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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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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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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0,487

작성
14.05.2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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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
10쪽

달라진 그녀 (1)

DUMMY

‘음~ 이걸 어쩐다지?’

토요일에 송민희와 놀이동산에서 잘 놀고 일요일에는 푹 쉰 다음 월요일인 평일이 됨에 따라 정상적으로 학교에 등교를 한 이인은 현재 깊은 고민에 빠진 상태였다. 놀이동산에서 송민희에게 약속한, 앞으로는 야구부에 나가겠다는 약속으로 인해 그런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운동은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야구부에 나가는 건 진짜 아닌 것 같지만 이미 약속을 해버렸으니…….’

송민희는 아직 반에 등교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어있는 그녀의 자리를 힐끔 쳐다보던 이인은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자세로 한참을 고민하다가도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좌우지간 우선 말부터 해놓고 오자. 강수 녀석한테 내 경력을 숨겨달라고 말해둘 필요도 있겠고, 최근에는 아예 활동을 안 하고 있다니까…….’

이인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은 옆 반인 2반에 있는 이시영에게 미리 언질을 해두기 위함이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눈치가 있다면 최강수에게 어련히 자신에 대한 것은 말하지 않겠지만, 만약이라는 게 있기도 하고 요즘 야구부 활동이 중단된 게 조금 의문이었던 탓이었다.

놀이동산에서 보았던 송민희는 그 사실을 조금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만약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뭐가 문제인 것인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여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그 전에 자신이 야구부에 얼굴을 비춘다는 소식을 들으면 온갖 난리법석부터 떨겠지만.

‘뭐야, 이거. 설마 아직 안 왔나?’

어느 덧 8시가 넘어서 그런지 학생들의 수가 제법 많았다. 이시영의 정확한 자리는 몰랐지만 얼굴을 모르는 건 아니어서 2반의 창가 쪽에 고개만 살짝 내밀어 안을 살핀 이인은 반의 어디에도 이시영이 보이지 않자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시간에 오지 않으면 거의 지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안 보이니 당연한 반응인 것이다.

더군다나 이시영은 중학생 때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같은 반일 때는 지각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을 정도로 성격과 달리 놀랍게도 시간약속은 철저하게 지키는 편이었다.

따라서 이인은 그때의 기억을 상기하며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나중에 다시 와볼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퍼억

“우왁!”

그 순간 그는 깜짝 놀라면서 뒤로 밀려나야만 했다. 고개를 돌리는 순간 무언가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 탓이었다.

충격이 상당하긴 했으나 덩치가 꽤 있었던 덕분에 부딪힌 상대와는 달리 완전히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인 것일까……하며, 이인은 상대의 얼굴을 살피고 동시에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고…… 삭신이야…….”

지금의 충돌로 완전히 엉덩방아를 찧은 이시영이 꽤 아팠는지 쭈그리고 앉은 채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복도에서 무슨 주루 플레이를 하고 있냐, 이 불여우야. 그나저나 지금 상황에서는 우선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게 맞지 않아?”

이인은 그녀를 찾고 있던 보게 되자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며 나무라다가도 우선 일으켜주기 위해 손을 내밀어주었는데, 곧 그는 저도 모르게 의아함을 느껴야만 했다.

‘어? 이거 뭔가 좀 이상한데?’

그렇지 않을 수가 없는 게, 부딪힌 이시영의 모습이 조금 후줄근한 걸 보게 되어 그런 것이었다. 일반 여자아이들과 달리 드물게도 운동 쪽에 관심이 지대하다고는 해도 결코 자신을 가꾸는 데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게 바로 그녀였다. 그 모습은 고등학생인 현재도 분명히 별반 다를 게 없었는데, 지금 보게 된 그녀는 머리도 엉망이었으며 얼굴은 세수만 겨우 한 것인지 그냥 반들거리고만 있었다. 교복은 제대로 다리지도 않은 것인지 여기저기가 구겨져있었고 말이다.

만약 꾸밈에 전혀 관심이 없는 여자애라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지나가겠으나, 그 대상이 이시영인지라 이인은 그 사실에 저도 모르게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순간이었다.

“어라, 인이? 네가 왜 우리 반 쪽에……?”

딩동댕동

“으아아~! 비켜, 비켜! 오늘 나 무진장 바빠!”

아무래도 자신의 반 앞에서 이인을 만나게 된 게 의외였던 것인지 이시영이 놀란 표정을 짓다가도 종소리를 듣더니 대뜸 그대로 그냥 자신의 반에 들어간 것이다. 그 행동이 어지간히도 급한 것으로 보아 무언가 다른 용무가 있는 모양이었다.

‘흠…… 저게 저렇게 방정맞지는 않았는데…….’

이시영은 확실히 활동적이긴 했으나 지금 본 모습은 정말 부산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렇기에 이인은 제자리에서 팔짱을 낀 채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방금 전에 이시영이 황급히 들어간, 2반의 뒷문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


방과 후, 이인과 송민희는 현재 단 둘이서 야구부 부실에 있었다. 오늘까지도 부장인 이시영으로부터 부활동을 재개한다는 소식이 없었기에 송민희는 그냥 집에 가려고 했으나, 놀랍게도 이인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는 그러면서 잠깐 이야기나 나누자고 했다. 그로 인해 둘은 비교적 이야기를 나누기 쉬운 부실로 이동했다. 거기에 최강수는 끼어있지 않았다. 송민희가 말을 꺼내려 했으나 그가 먼저 근육통을 호소하며 집으로 간 탓이었다.

“오늘도 시영이는 오지 않네…….”

부실에 도착한 송민희는 앞서 연락이 없었다고는 해도 요즘 통 얼굴을 보는 게 힘이 드는 이시영의 존재가 떠오르자 침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중간고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둘이서 부실 가운데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결코 많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직접 구르는 역할의 최강수가 부실에 오거든 그 무대는 한적한 운동장 쪽으로 바뀌었으나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는 동성의 친한 친구인 그녀와의 대화는 나쁘지 않았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비교적 한가하다고 볼 수 있는 5월이 되어 한숨을 돌리게 되거든 다시 그런 때가 올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오늘 계속 살펴봤는데 말이야. 그 여우 뭔가가 좀 이상해.”

그런데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며 우울함을 느끼고 있던 송민희를 향해서는, 이인이 손가락을 튕기며 말했다.

“이상해……?”

이인으로부터 들려온 말은 뜻밖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송민희는 해답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며 그를 보았는데, 거기에는 이인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니까. 그건 진짜 혼이 반 정도는 빠져나간 모습이었어…….”

송민희를 향해 이렇게 말을 한 이인은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회상했다.

사실 이인은 오늘 아침에 이시영과 부딪히면서 만나게 된 이후로 쉬는 시간에 한 번 더 그녀의 반을 찾았다. 당연히 그 목적은 야구부에 관한 말을 해두기 위함이었다.

물론 21세기인 지금 시대에는 핸드폰이라는, 직접 찾지 않아도 연락이 가능한 매우 편리한 수단이 있긴 했으나 할 말의 종류가 종류이니만큼 그는 직접 말을 해둘 생각이었다.

아무튼 이인은 그래서 종종 반을 찾아갔으나 단 한 번도 그녀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거 자고 있더라? 그것도 제대로 늘어져서. 내가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갔는데 아주 그냥 꿈나라로 이주를 했어.”

찾아갈 때마다 이시영이 자기 책상에서 퍼지른 채 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곤히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는 것은 매우 몰상식한 행동이었고 할 말이 객관적으로 보면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었던 터라 이인은 그냥 입맛을 다시며 물러났으나, 그는 그 사실에서 의아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광경은 일종의 모순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런 것이었다.

“그 여우는 아무래도 운동 쪽에 발을 딛고 있다 보니 본래 자기관리가 매우 철저해. 쉽게 말해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지금 세대의 고등학생하고는 완전 정반대의 생활을 한다는 거지. 즉…… 그 녀석이 늦잠을 자는 건 말이 안 돼. 그건 송석영 선수가 연속으로 블로킹에 실패하는 것보다 낮은 확률이야.”

“뭔가…… 바로 이해가 되는 것 같아.”

이인이 이시영에 관련된 설명을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최고의 블로킹 능력을 자랑하는 포수 송석영을 비유하여 말하자, 송민희는 납득이 되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럼 시영이가 지금 일이 있다는 거 아닐까? 평소하고 다른 생활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거니까…….”

이인의 설명을 들으면 이시영은 현재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게 된다. 그렇기에 송민희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는데, 거기에는 이인이 의외로 또 시원한 표정으로 바로 정답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그래서 널 여기로 부른 거야. 뭔가 냄새가 나…….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말이 있지. 그러니 내일 당장 둘이서 같이 그 여우의 뒤를 밟아보자.”

놀랍게도 이인은 송민희에게 이시영의 뒤를 밟을 것을 제안했다.

사실 그는 그 말을 위해 일부러 그녀와 함께 지금 있는 부실에 온 것이었다. 혼자라고 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나 송민희가 이시영을 어찌 생각하는지를 알고 있어 일부러 꺼낸 말이었다.

그리고 송민희가 지금 듣게 된 그의 말에 승낙을 하지 않는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로 손꼽히는 송석영이 연속으로 블로킹에 실패하는 것만큼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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