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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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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조회수 :
183,019
추천수 :
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5.26 21:16
조회
1,031
추천
21
글자
7쪽

승부를 보다 (7)

DUMMY

“이게 왜 세이프입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2사 만루라는 긴박한 순간에 다행스럽게도 타자로부터 땅볼을 유도해 홈에서 확인사살을 했건만, 돌아오는 심판의 판정은 아웃이 아닌 세이프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송석영은 거센 목소리로 항의했다.

포수인 그의 입장에서는 그러는 게 당연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먼저 홈플레이트를 터치하고 있었으며 그 상황에서 투수인 이인이 건네주는 공을 받았다. 주자를 직접 터치해야만 하는 태그는 불가능하고, 홈플레이트를 밟기만 해도 되는 포스아웃만이 성립되는 상황에서 그랬는데 돌아오는 판정은 주자가 살았다는 세이프니 항의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자와의 아찔한 충돌이 있었으나 송석영은 결과적으로 글러브에서 공을 놓지 않았으니 그것은 큰 문제가 될 수가 없었는데, 아무래도 구심에게는 그게 문제인 모양이었다.

“글러브에서 공이 잠시 빠졌었습니다! 완벽한 포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그 사이에 주자가 홈인했었고!”

구심이 송석영의 포구가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세이프 판정을 내린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뭐, 뭐라고……?”

당사자인 송석영이 그 말에 기가 차는 것은 당연했다. 이인의 호투가 빛을 바래는 일이 없도록 죽을힘을 다해 공을 지켰으며 실제로 떨구지도 않았는데 구심이 사실을 날조하니 그 말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진짜로 그렇게 주장하시는 겁니까?”

거기에는 줄곧 말이 없던 이인이 입을 열었다. 그런 그의 표정은 지극히 차분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차분하여 분노를 억지로 참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제 눈에 그렇게 보였었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건 구심 혼자만 해당되는 것 같네요. 주변을 좀 보시죠.”

“무슨……?”

“판정항의를 하는 게 우리뿐이잖아요. 정말로 세이프라면 저쪽도 항의를 하는 게 당연할 텐데 가만히 있죠. 게다가 얼굴은 하나같이 겸연쩍네요. 마치…… 지금은 아웃이 맞는데 오심 덕분에 살았다고 말하는 것처럼.”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구심을 향해 이인은 고개를 돌리더니 주변에 있는 유존고의 학생들을 언급했다.

현재 유존고의 학생들은 전원이 그냥 침묵하고 있었다. 뜻하지 않은 오심으로 마냥 졌다고 생각하던 경기를 이겼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그들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하, 학생!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심판을 뭐로 보는 겐가!”

열을 올리는 이는 코치들이 전부였다. 거기에는 이번 승부의 발단이 된 서일호도 있었는데, 그들은 전원이 이인의 말에 정곡을 찔렸다는 것처럼 목소리를 높여 응수했다.

그런데 구심 또한 아무래도 이러한 변화를 놓치지는 않은 듯했다.

“……아무튼, 판정번복은 불가합니다. 확실한 물적 증거라도 있으면 모를까, 그런 말만 듣고 내린 판정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는 조금 전보다는 약간 작아진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스스로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면서 이인과 송석영의 시선을 살짝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본인의 판정이 조금 과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듯싶었다.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인은 송석영과 함께 잠시 소강상태를 가지게 되었다.

“젠장맞을, 망할, 썩을…… 경기장에서 당한 것도 화나는데 오심을 여기에서 또 당하다니…….”

송석영은 도통 분을 삭이지 못했다. 며칠 전에 뛰었던 정규경기에서도 심판이 오심을 한 덕택에 아깝게 패배의 쓴잔을 마셨는데 지금도 똑같이 오심으로 지게 되었으니 그것을 태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이다. 비록 지금 하게 된 경기는 스스로의 성적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네요.”

지금 상황에서 판정을 뒤집을 수 있는 방도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판이 말한 물적 증거라는 게 없는 한 말이다.

그렇기에 이인은 못내 아쉽다는 어조로 중얼거렸는데, 거기에는 송석영의 이어지는 말이 존재했다.

“도저히 못 참겠다. 그냥 내가 얼굴 까고 말해볼게. 그러면 먹힐지도 몰라.”

놀랍게도 송석영은 줄곧 숨기고 있던 스스로의 신분을 밝히겠다는 뜻을 보였다.

그러나 이인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좌우로 저었을 뿐이었다.

“그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에요, 송석…… 아니, 송형. 물적 증거도 아닐뿐더러 그걸 들먹이며 어떤 말을 할지는 모르니까요. 무엇보다 그랬다가는 송형이 구설수에 오를 수가 있어요. 여기서는 안타깝지만 그냥 물러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이 감독님도 안 보이시고…….”

‘이 상황에서도 날 걱정해주는 건가……. 나만 해도 실력이 아닌 오심으로 지면 답답해죽겠는데 이 녀석은 오죽할까. 더군다나 그렇게 역투를 했는데…….’

송석영은 줄곧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이인이 부추기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을 제지하자 그 또한 착잡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린 나이에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된 게 너무나도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물적 증거…… 무언가 없을까? 정말로 없는 걸까?’

따라서 송석영은 쉬이 포기하지 못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유존고의 운동장을 한번 천천히 살펴보았다.

지극히 평범한 운동장이었던 터라 무언가 이렇다 할 특징은 없었으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송석영은 구석구석을 살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분위기가 소강되고 있었기 때문에 그 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거기에는 성과가 존재했다.

‘저건…… 비디오카메라?’

이인에게는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식으로 말을 해두고 몰래 운동장을 살피던 송석영은 구석에서 의외의 물건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비디오카메라였다. 거치대까지 함께 자리하여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설치를 해둔 듯했다.

더군다나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이건 1루를 향하고 있네. 게다가 자세히 보니 2루, 3루에…… 홈에까지?’

송석영은 자신이 발견한 비디오카메라의 렌즈가 1루를 향하고 있으며 가까이가자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아직도 녹화가 진행 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그러던 그는 문득 알 수 있었다. 지금 발견하게 된 비디오카메라는 하나가 아니라 2루와 3루, 조금 전에 마찰이 있었던 홈을 향하고 있는 것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그것들도 일제히 녹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현재 닥치게 된 억울한 상황을 단박에 뒤집어낼 수 있을 증거가 되어줄지도 몰랐기에 송석영은 그 즉시 바쁘게 움직여서 비디오카메라들을 회수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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