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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누르마고메도프 챔피언 등극 '반쪽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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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라이트급 챔피언 누르마고메도프(오른쪽).ⓒ 게티이미지
말 많았던 UFC 라이트급 타이틀의 주인이 드디어 바뀌었다.

새로운 챔피언 벨트는 예상대로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의 괴물 레슬러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의 차지가 됐다.

토니 퍼거슨, 맥스 할로웨이 등 매치 예정이었던 빅네임 상대들이 옥타곤에 오르지 못하게 된 가운데 이들에 비해 기량이 떨어지는 알 아이아퀸타(31·미국)는 누르마고메도프 앞에서 변수가 되지 못했다.

지난 8일(한국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펼쳐진 UFC 223 메인이벤트는 누르마고메도프를 위한 무대였다. ‘랭킹 11위’ 아이아퀸타가 이름값에서는 누르마고메도프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기세가 좋고 레슬링 실력도 갖췄다는 점에서 이변의 가능성을 제기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전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의 버스습격 등 사건사고가 많았던 대회라 또 하나의 ‘역대급 업셋’이 일어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하지만 무패 질주(25연승) 중인 누르마고메도프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안정적 플레이로 아이아퀸타를 압도한 끝에 5라운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알고도 못 막는 그라운드 패턴, 묵직한 잽까지…

갈수록 전략과 전술이 발전하는 현대 MMA에서 패턴이 간파 당한다는 것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한때 생소함을 무기로 가장 까다로운 파이터로 불렸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발목을 잡힌 료토 마치다가 대표적 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다르다. 그와 싸우는 모든 상대는 이미 누르마고메도프가 어떻게 나올지 너무도 잘 안다. 패턴을 알면서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어 멘탈까지 붕괴되기 일쑤다.

아이아퀸타는 옥타곤 중앙을 차지한 채 압박을 시도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어설프게 피해 다니기보다 몸을 낮춰 테이크다운에 대비하면서 카운터를 노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아퀸타의 발목을 잡은 누르마고메도프는 그대로 들어 올려 틈을 만들어내며 첫 번째 테이크다운에 성공했다. 아주 작은 접촉만으로 상대를 그라운드 ‘심해’로 끌고 들어가는 러시아 흑마법사다웠다.

아이아퀸타도 만만치는 않았다. 레슬링 방어가 좋은 선수답게 몸을 일으키며 반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이아퀸타가 몸을 일으킬 때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끈질기게 달라붙어 다시 넘기기를 반복했다.

2라운드에서도 아이아퀸타는 회피보다 압박을 택했다. 들어오는 순간 카운터 한 방을 노리기 위해 뒷손을 장전했다. 문제는 누르마고메도프가 카운터를 노릴 수 있는 기회를 봉쇄했다 것이다.

살짝 몸이 닿았다 싶은 순간 아이아퀸타는 또 그라운드로 끌려갔다. 일어나는 솜씨 하나만큼은 누르마고메도프가 상대했던 마이클 존슨, 에드손 바르보자 보다 나았다. 거기까지였다. 누르마고메도프는 탑과 백 포지션을 오가며 무심한 표정으로 넘어뜨리기를 반복했다.

3라운드 역시 비슷한 전개였다. 아이아퀸타는 신중하게 한 방을 노렸고, 누르마고메도프는 펀치를 하면서도 태클 타이밍을 엿봤다. 인상적인 것은 누르마고메도프의 잽 공격이다. 옆으로 돌면서 때리는 잽에 아이아퀸타의 얼굴은 피투성이로 변해갔다. 누르마고메도프의 잽도 상당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라운드에서 누르마고메도프는 잽과 연타를 섞으며 타격전에서도 앞서갔다. 마치 아이아퀸타가 인파이터고 누르마고메도프가 아웃복서 같았다. 답답해진 아이아퀸타가 누르마고메도프의 다리를 잡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하기도 했다. 타격전에 자신감이 생긴 누르마고메도프는 훅, 어퍼컷, 미들킥 등으로 이어지는 현란한 콤비네이션까지 구사했다.

5라운드에서 넉아웃 밖에 방법이 없다고 느낀 아이아퀸타는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누르마고메도프의 타격이 날아오는 시점에 과감하게 카운터를 걸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조금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부지런히 잽을 넣고 타격으로 압박하다가 케이지에 가두어놓은 상태에서 또 테이크다운에 성공한다.

3~4라운드에서 타격전을 테스트했을 뿐,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넘길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듯했다. 아이아퀸타의 일어나는 솜씨는 여전했지만 누르마고메도프는 백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등 뒤에 올라탄 채 종료공이 울렸다. 누르마고메도프의 완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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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맥그리거든 퍼거슨이든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 게티이미지
힘과 기술에 영리함까지 갖춘 챔피언, 더 강해질 가능성 충분

아이아퀸타와의 타이틀 결정전을 통해 누르마고메도프는 많은 것을 보여줬다.

5라운드 판정 승부까지 치달은 것만 보면 누르마고메도프가 고전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기 내내 누르마고메도프는 위험한 순간이 없었다. 의도한대로 경기를 운영하며 낯선 5라운드를 즐기는 듯했다.

물론 아이아퀸타가 잘 싸운 것은 맞다. 아이아퀸타는 타격, 그래플링이 모두 좋고 체력, 맷집, 파워 등에 걸쳐 특별한 약점이 없는 파이터다. 한마디로 밸런스가 좋다. 그런 아이아퀸타를 맞아 누르마고메도프는 마치 이것저것 시험해보는 듯했다. 옥타곤 밖에서의 이미지나 평소 인터뷰를 보면 열혈남아 같지만 옥타곤에서 만큼은 냉정하고 영리했다.

알고도 못 막는 수준의 파워 그래플링을 갖춘 선수들의 경우, 작은 타격들은 무시하면서 ‘닥공(닥치고 공격)’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누르마고메도프는 다르다. 최대한 데미지를 받지 않으면서 자신의 플레이를 펼친다. 연승행진을 해오면서 누르마고메도프가 상대의 공격에 크게 데미지를 입거나 얼굴이 엉망이 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차원이 다른 그래플링을 구사하는 누르마고메도프를 공략하려면 스탠딩에서의 타격전을 통해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하지만 아이아퀸타전에서 보여준 누르마고메도프의 타격 실력은 자신이 그래플링만 갖춘 반쪽 파이터가 아님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누르마고메도프는 회피 능력이 상당히 좋고 경기 운영 또한 잘한다. 상대가 자신의 그래플링을 경계하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타격전에서 우위를 점하는 영리한 플레이도 잘한다. 이날 경기에서 아이아퀸타는 누르마고메도프에게 상당히 많은 잽을 허용했다. 누르마고메도프 잽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모든 신경이 테이크다운 방어에 쏠리다보니 벌어지는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누르마고메도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맥그리거든 퍼거슨이든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반쪽 파이터가 아님을 제대로 보여준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얼마든지 롱런도 가능해 보인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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