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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테슬라 in 벽력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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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1 14:55
최근연재일 :
2024.08.13 23:01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15
추천수 :
26
글자수 :
18,480

작성
24.08.11 15:27
조회
98
추천
8
글자
11쪽

벽력세가 막내아들

DUMMY

2.



우르르릉-


“저 염병할 것! 막내 도련님 괴롭힌 것도 모자라 또 저러네.”

“진정해요. 하늘과 자연의 뜻을 한낱 인간이 어찌 헤아립니까.”

“에잇!”


기혜 행수의 말에 화화는 낮게 한숨 쉬며 조약돌을 걷어찼다.


툭!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바람 속으로 조약돌이 데구루루 굴렀다.


그때였다.


번쩍-!


돌연 세상이 환해지며 조약돌에 낙뢰가 꽂혔다.

깜짝 놀란 화화는 입을 틀어막았다.


“저저, 저것 봐라! 대관절 무에 원한이 실렸다고 저럴꼬!”


기혜 행수는 반으로 쩍! 갈라진 조약돌을 가리키며 삿대질했다.


“······.”


화화는 처마 아래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악운(惡運)이라도 깃든 것일까?’


몇 시진 째 쏟아지는 소나기가 피부를 따갑게 두들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한 건 금전처럼 내리꽂힌 낙뢰였다.


“하아-”


벌써 닷새째다. 막내 도련님이 낙뢰에 맞은 후로 의식불명이 된 것은.


‘이대로 영영 깨어나지 못하시면 어떡하지?’


하늘에 드리운 먹구름처럼 세가에 악운이 닥친 것은 그야말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가뜩이나 남손(男孫)이 귀한 마당에 모처럼 사내아이가 태어났건만, 마당을 노닐던 도중 벼락에 맞아버렸다. 그것도 구름 한 점 없이 창창하던 마른하늘에 말이다.


‘부처님. 부디 가엾은 도련님을 보살펴 주세요.’


화화는 두 눈을 꼭 감고서 합장한 채 염원을 담아내듯 빌었다.

몸종으로서 차근차근 교육받은 후, 처음으로 맡은 주인이 낙뢰에 맞아 쓰러졌으니, 왠지 그 사건의 원흉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는 그녀다.


───!


“방금 무슨 소리예요?”

“너도 들었니?”


억수처럼 쏟아지는 비 때문에 소음이 여간하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그 빗소리와 천둥소리를 뚫고서 괴이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니, 과연 이걸 비명이라 받아들여야 할까? 화화의 귀에는 환희와 전율의 외침처럼 들렸다.


“가봐야겠다.”


기혜 행수는 벌떡 일어나더니 심각한 얼굴로 우산을 펼쳤다.

덩달아 일어난 화화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러자 예의 그 환희에 젖은 외침이 더욱 확연하게 들렸다. 기혜 행수의 얼굴에 ‘설마?’ 하는 반색이 어렸다.


벌컥-!


“여보오오-!!”


그리고.


“깨어났어요! 우리 무진이가 깨어났다고요!!”


뚝.


화화는 종종걸음으로 걷던 발걸음을 멈췄다. 깜짝 놀란 기혜 행수는 우산을 놓쳤고, 그 바람에 소나기가 화화를 적셨다. 그러나 화화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었다.


‘부처님!’


벽력세가 넷째, 벽무진(霹武震). 금쪽같은 막내아들이 의식을 잃은 지 꼬박 닷새 만에 깨어났다는 소식이었다.


* * *


“······.”


정적에 휩싸인 연무관의 중심. 한 남자가 가부좌를 튼 채 앉아있다.

세간에 소벽제(消霹帝)라는 별호로 알려진, 현 벽력세가의 가주 벽화평(霹和平)이다. 벽화평은 무언가에 집중하듯 미간을 한껏 찡그렸는데, 잠시 후 무릎 위로 얹은 그의 양손에 자그마한 전기 불꽃이 튀었다.


지직-


하나 그뿐이었다. 다시 온 신경을 모아 집중해 봤지만 허사다.


“후우.”


결국 긴 한숨을 몰아쉰 벽화평은 허탈하게 미소 지었다.

‘쇠한 벼락의 제왕’이라는, 강호인들이 조롱하듯 붙여준 소벽제라는 별호처럼 참으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대제께서는 어찌 벼락을 소환하신 것일까.’


벽력대제(霹靂大帝) 벽무성(霹無聲).


벽력신공의 창시자이자 초대 가주인 벽무성의 신위는, 지금까지도 오르내릴 만큼 가히 엄청나다고 전해진다.

특히나 그의 손짓 한 번에 벼락이 내리치면, 주변이 마치 고온에 타버린 것처럼 초토화 됐다고 하니 오죽할까.


‘벽력신공이 소실되지만 않았어도.’


씁쓸하게 웃은 벽화평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벌컥-


“형님!”


그때였다.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섰다. 감히 가주가 수련 중인 연무관을 말도 없이 함부로 열고 들어설 인물은 몇 되지 않았는데, 벽문강(霹門强)이 바로 그랬다.


“무슨 일이냐?”


벽화평은 막냇동생이 또 대수롭지 않은 걸로 호들갑 떤다고 생각했다.

항상 별것도 아님에도 꼭 일을 키우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겠거니 했는데, 웬걸? 벽문강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무진이 이상합니다.”

“뭐?”


무진. 다름 아닌, 막내아들의 이름이다.


“무슨 말이냐? 이상하다니?”

“머리카락이...”

“머리카락이 왜?”

“떠 있습니다.”

“뭐?”


이건 또 무슨 소릴까.


“말 그대로입니다. 무진의 머리카락이 저절로 막 이렇게...”


벽문강이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어 들어 보였다.


“문강아.”

“이렇게 떠 있는데...”

“문강아.”

“아니, 진짜라니까요?”

“에효.”


벽화평은 한숨을 쉬었다. 벽문강이 또 시답잖은 소리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벽문강은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가 손짓하며 말했다.


“진짜라고요. 형님이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됐고. 그런 헛소리할 시간 있으면 무공 수련이나 더 하려무나.”

“아니, 형님.”


그때였다.


“여보-!”

“?”

“아빠-!”

“!”


갑자기 저 멀리서 울려 퍼진 비명 섞인 외침에 벽화평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마누라와 딸내미의 목소리였다.


“그것 봐요, 형님! 진짜라니까.”


벽화평은 대꾸할 겨를도 없이 황급히 연무관을 뛰쳐나갔다.


* * *


“······.”


벽무진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수 쌍의 눈동자 속에서도 멍하니 어딘가를 쳐다보았다. 그 어딘가는 다름 아닌 허공이다. 아니, 정확히는 허공에 뜬 반투명색 창이다.


=========

□ 테슬라의 가호가 깃듭니다

□ 전기적친화도 : 1단계(1%)

□ [ON / OFF]가 가능합니다

=========


‘OFF!’


벽무진은 속으로 OFF를 외쳤다.


“어머.”

“세상에.”

“이럴 수가.”


OFF를 외치자마자 하늘하늘 떠올라있던 벽무진의 머리카락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그 모습에 지켜보던 사람들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벽무진은 다시 ON을 외쳤다.


“어머머.”

“세상에.”

“맙소사.”


언제 차분하게 가라앉았냐는 듯 벽무진의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벽화평은 좀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가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파직-


“!”


벽화평의 눈동자가 부릅 뜨였다. 벽무진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자 뇌전의 기운이 손끝을 타고 흘렀기 때문이다.


[벽력대제가 노하여 손을 휘저을 때면, 벼락이 내리쳤고 머리카락이 역천(逆天) 하듯 하늘 위로 떠올랐다.]


벽화평은 전율했다.


‘역천모(逆天毛)...!’


벽력대제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로 알려진 역천모. 평상시에는 차분하던 모발이 벽력신공의 운용과 함께 발화되는 것이 바로 역천모다. 한데 지금, 막내아들에게서 그런 벽력대제의 고유한 특징이 나타나고 있었다.


“문강아.”

“예?”


벽문강도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표정이 바뀌었다.


“역천모다.”

“정말입니까?”

“손을 대 보거라.”


파직-


“헉!”


반신반의하던 벽문강의 얼굴에 경악이 어렸다. 머리카락이 역천하는 현상이 벽력대제의 고유한 특징이란 건 알았지만, 설마하니 내공 한 줌 없는 아이의 몸에 뇌전의 기운이 흐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해서다.


“형님, 혹시 그날 내리친 벼락이?”


끄덕.


“대제께서 몸에 깃드셨던 게 분명하다.”


벽화평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지 감격을 금치 못했다.

마른하늘에 내리친 날벼락. 그 벼락을 하필 막내아들이 맞았다는 것도 그렇거니와 정신을 차린 아들의 몸에 뇌전의 기운이 흐르는 것까지 아귀가 착 맞았다.


“여보. 또 가라앉았어요.”


송 부인의 말에 벽화평은 얼른 벽무진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어떻습니까, 형님?”


벽화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뇌전의 기운이 사라졌다.”

“이게 생겼다가 사라졌다 하는가 봅니다?”

“그런 것 같구나. 문제는 이걸 무진이 인지하고 있느냐인데······ 부인. 아직 아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은 것이오?”


송 부인은 무겁게 한숨 쉬었다.


“그대로예요. 도통 우리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더라고요.”

“음... 아무래도 대제께서 깃든 기운이 너무 방대했던 게 원인이지 않나 싶소. 아마 시간이 지나면 언어 능력도 차츰 돌아올 테니 부인은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제발 그래야 할 텐데...”


벽무진은 가만히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


‘갑자기 졸리네.’


눈을 뜬 순간부터 대한민국이 아닌 낯선 공간이 주었던 부담감과 웬 테슬라의 가호가 들었다느니 한 것까지.

이 모든 상황들이 아마도 큰 피로감으로 몰려왔던 것 같다.


‘보아하니 이들이 내 부모인 것 같은데.’


사실 부모가 언어 능력을 잊었다고 오해하는 것과 달리 벽무진은 아까부터 그들이 나눈 대화를 모두 알아들었다.

다만 그 사실을 바로 해명하기는 귀찮고 피곤했다. 그래서 벽무진은 일단 몸이 시키는 대로 단잠에 빠져들었다.


* * *


그 후로 며칠이 지났다. 벽무진은 그동안 먹고 자고, 먹고 자는 나날 속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첫째, 이곳이 자신이 즐겨하던 ‘천하세가’ 속의 세상이란 사실.

둘째, 자신의 이름은 벽무진이며, 벽력세가 막내아들이란 사실.

셋째, 테슬라의 가호는 결코 환상이 아니었고, 그것을 작동시키고 유지할 때마다 뇌가 급속도로 피로해진단 사실.

넷째, 그럼에도 테슬라의 가호를 작동시켜야만 하는 이유라면, 전기적 친화도의 퍼센티지가 경험치처럼 올라갈 뿐 아니라 뇌의 활성도 역시 급격히 올라간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벽무진은 화화가 가져온 물바가지에 발을 담그며 스위치를 켰다.


‘ON.’


아무것도 모르는 화화가 벽무진의 발을 씻기기 위해 물바가지에 손을 담근 그때, 깜짝 놀란 화화가 손을 뺐다.


“어맛.”


찌릿한 느낌에 화화가 쳐다보자 벽무진은 까르르 웃었다.


“미안해, 화화.”

“놀랐잖아요, 도련님.”


벽무진은 스위치를 끄며 개구장이처럼 웃었다. 그에 화화는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무진의 발을 씻겨 주었다.


‘역시.’


이로써 확실해졌다. 테슬라의 가호가 꺼져 있을 때는 몰라도 스위치가 켜지는 순간, 벽무진의 몸 자체가 전류를 흘리는 전기 인간이 돼버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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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신진제갈기전 +1 24.08.12 62 7 12쪽
» 벽력세가 막내아들 +1 24.08.11 99 8 11쪽
1 테슬라의 가호 +2 24.08.11 101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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