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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짜릿한 역전승' 젊은 선수 이겨낸 베테랑의 전략

'대장군'은 웃고, '수퍼 사모안'은 울었다. 각각 UFC 라이트헤비급, 헤비급에서 활약 중인 '대장군' 마우리시오 쇼군(37·브라질)과 '수퍼 사모안' 마크 헌트(44·뉴질랜드)의 희비가 엇갈렸다. 둘은 2일(한국 시간)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42에서 각각 타이슨 페드로(27·호주), 저스틴 윌리스(31·미국)와 맞붙었다.

많은 나이로 인해 예전의 기량을 상당 부분 상실한 두 노장에게 페드로와 윌리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몸 상태가 예전같지 않은 만큼 자신보다 크고 한참 젊은 선수와의 맞대결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를 입증하듯 쇼군과 헌트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경기 중 애를 먹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쇼군은 1라운드의 위기를 딛고 3라운드 43초 펀치 TKO승으로 대 역전승을 가져간 반면 헌트는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비록 예전만큼의 기량은 보여주기 힘든 상태지만 두 노장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동양 단체가 세계 격투계를 지배하던 프라이드 시절부터 인기스타로 명성을 굳혔기 때문. 노장이 된 지금까지 팬들의 변치 않는 성원을 받고 있다. 대전 상대를 떠나 둘의 경기는 남다른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 후 쇼군 팬들은 쇼군을 지켜보며 함께 환호할 수 있었으나 헌트 팬들은 아쉬움을 삼켜야만했다.
 

쇼군.jpg
 '대장군' 마우리시오 쇼군
ⓒ UFC


 
포기하지 않는 쇼군, 변화된 작전이 승리를 가져오다
 
옥타곤 중앙을 선점한 채 성큼성큼 압박하는 쪽은 쇼군이었다. 자신(185.42cm)보다 우월한 사이즈(190.5cm)를 가진데다 스피드까지 겸비한 젊은 선수를 상대할 방법은 사실상 그것 밖에 없었다.

페드로는 거리를 두고 사이드로 돌면서 빈틈을 노렸다. 그리고 타격 거리가 나왔다싶은 순간 지체 없이 원투 스트레이트를 격발시켰다. 페드로의 주먹은 가드 사이를 뚫고 안면에 적중됐고 충격을 받은 쇼군은 휘청거렸다. 기회를 잡았다싶은 페드로는 거칠게 몰아붙였으나 쇼군은 케이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외려 펀치로 반격을 가하며 만만치 않게 대응했다.

하지만 쇼군에게 진짜 큰 위기는 다음이었다. 운이 없었던 헤드버팅 이후 쇼군은 상당한 충격을 입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페드로의 니킥과 펀치 연타가 연이어 쏟아졌다. 그대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위기였으나 노장 쇼군은 이를 악물고 버티어냈다.

통산 7승 모두를 1라운드에 기록할 만큼 초반 결정력이 좋은 페드로였음을 감안했을 때 쇼군의 투지가 인상적인 라운드였다. 자신의 코너로 돌아가는 쇼군의 다리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반면 페드로는 좋은 기회를 놓쳤다. 페드로가 1라운드를 넘긴 적은 딱 한 번 있었는데 아쉽게도 패배를 기록했다. 그런 점에서 1라운드 마무리 기회를 놓쳤다는 점은 묘한 불안감이 들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2라운드에서 쇼군은 전략에 변화를 줬다. 1라운드에서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었던지라 거리를 두고 타격전을 펼치면 불리하다고 판단한 듯 했다. 거리를 좁힌 채 근접 타격전을 펼치는 듯 하더니 이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전장을 그라운드로 바꿨다. 무리해서 공격을 하기보다 포지션을 유리하게 잡아놓고 1라운드에서 잃은 점수를 찾아가려는 전략이었다. 작전 변경은 대 성공이었다. 쇼군은 2라운드에서 단 한대의 유효타도 허용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점수를 가져갔다.

2라운드에서 페드로는 오른쪽 무릎에 부상을 입은 듯 했다. 때문에 3라운드에 접어들자 쇼군의 압박에 불편한 표정으로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쳤고 기회를 놓치지 않은 쇼군의 펀치가 터졌다. 이어진 파운딩에 페드로는 속수무책이었고 심판은 스톱사인은 냈다. 쇼군전 패배로 페드로는 커리어 첫 연패에 빠지게 됐다.
 

헌트.jpg
 '수퍼사모안' 마크 헌트
ⓒ UFC


윌리스의 지루한 파이팅, 고별전 마무리가 아쉬웠던 헌트
 
헌트와 윌리스의 대결은 거리 싸움에서 갈렸다. 1라운드 초반 서로 타이밍을 엿보는 가운데 윌리스가 미들킥을 차자, 헌트가 로우킥으로 되돌려줬다. 헌트는 평소에 잘 안 쓰는 미들킥까지 적극 활용하며 주먹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 과정에서 정강이 쪽 피부가 찢겨져 피가 흘러내렸다.

먼저 압박을 시도하기보다는 상대를 끌어들이는 타입의 윌리스는 공격을 아끼며 헌트의 움직임을 살폈다. 시종일관 가벼운 잔타격만 시도하며 사이드로 돌았다. 윌리스가 거리를 두고 돌다보니 헌트 역시 펀치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윌리스의 복부에는 헌트의 핏자국이 선명이 남아있었다. 헌트의 미들킥이 어느 쪽으로 들어갔는지 확연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2라운드에서도 윌리스는 여전히 소극적이었다. 헌트와 타격전 자체를 벌일 생각이 없어보였다. 간간히 잽을 던지며 끈질기게 바깥쪽으로 돌고 또 돌았다. 헌트 또한 윌리스의 태클을 의식해 무리해서 파고들지는 못했다.

중반을 넘어가자 헌트가 속절없이 따라가는 가운데 윌리스의 잽이 조금씩 적중률이 높아져갔다. 윌리스는 철저히 자신의 플랜을 준비하고 나온 듯 했다. 시원하게 치고받는 것을 즐기는 헌트로서는 답답할 노릇이었다. 정강이쪽 피부 부상이 영향을 끼친 듯 1라운드 때처럼 킥을 적극 활용하지도 못했다.

3라운드에서도 윌리스의 얄미운(?) 파이팅은 계속됐다. 충격은 거의 없었지만 유효타에서 밀리는지라 판정으로 가면 무조건 헌트가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른바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공격'이라도 필요해보였다. 복부를 노리고 스트레이트를 치려고 하면 윌리스가 카운터를 시도했다.

자신보다 큰 선수가 스텝까지 살려 아웃파이팅을 펼치니, 헌트의 얼굴에는 짜증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뚜벅뚜벅 걸어 다니는 인파이팅으로는 윌리스의 아웃파이팅을 깰 수가 없었다. 결국 그대로 경기는 종료됐고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윌리스의 전략은 승리를 위해서는 좋았지만 지켜보는 관중들로서는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헌트로서도 거기에 어떤 대응을 할 수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더욱이 옥타곤 고별전이 될 수도 있는 무대인지라 더욱 그랬다.

윌리스는 경기 후 공손하게 관중들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인터뷰 시에도 헌트를 배려하는 등 뒤늦은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의 파이팅 스타일을 고수해서는 인기적인 측면에서 주목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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