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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테슬라 in 벽력세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김태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1 14:55
최근연재일 :
2024.08.13 23:01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12
추천수 :
26
글자수 :
18,480

작성
24.08.13 23:01
조회
53
추천
4
글자
11쪽

영물

DUMMY

4.



그로부터 석 달가량 흘렀을 때, 벽무진은 1단계를 넘어섰다.


[전기적친화도가 2단계로 올랐습니다.]


“...!”


그 기분은 뭐랄까. 마치 오랜 단잠에서 막 깨어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니면 온몸이 축 늘어지는 긴장감이 완화되는 것에서 오는 편안함이라고 해야 할까?


=========

□ 테슬라의 가호가 깃듭니다

□ 전기적친화도 : 2단계(0%)

□ [ON / OFF]가 가능합니다

=========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한 단계 성장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생각보다 빨리 올랐어.’


석 달 동안 벽무진은 테슬라의 가호를 열심히 켜두고 생활했다.

그야말로 먹고 자고, 바둑 두고. 또 먹고 자고 바둑 두는 생활의 반복이었는데 하루의 절반 이상을 오로지 잠만 자거나, 나머지 시간은 바둑을 두며 보낸 것이었다.


탁!


“······.”


그리고 그 결과.


“······단수로군.”


무진의 기력은 혀를 내두르는 수준을 넘어 고개를 살래살래 젓는 지경에 올랐다. 지금 이 대국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바둑판 위에 백돌을 올린 벽후량이 말했다.


“불계(不計). 이번에도 졌구나.”

“가르침에 감사합니다, 숙부님.”

“녀석. 가르침은 무슨.”

“헤헤.”


벽후량은 허허 웃었다. 불계패로 완벽하게 졌지만 외려 얼굴은 후련하다. 체면 불고하고 넉 점이나 깔고 뒀음에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게 무얼 뜻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진의 실력은 압도적이다.


“흐아암-”


물론,


“벌써 졸리니?”


끄덕끄덕.


“끙.”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다.


‘정신력의 소모가 너무 크다.’


그렇다. 바둑을 두느라 정신적으로 소모되는 힘이 엄청나다.

제갈기전에 나가려면, 한두 판을 두는 게 아니라 최소 한나절 이상을 바둑판과 씨름해야 하는데 그때도 이런 식이면, 바둑이 아닌 수마(睡魔)와 싸워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집중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문제는 이거다.


‘집중해서 몰두하지 않으면 역천모가 바로 가라앉아 버리니.’


벽화평, 무강, 후량 형제가 판단하길 무진은 무언가에 몰두할 때 역천모가 나타난다. 즉, 역천모의 상태에서는 가히 천재적인 실력을 뽐내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범인의 재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끌끌.


‘이를 어쩌면 좋을꼬.’


혀를 차던 벽후량이 문득 시선을 들었다.


“이런.”


새근새근-


“벌써 잠에 든 게냐.”


벽후량의 물음에도 이미 곯아떨어진 무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피식 웃은 벽후량은 고개를 살살 저었다.


“그래. 푹 자거라.”


담요를 꺼낸 벽후량이 말했다.


“뭐, 어떻게든 방도야 있겠지.”


* * *


사실 벽무진도 벽후량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

□ 테슬라의 가호가 깃듭니다

□ 전기적친화도 : 2단계(3%)

□ [ON / OFF]가 가능합니다

=========


“겨우 3%...”


그도 그럴 것이 벌써 한 달이나 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적친화도가 3%밖에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많으면 하루에 2%씩 늘고 그랬는데.’


어떻게 1단계 올랐다고 해서 이토록 성장이 더뎌진 걸까?


‘큰일이네.’


그뿐만이 아니다. 무진의 수심이 깊어진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벽후량이 했던 걱정과 같은 맥락이다.


‘대체 뇌의 피로를 어떻게 줄이지?’


바로 이 부분.


‘피로만 늦게 쌓여도 한결 나을 텐데.’


그런데도 이놈의 피로도는 전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아니, 줄어들기는커녕 외려 이전보다 더 많은 피로를 호소했다. 아무래도 2단계가 되다 보니 에너지 소모 역시 커진 모양인데, 그것이 독이 돼버렸다.


‘만약 이대로 계속 진전이 없다가는...’


바둑 두다가 자빠져 자게 생겼다.


‘어후.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홰홰 고개를 저은 무진이 벌떡 일어났다.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벽무진은 방구석에 있는 자개장을 열었다. 주섬주섬 안쪽을 뒤적거리던 무진은 곧 작은 수첩 하나를 꺼냈다.


‘생각해 내자, 무진아.’


사락-


수첩을 펼치자, 그동안 빼곡히 기록해 놓은 천하세가의 주요 에피소드와 사건 및 기연과 영약이 숨겨진 장소 등 각종 무가지보(無價之寶)의 정보가 드러났다.


‘이 중에 방법이 있지 않을까?’


사락, 사락, 종이를 넘기는 손길이 빨라졌다.


‘강서성(江西省) 수수현(修水縣)...’


현 벽력세가가 위치한 소재지다. 방법이 있다면 여기서 찾아야 한다.

물론 융중산에 일찍 가는 방안도 고려해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차라리 융중비약을 하루빨리 섭취하여 영약의 이점을 보는 게 가장 지름길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이 에피소드 초반이란 걸 감안해야 한단 말이지.’


그랬다. 생각해 보니, 이 당시 융중비약은 제갈세가 내에서만 얻을 수 있었다.

제갈천이 거주하는 천락거(天落居) 인근 석굴에서 생긴 종유석이 바로 융중비약의 원시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갈천의 눈에 띄는 것도 중요하지만, 융중비약을 얻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제갈기전에서 우승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이유 하나가 더 늘어나 버린 셈이다.


“후...”


한참을 수첩과 씨름하던 무진은 미간을 모았다.


‘정말 방법이 없는 걸까?’


탁!


수첩을 덮은 무진은 답답한 마음에 머리카락을 쥐었다. 뾰족한 방도가 떠오르지 않으니 괜히 머리만 아팠다. 그래서 머리를 벅벅 긁어대는데, 벌컥! 방문이 열렸다.


“무진아!”


하.


‘또 너냐?’


무진은 굳이 뒤돌아보지 않았다.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어서다.


‘그냥 자는 척할까.’


하나 애석히도 늦었다. 어느새 무진의 눈앞으로 빼꼼 고개를 내민 소녀, 다름 아닌 무진의 손위 누이인 벽유화다. 벽유화의 나이는 무진보다 4살이 더 많았다.


“무진아. 누나랑 연못 구경하러 가자.”

“······.”

“응? 무진아? 누나 말 듣고 있니?”

“······.”

“머리카락 또 섰다!”


만지지 마라. 다친다.


“볼 때마다 신기해.”


까르르 웃으며 손을 뻗어오는 유화. 무진은 가볍게 고개를 흔들어 피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누나 녀석의 성가시게 하는 솜씨는 무림 고수 저리 가라다.


“가자.”

“싫어.”

“왜?”

“혼자 가.”

“응?”

“안 간다고.”

“응? 뭐라고?”


하.


‘쥐방울만 한 걸 때릴 수도 없고.’


정작 본인이 더 쥐방울만 한 걸 망각한 무진이 막 방문을 뛰쳐나왔을 때였다. 마당에 서 있던 기혜 행수와 딱 마주쳤다. 눈을 동그랗게 뜬 기혜 행수가 웃었다.


“도련님도 가시려고요?”


예?


“잘 생각했어요. 마침 물고기가 옹기종기 모여서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도련님은 아직 본 적이 없으시죠?”

“그렇긴 하지만...”

“무진아. 방에만 있으면 키 안 커. 그러니까 누나만 믿고 따라와. 연못에서 물고기 보면 키가 쑥쑥 클 거야.”

“······.”


꼬마 아가씨의 기막힌 논리에 무진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 * *


수화지(秀華池)라는 이름의 연못은 뜻 그대로 조목조목 수면 위로 내려앉은 꽃들이 무척 빼어난 연못이었다.


“봐봐. 이쁘지?”

“응.”

“저것 봐! 비단잉어야!”

“와. 그러네.”


무진은 대충 끄덕이며 장단을 맞춰주었다. 감수성 풍부한 꼬마 숙녀 눈에 알록달록한 잉어들이 오죽 이쁘겠나.


‘에효.’


물론 감수성이라고는 말라비틀어진 아저씨의 영혼이 들어온 6살 무진의 눈에는 그저 그런 연못일 뿐이지만.


‘벌써 피곤하네.’


속으로 혀를 찬 무진은 주변을 둘러봤다.


‘그래도 사람은 없어서 좋네.’


어찌 보면 이곳은 벽력세가의 뒷마당 같은 사적인 공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외부인이 거의 들락거리지 않았고, 벽화평도 그것을 알기에 호위무사 하나만 대동시킨 채 아들딸을 기혜 행수와 같이 보낸 것이었다.


“우와!”

“?”


유화의 감탄사에 얼결에 시선이 따라가던 무진은 흠칫 놀랐다.


‘저건 또 뭐야?’


순간 잘못 봤나 싶어 눈을 비볐다. 하지만 폴짝 뛰어올랐던 녀석은 연못에 쏙 들어간 뒤 거짓말처럼 잠잠했다.


“방금 봤어?”


흥분한 유화가 물었다.


“저건 무슨 물고기야?”

“글쎄요. 장 씨는 알아요?”

“모르겠소. 나도 처음 봤소.”


기혜 행수와 호위무사가 서로를 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진도 신기하긴 매한가지라서 멀거니 연못을 쳐다봤다. 엔간한 잉어들 4~5배는 됨직한데 색깔까지 금, 은, 동색이 섞여 그 자태가 사뭇 영롱했기 때문이다.


‘살다 살다 금붕어도 아닌 금은동붕어라니.’


여기가 무슨 올림픽도 아니고.


‘설마 영물(靈物)은 아니겠지?’


별생각 없이 피식대던 무진의 얼굴이 순간 심각하게 굳었다. 본능적인 촉 때문이었다. 저것이 영물일지도 모른다는, 천하세가 고인물로서의 강한 촉 말이다.


“어?”


그리고 그때.


“또 나왔다!”

“...!”


금은동이 다시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무진은 확신했다.


‘저건 무조건 영물이다!’


붕어인지 잉어인지 알 게 뭔가. 금은동의 화려한 빛깔부터가 ‘나 영물이요!’ 외치고 있거늘. 꼴깍 침을 삼킨 무진은 저놈을 어떻게 잡지? 바로 짱구를 굴렸다.


‘일단 낚시는 말이 안 되고.’


6살 어린아이 몸으로 무슨 낚시인가.


‘호위무사한테 대신 잡아달라고 할까?’


그러나 이것도 기각. 방금 저놈이 뛰어올랐을 때 자세히 봤는데, 크기가 엄청났다. 태평양 참다랑어 덩치보다 더한 놈이라서 낚싯대가 버텨내질 못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지?’


영물이 있다는 걸 몰랐으면 모를까, 알게 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든 잡아야 했다. 특히 저것이 몸에 어떤 이로움을 가져다줄지 모르기에 더욱 놓칠 수 없었다.


‘통발? 그물? 작살? ······또 뭐가 있더라?’


그때였다.


번쩍!


“!”


대뜸 낙뢰 한 줄기가 내리꽂혔다.


우릉-!


뒤따라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머.”

“비가 올 모양이오.”

“그러게요. 아가씨. 이만 가요!”


무진은 기혜 행수와 호위무사가 유화에게 신경이 팔린 사이, 연못 기슭으로 다가갔다. 고민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심장이 시키는 대로 행동할 뿐이다.


‘ON.’


동시에 무진의 머리카락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도련님?!”


깜짝 놀란 호위무사가 달려오는 게 보였지만, 무진의 양손이 연못에 담기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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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물 +2 24.08.13 54 4 11쪽
3 신진제갈기전 +1 24.08.12 61 7 12쪽
2 벽력세가 막내아들 +1 24.08.11 98 8 11쪽
1 테슬라의 가호 +2 24.08.11 100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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