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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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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조회수 :
183,021
추천수 :
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5.26 21:12
조회
1,102
추천
22
글자
8쪽

도발을 하다! (2)

DUMMY

‘후우, 오랜만에 제대로 던져보는구나.’

한편, 이인은 그 나름대로의 도발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조금 전에 현재 계약 중인 유존고등학교의 야구부 학생들에게 철저하게 무시당한 전 감독인 이시원을 위한 것이었다. 그 도발은 그와 동일한 위치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유존고등학교의 또 다른 투수코치인 서일호를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이인은 이시원과 이야기를 나눈 뒤, 도발을 결심하게 되자 우선 멀리서 현 한국프로야구의 떠오르는 스타플레이어로 평가받고 있는 송석영과 함께 유존고등학교를 평가했다.

그러나 그 평가는 둘 다 수준미달로 의견을 통합하게 되었다. 아무리 잘 쳐주려고 해도 타자들은 단순한 배팅 볼조차 쉽게 장타를 때려내지 못하고 있었으며 투수들의 공은 밋밋하면서도 구속이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사람처럼 무척 느렸다. 그 수가 다른 학교에 비교하여 봤을 때 제법 많다는 걸 제외하면 특징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 이인과 송석영은 동시에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투수코치는 필시 그 부분의 갈증을 해결해줄 특급선수의 발굴을 원하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러던 때에 끝내주게 잘 던지는 투수가 나타나면 필시 접근을 시도할 것이라는 게 둘의 공통된 생각이었기에, 이인은 이시원에게 협력을 요청하였으나 그는 그 특유의 성격답게 쌀쌀맞게 응수하는 바람에 간신히 성인용 포수장비와 글러브, 야구공을 대여 받는 게 전부였다.

모든 장비가 갖춰지자 송석영은 얼굴을 들키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눈만 보일 정도로만 얼굴을 가린 뒤 포수장비를 몸에 걸쳤으며 이인은 적당한 거리에서 투구를 시작했다.

사실 그는 이번에 투구를 하기 전에 제법 망설였었다.

‘결국은 또 하게 되었구나. 나는 이럴 자격이 없는데도…….’

몇 번의 투구를 시도한 끝에 멀리서 누군가가 자신과 송석영이 있는 곳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기척이 들자 송석영으로부터 공을 돌려받은 이인은 잠시 숨을 고르다가도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일전에 이시영과 승부를 볼 때도 공을 쥐었으나 지금은 그때와는 다소 다르게 제대로 된 포수까지 함께 공을 던지고 있는, 이른바 ‘야구’를 다시 하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이런 광경을 훗날 그에게 보이게 된다면…… 자신은 정녕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인은 그러다가도 이내 생각을 다르게 했다.

‘죄책감은 이번 일을 다 끝내고 느껴도 늦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거니까…… 지금은 이쪽에만 집중하자!’

퍼억

“나이스 볼~!”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스스로가 자초한 것이며, 그에 대한 후회는 얼마든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독려한 이인은 이내 그 특유의 역동적인 오버핸드투구 폼을 보이며 눈앞에 위치하고 있는 송석영의 미트에 공을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공백기가 상당했으나 일전에 이미 공을 손에 한번 쥐어봤으며 그 동안 기본으로 해온 게 있어서인지 다행히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 무엇보다 현재 프로로 뛰고 있는 송석영이 공을 받을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 이미 서일호로 추정되는 이가 다가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이인은 송석영이 공을 던져주며 보이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행동에 쓴웃음을 지어보이다가도 곧 표정을 다르게 했다.

‘……왔군.’

“이봐, 학생. 잠깐 괜찮겠나?”

자신의 곁에 천천히 다가와서 친근감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을 거는 서일호가 존재한 탓이었다. 아무래도 예상한 바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 같았기에, 이인은 사전에 계획한 대로의 행동을 보였다.

“…….”

퍼억

그 행동은 바로 아무런 응수도 하지 않고 계속 투구를 하는 것이었다. 그 행동은 그러면 상대가 먼저 패를 보일 것이라는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이인의 이러한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어, 어흠, 나는 이 유존고의 야구부 투수코치인 서일호라고 하는데, 학생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잠깐 왔는데 말할 수 있겠나? 다름이 아니라 학생이 만약 다른 운동부에 소속된 게 아니라면 우리 야구부에 입부를 하는 게 어떨까 해서 말이야.”

‘빙고, 정확하게 걸렸어.’

묵묵히 서일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인은 그가 선뜻 패를 보이자 미소를 지었다. 잘못하면 자신의 감정을 읽힐 수 있었으므로 그 행동은 다소 위험한 감도 없지 않았으나 이시원으로부터 장비를 빌릴 때 적당하게 모자도 하나 빌렸기에 표정을 감추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소 호소성이 느껴지는 듯한 서일호의 말을 들은 이인은 호흡을 가다듬는 것처럼 잠시 머리에 쓰고 있는 모자의 챙을 매만지다가도 딱 다음과 같은 한 마디만을 했을 뿐이었다.

“……연습에 방해되니까 조용히 좀요.”

이인의 이 목소리는 지극히 냉혹했기에, 서일호는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고 말았다.

퍼억

그 말을 끝으로 다시 한 번 깔끔한 동작을 보이며 투구를 한 이인은 이어서 말했다.

“어떻습니까, 감독님. 저 아직 쓸 만한가요?”

그가 말을 한 대상은 바로, 지금껏 줄곧 멀리서 말없이 운동장을 응시하고 있는 이시원을 향한 것이었다.

“……한심한 녀석.”

이시원은 그의 물음에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이와 같은 짧은 말을 남기는 게 전부였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그는 그대로 자리를 피해버렸다. 더 이상의 말은 섞고 싶지도 않다는 듯이 말이다.

‘이, 이 코치와 아는 사이였나…….’

반면에 서일호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같은 환상적인 피칭을 보여준 학생을 향해 한심하다고 일축하여 말하는 이시원도 이시원이었지만, 그와 안면이 있는 사이라고는 앞서 아무런 말도 없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때문에 그는 자동으로 머쓱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로 그 때였다.

“……저, 조금 전에 이곳 고등학교의 투수코치라고 하셨습니까?”

“어? 으, 으응…….”

이인이 그냥 돌아서려고 하는 서일호에게 말을 붙인 것이다.

서일호는 더 이상은 서로 오가는 말이 없을 줄 알았던 그가 말을 걸자 저도 모르게 우물쭈물했다.

“투수코치님이 보시기에는 어땠습니까? 방금 전에 저 괜찮던가요?”

다른 이의 평가라도 듣고 싶었던 것일까. 이인은 대뜸 서일호를 향해서도 평가를 요구했다.

서일호는 그 물음을 듣는 순간, 지도자로써의 자신의 감각이 본능적으로 발휘되는 걸 느꼈다.

“최고였지! 학생은 정말 최고야! 도저히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단순하게 이시원을 만나러 온 것으로 보아 학교의 학생은 아닐 터이니 이미 영입은 물 건너갔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래도 그 실력은 진짜배기였다. 그렇기에 서일호는 극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그를 향한 이인의 반응은 지극히 냉담했다.

“……그런가요. 그럼 한번 봐주셨으면 하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이인은 서일호를 향해 고저가 조금도 없는, 다소 냉랭함이 드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는 행동에 나섰는데, 서일호는 그 순간 까무러칠 뻔했다.


작가의말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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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달라진 그녀 (2) 14.05.26 1,091 2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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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놀이동산 (6) 14.05.26 1,010 2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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