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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이젠 이변없는' 정찬성, 하늘도 돕는 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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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 조제 알도와의 맞대결에서 선보인 투혼은 정찬성을 체급 내 상위클래스 강자로 올려놓았다. ⓒ 수퍼액션


UFC 라이트헤비급 인기 파이터 차엘 소넨(36·미국)은 독설가로 유명하다.

발언 강도가 세다는 정도를 넘어 ‘창의적 독설’을 쉴 새 없이 내뱉어 팬들 사이에서 ‘소넨 어록’까지 돌 정도다. 소넨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 압박형 그래플러 스타일인 소넨은 좋은 성적에도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독설을 퍼부으며 캐릭터를 확실하게 구축했다. 팬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프로격투기 세계에서 기량 외 또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나마 소넨은 잘 풀린 케이스다.

상당수 파이터들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캐릭터 만들기에 상당히 공을 들인다. 특히, 파이팅 스타일이 화끈하지 못한 선수들이 캐릭터마저 미미하면 생존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찬성은 복 받은 파이터다. ‘본의 아니게(?)’ 치르는 경기마다 명승부를 연출, 어느새 동양인 가운데 최고의 인기 파이터가 됐다. UFC 전 체급으로 넓혀도 정찬성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위치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2010년 4월, WEC 48에서 열린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전은 정찬성의 격투 인생을 바꿔놓았다. 터프하고 근성 있는 파이터로 유명한 가르시아를 맞이해 당시 무명의 정찬성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세기의 난타전을 펼쳤다.

수많은 현지 팬들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동양권 선수가 경기 내내 미친 듯이 옥타곤을 휘젓자 단숨에 매료됐다. 당시 정찬성의 경기는 UFC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포레스트 그리핀-스테판 보너전과 비교될 정도였다. UFC 다나 화이트 대표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호감을 표시했다.

비록 아쉽게 판정패하기는 했지만 ‘코리안 좀비’ 티셔츠까지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는 등 정찬성 입지의 대전환 계기가 됐던 중요한 경기였다. 가르시아와 정찬성은 궁합(?)이 잘 맞았다. 1차전에서 명성을 얻었다면, 2차전에서는 명성 재확인 및 연승 가도의 탄력을 받았다. 정찬성은 1차전에서의 아쉬운 판정패를 통쾌한 서브미션 승으로 되갚았다.

그것도 ‘트위스터(Twister)'라는 실전 경기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기술로 승리를 낚았다. 단순히 통쾌한 리벤지 매치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당시 정찬성이 선보인 트위스터는 미국 스포츠매거진 가 선정한 종합격투기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서브미션 기술20'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 경기 상대 마크 호미닉은 정찬성과 맞붙기 직전 타이틀전을 치렀던 최상위권 강자였다. 미국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정찬성이 호미닉을 꺾을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제대로 가속이 붙은 정찬성의 위력은 대단했다.

지배적인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호미닉을 넉아웃으로 눕혔다. 그것도 경기 시작 7초 만에 거둔 KO승. 호미닉은 기습공격을 준비한 듯 공이 울리기 무섭게 거친 펀치를 앞세워 달려들었지만 침착하게 펀치를 흘려보낸 정찬성은 곧바로 카운터펀치를 꽂은 뒤 파운딩을 퍼부어 이변을 일으켰다. 챔피언 알도와도 접전을 벌였던 '투지의 화신' 호미닉이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지난해 5월 더스틴 포이리에(24·미국)전 역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차세대 챔피언감으로 꼽힐 만큼 체급 내에서 손꼽히는 유망주인 데다 스탠딩은 물론 그래플링 기량까지 뛰어나 “접전만 펼쳐도 성공”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정찬성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던 이들을 또 깜짝 놀라게 했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도 포이리에를 잠식하며 다스 초크로 끝냈다. 포이리에 기세에 밀리지 않고 과감하게 플라잉니킥을 시도하는 정찬성의 담대함은 차기 챔피언감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었다.

챔피언 조제 알도(26·브라질)와의 맞대결에서 선보인 투혼은 정찬성을 체급 내 상위클래스 강자로 올려놓았다. 비록 4라운드에서 불의의 어깨부상으로 분패했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전 세계 격투팬들을 열광케 했다. UFC 최고의 타격가로 분류되는 알도를 맞이해서도 대등한 스탠딩 대결을 선보였다. 승패에 관계없이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대목이다.

정찬성은 어떤 강자와 붙어 이긴다 해도 딱히 이변이라는 수식을 할 수 없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쉽지는 않겠지만 알도를 꺾어도 이변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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