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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조회수 :
692,147
추천수 :
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19.05.28 19:51
조회
2,160
추천
36
글자
11쪽

성일전자 (4)

DUMMY

"하하~ 암튼, 이제 천하의 성일전자도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지 뭐야~"


"호호~ 그러게~. 일이 이렇게 풀릴줄 누가 알았어?"


"크크, 그러니까 죽으라는 법은 없는거야."


해외 수출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자, 이상혁과 윤소희는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진 상태로 분위기좋은 바에서 술을 한 잔 하고 있었다.


"아마 성일전자 애들은 약올라 죽을걸? 국내에서 걔들 비위를 거스르고도 잘 사는 우리같은 소규모 기업이 어디 있겠어?"


"그러니까, 내말이~"


둘은 그동안 마음고생을 많이 한 만큼 오늘은 기분좋게 즐기는 중이었다.


몸이 적당히 달아오를만큼 취한 둘은 각자 헤어져서 택시를 탔다.


"오늘 즐거웠어~. 잘 들어가구~"


윤소희를 먼저 태워보낸 이상혁도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탔고, 이 날은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했다.





**





집 근처에 세운 택시에서 내린 윤소희. 이런 윤소희의 뒤를 따라와 멈추는 승합차가 있었다.


윤소희는 아무 것도 모른채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비틀비틀 걸어갔고, 승합차 안의 사내들은 그런 윤소희를 주시하고 있었다.


택시가 사라지고 골목에 아무도 없자, 승합차가 스르륵 움직였다. 그리고 윤소희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돌아볼 즈음 승합차는 이미 지척에 다가와 있었다.


승합차 안의 사내들은 윤소희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재빨리 문을 열어 거칠게 잡아당겨 태웠다.


- 텅~ 부릉~


그리고 곧바로 문을 닫고 차가 출발했다.


승합차가 사라진 골목에는 윤소희가 있었다는 흔적이 아무것도 없었다.


"꺄악~! 왜 그러세요~!"


윤소희는 갑작스러운 납치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입을 막아버리는 바람에 읍읍 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거친 손길에 손과 발이 묶여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윤소희는 어느 폐건물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버려지듯 눕혀졌다.


"흐으~ 흐으~"


여전히 입이 막혀있어서 별다른 소리도 내지 못하고 저항을 포기한채 바닥에 누워있었다.


머릿속에서는 공포심에 가로막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납치한 사내들이 자신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서만 겁을 먹을 뿐이었다.


"으~ 흐끄~ 으으~"


유복한 가정의 막내로 태어나 평생 고생은 해본적이 없는 그녀에게 있어서 어둡고 차가운 방에 갇혀있는 경험은 엄청난 정신적 타격을 안겨주었고, 영민한 머리는 굴러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입에서는 신음소리만이 흘러나왔다.


'무서워..'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면 좋겠는데, 무서운 남자들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데, ...


시간이 지날수록 공포에 잠식되어 점점 상태가 안좋아지고 있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 덜컹. 끼이이이이~


하지만 백마를 탄 왕자님은 나타나지 않고, 무서운 남자들만 들어오고 말았다.


"으~ 으으~흐으~"


그녀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은 것처럼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서 힘이 났는지 어떻게든 남자들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뒤로 물러났고, 그 모습을 본 사내의 입가에 징그러운 미소가 생겨났다. 아니,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얼굴을 정확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 마스크 양 옆으로 드러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으로 보아서는 웃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내는 품 속에서 군용칼을 하나 꺼냈다. 칼의 한쪽면은 시퍼렇게 날이 서 있었고, 나머지 한 쪽 면에는 톱니모양으로 가공되어 있었는데, 윤소희에게는 그 부분이 괴물의 이빨처럼 무섭게 느껴졌다.


"이봐, 아가씨."


사내는 벽에 가로막혀 더이상 도망가지 못하고 공포에 떨고있는 윤소희의 볼에 차가운 칼날을 문지르며 말을 시작했다.


"아가씨가 에스 뭔가 하는 곳 사장이라며?"


그녀는 사내의 물음에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나대? 이 세상에는 아가씨가 알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있어. 그런데 왜 아가씨가 그걸 무시하고 나대는거야?"


그녀는 사내의 말에 자신은 그런적이 없다는 듯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최근에 좀 잘 나가는 회사의 사장이라고 눈에 뵈는게 없는 모양이더만~"


그녀는 이번에도 역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사내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체만체 하며 자기가 하고싶은 말만 했다.


"그러니까~ 아직 나이도 어린데 연애나 하고 살어~. 그렇게 나대다가 고운 나이에 연애도 못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예를 들면.."


사내는 칼의 날 부분을 윤소희의 얼굴에 닿도록 돌리며 말을 이었다.


"얼굴에 칼자국을 새긴다던가.."


사내는 칼끝을 내려 그녀의 목에 대었다.


"여기에 구멍이 난다던가.."


그녀는 따끔 하면서도 날카롭게 느껴지는 칼의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그녀의 반응을 보던 사내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적당히 좀 하자~ 응? 윗분들 심기가 불편해지니까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그녀는 사내의 말에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사내는 그녀의 반응에 흐뭇해하며 칼의 몸통으로 그녀의 볼을 톡톡 두들겼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알지?"


그녀는 다시 한 번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내는 뒤에 시립해있던 덩치에게 지시했다.


"이거 원래 자리에 버리고 와."


"네."


윤소희는 그렇게 밤새 끔찍한 꼴을 당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간밤에 일어난 일이라 주변의 누구도 그 일을 알지 못했고, 어지간한 그녀도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여 그 날 출근을 하지 못했다.




**




- 뚜루루루루~


하루종일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대에서 몸을 벌벌 떨던 윤소희는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 수전증이 온 듯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집어 발신자를 눈으로 살폈다.


이상혁이었다.


잠시동안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그녀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전화를 받고 귀에 가져다 댔다.


- 소희야~ 너 속 괜찮냐?


목소리로 봐서는 어제밤 술을 같이 걸친 전우로써 한 번 걸어본 듯 했다.


"으.. 응.. 속은 괜찮아.."


사실 하루종일 빈 속에 정신적으로 피폐해져서 말이 아니었지만,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달랐다.


하지만 몸의 모든 센서가 뛰어난 이상혁이 떠듬거리는 윤소희의 말투속에 숨어있는 진심을 알아채지 못할리 없었다.


- 야, 너, 무슨 일 있어?


당장 심각한 말투로 묻는 이상혁에게 윤소희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 ...? 너 뭐야? 왜그래?


계속해서 묻는 이상혁에게 윤소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이상혁은 윤소희에게 무언가 안좋은 일이 일어났다는 확신이 생겼다.


- 너 어디야? 회사야?


"흐윽..."


윤소희는 계속해서 걱정해주는 이상혁의 말에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어젯밤에 그 무서운 환경에서도 눈물만은 흘리지 않던 그녀였지만, 이상혁의 따뜻한 말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굵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 ... 너 집이냐?


"훌쩍.. 응.."


집이냐고 묻는 말에 겨우 대답한 윤소희는 다시 훌쩍이기 시작했고, 이상혁은 한 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 기다려. 내가 갈게.




**




그렇게 찾아온 이상혁은 윤소희에게 어깨를 빌려주어 한참을 울게 해주었다. 윤소희는 이상혁이 오고나서야 펑펑 울었고, 그렇게 속이 풀릴 때까지 울고 난 그녀는 퉁퉁 부은 눈으로 부끄러운듯 일어나 세수를 하고 왔다.


"이제 좀 들어보자. 무슨 일이야?"


"그게.."


하지만 어제밤의 일을 생각하면 다시 공포심이 들어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는 그녀였다.


"괜찮아. 말해봐."


"하지만.."


이상혁은 윤소희의 눈에 깃든 두려움을 느끼고 차분하게 말했다.


"소희야."


".."


"날 믿고 말해. 나 너를 지켜줄만한 힘은 있어. 걱정하지 말고 말해."


".."


상혁은 그래도 고민하는 윤소희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다.


"야, 나 군대 어디다녀온지 몰라? 어떤 놈들인지 다 덤비라 그래. 내가 싹 다 때려눕혀줄 테니까~"


"킥.."


"어? 웃었다~ 흐흐~"


윤소희는 이상혁의 바보같은 모습에 키득거리다가 마음이 어느정도 풀린 것을 느끼고는 말문을 열었다.


"실은.."


그리고 윤소희에게서 간밤의 일을 전해들은 이상혁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뭐가 어째?"


"상혁아.. 나 너무 무서워.."


"... 소희야, 걱정 하지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그리고 상혁은 핸드폰을 들고 통화를 했다.


"어~ 서희야. 내가 찍어주는 주소로 성원이랑 애들 서너 명만 데리고 지금 당장 찾아와."


이상혁이 전화를 끊고 나자 윤소희가 놀라서 동그래진 눈으로 상혁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알아서 한다 그랬지? 한 번 지켜봐."





그리고 30분쯤 지났을까, 집의 벨이 울렸다.


"내가 나갈게."


이상혁은 윤소희 대신 집의 문을 열어주었고, 지서희와 정성원, 그리고 조직원 세 명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야?"


지서희가 먼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 서희야 인사해, 이쪽은 내 친구 윤소희야."


지서희는 떫떠름한 표정으로 윤소희와 인사를 나누고는 다시 재촉했다.


"그래서 뭔데?"


이상혁은 살짝 웃던 얼굴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 이렇게 말할 때는 친구로서가 아니라 조직의 보스로서 말하는 것이었다.


"서희야 너는 애들 데리고 소희좀 지켜줘."


"얘를 지켜주면 돼?"


"응."


"알았어."


지서희는 조직의 보스로서 하는 말이기에 군말없이 긍정했고, 조직원 셋을 윤소희에게 인사시켰다.


"그리고 성원이 너는 애들 풀어서 성일전자에서 지저분한 일 처리할 때 써먹는 조직이 어딘가 알아와."


"성일전자? 국내 굴지의 그 기업?"


"그래, 거기."


"알았어. 근데 거긴 왜?"


"그 놈들한테 간밤에 여기있는 내 친구가 당했다. 그 놈들 싹 다 조진다."


정성원은 전쟁을 뜻하는 이상혁의 말에 덩달아 얼굴 표정이 굳으며 대답했다.


"알았어. 그리고 애들한테도 미리 언질을 줘서 준비시킬게."


"그래. 그렇게 해."


정성원은 그 길로 집을 나섰다.


윤소희는 돌아가는 상황에 정신이 없었다.


이상혁이 갑자기 착하게 생긴 미인과 남자들을 불러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처음에 남자들이 들어올 때는 어제밤 일이 생각나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지서희라는 여자애가 남자들을 마구 부리는 모습을 보니 두려움이 줄어들고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리고 이상혁의 입에서 나온 말. 성일전자의 뒤를 봐주는 조직을 자신있는 말투로 처리하겠다고 할 때 정말 놀랐다. 이상혁이 정말로 그 정도의 힘이 있는 걸까? 군대는 엄청 무서운 곳을 다녀왔다고 듣기는 했지만, 군대는 군대고 여기는 사회다. 조폭들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얼핏 들어서 안다. 그런데 상혁은 그런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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