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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이야기] 한명회 아닌 여인의 살생부…우리 시대 진짜 괴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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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온라인 만화공모대전 대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웹툰 ‘살생부(김종훈 작)’는 조선팔도를 수양대군 일파가 완전히 장악하고 득세하던 시절 그들에 맞서 싸우는 한 맺힌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 김종훈 작가

‘살생부(殺生簿)’ 야사에 따르면 '칠삭둥이'로 유명한 조선시대 최고의 모사꾼 한명회(韓明澮)는 계유정난 때 주군인 수양대군에게 당시 조정판도를 뒤흔들 명부를 올렸다.

명부에는 조정대신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기록됐다. 이름이 표기된 위치에 따라 죽일 자와 살릴 자의 이름이 구분됐다. 결국, 계유정난 당시 한명회는 이 살생부를 토대로 무사들에게 지시를 내려 입궐하는 대신들의 목숨을 좌지우지했고 단시간내 조정을 장악하게 된다.

Daum 온라인 만화공모대전 대상 수상작으로 유명한 웹툰 ‘살생부(김종훈 작)’는 조선팔도를 수양대군 일파가 완전히 장악하고 득세하던 시절 그들에 맞서 싸우는 한 맺힌 이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수양대군 일파가 살생부를 이용해 정권의 중심에 섰듯 이번에는 정체모를 여인 한 명이 자신만의 살생부를 만들어 반격을 가한다.

여인의 복장은 언뜻 보기에도 심상치 않다.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엉망으로 풀어헤친 긴 머리에 곳곳이 찢어진 의복은 은밀한 부위만 겨우 가려졌다. 그간 많은 사투를 벌여온 듯 팔다리에는 수많은 상처가 있다. 양손에는 철로 만든 손톱형 무기를 장착했고, 무엇보다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하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여인은 앞으로 벌어질 처절한 사투를 예고한다. 여인은 눈 덮인 겨울 숲에서 거대한 백호와 마주한다. 엄청난 크기의 백호는 ‘백수의 왕’답게 굉장한 위용을 드러내지만 여인의 얼굴에서 두려움 따위는 묻어나지 않는다.

그저강한 투지만 드러내고 있는데 그런 여인의 입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예시하는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네놈이 마지막이다. 너를 마지막으로 나는 귀신이 된다.”

귀신, 괴물…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백성들 사이에서 그러한 단어로 불리게 됐다. 조선팔도에서 의기양양하게 세력을 뽐내던 벼슬아치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당한 시체들은 멀쩡한 게 없었다. 깊은 원한을 상징하듯 갈가리 찢겨져 있는 것이 마치 포악한 산짐승에게 당한 듯 보일 정도였다.

교활한 한명회 일파는 백성들이 귀신으로 부르는 그녀의 동선을 어느 정도 파악했지만 좀처럼 잡지 못한다. 여인의 움직임은 인간의 상식을 초월한 듯 빨랐고 다양한 살인초식은 수많은 무사들을 무력케 했다. 민심은 흉흉해지고 살인이 이어질수록 실세에 빌붙어 사는 벼슬아치들은 불안에 벌벌 떨었다.

KBS 드라마 '공주의 남자', 영화 '관상' 등 수양대군과 한명회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는 무수히 많다. 그만큼 격동의 시기였고 각종 암투와 반란의 꽃이 사방에서 피어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은 이시기를 상상하며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다.

‘살생부’ 역시 마찬가지다. 귀신으로 불리는 여주인공 외에 수많은 가상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수양대군, 한명회, 신숙주, 성삼문, 김종서 등 상당수는 실존인물들이다. 이들이 뒤섞여 또 다른 줄거리를 만들어내며 독자들은 좀 더 깊이 빠져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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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는 다양한 전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묘한 메시지와 여운을 많이 남긴다. ⓒ 김종훈 작가

‘살생부’는 상당히 하드코어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가장 민감한 부분인 폭력과 섹스를 과감하게 표현하고 있다. 때론 은밀하게 때로는 대놓고 노출하며 힘이 넘치는 그림체와 함께 작품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거기에 당시의 암담했던 시대상과 민초들의 잔잔한 정도 빼놓지 않고 있다. 피가 튀는 와중에도 여체의 아름다움을 그려내며 지켜보는 독자들의 눈동자 색깔을 바꿔버리고 주인공과 악당들의 일장일단이 이어지는 ‘밀당’을 통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살생부’는 다양한 전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묘한 메시지와 여운을 많이 남긴다. 여주인공은 귀신 혹은 괴물로 불리고 있지만 약자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 그리고 과거가 밝혀질수록 독자들은 아무도 여인을 그런 존재로 보지 않는다. 여인을 그렇게 만든 탐욕에 물든 권력자들이 진짜 괴물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뿐이다.

여주인공은 원리원칙을 지키다 피해를 입은 반듯한 리더들과 대다수 죄 없는 민초들을 대신해 그들과 싸움을 벌인다. 뜻을 같이하는 소수의 동료들도 생길 듯 보이지만 상대해야 될 적들은 너무나도 크고 거대하다.

'살생부’는 일단 재미라는 틀에 독자들을 가두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작품이 진실로 추구하는 것은 탐욕을 명분으로 위장한 채 갑질을 거듭하고 있는 이 시대 진짜 괴물들을 향한 경종일수도 있다. ‘살생부’는 독자들을 대신해 정의로운 명단을 적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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