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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망상서재에 오신걸 환영하고, 감사드립니다

웃어줄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중·단편

완결

LADEO
작품등록일 :
2021.09.18 14:14
최근연재일 :
2021.10.21 23: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79
추천수 :
0
글자수 :
95,623

작성
21.09.24 23:00
조회
11
추천
0
글자
7쪽

6. 친구가 없습니다.

DUMMY

성준은 나를 보자 마자, 강아지를 들고.

나에게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하고, 그대로 지나가려고 했다.


"잠시 이야기 좀 하지 않을래..?"


"...알겠습니다."


그는 잠시 동안 내 얼굴을 보면서, 고민을 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면서 짧게 대답했다.


"추석인데 안 내려가는 모양이야?"


"뭐.. 보다시피 그렇죠."


"왜 안 내려가는 거야?"


"저희 가족이 이번에 단체로 잠시 여행을 가서,

이번에는 안 내려가기로 했어요."


"너는 가지 않은 모양이야?"


"가족하고 사이가 썩 좋지 않아서.."


"아.. 그래?"


성준은 씁쓸한 미소를 보이면서 말했고,

나는 그쪽에 대해서 더이상 캐묻지 않기로 했다.


"그럼 왜 당신은 내려가지 않았나요?"


"...어..?"


"어.. 제가 무슨 실수를 했을까요?"


"너.. 정말 모르고 질문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그의 질문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고,

성준의 표정은 초조해지면서, 불안해보이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는 거짓말을 찾을 수 없었다.

악의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순수하게, 질문을 던진 듯 했다.


그에게 악의적인 의도를 찾아볼 수 없었던 나는,

하는 수 없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하게 해주었다.

중간에 그가 알면서 거짓말을 친 것이라면,

알아채고, 그만 이야기 했을 거 같은데.


아무리 그의 얼굴을 봐도 거짓말을 치는 것 같지 않아서,

끝까지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이 근처에 있던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 사정을 몰랐네요.."


"여기 근처에 없었어?"


"네.. 군대를 가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일 하다가.. 힘들어서

워홀을 가기도 하고..."


"뭔가.. 되게 많은 일을 한 모양이야?"


"네.. 그렇죠."


"근데.. 워홀 이라면.. 그 해외 나가서 일하는 거 말하는 거지?"


"네.."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본능적으로 그의 삶에 대해서 평가를 내렸다.

보통 워홀을 나간다면, 해외에 있는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그쪽 나라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는 그런 길이 아닌

결과적으로 모든 걸 놓아버린 것 마냥 다시 돌아왔다.


얼마나 사람이 의지가 없었으면.. 버틸만한 일이었을 거 같은데,

그걸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 놓아버리고, 포기를 해버리다니.

결과적으로 한국 와서도 아르바이트 같은 거나 하고 있고..


비참한 인생이네.. 어렸을 때와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머리 속은 희망만 쫓고 있는 어린아이.

무지하고, 한심하네.

그런 그의 인생을 계속해서 내 마음속에서 깎아내리고 있을 때였다.


"근데.. 워킹 홀리데이가 힘들어 죽을 거 같고, 이걸 신청한 스스로가

등신같아 보일 때도 있긴 있었는데 말이죠.

무척이나 즐거웠어요."


"응?"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안목은 꽤나 넓어졌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단편적이지 않고.

확장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시선이 확장이 되었는데도, 그렇게 살고 있으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

또 다시 속으로 그를 깎아내리면서, 나는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는 왜 행복하지 못한 건가?

남친이 죽어서..?

그렇다면 나는 그가 없기 전까지, 행복하지 않은 인생을 보낸 걸까?

내 인생의 행복은 그가 전부였던 걸까?


어렸을 때 학교에서는 그랬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대학을 간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 누구도 이것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하지 않았으니까.

그걸 진리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똑같은 사람들에게 치이고 또 치여서 여기까지 내려온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만날 때를 제외하고는 행복하지 않았다.

삶이 매일 매일이 지옥 같고, 죽음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그게 나의 전부였다.

하지만 나와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인생을 산 그는.

행복하다. 라는 말을 너무 나도 손쉽게 말했다.


아니.. 이래서는 안됐다.

우리의 인생은 반전이 되었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그는 불행해야 마땅한 인간이었고, 나는 행복해야 마땅한 인간이었다.

가족의 따듯한 품에 기쁨을 아는 나와는 다르게.

오히려 그는 가족에 품에서 떠나려고 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서 멀어지려는 사람.

즉 소중한 것을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결점이 뭔지 아시나요?"


"뭔데?"


"아무리 선량한 인간이라고 한들, 속으로는 자신의 보다 낮은 사람들을

깔보고 있다는 거에요.

사람이라는 동물은 그걸 통해서 위안을 얻고는 하죠."


"갑자기 그 말은 왜..?"


"제가 워커 홀리데이를 다닐 때, 그런 말을 들어서 말이죠.

정말로 발전을 하고 싶다면, 자신보다 낮은 사람이 아니라,

높은 사람과 경쟁을 할 생각을 해라.

낮은 사람과 경쟁을 하게 될 경우, 조금만 노력해서

그들 앞서는 것 만으로 위안을 얻어 버리게 되니까요."


성준은 나를 바라보지 않은 상태로 이야기를 하다가. 손목에 걸려있는

전자 시계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전 가봐야 할 것 같네요."


"아..네.."


"그럼 계속해서 하던 운동하시고,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기.. "


"하고 싶은 말이라도 더 있으신가요?"


"저기.. 저녁에 시간 비면.. 같이 술이라도.."


"고려는 해보겠습니다."

성준은 대놓고 거절 의사를 보이고, 곧바로 자신이 가던 길로

가버렸다.


'고려는 해보겠습니다는 뭐야.. 그냥 싫다고 말해도 상관 없잖아..

연락처도 없으면서.. 여지를 주는 척은...'

나는 자신의 강아지를 데리고 유유히 떠나가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그가 떠나가고 나서, 나는 잠시동안 생각에 잠겨서 근처에 같이

술을 마셔줄 사람이 없나,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보았으나.

추석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쉬기도 하고, 마실 사람들도 다 내려갔고.

그냥 집가서 영화나 보면서 술을 마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숨을 내쉬면서 편의점에서 적당히 영화 보면서 먹을 과자랑

도시락 등을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서 그가 나에게 줬던 돈을 지갑에 넣고,

다음에 만날 때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돈을 들어 올린 순간,

스티커 사진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고,

사진을 뒤집은 순간 성준이와 처음보는 여자가 찍은 사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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