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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역대급 미스매치, 변수는 메이웨더의 노쇠화?

'세기의 대결’ 맥그리거vs메이웨더를 말한다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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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은 흥행성을 제외하면 역대급 미스매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SHOWTIME 제공

복싱의 매력은 두 주먹으로 서로 맞붙어 상대를 링 바닥에 때려눕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단순한 이런 요소가 오랜 시간 동안 복싱을 인기 스포츠로 발전시켰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본질은 역시 극단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나눠진다는 부분이다. 링에 들어서는 순간 양 선수는 동등하지만 경기 후 결과에서는 결코 동등할 수 없다. 웃는 자가 있으면 우는 자가 있다. 양 선수 모두 경기 후 고개를 떨구기보다는 한쪽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메이웨더는 프로생활 내내 웃어온 승리자다. WBC 슈퍼페더급을 시작으로 라이트급, 라이트 웰터급, 웰터급, 슈퍼 웰터급에 이르기까지 5체급을 정복했다. 만만치 않은 강자들과 49번을 싸워오는 동안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전승(26KO)의 기록을 남겼다.

메이웨더의 승리비결은 간단하다. 쉴새 없이 상대를 때리면서도 정작 자신은 거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싱은 철저한 채점의 스포츠다. 넉아웃으로 상대를 때려눕히지 않는 이상 무조건 정타를 많이 넣은 쪽이 이긴다. 메이웨더는 프로생활 내내 정타싸움에서 한 번도 밀려본 적이 없다.

짐승을 방불케 하는 빼어난 동체시력에 빠르고 탄력 넘치며 기술까지 뛰어났다. 거기에 원체 영리한지라 경기의 흐름을 잡아가는데 있어서도 마스터였으면서도 작전수행능력까지 완벽했다. 이 중 하나만 제대로 구사해도 공격을 성공시키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부분에서 빈틈을 보이지 않았기에 역대 최고의 디펜더 혹은 아웃복서로 불릴 수 있었다.

넘을 수 없는 벽? 이변 터지면 '핵폭탄급'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대결이 '역대급 미스매치'로 불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복싱은 어떤 격투 스포츠보다도 선수층이 두텁다. 무수한 단체에 걸쳐 체급이 세분화되어있다. 어지간히 뛰어난 복서도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 정도다. 킥복싱 무대에서 정상급 펀처로 군림하던 레이 세포, 마크 헌트 등이 무명복서의 벽조차 넘지 못했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맥그리거는 UFC 페더급·라이트급 최고의 펀처로 불린다. 우월한 사이즈를 바탕으로 상대의 빈틈에 묵직하고 정확한 카운터를 꽂아 넣는데 능한 '왼손잡이 저격수'다. 많이 움직이는 편은 아니지만 경기 흐름을 잡아가며 상대를 압박하고 작은 허점도 놓치지 않는 킬러 본능이 돋보인다.
 
입장 메이웨더2.jpg
 메이웨더는 어지간한 복서들과 차원이 다를만큼 빼어난 테크니션이다.
ⓒ SHOWTIME 제공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종합격투기에 한해서 해당된다. 맥그리거는 복싱에서는 초보나 다름없다. 구태여 메이웨더까지 갈 것도 없이 마이너단체 무명랭커들과 맞붙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UFC에서 쌓은 많은 경력은 복싱이라는 또 다른 종목에서는 무용지물이 될 공산도 크다.

하물며 상대는 메이웨더다. 정상권에서 활약하던 무수한 메이저단체 세계랭커들에게 절망을 안겨준 '탑 오브 더 탑' 복서다. 복싱의 상식에서 보면 절대 성사될 수가 없는 매치업이다. 맥그리거의 흥행성과 UFC 챔피언이라는 메리트가 머니파이트라는 요소로 조각이 맞춰졌기에 만들어진 빅이벤트라 할 수 있다.

유일한 변수는 메이웨더의 '노쇠화'와 '공백 기간'

메이웨더의 고난도 테크닉은 질적 양적으로 공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메이웨더는 다양한 스탭을 활용한 움직임에 짐승을 방불케 할 정도로 반응속도가 좋다. 어지간한 상위권 선수들은 잽조차 제대로 맞추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서 메이웨더는 가드마저 탄탄하다. 안면을 탄탄하게 덮는 형태의 하이가드는 물론 앞손을 슬쩍 내린 형태의 필리쉘가드까지 자유로이 구사한다. 물론 어떤 자세에서도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전광석화처럼 펀치를 낼 수 있다.

메이웨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 테크닉으로는 단연 '숄더 롤(Shoulder roll)'이 첫손에 꼽힌다. 숄더 롤은 어깨로 상대의 펀치를 방어하거나 흘려버린 후 카운터를 노리는 기술이다. 이전에도 숄더 롤을 즐겨 쓰는 복서들은 상당수 있었지만 메이웨더처럼 자유롭게 구사하는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상대가 폭풍 같은 연타를 몰아쳐도 메이웨더는 최소의 움직임으로 실용적 숄더 롤을 구사한다. 잠시 발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꾸준히 상대의 정면과 측면으로 대치하고, 펀치가 닿는 거리를 멀게 만든다. 반대로 자신은 적은 움직임으로 리치가 길어지는 효과를 꾸준히 얻어간다.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공격을 피하고, 어깨를 들어 올려 상대의 펀치를 흘리듯 막아내거나 감각적으로 쳐내 궤도를 바꿔버리는 기술은 신기에 가깝다.

어깨를 완전히 집어넣어 몸을 틀면서 치는 유형의 잽과 별다른 예비동작 없이 몸을 날리듯 던져서 때리는 라이트는 메이웨더의 전매특허다. 둘 다 상대의 허를 찌르고 무엇보다 순간적으로 리치가 길어지는 효과가 발휘되는지라 상대 입장에서는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빗나가거나 가드에 막힐 경우 반격을 당할 우려가 있어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웨더는 이같은 기술을 쓰는 데 있어서 거침이 없다. 워낙 빠르고 간결한 데다 타이밍을 잘 잡기 때문이다. 다른 기술 역시 마찬가지겠지만 메이웨더는 어떤 동작을 펼치든 다음 움직임을 펼치는 데 있어서 늘 막힘이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유일한 변수는 메이웨더의 노쇠화와 공백 기간이다. 1977년생인 메이웨더는 2년 전에 은퇴한 상태이며 이번 맥그리거전을 위해 임시로 복귀한 상태다. 적지 않은 나이에 공백 기간까지 있던지라 아무래도 전성기 기량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반면 1988년생인 맥그리거는 현재가 신체적·기량적으로 전성기다.

물론 아무리 그러한 요소를 들이민다 해도 복싱룰로 펼쳐지는 경기인 만큼 메이웨더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같은 요소마저도 변수에 넣지 않으면 둘의 경기는 흥미를 느끼지 못할 만큼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만다. 역대급 미스매치에서 이러한 변수가 얼마나 승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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