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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테슬라 in 벽력세가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김태평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11 14:55
최근연재일 :
2024.08.13 23:01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13
추천수 :
26
글자수 :
18,480

작성
24.08.11 15:22
조회
100
추천
7
글자
7쪽

테슬라의 가호

DUMMY

1.



칙칙-


습관적으로 라이터부터 찾은 무진은 담배를 깊게 빨아 마셨다.


“후우-”


하얀색 구름과자가 모니터 화면을 뿌옇게 적시며 흩어졌다.


[테슬라 NASDAQ:TSLA]

143.02 USD

-33.08 (-23.12%)


“이 새끼는 답도 없네.”


무진의 말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이 채팅창이 불타올랐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개웃기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형 빨리 팔아... 조금이라도 건져야지?

- 조문하러 왔습니다. 여기가 테슬라 고점에 몰빵했다가 물린 채널 맞나요?

- 맞습니다. 집 팔고 차 팔고 마누라까지 팔아서 테슬라 올인하신 분입니다.

- 마누라까지? ㅎㄷㄷ

- 전 재산 꼬라박다가 이혼당했으니 마누라도 판 꼴이지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담배를 비벼 끈 무진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시발...”


죽고 싶었다. 신이 있다면 과거로 돌려보내 달라고 빌고 싶었다.


‘그냥 게임이나 처하고 살지. 왜 갑자기 미장에 투자해 가지고!’


그랬다. 사실 무진은 게임 유튜버였다. 그것도 고전 무협 게임의 고인물이었는데, 소소하게 국내 주식을 하다가 하필 전기차 붐이 일어난 시기에 미장을 기웃거렸다.


- 형, 테슬라 가즈아!

- 테슬라 지금 몰빵해야 됨ㅋㅋ

- 전기차가 미래지. 안 사면 병신임 ㅇㅈ?


원래는 게임 방송을 끝내고 가볍게 스몰 토크하며 미장을 구경하던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귀가 얇았던 무진은 시청자들 부추김에 못 이겨 조금씩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수익률 +50%]


“캬-!”


시작은 참 좋았다. 천장을 뚫고, 또 뚫고. 또다시 뚫고. 그렇게 테슬라는 하늘까지 뚫어버릴 것처럼 질주했다.


“달달하다~ 달달해. 이러다 당뇨 오겠어.”


그야말로 마약이었다.


“오늘부터 채널명 테슬라TV로 바꿉니다.”


하지만 수익률이 높아질수록 총알이 아쉬웠던 무진은 결국 대출에까지 손을 댔다. 뿐이랴? 부모 돈은 물론이거니와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한테까지 돈을 빌렸다.


“가즈아-!”


그것이 시작이었다.


-15%

-22%

-47%

-60%

-71%...


전 재산을 몰빵한 이후부터 미친 듯이 테슬라가 떡락한 것은.


“여보, 내가 잘못...”


짝-!


“니가 사람 새끼냐?”

“제발 한 번만 용서...”

“다 필요 없고. 이혼해.”

“······.”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마당에 무슨 수로 이혼을 막나.

별수 없었다. 그렇게 마누라한테 이혼당한 무진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테슬라의 떡상을 기원했지만······


[보유 주식 : 테슬라(TSLA)]

평가금 : 99,000,000 (-986,000,000 / -88%)


보란 듯이 10억 가까운 돈이 증발해 버렸다.


“하아...”


무진은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마우스를 ‘매도’ 버튼으로 가져갔다. 그러자 또 한 번 채팅창이 불탔다.


- 형 잘 선택했어. 그거라도 건져야지.

- 손절하면 1억 버는 거임 ㅋㅋㅋㅋㅋㅋ

- 1억이면 레버리지로 10억 금방 땡기지.

- ㄹㅇㅋㅋ 다 팔고 선물로 넘어 가즈아~!

- 그냥 비트코인으로 넘어가서 레버리지 100배 가는 게 어떰?ㅋㅋㅋㅋㅋ

- 미친놈들ㅋㅋㅋㅋㅋㅋㅋ 지들 돈 아니라고 막말하는 거 보소ㅋㅋㅋㅋㅋ


딸칵!


[매도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결국 테슬라 주식 전량을 매도한 무진.


“조까튼 거. 내가 또 주식한다고 설쳐대면 개새끼다 진짜.”


그렇게 주식 손절을 선언한 무진은 초심을 찾기 위해 무협 RPG 게임 ‘천하세가’를 실행했다. 동시에 남의 불행을 보며 즐기던 하이에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피라냐 같은 놈들.’


예상한 바였다. 애초에 주식을 하면서 유입된 놈들이었으니까.

그나마 찐팬들은 위로의 말을 하며 방송에 남아주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그때 한 시청자가 말했다.


- 형. 이번엔 벽력세가 해보는 게 어떰?


벽력세가?


‘뭔 듣보잡 가문이냐.’


무진은 오프닝을 건너뛴 후 백여 개가 넘는 세가들 목록을 살폈다.

고인물답게 어지간한 가문들은 이미 한 번씩 플레이해 본 상태였다. 하지만 벽력세가는 워낙 엑스트라 같은 존재라서 무진의 선택 리스트에조차 없던 가문이었다.


<벽력세가>

[500년 전, 벽력신공의 창시자였던 벽력대제에 의해 창시된 가문. 하나 벽력대제의 사후, 벽력신공이 거반 소실되면서 가문의 가세가 급격히 기울기 시작함. 현재는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짐.]


“······.”


벽력세가의 소개글을 읽은 무진은 한숨을 쉬었다. 가뜩이나 테슬라 손절로 열받는데 이따위 가문을 선택하라니? 하지만 이때다 싶었는지 시청자들이 입을 모았다.


- 전기차 손절했으니 다시 전기로 가야지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열치열 메타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틀린 말은 아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효.


“그래, 시바. 까짓것 한번 가보자.”


딸칵!


<캐릭터의 이름을 설정해 주세요>


‘어디 보자. 벽력세가가 벽씨 집안이니까...’


무진은 별생각 없이 자신의 이름을 넣었다.


<캐릭터 이름이 ‘벽무진’으로 설정되었습니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캐릭터를 생성한 무진이 막 프롤로그를 넘겼을 때였다. 별안간 채팅창이 불타기 시작했다.


- 테슬라 갑자기 오르는데?

- 어?

- 엥?

- 헐.

- 진짜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테슬라 반등 시작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시하려고 했다. 어차피 반등해봤자 쥐꼬리만큼 올리고 다시 꼬라박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웬걸? 무진은 연이은 채팅창 러쉬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 테슬라 양전환 함...

-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5% 돌파...

- 와. 미쳤는데? 10% 돌파함;;

- 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마우스를 쥔 무진의 손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심장은 당장 입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쿵쾅거렸다.


- 30% 돌파...

- 와 기세 미쳤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곧 40%까지 돌파할 듯...

- 50% 가즈아-!


덜덜 떨리는 손으로 테슬라 주식 창을 열어본 무진은 결국 폭발했다.


“씨발-!”


쾅-!


마우스를 집어던진 무진은 돌연 가빠진 호흡에 심장을 움켜쥐었다. 머리가 하얘지더니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꺽, 꺼억, 꺽-”


채팅창이 계속 올라갔지만, 시야마저 흐릿해져서 보이지 않았다.

그 상태로 책상에 머리를 처박은 무진은 억울함에 눈물을 흘렸다.


‘왜 내가 팔면 오르냐고...’


띠링-!


그때였다.


[테슬라의 가호가 깃듭니다.]


‘...뭐?’


[전기적(電氣的) 친화도가 개방됩니다.]


‘무슨...?’


무진의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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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in 벽력세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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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글 좀 다듬고 오겠습니다. 24.08.15 36 0 -
4 영물 +2 24.08.13 54 4 11쪽
3 신진제갈기전 +1 24.08.12 61 7 12쪽
2 벽력세가 막내아들 +1 24.08.11 98 8 11쪽
» 테슬라의 가호 +2 24.08.11 101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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