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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세기에 활동한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대학 시절 의학을 공부한 인물이다. 로크는 의사로서 갓 태어난 갓난 아이부터 만 6세까지의 어린아이를 접해 본 경험을 통해 태어날 때 사람의 마음 상태는 백지와 같다고 생각했다. 즉, 사람의 마음은 하얀 종이처럼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다.

  로크는 사람이 어떤 지식을 얻는 것은 감각을 통해 직접 경험하거나 간접 경험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이는 경험에 의지하지 않고 생각만으로도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을 부정한 것이다. 

  로크는 사람이 태어날 때는 백지 상태이며, 그 위에 무엇인가를 보고 들은 경험이 채색되면서 세상에 대한 지식이 쌓인다고 보았다. 마치 빈 수첩을 아이디어로 채우는 것처럼 경험을 통해 수많은 생각을 마음속에 쌓아나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생각일 수 있지만, 로크가 살던 당시에 이는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누구나 태어날 때 마음 상태가 백지라는 것은 인간에게 타고난 우열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즉 왕족의 자식이든 귀족의 자식이든 백성의 자식이든 타고난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곧 교육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 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생각에서 로크는 경험론을 내세우며 사람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고 달라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 

  지식을 얻고 세상을 이해하는 근본을 경험에 둔 로크의 생각은 태어나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것을 배우는가에 따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하얀 백지에 어떤 의미 있는 경험과 지식을 새겨 넣을 수 있을까? 

  타고난 능력이란 없으며 인간은 경험을 통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로크의 경험론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다.  (야마구치 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