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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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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최근연재일 :
2021.11.10 22:29
연재수 :
2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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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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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13,856

작성
14.07.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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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5
추천
33
글자
12쪽

3. 천의검문의 소문주 (6)

DUMMY

성주를 배알한 다음, 우리는 마차를 타고 객잔으로 돌아갔다. 객잔에 돌아와서 화려하게 꾸며진 방에 돌아와도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대체....”


왠지 더욱 무겁게 느껴지는 비도를 꺼내들고는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변변한 장식 하나 없는 비도는 어찌 보면 투박해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만약 혈비도가 비도를 주로 사용했다면 이런 투박함도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사람을 죽이는 데는 화려한 장식 따위는 오히려 방해일 테니까.


“모르겠군.”


나는 비도를 만지작대며 중얼거렸다. 성주의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두 사람이 신투 본인이거나, 혹은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노인 쪽이 무영신투 본인이거나, 문영이 무영신투의 제자쯤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의문은 여전하다. 대체 왜 한중성을 헤집어가며 이 비도를 훔쳤을까? 이 비도가 그런 소란을 감수할 만큼 중요한 물건일까?


“도 공자님.”


문 너머로 인기척이 들린다. 재빨리 비도를 품 속에 갈무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부름에 응했다. 문을 열어주니, 심하령이 보였다. 그런데 어째 심하령의 심기가 상당히 불편해 보인다.


“도 공자님을 찾는 분들이 계세요. 객잔 1층에서 공자님을 기다리고 있죠.”


나는 찾는 사람? 혹시 내게 비도를 준 두 사람일까?


“혹시 노인 한 분과 청년 하나입니까?”


질문을 내뱉고 나니 심하령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눈썹을 찌푸린다. 그제야 아차 싶어서 나는 보이지 않게 입술을 깨물었다. 괜한 질문을 했군. 다행히도 심하령은 별다른 추궁을 해오지 않았다.


“아니요, 젊은 후기지수들이에요.”


“후기지수? 그들이 나를 왜 찾는단 말입니까? 나는 내 또래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심 소저 뿐인데...”


이 말에 심하령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손짓했다. 일단 따라오라는 의미다.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르면서 나는 심하령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공자께서 아는 분은 저 뿐일지 모르지만 공자님을 알고 싶어 하는 분은 참 많거든요. 한 번도 제대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천의검문의 소문주가 무림에 출도 했다는데 다들 얼굴도장 정도는 찍고 싶어 하겠죠.”


“그렇군요.”


영 불편하다. 이런 자리가 처음이기도 하거니와, 아직 나는 내가 천의검문의 소문주답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외인에게 보여주기란 상당히 꺼림칙했다. 좀 더 무공이 강해진 다음 보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심하령은 절정 고수가 너머에서 지키고 있는 문 앞에서 멈춰 섰다. 문 너머에는 절정의 고수가 눈을 빛내고 있을 것이다. 무심코 문 너머에 있는 고수의 무위를 상상하고 있으려니, 심하령이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잠깐만요.”


심하령의 섬섬옥수를가 내 목덜미 쪽으로 다가온다. 하얀 손가락이 목의 솜털을 건드리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와 함께 나는 심하령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고 엄한 천장을 올라다 보았다.


“옷을 좀 정리해드릴게요. 이대로 나갔다간 그때 쌓은 명성이 다 무너질 거예요.”


“.....그때라면 언제 말입니까?”


위를 올려다보며 말하니 천장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이런 태도가 못마땅했는지, 심하령의 손이 내 턱을 살며시 눌러 다시 앞을 바라보게 했다.


“뭘 부끄러워하시는 거예요? 역시 당신 도 공자가 아니죠?”


“대체 도군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의심스럽군요. 전 원래 이렇습니다.”


새침한 심하령의 얼굴을 슬슬 피하며 나는 그렇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꿈에서나 현실에서나 많은 이들을 만나 보았지만 표면적으로 이렇게 살가운 행동을 해 주는 건 단 둘뿐이었다.

바로 나와 거짓 결혼을 한 쥬비와 정혼자인 심하령. 그나저나 지금은 두 사람의 성격이 왠지 비슷해 보이는군. 꿈이 아니라 현실에서 쥬비는 과연 무얼 하고 있을까?


“글쎄요, 정혼자의 손길에 얼굴이 벌겋게 물드는 걸 보니 영 못마땅하네요. 그리고 저도 좋아서 이런 걸 하는 게 아녜요. 정말로 옷매무새가 엉망이라 그런 거죠.”


어깨 부분을 탁탁 두드려 먼지까지 털어내곤, 심하령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때라고 하면 알아들으셔야죠.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검을 펼치고는 별로 감흥이 없으셨나 봐요?”


진천을 펼쳐내며 백윤을 꺾은 그 때 말이군. 자연히 그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머릿속에 떠오른 건 상승의 검을 펼쳐낸 희열이나 자부심 따위가 아니다. 무의식에 지배당해서 내 마음은 완전히 움츠러들어 있었고, 진천을 이겨내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백윤의 모습만이 떠오를 뿐이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입니다.”


“하아.... 그거 꽤 거만해 보이니까 남 앞에서는 하지 마세요. 차라리 무조건 스스로를 낮추면 사람들이 알아서 도 공자의 평가를 부풀릴 거예요.”


천의검문의 소문주란 바로 그런 말도 안되는 걸 가능케 하는 자리지. 심하령이 다시 돌아서서 문을 열었고, 나는 짧은 심호흡을 하고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객잔 1층은 여럿이서 음식을 먹는 공간이다. 특별한 손님 대접을 받는 나는 늘 식사를 가져다주었기에 이곳을 이용한 적은 없다. 하지만 한번쯤은 여기까지 내려와서 식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곳의 시설은 훌륭했다.


“하하하.”


“호호호.”


그 중 가장 크고 많은 음식이 차려져 있는 곳에는 젊은 남녀가 삼삼오오 모여서 웃고 떠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무공을 익힌 흔적을 본 나는, 저들이 나를 만나려는 후기지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가장 앳되어 보이는 소녀가 눈을 빛내며 맞은편의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는 부드럽게 웃고는 허리에 찬 검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저는 이 검을 겨누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숨이 아깝거든 돌아가라. 나는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다. 그걸 듣고 산적들이 꽁무니를 빼더군요.”


“과연 비룡의 제자는 다르군요. 그 많은 산적을 혼자서 퇴치하시다니요.”


척 보니 저들 중 가장 중심에 있는 이는 비룡의 제자라 불린 미청년인 것 같다. 네 명의 여성 중 셋이나 그의 이야기에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나머지 세 사내는 조용히 이야기만 듣고 있으니 말이다.


“오셨네요.”


그 중 유일하게 미청년의 이야기를 흘려듣던 소녀가 가장 먼저 우리를 알아채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던 다른 이들 역시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리게 인사를 건넸다.


“이런, 죄송합니다.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다른 일에 너무 정신이 팔려 있었습니다. 비룡검파의 제자, 진운입니다.”


비룡검파라는 말에 나는 눈을 번쩍 뜨고는 포권을 쥐어 동요를 감추었다. 비룡검객의 사문에서 온 사람이란 말이지? 갑자기 진운이라는 자와 검을 맞대고 싶었다. 내게 큰 은혜를 준 비룡검객과 연이 닿은 자다. 비룡검객의 가르침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며 아무것도 모른 채 수련에 전념했던 기억이 아련하게 머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아, 저는.....“


진운의 뒤를 이어 다른 이들이 연달아 스스로를 소개했지만 나는 옛 생각에 신경이 쏠려서 듣는 둥 마는 둥 할 뿐이었다. 이런 모습을 못 견디고, 심하령이 은연중에 내 옆구리를 쿡 찌르며 환하게 웃었다.


“낙성곡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답니다. 그렇죠? 도 공자님.”


내가 한눈을 판 것을 완전히 들킨 모양인지, 상당히 화가 난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 떠밀려 나는 상념에서 빠져나와 어영부영 대답을 늘어놓았다.


“아, 음... 물론 그렇습니다. 역시 다들 듣던 대로 과연 출중하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성주가 늘어놓았던 인사치레를 써먹을 줄이야.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소개할 사람을 바라보았다. 진운의 이야기를 흘려듣고 있던 그 소녀였다. 소렌을 연상케 할 정도로 무표정하게 냉기를 흘리고 있던 소녀는 자신을 소개하는 대신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낙성곡이 어디 있는지 아나요?”


낙성곡. 분명 방금 스스로를 소개한 자가 속한 곳일 텐데.... 이런, 모르겠다. 다행히도 이번에도 심하령이 제 때에 끼어들었다.


“아, 낙성곡은 평도 근처에 있지요. 이번에 저희도 그 쪽으로 가는 중이니 나중에 일이 끝나면 낙성곡의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심하령이 청년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청년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여 억지로 대화를 이어갔다. 서로 당황했던 민망한 상황이 그렇게 일단락되려는 찰나, 차가운 인상의 소녀가 못마땅하다는 듯 심하령에게서 휙 시선을 뗀다. 그리고는 귓속에 속삭이는 것 같은 작은 목소리로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천의검문의 소문주님. 이 분의 이름이 무엇일까요?”


진땀이 난다. 낙성곡에서 온 청년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젠장, 나도 시선을 피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나는 천의검문의 소문주다. 생각해 내라. 제발....


“연....성우 이지요.”


이 한마디에 청년을 비롯해서 대다수의 후기지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 옆에 서 있는 심하령도 바로 옆에 있지 않다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안도하는 것이 느껴진다.


“소연화.”


곤란한 질문을 연달아 던진 소녀가 내게 고개를 한번 까닥하고는 말했다. 고개를 까닥인 것은 인사이고, 저건 이름일까? 이름이겠지?


“아, 소 소저셨군요.”


나는 마치 그 이름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어째 주위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마치 내가 조금 더 반응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소연화가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


“천의검문은 너무 우리를 우습게보고 있어. 이런 자를 조력자라고 보내다니.”


“말조심하세요. 평도의 공주라고 해서 천의검문의 소문주를 욕보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소연화의 폭언에, 심하령이 발끈해서 만만치 않은 냉기를 풀풀 날리며 쏘아붙였다. 나는 심하령이 화를 내를 것에 신경을 쓰다가 문득 그녀가 한 말에 생각이 미쳤다. 평도의 공주. 평도는 동평왕이 직접 다스리는 땅. 그렇다면.....


“.....동평왕 전하의 따님이셨군요.”


나는 공손히 읍을 하면서 속으로 혀를 찼다. 어째 예감이 좋지 않다. 동평왕에게 도움을 주기 전부터 벌써 난관이 찾아오고 있는 기분이다.


“아, 실언이군요. 죄송합니다. 설마 우리를 도우러 오시는 분께서 이리도 우리 쪽에 무관심하셨을 줄은 몰라서요.”


무미건조해서 전혀 사과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 사과를 하고는, 소연화는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난감하다. 대체 왜 동평왕의 딸이 여기 있는 거냐?

나는 현철비도 문제만 해도 벅차다. 꿈에서야 그렇다 쳐도 현실에서도 이렇게 평지풍파 속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어제까지 누렸던 호사는 그저 폭풍이 오기 전 고요함에 불과했나?


“자자, 그럼 두 분께서도 앉으시지요.”


진운이 자연스럽게 좌중의 흐름을 이끌어가며 상황을 정리했다. 다행히도 소연화는 더 이상 군소리를 늘어놓지는 않았다. 단지 내 쪽으로 차가운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소렌의 시선하고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얼핏 느끼기로는 적의라 해도 좋을 정도다.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전 소설을 읽을 때 등장인물이 왕창 나오는 부분이 제일 싫었습니다. 사람 외우기가 너무 싫었거든요. 그런데 그걸 스스로 만들어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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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3. 천의검문의 소문주 (9) +9 14.08.10 1,552 35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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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3. 천의검문의 소문주 (7) +9 14.08.01 1,409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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