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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일기


[노총각일기] 고2 때 처음 먹은 햄... 정말 놀랐어요

 

고2 때 처음 먹은 햄... 정말 놀랐어요

노총각이 노총각들을 위해 쓰는 일기(16) 햄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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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수시로 통햄을 잘라 김치통에 넣어서 식량을 비축한다.
ⓒ 윈드윙

 


참치 캔, 맛살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가공식품 햄. 할인매장을 가든 동네슈퍼를 가든 아주 쉽게 구할 수 있는 간편 식재료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유독 햄에 대한 애정(?)이 깊은 편이다.

일반적인 사각통 햄은 물론 각종 줄줄이 비엔나까지, 어지간해서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 편이고 일 주일에 최소 아홉끼 이상은 햄을 직접 섭취하거나 햄으로 만든 요리를 먹는다. 그나마 '스팸' 종류는 덜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뿐 다른 반찬이나 요리와 함께 있으면 스팸이 먼저다. 어쩌다 지인들과 한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햄이 든 반찬이 나오면 누가 뺏어 먹을까 싶어 후다닥 젓가락질하기 일쑤다.

'늦게 배운 고기 맛(?)이 오래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내가 햄을 처음 먹어본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다.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기는 했지만 시골집에서 살다 보니 먹을 기회도 없었고, 또 구태여 찾아먹을 생각도 안 했다. 그전까지 안 먹어 봤기 때문에 그렇게(?) 맛있는지도 미처 몰랐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이었을까? 친구들이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원시인' 취급을 받을 때도 종종 있다. 하기야, 작은 지방도시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이미 다른 친구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햄을 먹어 왔으니까(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거기에 비하면 나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세상 속에서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계란 프라이'도 중학교 때까지는 아주 드물게 먹은 편이었으며 그나마 먹은 계란 음식은 거의 밥솥에서 같이 쪄낸 형태의 이른바 '계란찜'이었다. 하기야 피자도 군대 제대하고 한참 있다 먹었으니까 말 다했다. 심지어 바나나도 20살 때 처음 먹어봤다. 남들은 다 어릴 때 경험하고, 먹었던 것을 난 참으로 늦게 알고, 늦게 먹었다.

아무튼 고등학교 때 처음 햄 맛을 본 나는 '중이 고기 맛을 알면 어쩌고 저쩐다'는 옛말처럼 주식처럼 햄을 즐겨 먹었고, 이런 습관은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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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줄이 비엔나 햄은 쓰임새가 많다.
ⓒ 윈드윙

 


그냥 씹어 먹어도 맛있는 '햄'

햄을 사랑하는 나는 통 햄을 그냥 잘라서 먹는 것을 즐긴다. 어젯밤에도 사다놓은 커다란 통 햄을 도마 위에서 부엌칼로 썽둥썽둥 잘라서 반찬통에다 집어넣은 후 일부는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맛있었다. 밤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거나 웹서핑을 할 때도 배가 고프면 잘라놓은 햄을 먹거나 비엔나 소세지를 과자 봉지처럼 품에 안고 쏙쏙 집어먹는다. 피자나 치킨만 콜라와 환상궁합이 아니다. 햄을 집어먹으면서 콜라와 먹으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나는 군대 이등병 시절부터 취사장 주위를 얼쩡거렸는데 이유는 단 하나, 햄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취사병 고참은 부식으로 남은 커다란 통 햄을 주곤 했다. 일반적으로 슈퍼에서 파는 햄들보다도 한결 컸다. 나는 여지없이 그런 것들을 통째로 몇 개씩 먹어댔다. 아무리 햄을 좋아한다지만 지금 생각해 봐도 대단한 식성이었다.

아무리 배고픈 시절이었고 양이 컸다 해도 그 큰 햄을 몇 개씩 먹어대고 멀쩡(?)할리는 없었다. 햄을 그렇게 먹다 보면 밥맛이 없어져서 음식을 남기곤 했는데 그로 인해 고참들한테 수없이 깨졌다. 그래도 난 꿋꿋하게 통햄을 애용했다. 무서운 고참들마저 나의 햄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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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대찌개는 언제 어디서 먹어도 맛있다.
ⓒ 윈드윙

 


'부대찌개'와 '고추장 햄 비빔밥'

나도 각종 찌개를 골고루 좋아한다. 김치찌개도 좋고 된장찌개도 좋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하는 찌개는 '부대찌개'다. 군대시절 당연히 가장 좋아했고 이후에도 밖에 나가서 가장 자주 먹는 음식 역시 부대찌개다. 부글부글… 배고플 때 듣는 부대찌개 끓는 소리는 그야말로 고문이다.

거주 지역에 부대찌개 전문집이 있는데 수시로 가는 편이며 시간대가 안 맞거나 사무실 일이 많아 돌아다니기 힘들면 분식집에 뚝배기 부대찌개를 주문한다. 조금씩 맛은 다른 편이지만 딱히 호불호는 느껴지지 않는다. 햄이 많이 들어가 있고 부글부글 매콤하게 잘 끓어 있으면 다 맛있다.

가끔 햄은 별로 안들어가있고 라면 사리나 당면만 잔뜩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조금 슬프다. 늦은 밤 주문할 데가 없으면 그냥 냄비에 김치와 라면스프 등을 햄과 함께 넣고 조리해서 먹기도 한다. 식당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뭐니뭐니 해도 이제껏 내가 먹은 햄 음식 중 1위는 이른바 '고추장 햄 비빔밥'이다. 어디에서 파는 게 아니다. 그냥 배고플 때 급조해 먹는, 나만의 음식 1호일뿐이다. 조리가 너무도 간단하면서도 어지간히 연속으로 먹어도 질리지 않는 탓에 햄을 알게 된 순간부터 꾸준히 먹었다.

너무 배가 고프면서도 만사가 귀찮을 때가 있다. 이때는 라면 끓여먹는 것조차 노동으로 느껴진다. 정말 그럴 때 딱이다. 그리고 라면보다 맛있고 영양도 낫다(?). 잘라놓은 햄 조각을 커다란 그릇에 밀어 넣고 고추장, 김치(혹은 열무김치), 참기름을 넣고 그냥 쓱쓱 비비면 된다. 뜨거운 밥에 비벼야 맛있지만 여건이 안 될 때는 찬밥에 비비기도 한다. 배고팠던 자취생 시절 허기를 채우는 최고의 수단이었는데 지금까지도 변치 않고 애용하고 있다.

요즘은 살림살이가 나아진 관계로 치즈 조각을 넣거나 맛살을 같이 넣는 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쇠고기 다시다와 계란으로 맛을 낸 국물이나 계란찜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아마도 이러한 햄 사랑은 결혼해서도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댓글 6

  • 001. Personacon 마아카로니

    15.04.10 08:47

    고추장 햄 비빔밥 만들어봐야겠어요.

  • 002. Personacon 윈드윙

    15.04.10 23:52

    쉽고 간단하고 맛있어요 ㅋ

  • 003. Lv.39 마지막한자

    15.04.10 20:29

    저 햄...지금 먹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계란 풀어서 잘 입히고 구어 먹으면 꿀맛 >

  • 004. Personacon 윈드윙

    15.04.10 23:52

    오오~ 그것도 한번 해봐야겠네요 ㅋ

  • 005. Personacon 현설

    15.04.12 22:46

    줄줄이 비엔나는 정말 유혹적인 몸매와 식감을 갖고 있어요.
    햄 별로 안좋아하는데, 비엔나는 마트에서 한참 보고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막는답니다.
    악! 그냥 잤어야하는데, 여 들어와서 먹고 싶어졌어요. ㅠㅠ

  • 006. Personacon 윈드윙

    15.04.26 07:21

    아쿠 ㅋㅋ 인생머있어요 걍 먹어버리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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