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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bell 님의 서재입니다.

일류전사는 마법을 동경한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로맨스

goodbell
작품등록일 :
2018.12.18 00:25
최근연재일 :
2019.01.22 01:03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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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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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글자수 :
179,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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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17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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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삭스온 가. (1)

감사합니다!




DUMMY

이네스는 역시 카르반 왕국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인 만큼 그 크기와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수평선 너머에서 서서히 보인 그 모습은 끝을 모르게 넓게 이어졌고, 지방 특유의 굴곡진 지붕들이 파도처럼 바다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수로들이 있었고, 아디나 호는 이를 통해 도시 중심부로 향하고 있었다.


“헤에~. 꽤나 감각적인 느낌의 도시네요.”

크리스가 말했다.


그녀가 자란 메니테리아의 각진 건물들에 비하면 이네스의 구조물들은 부드럽고 자유스럽게 느껴졌다.

자연과의 조화가 잘 이루어 진 듯한 느낌이 물씬 들었고, 거리 사이사이에는 흥미로운 관상용 건축물들이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도시는 다채로웠고 아름다웠다.


“하하하! 칭찬해 주다니 고마운걸!”


가브리엘은 마치 도시가 자신의 것인 것 마냥 기뻐했고, 이를 본 크리스는 그녀가 꽤나 높은 직위의 귀족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호화스러운 목욕을 하게 되겠네~.’


지금까지 어떻게 본다면 검소하다고 할 수 있는 생활을 해온 크리스였지만 이런 부류의 사치까지 싫어하지는 않았다.

현재를 더 즐겁게 해 주는 일은 언제나 반가웠다.


“그나저나 잭씨는 같이 가지 않는 건가요? 그래도 부선장이신데?”

“어······ 하하하, 그게. 가족들이 선원들은 좀 꺼려하는 눈치라서.”

가브리엘은 마치 선원들의 눈치를 보는 듯 힐끗 뒤돌아 본 후 말을 이어갔다.

“선원들도 그런 분위기는 싫어하······지 않을까? 하하하!”


그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처음 배에 올라탔을 때에 비해 가브리엘과 선원들 사이에는 다소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도시 속으로 가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며칠만 있다가 바로 떠나겠다.”

하지만 다소 이런 면에 둔감한 패트릭은 물론 깨닫지 못했다.


“아. 그래야지. 걱정하지 마. 하하하. 오래 잡아 두지 않을게.”


가브리엘은 어느새 친하게만 느껴지는 패트릭의 목을 끌어 안으려 했다.

하지만 곧 크리스의 노골적인, 그리고 잭의 은밀한 곁눈질을 눈치채고 자신을 멈춰 세웠다.


‘하······ 이런 것도 빨리 고쳐야 하는데······’

그녀의 입에선 대신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사실 도시에 도착하면서 바뀐 것은 가브리엘 혼자 뿐이 아니었다.

아디나 호의 눈치 빠른 선원들은 이미 이번 여정이 아마도 마지막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무의식 중에 하지 않던 이상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어엇! 서, 선장님!”

“어! 왜, 쌔미?”

“어, 그! 선장님은 아름답습니다!”

“뭐? 어디 아파?”

“아하하하! 그, 그럴까요?”


그리고 그중 가장 눈에 띄게 이상해진 것은 잭이 아니까 싶었다.


“선장님!”

“으억! 잭! 뭐, 뭐야!”

“죄송합니다!”

“악!!! 이 미친놈! 왜 때리고 지랄이야!”

“악! 억! 크헉!”


선원들의 이상행동들에 그 누구도 어떻게 해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고, 배 위에는 어색함만이 쌓여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크리스는 안쓰럽게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활기찬 도시의 소리 사이에 아디나 호는 빠르게 식어만 갔다.



***



“잭, 그러면 전리품을 좀 부탁 할게. 뭐, 줄 사람한텐 다 잘 좀 나눠주고, 그리고 오늘은 맛있는 것도 좀 먹고 그래.”

“우오오오······”


떠나는 그녀를 마중 나온 선원들이 맥없는 소리로 환호했다.


“아! 쫌!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아, 다시 돌아 올게!”

“우오오오······”

“에잇! 가자!”


그녀는 거칠게 머리를 긁으며 뒤돌아 걸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고급진 무늬로 꾸며진 큰 마차 한대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가브리엘님.”

마차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여정은 안녕 하셨는지요?”

“아니, 전혀. 하지만 이 사람들 덕분에 생명을 건졌어. 소개할게 에릭. 이쪽은 패트릭, 그리고 이쪽은 그의 연인인 크리스야.”


그녀의 말에 패트릭은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지었고, 반면 크리스는 크게 강동 받았는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언니!”

“여자를 너무 힘들게 하면 안된다고 패트릭. 하하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중에 차근차근 들어야 하겠군요. 우선, 패트릭님, 그리고 크리스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에릭은 허리를 정중히 숙이며 말했다.


“괜찮다. 어차피 우리도 한 배를 탄 셈이었으니까 딱히 고마워할 건 없다.”

“그럴리가요. 분명 알맞은 대우를 받으실 겁니다. 자, 타시지요.”


그는 세련된 움직임으로 마차의 문을 열어주었고, 가브리엘은 뛰어가듯이, 그리고 크리스는 우아하게 가벼운 몸놀림으로 그 속으로 들어갔다.

누군가 이 모습을 보았다면 분명 가브리엘이 아닌 크리스가 마차의 주인이지 않을까 생각했을 것이다.


“오빠도 집에 이런 거 가지고 있는 거야?”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가려진 크리스는 평소보다 더욱 가깝게 그의 팔에 매달렸다.

가브리엘의 응원 또한 그녀의 자신감을 올려주는 데 한몫 했다.


“아니, 라임 지는 작은 영토이니까. 마차는 가지고 있지 않다.”

“응? 뭐야, 패트릭 너도 귀족이었던 거야? 분명 용병 아니었어?”

가브리엘이 생각지 못한 소식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용병이었지만 가문의 이름을 잇게 되었다. 맥콜린이란 이름이지. 알고 있나?”

“아! 맥콜린! 알아! 어릴 때 한번 들어봤어! 그런데 내가 안다면 왠 만큼 작은 가문은 아니었을 텐데?”

“작은 영토이다. 잘못 알고 있는 거겠지.”

“그런가?......”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기억을 찬찬히 되짚어 보았다.

하지만 역시 어린 시절, 거기에 더해 귀족에 관련된 기억은 잘 살아나지 않았다.


“뭐, 그래. 그런가 보지. 흠······ 그렇구나······”

그리고 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요, 언니?”

무언가 기분 나쁜 낌새를 느낀 크리스가 물었다.


“패트릭. 나와 결혼 하지 않을래?”

“무, 무슨 소리에요!”

“아니, 굳이 같이 살 필요도 없어. 그냥 이름만 어떻게 안될까? 우리 가문과 연을 맺고 싶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크리스는 창백해진 얼굴로 패트릭을 바라봤다.

그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남자였고, 어쩌면 지금 이런 말도 안되는 제안을 승낙할 것만도 같았다.


“아니. 거절하지. 결혼은 그리 성급하게 정하는게 아니다, 가브리엘.”


생각지도 못한 그의 진지한 조언에 가브리엘은 크게 웃음 쳤고, 한편 크리스는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크하하하하하! 그래, 맞아. 미안해. 하긴 누가 나랑 연을 맺고 싶기야 하겠어.”

“아니, 넌 분명 매력적이다. 좋은 남자를 만날 거다.”

“오호~. 크리스, 이런 맛이구나. 역시나 멋진 남자였잖아. 조금 진심으로 아까워 지는데?”

“하, 하하, 하하. 오빠. 오빠 나 키스했잖아. 근데 왜 이렇게 난 자꾸 불안할까?”


그들의 작은 실랑이를 보며 가브리엘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이 함께 있는 동안은 이를 마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



크리스가 생각하였던 대로 가브리엘은 집은 어마어마한 위엄을 자랑했다.

여러 돈 많은 귀족의 집을 드나들어 보았던 크리스였지만, 그녀조차 이렇게 큰 맨션에는 발을 디뎌본 적이 없었다.


정문에서만 보이는 건물이 다섯을 넘어갔고, 이는 각자 수십 명의 인원을 수용 할 수 있을 만큼의 크기였다.

그 건물 중 하나에 도착한 그들은 짐을 하녀들에게 뺏기다시피 한 후, 발코니에 앉아 차와 다과를 먹고 있었다.


이에 가브리엘은 어쩔 수 없다며 어정쩡한 미소를 지었지만, 크리스는 딱히 싫은 기색을 내지 않았다.

다만 패트릭의 눈치를 보며 자꾸만 곧은 자세로 세련되게 차를 마셨다.

물론, 패트릭은 이 모든 것에 일절 관심을 주지 않았다.


“가브리엘! 드디어 돌아왔구나! 이야기는 다 들었다. 큰 일이 있었구나! 몸은 괜찮은 것이야?”


말없이 정원의 경치를 구경하던 그들에게 건장한 덩치의 중년 귀족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는 긴 회색 머리를 휘날리며 가브리엘을 크게 안았다.


“하하, 아버지, 제가 어디 다치고 올 사람인가요.”

“쯧쯧, 불안해서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구나!”


가브리엘은 그런 모습이 부끄러운 듯 눈치를 봤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아! 당신이 그 영웅인가 보군! 반갑네! 난 카르반 왕국의 해군을 맡고 있는 로렌 삭스온이라고 하네.”


상상이상의 이름을 들은 크리스는 머금던 차를 뿜을 뻔 했다.

이에 반해 패트릭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며 말했다.


“패트릭 맥콜린 입니다. 반갑습니다.”

“아! 맥콜린이었나! 그렇다면 마법을 사용했다는 게 당연하지! 새로 양아들을 받아들였다더니 그게 그대였군.”

그리고 그는 패트릭의 팔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역시 마법사 보다는 전사에 가까운 것 같은데. 전장에서 만나게 된다면 아주 까다롭겠어!”

“아버지!”


가브리엘의 허탈한 성격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것 같은 순간이었다.


“그래, 크라켄과 하늘 고래를 단칼에 잘랐다고 들었네! 나라가 동원되어야 했을 업적을 어떻게 혼자서 한 건지 참 듣고 싶군!”

“여러 도움이 있었습니다. 가브리엘 또한 희생을 치루어 줬습니다.”

“가브리엘이? 그게 무슨 말이지?”


로렌의 질문에 뒤에서 기다리던 에릭이 대신 귓속말로 대답 해 주었다.


“응? 여신의 눈물? 왜? 케빈을 위해?”


분명 비슷한 시기에 도착을 했을 텐데 에릭이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정보를 모을 수 있었는지 크리스는 궁금했다.

그리고 자신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가브리엘! 그 놈은 이제 포기하라니까! 그 녀석이 백날 마법을 한다 해도 지나가는 개하나 못 잡을 녀석이야! 아니, 대단한 마법사가 된다 한들 놈이 집을 잇는 일은 결코 없을 테다!”

“아, 아버지! 그런 말을 오빠가 들으면 어쩌시려고!”

“아니! 꼭 들어야해! 쓸데없이 맨날 말썽만 일으키고는! 아주 부끄러워서 내가 고개를 들 수가 없어!”

그리고 가브리엘을 향한 그의 얼굴에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가 너의 반이라도 닮았다면 내가 네 자유를 허락했을 텐데······ 미안하다. 이제 돌아와서 자리를 잡아주지 않으련 아가야?”

“······.”


가브리엘은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였고, 때문에 갑작스러운 정적이 내려 앉았다.


“가주님. 이제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알겠다. 그럼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가브리엘. 패트릭, 그리고 말을 건네지 못한 아름다운 여인, 곧 다시 뵙도록 하세.


그의 인사에 크리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허리를 숙였고, 그녀의 섬세한 손길에 마치 그녀 위에 입지 않은 드레스가 보이는 듯 했다.


“네, 저는 크리스라고 합니다.”

“하! 역시 영웅의 연이라 그런가 평민이 귀족보다 더 귀족 같군!”


이 말을 마지막으로 로렌은 그가 들어왔을 때와 같은 기세로 밖으로 나섰다.

가브리엘은 마치 폭풍이 지나 것 마냥 자리에 풀썩 주저 않았고, 패트릭은 아직도 굳은 자세로 손을 내민 채 서 있었다.


‘마법사 보다는······ 전사에 가깝다고······ 아직도 그렇단 말인가!’


“그럼 가브리엘님, 목욕물이 준비되었습니다. 하나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두개를 사용하시겠습니까?”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에릭이 말했다.


가브리엘은 그의 질문에 무슨 말을 하는 거냐는 듯 인상을 썼다.

한편 그에 반해 크리스는 하나만을 사용하겠다고 소리를 지르려 했다.

군살 없이 매끈한 몸매, 그러면서도 나쁘지 않은 사이즈의 가슴과 엉덩이는 그녀가 자신의 벗은 몸에 충분히 자신감을 가지게 해 주었고, 그녀는 이를 패트릭에게 뽐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일어나며 말하려던 찰나, 그녀의 눈에 가브리엘이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뽐내고 있지도 않으면서 그 존재감을 원없이 나타내는 물건에 그녀의 자신감은 빠르게 무너져 갔다.


“······둘로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따로 여관에 향하지 않을 것을 후회하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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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삭스온 가. (1) +2 19.01.17 63 2 13쪽
24 마법사의 조언. (2) +1 19.01.16 81 3 13쪽
23 마법사의 조언. (1) 19.01.15 67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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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하늘 고래. (2) 19.01.13 75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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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디나 호에 온걸 환영한다! (1) +4 19.01.10 98 4 14쪽
17 ‘이네스’로. (2) +1 19.01.09 107 2 13쪽
16 ‘이네스’로. (1) +3 19.01.08 103 2 13쪽
15 올바른 선택. (6) +2 19.01.07 113 4 14쪽
14 올바른 선택. (5) +4 19.01.06 118 3 13쪽
13 올바른 선택. (4) +2 19.01.05 108 2 14쪽
12 올바른 선택. (3) +1 19.01.05 122 4 13쪽
11 올바른 선택. (2) +2 19.01.04 139 4 13쪽
10 올바른 선택. (1) +2 19.01.03 167 4 14쪽
9 가지지 않은 것. (3) +2 19.01.02 164 4 13쪽
8 가지지 않은 것. (2) +4 19.01.01 177 6 13쪽
7 가지지 않은 것. (1) 18.12.31 198 2 13쪽
6 마법사가 강한 이유. 18.12.30 200 3 14쪽
5 검으론 할 수 없는 것. 18.12.29 197 4 15쪽
4 1급 마법, 라이트. +3 18.12.25 229 6 15쪽
3 소녀와 마법사. +2 18.12.22 286 9 14쪽
2 사라졌던 용병. 18.12.20 353 6 14쪽
1 난! 마법사라고! +3 18.12.18 532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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