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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무색무취' 마동현, 투지만 있었다

21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서 있었던 UFC Fight Night '에드가 vs. 코리안 좀비'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파이터는 단연 메인이벤트를 맡은 '코리안좀비' 정찬성(32·코리안좀비MMA)이었다. 정찬성은 실전에 강한 선수답게 대회가 열린 경기장을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차게 만들었다.

당초 정찬성의 상대는 'T-CITY' 브라이언 오르테가(28·미국)였다. 그러나 시합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오르테가가 부상으로 하차했고 베테랑 '더 앤써(The Answer)' 프랭크 에드가(38·미국)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상대가 갑자기 바뀌었다는 점에서 야이르 로드리게스(27·멕시코)전의 악몽이 떠오르기도 했으나 정찬성은 동요하지 않았다. 정확도 높은 타격을 앞세워 이름값 높은 에드가를 1라운드 3분 18초만에 TKO로 제압했다. 승리를 기대했던 국내 팬들과 격투계 관계자들조차 예상보다 더 압도적인 정찬성의 경기력에 혀를 내두르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코리안좀비 타임'이었다.

그 외 이날 대회에 출전했던 상당수 코리안 파이터들이 좋은 결과를 냈다.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32·부산 팀 매드)는 리우 핑위안(26·중국)의 저돌적인 파이팅에 다소 고전했으나 장기인 레슬링을 앞세워 그라운드 게임을 펼친 끝에 2-1 판정승을 가져갔다.

'닌자 거북이' 박준용(28·코리안탑팀) 또한 기동성 있는 타격전을 통해 마크 안드레 바리올트(30·캐나다)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으며 지난 데뷔전의 아쉬움을 딛고 UFC 첫 승을 신고했다. '격투기 강백호' 정다운(26·코리안탑팀)은 마이크 로드리게스(32·미국)에게 강력한 한방을 터트리며 1라운드 KO승을 거두며 UFC 2연승의 기염을 토했다.

한편 정찬성 다음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코리안 슈퍼보이' 최두호(28·부산팀매드)는 이번에도 패배의 아픔에 울어야했다. 연패 후 오랜만에 가지는 경기이기는 했으나 홈에서 치르는 경기인데다 상대 역시 신진급 파이터인 찰스 조르댕(24·캐나다)인지라 화끈한 승리가 예상됐다. 안타깝게도 최두호는 이번에도 무너지며 3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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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에스트로' 마동현
ⓒ UFC 아시아제공


 
선봉을 맡았던 마동현, 무색무취 플레이로 침몰
 
이날 코리안 파이터의 선봉은 '마에스트로' 마동현(31·부산 팀매드)이 맡았다. 옥타곤에서 7경기를 소화한 베테랑(3승 4패)인지라 첫 승전보가 기대됐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서울대회는 마동현에게 기회와 아픔을 함께 줬다. 당시 마동현과 붙었던 상대는 도미니크 스틸(31·미국), 체급도 라이트급이 아닌 웰터급이었다.

어렵게 찾아온 UFC 데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동현은 갑작스럽게 출전 제의를 받아 경기 준비도 부족한 상태에서 상위체급 상대와 시합을 가졌다. 투지를 불태웠지만 완력에서 밀리며 경기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부산대회는 달랐다. 당시와 입지도 다르고 충분히 준비도 했다. 서울대회의 아쉬움을 자신에게 익숙한 부산에서 갚을 필요가 있었다. 연패도 끊어내야 했다. 그만큼 오마르 모랄레스(34·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승리가 절실했다.

상대인 모랄레스는 타격이 위협적인 무패 스트라이커다. 낮게 들어가는 로우킥으로 상대 움직임에 어려움을 준 뒤 송곳 같은 펀치 연타를 꽂아 넣는 플레이에 능하다. 투지 넘치는 성격을 가진 선수답게 사전 인터뷰에서 "마동현과의 난타전도 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모랄레스는 장기인 로우킥은 물론 기습적인 하이킥까지 시도하며 다양하게 마동현을 공략했다. 마동현은 모랄레스가 들어오는 타이밍에서 펀치 카운터를 노렸다. 하이킥을 차다가 모랄레스에게 킥캐치를 당해 테이크다운을 허용했으나 기무라 공격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하위움직임으로 반격에 나섰다. 다만 1라운드 종료공이 울릴 때까지 오랜 시간 깔려있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동현의 반격이 거셌던지라 모랄레스 역시 상위 포지션을 잡고도 마음 놓고 파운딩을 치지 못했다. 2라운드에서도 초반 흐름은 비슷했다. 양 선수는 앞손 싸움을 펼치며 서로의 거리를 체크하며 카운터 타이밍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다만 펀치 위주의 마동현에 비해, 모랄레스는 로우킥, 미들킥에 스피닝킥까지 시도하며 쓸 수 있는 수에서 앞서는 분위기였다. 양 선수다 서로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던지라 탐색전이 길었다. 공격시도나 유효타 적중개수에서는 모랄레스가 앞서나갔다.

점수에서 밀리는 것으로 예상됐던지라 마동현은 3라운드에서 승부를 걸 필요가 있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마동현 또한 전진스탭을 밟으며 압박 빈도를 늘렸다. 하지만 점수에서 앞서는 모랄레스 입장에서는 급할 게 없었다. 서두르지 않고 마동현을 지켜보며 자신의 흐름대로 움직임을 가져갔다.

그 과정에서 위험한 스피닝킥이 마동현의 머리 쪽에 들어갔고, 승기를 잡은 모랄레스는 1라운드 때처럼 탑 포지션을 잡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갔다. 마음이 급해진 마동현이 급하게 일어나려고하자 그 틈을 타서 모랄레스의 묵직한 파운딩이 연이어 들어갔다.

결국 마동현은 별다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채 심판 만장일치 판정패의 쓴잔을 들이키고 말았다. 홈에서 연패를 끊지 못했다는 점에서 데미지가 큰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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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팅' 최승우
ⓒ TNS 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승우, 부산에서 첫승 신고... 겨울은 끝났다
 
무에타이 국가대표 출신 '스팅' 최승우(26·MOB/TNS엔터테인먼트)는 그동안 옥타곤에서 장신을 살린 자신의 타격을 맘껏 뽐낼 상대가 없었다. 데뷔전에서 만난 모브사르 에블로예프(25·러시아)를 비롯해 두 번째 상대였던 개빈 터커(33·캐나다)까지, 하나같이 그라운드 압박이 강력헤 타격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웠다.

에블로예프와 터커의 파워 그래플링 앞에서 최승우의 신장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수만 모크타리안(27·호주)은 상성 면에서도 할 만했다. 최승우는 자신감 있게 펀치를 내고 킥을 차며 모크타리안을 압박했다. 케이지 구석에 가둬놓은 채 빰클린치 후 니킥 공격도 시도했다.

모크타리안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하이킥도 과감하게 날렸다. 마치 고삐가 풀린 야생마 같았다. 케이지 구석에서의 클린치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2라운드에서도 최승우의 타격 압박은 계속됐다. 모크타리안의 몸 쪽에 미들킥이 들어가자 찰싹 소리가 났다.

1분 30여초가 지나는 시점에서 최승우가 가속을 올렸다. 모크타리안을 코너에 가둬놓고 펀치와 킥 연타를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경기를 끝낼 수도 있는 타이밍이었으나 모크타리안은 가드를 굳힌 채 견디어냈다. 최승우는 탑포지션을 장악한 채 주먹은 물론 팔꿈치로도 파운딩공격을 퍼부었다. 모크타리안의 얼굴이 피로 물들었다.

3라운드에서도 최승우의 압박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모크타리안의 손가락이 최승우의 눈을 찔러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승우는 길게 쉬지 않았다. 좋은 타이밍이 끊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듯했다. 프런트킥을 차고 펀치를 냈다.

그런 상황에서 최승우는 첫 위기를 맞았다. 모크타리안에게 위험한 공격을 허용하고 휘청거렸다. 역전 기회를 잡은 오크타리안은 호기롭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최승우는 물러서기보다 맞불을 택했다.

카운터를 내며 모크타리안의 맹공을 저지시켰고, 그라운드로 끌고가 불리한 흐름을 끊어냈다. 그리고 그라운드 컨트롤을 통해 탑포지션에서 모크타리안의 남은 시간을 지워버렸다. 맹렬한 파운딩이 거침없이 들어갔다. 넉 아웃만 없었을 뿐 완승이었다.

이번 부산대회에서의 승리는 최승우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소득이 많다. 연패로 입지가 좁아진 상태에서 옥타곤 첫승을 신고하며 한숨 돌린 것을 비롯 다양한 타격기를 쏟아내며 재미있는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스트라이커라는 것도 증명했다. 타격능력은 검증된 만큼 약점인 테이크다운 방어만 어느 정도 보강될 경우 반등도 예상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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