 능력은 곧 어비씨안들에게 치명상을 줄 비수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구원의 해독제였다.


안티-게이팅 능력 구현 방식이 다양하듯,

어비씨안 사냥 스킬 또한 폭넓은 다양성을 띠었다.

어떤 헌터는 무기에 안티-게이팅 능력을 주입하여 적을 죽였다.

다른 이는 헬게이트를 상쇄하고 희석함으로써 권세를 약화시켰다.

어비씨안을 맨손으로 직접 분해하는 헌터도 있었다.


어쨌건 이런 능력자들이 나타났다는 사실은 반전의 희소식임이 분명했다.

희망을 되찾은 인류는 패닉에서 벗어나 차분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몇 달 사이에 지구 상의 모든 종족을 멸종시킬 기셰였던 헬게이트들과 어비씨언들의 종횡무진은 헌터들의 전진으로 인해 한 풀 꺾였다.

헬게이트의 악독한 야욕은 인류의 3분의 1을 죽이는 데서 만족해야 했다.

이후 헌터들의 맹공으로 헬게이트의 95%는 제거되었다.

나머지 5%는 그 수가 늘었다 줄기를 반복하며 만성적인 재발을 일으킬 뿐, 세계를 근본적으로 멸할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암을 일시적으로 항암제로 억누른 상태와 같았다.

언제금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 온 몸을 집어삼킬 지는 장담치 못했다.

말 그대로 언제 무너져내릴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은 평화.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불안정한 평화 덕택에 숨을 돌리게 되었다.


그렇게 헌터들은 시대의 새로운 영웅으로 급부상하였다.




*


시대의 급진적 전환.

그 혁신에 뒤따른 사람들의 열광과 맹신.

그러나 그 아래 잠잠히 파묻힌 불편한 진실도 하나 있었으니.


사람들은 헌터들이 어디에서 온 자들인지 알지 못했다.

그들이라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자들도 아닐터.

그렇다면 그들의 그 초인간적인 능력들은 출처가 어디란 말인가.

수수께끼의 능력인 안티-게이팅은 차치하더라도, 그들에겐 의문스러움이 많았다.

힘과 영민함과 민첩함과 감각과 반사신경, 그리고 엄청난 암기력과 이해력과 학습력과 창의력까지.

보통의 인간 개체가 생물학적으로 가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부끄러운 진실을 아는 이들은 소수의 상층부 관계자뿐이었다.


헌터들 모두는 본래 실험체 출신이었다.

헬게이트의 비밀이 인간의 추악한 욕심과 맞닿아있듯, 헌터 역시 그러했다.

그들은 독재 정권에 의해 자행된 온갖 생체 실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었다.


세계 정복 전쟁이 독재자의 승리로 마무리된 지 어느 덧 수십 년이 흐른 오늘.

그 사이, 여러 차례의 정권 교체가 이루졌고 분열과 단일화가 거듭되었다.

그러나 바람처럼 지나갔던 그 권세자들 모두는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

최초 통일을 이룬 독재자와 별반 다르지 않은 본질의 탐욕스러운 악인뿐이었다.

아울러 그들이 경영하는 시스템도 마찬가지.

인간 존엄성과 자유의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세상에서 인간이 정부로부터의 안전을 보장받기란 불가능했다.


실험체로 채택된 자들의 출신 성분은 심히 다양했다.

민족도 저마다 각기각색이었다.

또 종교, 사상, 신분, 지역 모든 면에 있어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아울렀다.


사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한다면 대단히 유감을 표치 않을 수 없다.

그야말로 사회 각계각층 어느 누구도 인권 유린의 사각지대에 있지 못했다는 뜻이니까.


잠시 과거의 비극적인 실패의 궤적들을 되돌아보며 반성해보자.

정부가 무소불위의 힘을 얻어 한 계층을 짓밟기 시작할 때, 세상은 침묵하였다.

이런 일은 이미 세계의 통일이 이뤄지기 전부터도 공공연히 나타났다.

독재자의 힘이 아직 닿지 않았던 다른 나라의 시민들은 강 건너 불 보듯 불의를 묵과하였다.

심지어 같은 나라에서도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많은 다른 무리들이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였다.


후일 그 업보는 매우 비참한 형태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왔다.

내 차례가 아니라고 방관한다면, 반드시 자신이 짓밟힐 차례도 돌아오는 법.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밟힐 때는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세계 시민 모두는 그렇게 자신들이 뿌린대로 거두었다.


그럼에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솟는다고 했던가.

때로는 전화위복의 은총이 받을 자격 없는 인간들에게 내려오기도 한다.

지금 이 세대 또한 그런 과분한 혜택의 수혜자들이었다.


수 세대에 걸쳐서 여러 독재 정권들에 의해 자행되어 온 수천 종류의 인간 개조 프로젝트는 숱한 희생 끝에 ‘유일한 성공 결실’을 하나 낳았다.

바로 그 하나의 결실로 말미암아 모든 죄악된 실험들을 온전하게 수습할 해결책이 열리게 되었다.

덕분에 무수한 불안정 실패작들이 수습과 회생의 궤적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망가졌던 괴이 변이체 다수가 점차 존엄성과 완전성을 갖춘 인간으로 빚어졌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성공적이고 안정화된 전투 특화 개조인간들이 탄생했다.


모든 실험체가 이러한 행운을 누린 것은 아니었다.

실험체 중 80% 이상은 괴사하거나 폭사하였고 나머지는 폐기되었다.


중앙 당국은 자신들의 추악한 비밀을 은폐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관련 데이터는 또한 소거하였고 연루된 실험소들 또한 화염으로 전소시켰다.

장기적으로 쓰일 유용한 핵심 인재를 제외한 조무래기 연구원들은 기밀 보호를 위해 소리 소문 없이 제거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안정화에 실패한 실험체들과 저등급 실패작들은 척살하였다.

그런 비참한 선별 작업을 거쳐서 살아남은 자들이 바로 지금의 성공작들이었다.

혹독한 지옥의 코스를 통과한 그들은 이제 헌터라는 이름으로 둔갑되었다.


헌터들은 기본적으로 인체개조 실험의 성공작으로 신체와 두뇌가 강력했다.

그리고 그들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프로젝트를 거쳐 개조되어 왔기에 각기 능력적인 측면에서 개성도 갖추고 있었다.

또한 공통적으로 모든 헌터는 세 가지 특이성을 지녔다.

이 특이성들은 ‘유일한 성공 결실’에서 파생된 것이었다.


첫 번째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안티-게이팅’ 에너지.

두 번째는 뇌 조직에 융화된, ‘자연계에 어긋난 물질’로 빚어진 특수 세포.

세 번째는 신체 전체에 녹아든 특이 재질의 ‘유기체 미시 기계’.


이 셋 모두 오파츠에 해당하는 능력이었다.

실험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현 시대 인류의 기술로는 재현하지도, 확장시키거나 발전시키지도 못하고, 원리를 재해석할 수도 없었다.

쉽게 말해서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소득이었다.

수천의 우연이 겹친 요행 덕택에 얻어진 결실이었다.

애초에 그 ‘유일한 성공 결실’부터가 모종의 수수께끼 같은 사고들이 개입되어서 나온 기적적인 결실이었다.

그러니 그 파생체들은 오죽하겠는가.


선도적인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자존심의 상처를 상당히 입었다.

그들도 나름 오랜 세월 위대한 성과를 낳겠다고 온갖 발악을 했건만.

막상 그 비인도적인 열심들의 수고는 허망한 실체들로 밝혀졌다.

도리어 원리를 모를 사고로 인해 발생한 유일의 성공작만이 모든 공로를 독차지하게 되었다.

인간만의 세상을 당당히 창조해낼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에게는 큰 굴욕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굴욕당하건 말건 무슨 상관이랴.

그리고 아무려면 또 어떠랴.

우연이면 어떻고, 요행이면 어떻고, 은총이면 어떠랴.

중요한 사실은 바로 그 ‘전화위복’의 존재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구출이 되어다는 점 하나뿐이었다.


과학자들의 염려와 달리 헌터들은 살신성인에 뛰어들어 고분고투했다.

그들은 놀랍게도 복수심이나 증오심을 불태우지 않았다.

물론 고이 마음속에 숨겨둔 채 잘 억눌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건 겉으로는 반 사회적인 분노를 표출하지 않았다.


도리어 헌터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부의 인간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들은 인간의 편, 정확히는 민중의 편에 서기를 택했다.

그간 무수한 횡포를 부려왔던 비대화된 정부의 전횡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소유한 비대칭 전력, 곧 대체가 불가능한 힘인 안티-게이팅 능력을 무기 삼음으로써 말이다.


그렇게 헌터들의 데뷔는 두 가지 측면에서 현대사의 전환점이 되었다.


첫째는 인류를 멸망으로 몰아넣을 뻔했던 헬게이트들을 통제할 족쇄를 얻음으로써 새로운 생존의 시대를 연 것.

둘째는 세계 정복자 이래로 이어져왔던 포악한 독재의 망령에 견제의 말뚝을 박기 시작한 것.


그리하여 새로운 시대가 개막하였다.

희미한 희망과 고통이 혼재된 시대, 곧 포스트-헬게이트 월드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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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지하 던전 2층 (2) 24.06.05 11 0 15쪽
22 지하 던전 2층 (1) 24.06.04 11 0 12쪽
21 지하 던전 1층 24.06.03 11 0 14쪽
20 SSS 랭크 던전 24.05.31 15 0 12쪽
19 고난이도 미션 24.05.30 11 0 12쪽
18 카타콤 암호 체계 24.05.29 14 0 12쪽
17 안전 교육 24.05.27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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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티폰 학살자 24.05.22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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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최강의 헌터 24.05.20 32 0 12쪽
11 정결의식 24.05.18 43 0 14쪽
10 오염 24.05.18 4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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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구조자 (3) 24.05.15 78 1 8쪽
7 구조자 (2) 24.05.14 90 1 10쪽
6 구조자 (1) 24.05.13 114 1 13쪽
5 지옥의 편린 24.05.11 126 1 14쪽
4 플레먼 에이비슨 24.05.10 140 2 13쪽
» 헌터 24.05.09 155 1 12쪽
2 헬게이트 (2) 24.05.08 180 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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