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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이 빠진’ 표도르, 아직 잃지 않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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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 벨라토르 캡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2·러시아)가 다시 뛰고 있다.

표도르가 지난달 29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로즈먼트 올스테이츠 아레나서 열린 ‘벨라토르 198’ 헤비급 그랑프리 8강에서 전 UFC 헤비급 챔피언 출신 프랭크 미어(39·미국)를 1라운드 넉아웃으로 잡아냈다.

경기 후 케이지 안으로 차엘 소넨(41·미국)이 난입했다. 앞선 8강에서 퀸튼 '람페이지' 잭슨(40·미국)을 누르고 4강에 선착한 소넨은 표도르와 결승행 티켓을 놓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UFC 시절 주로 미들급에서 활약했던 소넨은 체격 조건 자체는 표도르에 앞서 팽팽한 승부를 예상한다.

최근 효도르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게 사실이다. 프라이드 몰락 후 다른 단체로 무대를 옮겨 팀 실비아 등과 격전을 벌일 때만 해도 파급력이 있었다. 지금은 과거의 얘기가 됐다. 여전히 두꺼운 팬층을 자랑하지만 ‘MMA하면 표도르’를 연상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표도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량 저하다. 표도르는 헤비급치고 작은 체격이지만 놀라운 신체능력과 영리한 플레이로 올라운드 파이터의 대명사로 불렸다.

헤비급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빠른 스피드와 유연한 몸놀림에 타격과 그라운드를 고루 갖춰 다양한 하이라이트를 연출했다. 무시무시한 핸드 스피드를 앞세워 속사포 같은 연타로 거구의 파이터를 침몰시키고, 예상하지 못했던 한 방과 서브미션으로 경기를 끝냈다.

간혹 불안한 장면도 노출했지만 결국은 승리로 이끌었고, 그러한 매력에 팬들은 흠뻑 빠졌다. 표도르와 맞붙는 상대 역시 그러한 아우라에 경기 전부터 기가 죽었다. 황제라는 별명에 걸맞은 캐릭터였다.

무기 잃어도 잃지 않는 돌격 모드

최근 표도르는 타격가, 주짓떼로, 레슬러 순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한 방을 갖춘 타격가 맷 미트리온(40·미국)과는 정타를 주고받은 끝에 내구력에서 밀려 넉아웃으로 패했다. 주짓떼로 미어와는 타격전 양상으로 한 방씩 주고받고 모처럼 유도식 테이크다운으로 위기를 탈출한 끝에 카운터를 꽂으며 역전승을 거뒀다.

두 경기 모두 1라운드 초반에 승패가 갈렸을 정도로 빨랐다. 다음에 붙을 소넨은 ‘닥태클(닥치고 태클)’이 빛나는 압박형 레슬러다. 표도르 자신은 과거와 달리 카운터 펀치 하나만을 무기로 보유한 원패턴 노장이 됐지만 상대하는 선수들은 제각각 스타일이 다르다.

프라이드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 입장에서 현재의 표도르는 낯선 아쉬움까지 느껴진다.

프라이드 시절 한창 좋았을 때의 표도르는 유형을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격파했다. 최고의 타격가 미르코 크로캅에게는 예상을 깨고 타격으로 맞붙을 놓으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렇게 크로캅의 진을 뺀 후 그라운드에서 눌러놓으며 낙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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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도르는 4강에서 소넨과 대결한다. ⓒ 벨라토르

강력한 주짓떼로면서 복싱실력까지 겸비한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를 상대로는 누구도 꺼려했던 그라운드로 과감하게 들어가 탑 포지션에서 거침없는 파운딩을 쏟아내 ‘마의 가드’를 깨뜨렸다.

방어가 썩 좋지 못한 표도르는 위협적인 태클의 레슬러 마크 콜먼을 맞이해서 쓰러진 뒤에도 하위포지션에서 리버스 암바를 작렬시키며 서브미션 이해도가 높지 않은 콜먼을 잡아냈다.

현재의 표도르는 안타깝게도 크로캅, 노게이라, 콜먼을 잡아냈을 때의 어떤 플레이도 제대로 펼쳐내지 못한다. MMA는 그간 끊임없이 발전했지만 역으로 표도르는 노쇠화로 인해 지녔던 기량마저도 제대로 펼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표도르의 호전적 스타일과 도전 정신은 여전하다. 미트리온, 미어와의 경기에서 빈틈이 발견되기 무섭게 과감히 공격에 들어갔다. 결과를 떠나 팬들 역시 조금도 눈을 떼지 못하고 표도르의 움직임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표도르를 가리켜 흘러간 클래식 시대의 한물간 옛 지배자 정도로 폄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무기를 잃었음에도 여전히 돌격모드가 살아있다는 것은 팬들로 하여금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게 만든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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