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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이야기


[만화이야기] 피와 땀이 튀는 리얼격투기 '프로레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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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거 마스크' 애니메이션 중

피와 땀이 튀는 리얼격투기 '프로레슬링'
'전설을 포효한다' 타이거 마스크(3)

현실(?)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만화 '타이거 마스크'의 프로레슬링은 말 그대로 프로들이 하는 레슬링, 최고의 실전격투기다. 언제 어떤 기술이 걸릴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한순간의 방심은 곧바로 패배로 연결된다. 지금의 'UFC' 못지않은 박진감이 항상 경기장에 맴도는 것이다.

종합격투기가 유명해지면서 필승기술인 암바나 파운딩, 초크 등이 격투기 팬들에게 익숙함으로 다가왔듯이 '타이거 마스크'속 프로레슬링에서는 코브라 트위스트, 몽키 토스, 백 드롭, 엉덩이 찍기 등이 간판기술로 인기를 누렸다.

다소 쇼 같았지만 로프의 반동을 이용한 정면, 측면 그리고 공중공격 등은 프로레슬링의 백미로 만화 속에서 생생히 표현되었다. 어떤 면에서는 만화니까 가능한 것도 다분했지만 그 바탕이 되는 장면은 역시 프로레슬링 현장에서 보이는 기술들로 '타이거마스크'는 일종의 리얼격투판타지를 보여준 셈이라 하겠다.

스포츠, 특히 격투기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개성적인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나름대로의 특징이 뚜렷하지 않으면 관중 동원이나 개인 홍보에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프로레슬링은 다른 어떤 격투스포츠보다도 유리한 점이 많다. 특히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변장을 하고 나온 이른바 복면레슬러들은 관중들에게 신비감·혐오감·공포감 등 다양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만화 '타이거 마스크'에서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나 있다. 주인공인 '타이거 마스크' 자체가 호랑이 가면을 쓴 복면레슬러고 사자, 두건, 피에로 심지어는 온몸을 붕대로 감싼 미라까지… 다양한 복면캐릭터들은 주연과 조연을 넘나들며 극적 흥분감을 준다.

그 외 2대2 또는 3대3 형식의 태그매치, 단체로 철장 안에서 벌이는 '서바이벌 매치'까지 어떤 면에서는 프로레슬링이니까 가능한 대결구도들이 '타이거 마스크'에서 보인다.

WWF의 인기 속에서 등장한 '스카이 레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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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년 11월 소년중앙에 연재되었던 '타이거 마스크'
ⓒ 한국만화자료원

부활한 타이거 마스크 또는 타이거 마스크의 추억에 관해 논하고 글을 쓰면서 빼먹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가 90년대 초반 <아이큐점프>에 연재된 장태산 화백의 프로레슬링만화 '스카이 레슬러'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은 침체한 국내 프로레슬링 인기가 잠깐이나마 솟아올랐던 때가 아닌가싶다. 아니 당시는 PRIDE나 K-1이 출범하지 않은 때니까 프로레슬링만이 아닌 종합격투기 전체의 인기가 상승했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록 인기의 주역이 국내 레슬러들이 아닌 미국 무대의 WWF 슈퍼스타들이었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지금처럼 체계화·거대화 된 종합격투기 대회는 없었지만 당시에도 분명히 비슷한 형식의 대회는 있었다. 하지만 어떤 종목의 어떤 대회도 WWF만큼 전 세계적인 인기는 누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도 아니었고 단지 위성방송과 일부 매체에 소개된 게 전부인데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었다.

WWF의 최고스타였던 헐크 호건의 크로스라인과 워리어의 고릴라 프레스는 크로캅의 하이킥, 효도르의 파운딩 만큼이나 유명했다. 물론 여기에다 대고 기술의 실전성 등을 논하면 얘기는 복잡해지겠지만 말이다.

80년대 후반 혜성처럼 등장한 만화잡지 <아이큐점프>는 '드래곤볼'이라는 최고의 일본만화를 선봉장에 내세워 국내만화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었는데 만화 외에 주력아이템으로 서비스를 하던 것이 다름 아닌 WWF에 관한 소식들이었다.

WWF의 인기에 편승해 당시 국내만화가들은 앞다투어 WWF 프로레슬링을 소재로 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단연 '스카이레슬러'였다. 극화 만화의 대가 장태산 화백이 <아이큐점프>에 야심 차게 그려나간 이 작품은 많은 마니아 층을 형성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1982년 '불꽃'으로 데뷔한 장태산 화백은 당시의 시대상이나 인기프로그램들을 만화 소재로 종종 사용했는데 그만이 구사할 수 있는 강렬한 그림체에 영화 같은 전개방식으로 지금까지도 한 시대를 풍미한 대가로 손꼽히고 있다.

짧지만 굳은 전개가 돋보인 무협극화 '귀문도'와 '소림사의 회오리바람' 미국사회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의 현실과 인종차별, 더불어 교포들의 아픔이 인상적이던 '야수라 불리는 사나이' 거지왕 김춘삼의 일대기를 다룬 '풍운영웅' 어린이용 인기영화를 만화화한 '애니'와 '또마' 홍콩영화 호소자를 연상시킨 '나간다 용호취' 추억의 액션영화 매드맥스를 떠오르게 한 '드래곤 2088'그리고 '83mm.73mm.41.5mm' '넉넉한 털보마차' '도시의 터널' '술잔 속에 핀 하얀 순백의 꽃' '칭기즈칸' '지킬박사와 하이드' '대륙의 꿈' '사이킥' '스피드홀릭' '도시의 이력서' '빈들에 서다' 등등…

그는 결코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다양한 소재를 찾아가는 흔치않은 스타일의 만화가였다.

되살아난 타이거의 전설 '스카이레슬러' 복면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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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면레슬러는 관객들에게 묘한 흥분과 신비감을 전해주는 마력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재미에 빠져 읽기만 했던 '스카이 레슬러'였으나 지금 와서 돌아보니 이 작품은 전시대의 프로레슬링만화 '타이거 마스크'를 상당부분 인용한 듯싶다. 물론 그림체나 캐릭터, 배경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표절이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지만 인용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일단 스토리의 굵은 줄기에서 '타이거 마스크'와 '스카이 레슬러'는 무척이나 많이 닮아있다.

먼저 '타이거 마스크'의 줄거리.

전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고아원 출신인 소년이 호랑이 굴이라는 곳에 들어가 지상세계와 다른 혹독한 수련을 받고 엄청나게 강한 프로레슬러가 되어 바깥으로 나와 고아원을 돕고, 더불어 자신을 배신자로 치부한 호랑이 굴의 악역 레슬러들과 싸우는 것이 큰 줄기다. 여기에 당시에 실존한 프로레슬링계의 스타급 선수들이나 인기인들이 가상의 레슬러들과 혼합해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장편의 마지막 대목에서 타이거마스크는 결국 죽고 말지만, 죽어가면서 남긴 타이거가면으로 그의 도움을 받은 고아원소년이 또 다른 '타이거 마스크2세'가 되어 내용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카이 레슬러'의 줄거리는 어떤가?

갈 곳 없는 고아들을 키우며 말없는 선행을 실천하고 있던 프로레슬링 세계챔피언 아놀드 파머는 어깨부상으로 링을 떠난다. 그러나 고아들의 양육비가 필요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링으로 돌아와 이번에는 악역레슬러로 악명을 떨친다. 그러나 프로레슬링계의 떠오르는 젊은 강자의 야비한 술수에 링 위에서 목숨을 잃는다.

졸지에 뿔뿔이 흩어지게 된 고아들. 주인공 역시 그들 중 하나였고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일부 한국인 출신 젊은이들이 다시 모이게 된다. 주인공을 보고 반가워하는 아가씨와 친구.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똑똑하던 주인공은 바보가 되어 있었고 자꾸 엉뚱한 행동만 일삼는다. 그런 주인공의 행동에 주변인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실 주인공의 정체는 일본만화 '타이거 마스크'에서도 그랬듯 암흑의 레슬링계에서 무서운 비기를 전수받고 나온 베일에 싸인 '무적의 복면레슬러' 복면 엑스였으니…

마스크를 쓴 채 정체를 숨기는 무적의 레슬러. 화려한 '공중살법' 액션, 친한 이들 앞에서는 바보 같은 주인공이나 일단 마스크만 쓰면 180도 변하는 인물. 주인공의 가장 편안한 안식처 고아친구들, 주인공에게 레슬링기술을 가르쳐주었으나 결국은 적이 되고 마는 악의 집단, 평범한 소년이 은인의 아픔에 따라 레슬링 계에 입문하는 과정, 실사 캐릭터와 가상 캐릭터의 묘한 섞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점이 많은 두 작품이었으나 전혀 다른 그림체와 시대적 배경의 '스카이 레슬러'는 '타이거 마스크'와는 또 다른 이미지로 팬들에게 다가선 것이 아닌가싶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카이레슬러'에는 당시 인기를 누렸던 WWF의 슈퍼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물론 이름은 약간씩 변형된 상태였지만 프로레슬링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거의 흡사한 모습들로 그려졌다.

당시 WWF의 '절대영웅'으로 군림했던 헐크 호건, 생각만큼 전성기는 길지 않았지만 한때 헐크 호건의 인기를 위협할 만큼 훌쩍 커버렸던 '최후의 전사' 워리어, 사나운 경찰관 이미지로 뚜렷한 개성을 자랑했던 빅보스, 실제보다도 훨씬 더 강하게 묘사되었던 '죽음의 장의사' 언더테이커, 괴기스러운 이미지로 어필했던 '공포의 2인조' 리전오브돔, 그리고 '살인청부업자'로 불리던 히트 맨(Hit Man)까지.

당시 WWF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심지어는 세계적인 복싱프로모터 돈킹에 마이크 타이슨까지 모습을 보였다.

연재 당시의 폭팔적 인기를 등에 업고 단행본으로 나오는 등 전성기를 누렸으나 시간이 흘러서인지 아니면 당시 인기를 끌던 WWF 슈퍼스타들이 뒤안길로 사라져서인지, 지금은 거의 잊혀가고 있는 한때의 명작 '스카이레슬러'

인터넷 만화방 같은 곳에서 흔적을 찾을 수는 있으나 어찌된 일인지 19세 이상 관람가인 성인만화로 분류되어 있다.

현실의 캐릭터를 바탕으로 '타이거마스크'가 부활한 것처럼 국내 레슬러 중 누군가가 '복면 엑스'로 변신해 침체에 빠진 프로레슬링계에 새바람을 일으켜주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잠시 해본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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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거 마스크' 애니메이션 중 

댓글 2

  • 001. Lv.41 괴인h

    12.11.28 22:39

    스카이 레슬러가 단순한 아류작만으로 구분할수 없는 것이... 주인공의 고아원 친구가 같은 프로레슬러가 되고, 같은 고아원 출신의 여자가 히로인으로 그 둘 사이에서 고뇌하죠.
    아놀드 파머를 죽였던 프레드릭은 몰락이 시작되어 그걸 반전하기 위해 제물을 노리고, 덮쳐드는 타이거 홀의 암살자들과 주인공의 정체를 모르고 복면 엑스를 압박해오는 친구 석찬. 그리고 갈라지기 시작한 우정과 운명...
    특히 타이거 홀에서 봉인된 필살의 살인기 엑스를 사용해서 상대 레슬러를 재기불능의 패인으로 몰고 가고, 그 희생자 중 가장 마지막의 희생자가 친구 석찬이라는 점.
    당시 wwf라는 소재를 빌려왔지만, 작가 자신의 역량으로 단순한 시대적 인기를 탄 그저 그런 작품이 아니라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을 명작급이었습니다.
    지금도 아놀드 파머가 악역 레슬러 노릇을 할때, 링의 황태자 프레드릭의 도발에 빡쳐서 그를 엄청난 테크닉으로 처절하게 바르다가, 부서진 어깨의 약점을 들켜 비열한 수단 끝에 패하고 죽는 장면... 그리고 그로 인해 영웅 아놀드 파머가 정체를 숨기고 악역 레슬러 짓을 했다는 거에 실망한 팬들의 질타 등으로 인해 고아원이 풍비박산 나던 전개는 잊어지지가 않습니다.

  • 002. Personacon 윈드윙

    12.11.28 23:26

    오옷~!^^ 스카이레슬러의 애독자이셨던 모양이군요. 상세한 설명에 저도 당시 장면들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ㅎㅎㅎ 좋은 댓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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