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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론다 로우지에게 없고 홀리 홈에게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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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 로우지에게 KO패를 안긴 홀리 홈. ⓒ 게티이미지
UFC 여성 밴텀급 챔피언 ‘암바 여제’ 론다 로우지(28·미국)가 무너졌다.

로우지는 15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알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193 여성 밴텀급(60.7kg이하) 타이틀전에서 도전자인 홀리 홈(33·미국)에게 충격의 KO패를 당했다.

극강의 챔피언으로 불린 로우지를 무너뜨린 도전자는 홀리 홈이다. WBF, WBAN, WBC 등 수많은 단체에서 뛰며 챔피언 벨트를 두른 ‘복싱계의 전설’ 홈은 전성기가 지난 2011년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미르코 크로캅이 그랬듯 천부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금세 MMA무대에 적응하며 10전 전승으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그렇다고 해도 로우지를 꺾은 것은 대이변이다. 로우지의 전적은 다른 선수들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로 압도적이다. 12번을 싸우는 동안 한 번의 패배도 없는 것은 물론 판정까지 버텨낸 상대조차 없었다. 단 한번을 빼고는 모두 1라운드에 끝내버렸다. 체급 장악력만 놓고 따졌을 때는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았다.

누구와 싸우든 로우지의 승리를 의심하는 의견은 없었고, 얼마의 시간이 걸리느냐에 관심이 쏠렸을 뿐이다. 같은 체급에 존재했던 리즈 카무치(30·미국), 사라 맥맨(34·미국), 캣 진가노(32·미국), 베스 코레이아(32·브라질), 미샤 테이트(28·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존재했지만 그녀들은 로우지를 제외한 채 2인자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로우지의 존재감은 차원이 달랐다.

이를 입증하듯 로우지는 홈에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채 경기가 끝난 후 영화촬영 등 다른 활동에 더 관심을 쏟았고 팬들과 관계자들 역시 당연하듯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홈이 벌인 기적 같은 승리는 과거 프로복싱 헤비급 무대에서 무적의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마이크 타이슨이 제임스 ‘버스터’ 더글라스에게 무너진 경기에 버금간다는 평가다.

둘의 싸움은 예상한대로 서로의 파이팅 스타일을 그대로 살리면서 펼쳐졌다. 파워 그래플링이 주특기인 로우지는 평소대로 전진하며 압박을 펼쳤고, 타격가인 홈은 옥타곤을 넓게 쓰는 아웃파이팅 스타일로 맞섰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패턴으로 겨룬 것이다.

그래도 홈은 서두르지 않았다. 섣불리 공격을 펼쳐 클린치 상황을 허용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스텝을 살려 거리를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타격거리에 로우지가 들어오면 큰 타격보다는 짧고 정확하게 맞추고 사이드 스텝을 통해 다시 거리를 벌렸다. 로우지의 내구력을 감안했을 때 단번에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보고 장기전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

홈의 전략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로우지는 평소대로 약한 타격을 감수하면서도 근접거리를 잡고 클린치 상황에서 단번에 끝내려 했지만 냉정한 홈은 거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복서 출신답게 간결한 펀치에도 힘이 실려있어 잽과 스트레이트가 수시로 정타로 들어갔고 로우지의 얼굴은 금세 붉게 물들었다.

홈에게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라운드 중반 로우지는 테이크 다운을 성공시키며 주무기인 암바를 시도했다. 하지만 홈은 이를 잘 막아낸 후 다시 스탠딩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한술 더 떠 1라운드 막판에는 역으로 로우지를 테이크 다운시키며 지켜보던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로우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입을 벌리며 지친 기색까지 드러냈다.

2라운드에 들어서자 본격적으로 홈이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로우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압박이 먹혀야만 경기가 풀린다. 그동안 맞붙은 상대들은 로우지의 그래플링이 두려워 제대로 주먹을 못 내고 뒷걸음질 치다가 밸런스를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홈은 스텝을 적극 활용해 클린치 상황을 최대한 피하며 자신의 타격 리듬을 꾸준하게 이어나갔고, 이는 스탠딩 싸움에서의 절대 우세로 이어졌다. 애당초 클린치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로우지의 타격수준으로는 복싱-킥복싱 무대에서 맹위를 떨친 홈을 잡아낼 수가 없었다.

매 경기 상대의 리듬을 깨던 로우지였지만 이날만큼은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홈은 점차 적극적으로 자신의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고 결국 펀치에 데미지를 입은 상태에서 강력한 하이킥을 얻어맞으며 옥타곤 바닥에 무너지고 말았다. 절대 주인이 바뀔 것 같지 않았던 UFC 여성 밴텀급 챔피언 자리에 새로운 얼굴이 등록되는 순간이었다.

팬들은 로우지 패배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챔피언 홈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특히 ‘악동’, ‘마녀’ 캐릭터를 띠고 상대와 무수한 충돌을 일으켰던 로우지와 달리 겸손하고 정의로운 이미지의 홈의 캐릭터에 호감을 보이는 팬들도 많았다. 체급 내 새 바람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절한 캐릭터의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했다는 의견도 많다.

그동안 로우지는 쓰러진 상대를 배려하기보다는 도발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등 끝까지 거침없는 이미지를 선보였다. 반면 홈은 기적 같은 엄청난 승리를 만들어냈음에도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자제한 채 쓰러진 로우지를 걱정하고 위로하는 온화한 모습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비록 최고의 흥행메이커 로우지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 대체자로서 손색이 없음을 확인한 부분이었다. 화끈한 타격가면서 겸손하고 착한 스타일의 홈은 로우지를 제외한 선수들 중 캐릭터상으로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물론 이제 막 챔피언이 된 홈은 벨트를 지키기 위한 많은 가시밭길이 예정돼있다. 아직까지는 그래도 로우지에 비해 다소 상대하기 수월해 수많은 도전자들의 표적이 돼있을게 분명하며, 로우지와의 2차전도 대비해야한다. 올해 최고의 경기를 만들어낸 홈이 ‘깜짝 챔피언’이 아닌 ‘롱런 챔피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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