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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작 님의 서재입니다.

쓰고 싶은 것 미리 쓰는 용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기형작
작품등록일 :
2018.10.08 16:39
최근연재일 :
2021.03.08 19:5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652
추천수 :
0
글자수 :
12,088

작성
20.12.11 18:46
조회
84
추천
0
글자
7쪽

3

DUMMY

“응애애애!!!”


한동안의 소란에 놀랐는지 아이가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가주, 뷘헨이 입을 열었다.


“애가 많이 놀랐나 보군. 그리고 당신 역시도.”

“···꼭 저와 이 아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야했나요?”

“그렇소.”

“왜죠?”

“그 애가 당신을 무척 보고 싶어했거든. 아비로서 그정돈 해줘야지.”

“···”

“올라가서 쉬시오. 나머지는 내가 정리할테니. 메르헨은 오늘 새로온 보모에게 맡기고.”

“‘새로온’ 이라니요?”

“아, 본 사람은 없어야 할 게 아닌가?”

“하긴, 그건 그래요.”


철혈의 사내.

가주 뷘헨의 말을 이해한 하녀들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아, 아아, 아아!!! 주인님! 주, 주인님!!!”

“평생 입밖으로 꺼내지 않겠습니다.. 제발!! 자비를!”


하지만 그는 차분히 스테이크를 썰며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흑객. 아들과 이들의 시체를 지하로 가서 다 불태우게. 아참. 경비병도 오늘로서 쓸모를 다했군. 그도 같이 보내시게.”

“존명.”

“아아악!! 이 냉혈한..!!”


실성한 보모가 식탁 위의 나이프를 쥐고 그를 향해 달려갔다.


허나.


푹!


“어..?”


보모는 절반도 가지못한 채 허망한 소리를 내쉬며 쓰러졌다.

아르헨히 신출귀몰한 솜씨로 자신의 나이프를 보모의 목에 적중시킨 것이다.


“하하, 오늘따라 아랫것들이 분수를 모르는군요.”

“아무래도 내가 요즘 너무 따스했던 모양이다. 얘야, 너도 잘 보고 배우거라. 자비를 배풀면 이리 구는 것이 천한 것들의 생리이니.”

“예, 아버지.”

“오늘따라 고기가 맛이 없구나.”


뷘헨이 곁에 있던 냅킨으로 입가를 슥 닦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으로 피로물든 저녁 식사는 끝이었다.


“흑객, 그럼 부탁 좀 하겠네.”

“···예.”


모두가 죽거나, 빠져나간 식당에서 흑객만이 홀로 남았다.

그는 주위를 한 번 스윽 훑어보더니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우웅-!


놀랍게도 시체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마력의 공능이었다.

흑객이 입을 열어 아무도 없는 허공에 말했다.


“길을 터라. 그리고 경비병은 지하로 데리고 오도록.”


그렇게 말한 그가 나를, 정확히는 내 시체를 빤히 바라보았다.


‘···설마 눈치챈건가?’


그동안,

나도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전.


꾸물.


내 심장에서 구멍이 나더니 거기서 검은 지렁이 하나가 기어나왔다.

지금은 그것이 나였다.


이 얄팍한 몸체에 내 모든 정보가 담겨있었다.


‘지금은 너무나도 취약한 상태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를 억지로 압축한 탓이었다. 거기에 더해 마력융해제라는 것을 들이킨 상태였다. 이정도로 움직인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마력이 아닌 삶에 대한 끈질힌 집착이 나를 이끌고 있었다.


“···미안하구나.”

‘···뭐?’


흑객.

아무래도 그는 내게 일말의 동정심, 혹은 죄책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눈치는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한 그가 시체를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안간힘을 다해 기어 도약을 준비했다.


스멀스멀.


‘지금이다!’


두둥실 떠오른 나의 사체가 복도의 코너를 돌 때 즈음, 창가를 향해 뛰어내렸다.


“음?”


1층으로 떨어지는 그 찰나에 흑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그는 이 자그마한 기척을 눈치챈 것이었다!


‘미친 작자로군. 어쩌면 아버지보다 더 할지도 몰라.’


나는 흑객에 대한 정보를 안그래도 비좁아터진 몸뚱아리에 우겨넣었다. 언젠가 도움이 될 정보였으니까.


다행이 그가 1층으로 따라오는 기색은 없었다. 내 시체는 완전한 죽음에 이르렀다. 그러니 지렁이가 되어 빠져나갔다는 생각은 죽어도 못 할 것이었다.

나와 같은 최고위 흑마도사면 모를까.


땅에 착지한 나는 움직였다.


‘시간이 없다. 이 상태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대략 10분정도가 한계야.’


그 순간,

내 감각에 따뜻한 무언가가 감지되었다.


그쪽을 향해 감지다발을 펼치니 빨래를 널고 오는 하녀가 느껴졌다.


지금은 눈이없어서 파장으로 인식한 것이었다.


슉-!


하녀가 내 앞을 지나치는 틈을 노려, 나는 그녀의 콧구멍으로 쏜쌀같이 들어갔다.


“응? 아악!”


나는 필사적으로 하녀의 신경계통을 장악하려 애썼다. 무의식적인 행위였다.

그도 그럴게, 사실 나는 지금 뇌가 없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무뇌였다.


그 반증으로 나는 그때 하녀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

후에 안 바로는, 성인을 장악하는 것은 멀쩡한 상태로도 힘든 일이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그쪽’으로 가라!'


기껏해야 내가 할 수 있던 것은 짧은 시간 암시를 통한 조종이었다.


다행히 암시가 잘 먹혔는지, 그녀는 황급한 발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하기 시작했다.


“으, 응애애!”

‘됐다!’

“으응? 어머! 내가 왜 여기있지?”


다시 길쭉한 검은 벌레가 된 나는 숨어서 하녀가 빠져나가길 기다렸다.


‘제, 제발.. 빨리꺼져라!’


내 간절함이 닿은 것일까.

하녀는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듯 급히 방을 나섰다.


끼이익-!


나는 그 후에야 안심하고 ‘그 아이’의 콧구멍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본디 코는 뇌과 연결된 부위다. 덕분에 재빠르게 뇌에 다다랐다.

하녀처럼 잠시 머물고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나의 몸으로 만들 작정이었다.


‘어른이라면 몰라도, 갓 태어난 어린 아이의 뇌라면 모른다.’


다행히도 나의 본능은 생전의 지식대로 갓난아이의 뇌를 점유하기 시작했다.

해부학과 생물학에도 정통했던 나였다. 흑마법을 익히기 위해선 그 두가지 역시 필요했던 것이다.


“으, 으..응..애..!”


덜덜덜!


갓난 아이의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떨림은 과격해져갔다. 나중에는 누워있는 요람이 지진이난 듯 요동칠 정도였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 떨림이 한순간 뚝하고 그쳤다.


적막이 내려앉은 가운데,

아이는 작은 고개를 돌려 요람 곁의 창가를 보았다.


“후우..”


나는 결국 이 아이의 몸을 차지해낸 것이었다.


‘미안.. 미안하다.’


뒤늦게 죄책감이 몰려왔다.

비록 살기 위해 행했다고 하지만, 이 아이는 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나와같은 비참한 희생양으로 만든다면, 내가 아비와 다를 것이 무어란 말인가?


허나 뇌와 분리된 나는 살기위한 본능대로 움직였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내가 모든 것을 끝내면.. 그때 네게 모든 것을 물려주마. 그러니 지금은..’


얌전히 내 복수의 육체가 되어다오.


번쩍 뜨인 아이의 눈이 온통 시커멓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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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2.11 85 0 7쪽
2 2 20.12.11 80 0 9쪽
1 1 20.09.15 607 0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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