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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깨지는 아성' 벨라스케즈-산토스, 꺼지는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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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즈와 산토스가 예전 같지 않은 신체능력과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모든 체급내 랭커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UFC
‘모아이석상’ 케인 벨라스케즈(33·미국)와 '시가노'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1·브라질)의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둘은 UFC 헤비급을 대표하는 부동의 ‘양강’이었다. 벨라스케즈는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함께 ‘인류최강 계보’를 잇는 파이터라 추앙받았고, 산토스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으로 불리던 ‘최강의 2인자’였다.

벨라스케즈와 산토스의 아성은 좀처럼 깨질 줄 몰랐다. ‘4인방’을 이루었던 브록 레스너(37·미국), 쉐인 카윈(40·미국)이 몰락의 길을 걸었음에도 이들만큼은 아래서 치고 오르려는 강자들을 어김없이 격파하며 위세를 굳건히 했다. 헤비급 랭킹은 둘을 빼고 3위부터 논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1,2위만큼은 확고부동했다.

벨라스케즈와 산토스는 기술적인 부분은 차치하고 힘, 체력, 내구력 등에서도 약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벨라스케즈는 헤비급 치고 신장은 크지 않았지만 드럼통 같은 두꺼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가 셌다. 강력한 레슬러면서 스탠딩에서의 타격도 뛰어난 벨라스케즈의 최대 장점은 무한 체력이었다.

5라운드 내내 잠시도 쉬지 않고 스탠딩-그라운드에서 압박을 거듭하는 파이팅 스타일에 상대 선수들은 질리기 일쑤였다. 상대의 타격에도 개의치 않고 밀고 들어가 펀치를 휘두르는가하면 넘어뜨리고 또 넘어뜨리며 돌주먹 파운딩을 퍼부었다. 단순한 패턴이었지만 상대 선수들은 뻔히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산토스 역시 벨라스케즈처럼 단순하지만 강했다. 주로 두 주먹을 통해 게임을 풀어나갔다. 맷집이 좋고 파워가 강한 데다 몸놀림까지 민첩해 공수에서 압박이 컸다. 정면 타격전을 피해 넘어뜨리고 눌러놓는 게 최상의 공격법이었지만 워낙 테이크다운 능력이 뛰어나고 넘어진다 해도 빠르게 일어나 상대하기 매우 난감했다.

난공불락으로 불리던 둘이 올해 들어 연달아 무너지며 팬들을 충격에 빠졌다. 상대들 역시 신성이 아닌 전성기가 지나 한물간 것으로 평가절하됐던 프라이드 출신 노장파이터들이다. 나이도 벨라스케즈, 산토스 보다 많다.

벨라스케즈는 지난 6월 14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아레나에서 펼쳐진 UFC 188 'Velasquez vs. Werdum'에서 파브리시오 베우둠(38·브라질)에게 완패했다. 장기인 레슬링은 베우둠의 주짓수 앞에 빛을 잃었고, 스탠딩 타격 대결에서도 밀리며 체면을 구겼다.

베우둠을 상대로 벨라스케즈는 어떤 영역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스탠딩에서는 베우둠의 긴 팔과 다리를 살린 무에타이 스타일에 고전했고 클린치 싸움에서도 신장을 살린 빰 클린치 전략에 더티복싱 조차 살리기 어려웠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체력이 고갈되어 헉헉거리는 벨라스케즈의 모습. 그동안 벨라스케즈가 괴물로 불린 배경에는 체력의 영향이 컸다. 페더급의 ‘산소탱크’ 프랭크 에드가(33·미국)와 비교될 정도였는데 벨라스케즈가 뛰는 체급은 헤비급이라는 점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베우둠과의 경기에서 벨라스케즈는 이상할 정도로 체력 면에서 고전했다.

한편, 산토스는 지난 2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암웨이 센터서 열린 ‘UFC on FOX 17’대회에서 알리스타 오브레임(35·네덜란드)에게 넉아웃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보여줬던 경기력과 성적 그리고 특유의 맷집 등을 감안했을 때 산토스가 질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거짓말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산토스의 화력을 잘 알고 있는 오브레임은 신중하게 경기를 펼쳤다. 중심이 무너질 만큼 큰 공격 보다는 잔 타격 위주로 탐색했다. ‘특기’인 클린치도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공격이 빗나갈 경우 이어질 거센 반격 때문이었다. 산토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보여준 신체능력 자체에서는 산토스가 더 강한 것이 사실이지만 오브레임의 한 방을 의식한 전략이었다.

둘은 팽팽한 거리싸움을 벌였고 그런 가운데 오브레임의 한 방이 터지며 승패가 결정됐다. 전략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있던 오브레임은 좀처럼 타격거리를 허용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사우스포와 오소독스를 오가며 혼선을 줬다. 산토스가 불의의 한 방을 허용한데는 이러한 오브레임의 전략적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오브레임전에 나섰던 산토스의 몸은 한창 좋았을 때와 비교해 겉으로 봐도 확연히 슬림했다. 터질 듯한 근육은 온데간데없었다.

현재 헤비급은 전국시대로 접어든 양상을 띠고 있다. 챔피언 베우둠은 아직 다양한 도전자들을 상대로 검증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이가 많다. 정상을 차지하고 있을 시간이 길지 않다.그런 상황에서 벨라스케즈와 산토스가 예전 같지 않은 신체능력과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모든 체급내 랭커들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안개 속으로 빠져든 헤비급의 내년구도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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