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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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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2.07.23 00:38
최근연재일 :
2022.08.13 22: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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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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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14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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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30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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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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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기숙사 탐험 3

DUMMY

3층을 올라가서, 4층을 찍고, 5층까지 가 보았지만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결과는 마이의 얼굴을 보면 알 수 있겠지. 오늘 내내 불평만 하다가 이제는 제풀에 지친 표정이다. 밖으로 마구마구 내뿜어야 할 저 기운을 내뿜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다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커져버린 그 기운에 잠식되어버린 마이는 이제 완전히 지친 것 같았다. 덕분에 우리도 덩달아 같이 앉아서 쉬고 있다. 나는 쉬는 게 더 좋으니 상관 없지만, 내 룸메이트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야! 언제까지 앉아만 있을 거야. 이러다가 들키면 어떡해?"

아니면 들키는 쪽을 염려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지, 가만히 있으면 언젠가 들키겠지.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흐른다. 조금 있으면 밖으로 나갔던 학생들도 우르르 들어올 시간이다. 계단에 죽치고 앉아 있다가는 그들에게 들켜 징계를 받을지도 모른다. 윽, 그건 안 되는데.

"이봐, 저 녀석의 말이 맞다. 힘든 건 이해하지만 언제까지나 앉아만 있을 수는 없어."

"우우, 힘든 거 아니거든. 그렇다기 보다는, 뭐랄까 이렇게 좀 더······"

그녀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그 말을 표현할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잠시 끙끙거리면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연다.

"으응, 그래. 파워가 나지 않는다고 할까, 의욕이 생기지 않아."

스스로의 진단에 만족했는지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대자로 누워버렸다. 처음에는 기숙사와 한 판 붙을 기세더니, 이제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듯했다.

에이, 됐다. 제가 안 움직이겠다고 했다고 해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어차피 내가 가면 따라오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뻗어버린 그녀를 뒤에 남겨두고 혼자 먼저 가버렸다.

"아앗, 나를 버리고 가지마!"

뭐냐, 주인공에게 버려진 가련한 여성의 연기라도 해서 나의 발걸음을 되돌릴 계획인가 보다. 하지만 나한테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다.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나 보다. 내가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자 당황해서는 나한테 기어온다. 마이는 다급하게 나를 붙잡으려고 일어날 생각도 못한 채 허겁지겁 기어와서는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흐아아, 나를 두고 가지 마······, 어라?"

뭔가 발견한 듯한 마이의 시선은 이미 나에게 향해있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자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으왓, 사감이다!"

저건 내가 낸 소리가 아니다. 나는 당황했다고 해서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목소리의 주인은 후다닥 뒤로 달려가서 몸을 숨긴다. 그리고 마이 녀석은 놀라긴 했어도 내 바짓가랑이는 놓지 않는다. 덕분에 나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뭐, 이 구도에서는 딱히 움직이지 않아도 사감 눈에 들키지 않기는 하지만.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뒤로 도망갔던 룸메이트 녀석이 얼굴을 붉히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친구를 버리고 도망갔다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는 듯했다.

"어라, 사감이 사라졌네?"

도망가느라 못 봤나 보다. 하지만 여기 있었던 우리는 이미 다 봤다.

"그래, 벽 너머로 말이야."

사감은 벽 너머로 사라졌다. 벽 너머로 사라졌다고 해서 딱히 벽을 통과했다는 소리는 아니다. 단지 벽을 문처럼 열어서 그 안으로 들어갔을 뿐이지만,

"벽 너머로? 우와앗, 나도 들어 갈래!"

아직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었지. 이런, 룸메이트 녀석은 말릴 새도 없이 벽으로 달려가더니 그대로 시원하게 박아버렸다.

"······"

룸메이트 녀석은 말없이 스르륵 무너졌다. 정말이지 아이들의 사고방식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군. 제대로 듣지도 않고 멋대로 행동하다가 멋대로 뻗어 버리다니 뭐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구만.

"허, 참나."

절로 한숨이 지어지는 상황이지만 일단은 보호자 역을 자칭했으니 끝까지 책임을 지어야겠지. 나는 내킬 때 드러누워 버릴 수 있는 아이가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쓰러진 룸메이트 녀석의 옆으로 가서 살아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야, 일어나라."

누워있는 그 녀석을 난폭하게 잡아 일으켰다. 매는 이미 스스로 맞았으니 필요 없겠지.

"으아악 아파! 뭐야, 벽 너머로 사라졌다면서!"

"그래, 여기 마이도 봤어. 그는 벽 너머로 사라졌지. 바로 이렇게 말이야."

어차피 안으로 들어가 볼 생각이었으니 말하는데 힘 빼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자. 나는 눈 앞의 벽을 신중하게 살폈다. 멀어서 자세히는 안 보였지만 분명 이 근처에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마 벽 어딘가에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모양이다.

가만히 살펴 보아도 잘 모르겠어서 그냥 여기저기 더듬더듬 만져 보기로 했다. 벽을 문지르던 오른손이 갑자기 벽 안으로 쑥 들어갔다. 역시 뭔가 있었나 보다.

움푹 파인 구멍에서 오른손을 빼내자 다시 그 구멍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고 곧바로 벽이 움직였다. 비밀의 문이라고 해서 뭔가 엄청난 소리가 나면서 열릴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문은 조용히 열렸다. 그러고 보니 엄청난 소리가 나는 것은 비밀의 문이 아니라 오래된 문이었던 것 같네. 대부분 비밀 문은 오래된 문이잖나? 그래서 헷갈린 것 같다. ······오래 살아도 헷갈리는 일 정도는 있는 법이다.

나는 혼자 뻘쭘해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가 날 정도로 오래된 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군가가 최근 사용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방금 사감이 이용하기도 했고 말이야. 그래서 그런지 내부도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둡지 않게 촛불로 안을 밝혀 두어서 내부가 깨끗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촛불이라 그런지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우와와와와와와와!"

이미 완전히 기운을 차린 마이는 방방 뛰어다니면서 감탄의 비명을 연달아 내뱉고 있었다. 어우, 정신 없으니 저쪽은 보지 말자.

나는 마이의 일은 내버려두고 방 안을 훑어보기로 했다.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곳이 꽤 넓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저 어둠 속을 몇 걸음 걸어 보았는데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앞으로 들어가려면 작정하고 가야할 것 같았다. 어쩌지? 시간도 늦었고, 아이들은 먼저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일 수업도 있고 하니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현명한 판단일 것 같긴 한데······

"우와아와와, 모험이다 모험!"

끄응, 이래서 어린애들은 싫다.


촛불은 내가 들고 가기로 했다. 어두우니 그냥 갈 수도 없고, 불이라도 있어야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저리 오두방정을 떠는 저 두 사람에게 불을 맡길 수는 없었다.

아무리 내가 연장자라지만 둘을 상대로는 완력에서 밀린다. 그리고 어차피 내가 연장자라는 것도 쟤들은 모른다. 한 마디로, 이제 그만 돌아가자는 나의 말은 저들에게는 완전 초치는 소리로 들렸다는 것이다. 내 의견은 묵살되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따라다니게 된 것이다. 아직도 모험, 모험 외치고 다니는 저 아이들은 이미 정상적인 판단을 할 상황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방관하고 지나칠 정도로 나는 악인이 아니다. 물론 아직 위험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저 상태를 보면 도저히 그런 소리 못 할 거다. 어우, 자식들. 좀 천천히라도 가라.

"와하하. 레온, 빨리 와!"

빨리 오라면서 기다려 줄 생각은 없나 보다. 저리 말하고는 앞으로 막 뛰어간다. 자빠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군.

"으악!"

젠장, 말하자마자 넘어지다니. 이러면 마치 나 때문에 자빠진 것 같잖아.

나는 서둘러 달려가서 마이의 상태를 확인했다.

"야야, 그러게 천천히 좀 가라니까."

"아야야야······"

겉으로 보기에는 상처가 그리 심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안쪽이 조금 상했나 보다.

"······아얏!"

발목을 부여잡고 있길래 다가가서 만졌더니 아픈 듯 소리를 낸다. 발목을 접질렀나?

"에헤헤, 넘어져서 다쳤다······."

마이도 넘어져서 부끄러운가 보다.

"참나, 일어날 수 있겠어?"

아무래도 혼자 일어서는 것은 힘든가 보다. 나는 마이의 손을 붙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으으······"

일어나서 걸으려고 하는 마이의 얼굴은 많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혼자 걷는 것에 불편함이 있어 보였기에 나와 룸메이트 녀석 둘이 마이를 부축해서 가기로 했다. 상식적으로는 이대로 돌아가는 것이 맞겠지만, 나를 제외한 나머지 놈들은 조금 상식이 모자란 모양이었다.

"이대로 가자."

"응, 그래."

마이는 자기 몸이니까 그렇다 쳐도 저 룸메이트 녀석은 성질이 참 고약하다. 아니, 친구가 다쳤는데 걱정해 주지는 못할 망정 앞으로 나아가자니, 내가 보기에는 미친 것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판단이다. 아니면 저놈은 이대로 가자는 마이의 말에 동조하는 것이 정녕 그녀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어린애들이니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럴 것이라 예상했기에 내가 따라온 것이고, 실제로 지금 그러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여기서는 내가 보호자 역할을 톡톡히 발휘할 차례가 아닌가.

"안돼. 그 몸으로 어딜 기어 가겠다는 거야?"

여기서는 어른의 위엄을 물씬 담은 말투로 한 방에 굴복시키려고 했는데, 내 마음과는 달리 어린아이의 몸인 나는 앳된 목소리밖에 내지 못했다. 으윽, 굴욕이다. 덕분에 내 말을 듣고도 저 아이들은 전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흥, 무서우면 너 혼자 가버려라."

아니, 나의 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친절한 호의를 두려워서 내빼는 것으로 오해했다는 말인가? 다친 것을 걱정해 돌아가자고 했더니, 그걸 자기도 다칠까봐 무서워서 도망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아무리 어린애라지만 참을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게 있다. 마이가 저런 식으로 나온다면 더 이상 걱정해주는 의미가 없다. 이젠 그냥 될 대로 되라지.

"하, 됐다. 네가 정 그러고 싶다면 그리 하든가."

저리 말하는 것을 보니 부축은 안 해 주어도 되겠지. 죽 잘 맞는 연놈끼리 부둥켜 안고 가든지 하라고 하면 되겠다. 안 그래도 지금 한창 룸메이트 녀석이 마이를 부축해 주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둘이 함께 걸으려다 보니 걸음이 늦어지나 보다. 이번에는 내가 앞장서는 모양새가 되어서 우리들은 이 넓은 땅을 탐험하고 있었다. 이 넓은 땅이라고 하니 이름이 너무 길다.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던전? 일단은 건물 안에 있으니 동굴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던전이라고 부르자니 조금 그렇네. 던전은 당장이라도 적들이 튀어나올 것 같은 위험한 분위기를 품은 단어이다. 그렇다면 뭘까. 으음······, 그래, 유적지 정도라고 이름 붙여둘까.

우리는 이 유적을 탐험하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우리 학교 기숙사 정도면 충분히 유적이라고 부를 만 하기는 하다. 내가 이 학교 처음 다녔던 게 60년도 더 전이니 말이다. 그나저나 그때는 지하에 이런 유적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어쩌면 내가 졸업하고 난 뒤, 비교적 최근에 생긴 건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얼마나 더 가야 돼?"

마이도 이 변함없이 그저 까맣기만 한 풍경이 지겨웠나 보다. 분명 내가 말렸을 때 자기가 괜찮다고 해서 들어온 것 아니었나? 그것도 2번이나 말렸다. 처음에, 그리고 다리를 접질렀을 때. 정말이지 신물나는 녀석이다. 이 나이 먹고 어린애 투정이나 받아주느라 나도 조금 신경이 예민해 진 건가. 아니면 나도 마이처럼 이제는 지긋지긋해진 것인가. 괜히 신경이 곤두서는 느낌이다.

"걱정하지마. 조금만 더 걸어가면 될 거다."

젠장, 내가 이런 근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허언이나 내뱉는 신세가 될 줄이야. 그러나 아이의 머리로는 이런 근거 없는 말들도 자신이 듣기에 좋은 말이기만 하면 된다. 그렇기만 하면 긴장된 마음이 조금은 풀어진다. 다 큰 어른인 내가 듣기에는 무책임한 말로 들려 오히려 역효과가 나겠지만, 마이와 내 룸메이트 녀석은 내 말을 듣고 조금은 기운이 난 듯하다.

"에헤헤, 그렇겠지?"

사고 회로가 단순해서 좋겠다. 나도 정말이지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그렇게 믿고 싶다. ······이 촛불 거의 꺼져 가거든.

이 촛불 꺼지면 앞뒤로도 양옆으로도 아무것도 안 보이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어떨까. 내 뒤에는 몸도 정신도 지친 애들이 2명이나 있다. 과연 그들이 그 상황에서 공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어둠이 도래하면 나도 저들을 막기 어렵다. 제발, 뭐든 좋으니 이 불씨를 대체할 만한 것이 나와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아아, 신이시여! 오랜만에 부르는 듯한 이름이네. 만나고 나서 한 달도 채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그리워지네요. 그런데 신이시여, 저의 간절한 바람을 듣고 저것을 보내주신 것입니까? 제 불씨가 꺼질 것을 염려하여 보내주신 것입니까?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저걸 보내주신 것입니까!

분명 뭐든 좋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하필이면 저런 게 나올 건 또 뭐람. 아아, 앞으로 간절히 무언가를 바랄 때는 잘 생각해서 빌어야겠다. 그래, 뭐든 좋긴 하지만 저것만은 빼고 달라고 빌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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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탑의 소문 3 22.08.08 23 1 12쪽
16 탑의 소문 2 22.08.07 22 1 13쪽
15 탑의 소문 22.08.06 26 1 16쪽
14 보상금 소동 6 22.08.05 25 1 17쪽
13 보상금 소동 5 22.08.04 28 1 12쪽
12 보상금 소동 4 22.08.03 26 1 15쪽
11 보상금 소동 3 22.08.02 46 1 15쪽
10 보상금 소동 2 22.08.01 28 0 14쪽
9 보상금 소동 22.07.31 28 1 14쪽
» 기숙사 탐험 3 22.07.30 34 1 14쪽
7 기숙사 탐험 2 22.07.29 36 1 14쪽
6 기숙사 탐험 22.07.28 43 1 14쪽
5 학교생활 22.07.27 53 1 14쪽
4 편입 시험 22.07.26 67 1 14쪽
3 나의 장례식 22.07.25 90 1 14쪽
2 환생 후의 기억 22.07.24 151 1 15쪽
1 그날의 기억 22.07.23 265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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