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만화책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2.07.23 00:38
최근연재일 :
2022.08.13 22: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125
추천수 :
20
글자수 :
141,497

작성
22.08.09 23:46
조회
23
추천
1
글자
12쪽

탑의 소문 4

DUMMY

설마하니 이걸 완성했을 줄이야. 기숙사가 쓸데없이 웅장했던 것도, 이 넓은 지하실도 전부 이것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다고 한다면 납득이 간다. 이 장치를 만든 것은 아마도 그 학장이겠지. 아직 그 녀석이 내 후배였을 때, 그러니까 전생에 내가 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을 무렵에 그 녀석이 나에게 이 장치에 대해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기술로는 구현이 불가능한 물건이었기에 주위 사람들은 그저 어린아이의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만은 그 아이를 믿어주었다. 그래서 그 애는 내가 졸업할 때까지 줄곧 나에게 이 장치에 대해 이야기 했었다. 사실 그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무시당하는 그 아이가 나와 닮았다고 생각해서 그 아이를 위로해 준 것에 불과했다. 속으로는 나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아이 말고 이런 생각을 하는 녀석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 아이는 이걸 만들기 위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끝에 학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는 것인가. 나도 노력해 대마법사가 되었으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아도 역시 그 애와 나는 닮았다.

"그런데 이건 뭐 하는 거야?"

일단 따라오기는 했는데 역시 이 장치가 뭐 하는 물건인지는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마이는 그 그림을 보지 못했구나. 내가 이 기계의 정체를 보자마자 알아차린 이유, 그리고 이것이 그 아이의 작품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그 그림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그림이라는 것은 예전 나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 아이가 직접 그린 설계도다. 당시 그 아이는 그 그림을 보여주며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나에게 증명하려고 했었디. 하지만 그 기계에 대한 그놈의 집착이 상당했어서, 그놈이 연구하고 완성한 설계도는 이미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것은 대략적인 모양 정도였지만, 그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이 기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이건 동력 자동화 장치다. 쉽게 말하면 마력으로 움직이는 상자야."

그 아이가 꿈꾸던 것은, 마법을 이용한 세계의 자동화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력을 추출해 고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마력을 통 안에 담아 보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한번 밖으로 흘러나온 마력은 오래 유지되지 못하고 쉽게 흩어져 사라지기 마련이다. 마력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방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었고, 그 아이의 의견은 그래서 무시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그 방법은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나도 그런 짓은 못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학장이 된 내 후배 녀석이 그 방법을 최초로 발견했다는 건가?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대단하고 축하해 주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왜 그런 대단한 사실을 이 지하에 숨겨놓고 세상에 알리지 않는 거지? 그동안 자신을 무시해왔던 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 줄 좋은 기회인 것 같은데, ,혹시 아직 실험 단계라서 그런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목적한 장소에 도착했다. 내가 눌렀던 버튼, 그건 옥상으로 가는 버튼이다. 여러 가지 버튼이 달려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그 버튼에 적혀있는 장소로 이동하는 그런 방식이다. 옥상으로 이동한 건 별 이유 없다. 일단 어디든 가 보자 싶어서 아무거나 눌렀더니 옥상이다.

문이 열리고 나는 그 기계에서 내렸다. 마이도 내 뒤를 따라서 내렸다. 안에 사람이 없어지자 기계의 문이 닫혔다.

"신기하다. 이건 이름이 뭐야?"

"이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그러고 보니 이 기계의 이름이 뭐였지? 말을 해 줬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일단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당시에는 이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진짜 만들어 버릴 줄은 몰랐으니까.

"우와, 여기가 옥상이야?"

이름은 마이한테도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나 보다. 그새 또 다른 거에 정신이 팔려서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나도 옥상에 올라오는 건 처음이네. 평소에는 옥상 문이 잠겨 있으니까 평범하게는 들어갈 수 없었지. 전생에서도 옥상은 잠겨 있었으니까, 옥상이 잠겨있는 것과 이 기계는 관련 없다고 봐도 되겠다. 아마 안전의 이유로 잠그어 둔 것이리라.

"우와, 밖에 건물들이 쪼그매 보인다!"

그래, 마이 같은 애가 들어오지 말라고 막아 놓은 걸 거야.

"이봐, 위험하잖아."

평소에 사람이 들어올 일이 없어서 그런지 난간도 없다.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추락이다. 이정도 높이면 아마 즉사하지 않을까.

나는 마이가 떨어질까봐 얼른 그녀의 팔을 잡고 안쪽으로 질질 끌었다.

"밖에서처럼 뛰어다니다가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응, 미안."

이런, 오늘은 마이를 도와주지 않기로 결심했었는데 반사적으로 그만 그녀를 도와버렸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다. 그래, 다음에는 정말 도와주지 말아야겠다.

"이리와. 여기는 별 거 없어 보이니까 다른 곳으로 가자."

옥상은 휑하니 아무것도 없다. 어쩌다 보니 이런 기계를 발견한 덕에 옥상까지 올라오기는 했지만, 애초에 목적은 학생 실종 소문의 조사다. 이런 곳에 있어봤자 아무 도움도 안 된다.

나는 마이를 데리고 다시 그 기계에 탔다. 아까 처음 탔을 때 봤는데, 이 기계에 달린 버튼이 꽤 많아서, 거의 기숙사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는 수준이다. 아직 정확하게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1층부터 5층까지, 그리고 지금 있는 옥상까지도 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 외에 버튼이 하나 더 달려 있는데, 이건 무슨 버튼인지 모르겠다. 생긴 건 여타 다른 버튼이랑 다를 바가 없는 백색의 버튼이었지만, 이 버튼만은 아무것도 쓰여진 게 없었다. 눌러도 작동하지 않는 고장난 버튼인 건가?

뭐, 저런 버튼을 눌러도 소용 없겠지. 그렇지, 일단은 1층으로 돌아가서 마이를 돌려 보낸 다음 다시 천천히 조사하는 걸로 하자. 지하실의 비밀은 이 장치 덕분에 어느 정도 해결 되었으니까 이제 안 와도 되겠지. 마이의 예상과는 달리 역시 이 지하실은 이번 사건과 관계 없었던 거다. 걔한테는 안 된 이야기지만 역시 틀렸······

"응? 이건 뭐야?"

내가 1층으로의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빠르게 마이가 그 정체 모를 버튼을 눌러 버렸다.

"야, 야. 너 뭘 누른 거야?"

"나는 모르는데. 레온도 몰라?"

아니, 이런 수상한 기계에 타서 알지도 모르는 버튼을 막 누르다니, 이 얼마나 경솔한 행동인가. 내가 마이를 너무 풀어 놓았나? 그렇지만 풀어 놓지 않으면 사회 생활의 어려움을 가르쳐 준다는 나의 계획에 지장이 생긴다. 마이가 자신의 실수에 책임을 질 줄 아는 그런 책임감 있는 아이로 성장하기를 바랐는데, 설마 한 술 더 떠서 나한테까지 민폐를 끼칠 줄은 몰랐다. 이래서야 딜레마에 빠질 뿐인데······

내 고민과는 상관없이 기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작동한다. 1층에서 옥상에 올라왔을 때보다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지도 모르니 참 답답하다.

그래도 다행히 도착하기는 했다. 솔직히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저 버튼이 기계를 폭파시키는 버튼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런 지하실에 숨겨 놓을 정도니까, 분명 뭔가 켕기는 게 있겠지. 하지만 다행히 그런 버튼은 아니었나 보다.

"우와, 여기는 또 어디야?"

도착한 곳은 어슴푸레한 지하실이었다. 무언가의 연구용인 것일까. 그러나 우리 학교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이런 불길한 장소에는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마이가 이미 저만치 뛰어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혼자 두고 가는 것은 좀 그렇지.

"야, 야. 혼자 어딜 그렇게 가려고. 어딘지는 아냐?"

"아하하, 빨리 와!"

이미 꽤나 멀리 가버린 마이의 목소리는 나에게 작게 들렸다. 마이의 모습도 작게 보였다. 저쪽에서 기다려 줄 생각은 없어 보이니까, 마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기 전에 얼른 따라가야겠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으로 이곳은 그리 넓지 않아서 마이가 사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녀를 따라서 얼마 가지 않았는데 곧 벽이 보였다.

"또 새로운 문이다!"

막다른 길인 줄 알았는데, 또 문이 있나 보다. 그리고 마이는 이미 흥분을 주체할 마음도 없는 것 같았다. 이런 미지의 장소를 탐색하는 것은 오랜만이기 때문인지 새로운 장소가 나타났다 하면 꾸밈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나는 네가 언제 또 사고칠까 걱정되어서 새로운 장소만 나오면 치가 떨리는데, 전에도 생각했지만 역시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어라? 안 열리네."

이것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불러야 되나? 마이가 문을 열려고 시도했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이의 힘이 모자란 것일 수도 있어서 나도 합세해 열려고 했는데, 둘이 밀어도 움직이지 않았다. 미는 게 아니라 당기는 건가 싶어서 당겨도 보고, 이것저것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아도 열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잠긴 거 같네."

나는 미는 것과 당기는 것이 실패했을 때 이미 그렇게 생각했지만, 마이는 집념이 강한지 혼자 낑낑대다가 겨우 포기하고는 문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오랜만에 만난 새로운 장소를 포기하기 아쉬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나한테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어느 쪽이든 마이가 이제 문제 일으킬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나로서는 마이가 얌전하게 있어 주기만 한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

"레온,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그래, 지난번처럼 마법을 써서 말이야. 짜잔, 하고 멋지게 문을 열어 버리는 거야."

내가 마법으로 문을 여는 건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마이는 마법이라면 뭐든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가 보여줬던 것은 공격 마법과 플라이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이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기는 충분했던 것 같다.

"그런 건 안 된다."

나는 마이가 더는 트집 잡을 수 없게 딱 잘라 말했다. 강제로 문을 부숴버린다든가 하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범죄행위를 하려고 마법을 배운 건 아니다.

"음······"

열심히 고민하는 것 같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 마음을 돌릴 수는 없을 거디. 차라리 저 문이 스스로 열리는 걸 기다리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군. 아니면 마이도 이미 그 사실을 깨닫고 문이 열리길 기도하는 중인가? 그렇다면 불쌍한 이야기다. 아무리 기도해도 문이 갑자기 열릴 일은······

"······끼이익."

없다고 생각했는데, 열린 건가? 설마!

깜짝 놀라서 문을 쳐다 보았는데, 역시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금 그 소리는 뭐지?

"······끼익."

문은 꿈쩍도 않는데 또 소리가 났다.

"······마이야, 뭐해?"

그 소리는 마이가 내는 소리였다. 설마 문 열리는 소리라도 내면 그 소리에 반응해 열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거야말로 웃긴 이야기······

"어라, 이런 곳에서 무슨 일이시죠?"

인데, 이번에는 진짜 열렸다. 설마 열리겠냐 싶어서 보고 있는데, 진짜 열렸다. 물론 스스로 열린 건 아니고, 안에서 나오려는 사람이 연 것이다. 그리고 안에서 나온 것은, 이제는 그만 나와줬으면 싶은 사람이었다. 이거, 한두 번도 아니고 진짜 사감이랑 뭔가 있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22.08.15 91 0 -
22 탑의 소문 8 22.08.13 29 1 15쪽
21 탑의 소문 7 22.08.12 19 1 15쪽
20 탑의 소문 6 22.08.11 24 1 12쪽
19 탑의 소문 5 22.08.10 24 1 12쪽
» 탑의 소문 4 22.08.09 24 1 12쪽
17 탑의 소문 3 22.08.08 23 1 12쪽
16 탑의 소문 2 22.08.07 22 1 13쪽
15 탑의 소문 22.08.06 26 1 16쪽
14 보상금 소동 6 22.08.05 25 1 17쪽
13 보상금 소동 5 22.08.04 28 1 12쪽
12 보상금 소동 4 22.08.03 26 1 15쪽
11 보상금 소동 3 22.08.02 46 1 15쪽
10 보상금 소동 2 22.08.01 28 0 14쪽
9 보상금 소동 22.07.31 28 1 14쪽
8 기숙사 탐험 3 22.07.30 34 1 14쪽
7 기숙사 탐험 2 22.07.29 36 1 14쪽
6 기숙사 탐험 22.07.28 43 1 14쪽
5 학교생활 22.07.27 53 1 14쪽
4 편입 시험 22.07.26 67 1 14쪽
3 나의 장례식 22.07.25 90 1 14쪽
2 환생 후의 기억 22.07.24 151 1 15쪽
1 그날의 기억 22.07.23 265 0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